울릉군 겨울 축제, 소통 부재와 관성적 행정이 낳은 ‘반쪽의 기록’ 일회성 행사 탈피해 ‘가장 울릉도다운’ 자율 관광 플랫폼 고민해야
대한민국 최다설지(最多雪地), 눈이 오면 고립이 아닌 축복이 되어야 할 울릉도의 겨울이 올해도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해부터 울릉군이 추진한 ‘2026 울릉 스노우 페스티벌’은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예산과 기간이 대폭 축소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울릉군 행정의 고질적인 ‘불통’과 ‘관행’이 낳은 예고된 참사였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축제 때마다 반복되는 ‘사회단체 동원령’이다. 행정의 기획력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전매특허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자와 관변단체의 머릿수 채우기다. 살을 에이는 추운 날씨에도 안내와 급식을 도맡는 이들의 헌신은 고귀하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지역사회의 특수성이 깔려 있다. 자발성이 거세된 동원은 결국 축제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지역민의 피로감만 가중할 뿐이다.
잘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북도와 협력한 ‘겨울철 여객선 운임 지원’은 비수기 울릉 관광의 고질적인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운임 70% 지원으로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한 수치는 울릉도가 ‘겨울에도 가고 싶은 섬’이라는 잠재력이 충분함을 방증한다. 물론, 나리분지의 설경 투어나 울릉 고유의 음식을 활용한 프로그램 역시 울릉만의 색깔을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망감이 앞선다. 기대를 모았던 이번 축제는 행정의 ‘불통’에 발목을 잡혔다. 축제의 핵심 주체인 청년 소상공인들과의 협의 내용을 신임 부서장이 일방적으로 뒤집으며 갈등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서류와 행정 편의주의에 갇힌 결과, 축제는 동력을 잃었고 지역민의 냉소만 샀다.
이제는 ‘축제’라는 틀에 갇힌 울릉군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나 보여주기식 포토존 설치만으로는 까다로운 요즘 여행객들을 잡을 수 없다. 관광객들은 화려한 개막식이나 행정 주도의 이벤트를 보러 울릉까지 오지 않는다.
울릉도의 겨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콘텐츠다. 굳이 무대를 세우고 가수를 부르지 않아도,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밭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아웃도어족과 홀로 설국을 만끽하려는 알뜰 여행자들이 이미 울릉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행정이 주도하는 ‘관치(官治) 축제’가 아니라, 마음껏 눈 위를 뒹굴 수 있도록 안전을 확보해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멍석’이다.
자연 그대로의 눈밭을 캠핑지로 개방하거나, 눈길 트레킹 코스를 정비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식의 ‘가장 울릉도다운’ 겨울나기가 정답이다. 행정은 주도권을 내려놓고 그저 판만 깔아주며, 실제 알맹이는 민간의 창의성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채워가도록 내버려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울릉공항 개항이 코앞이다. 100만 관광객 시대를 호언장담하기에 앞서, 울릉군은 이번 겨울 축제 파행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행정의 권위는 지시가 아니라 소통에서 나오고, 관광의 생명력은 인위적인 동원이 아닌 지역 본연의 매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년 겨울에는 ‘관광객을 동원하는 섬’이 아닌, ‘전 세계 아웃도어족이 스스로 찾아와 눈밭에 텐트를 치는 섬’ 울릉도를 기대해 본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