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더 이상 고립된 상아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의 수단을 넘어 지역민의 삶이 교차하고 에너지가 모이는 ‘광장’이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호흡하며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그 존재 이유가 증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북전문대학교의 민간 보조금을 둘러싸고 지역 여론이 술렁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뼈아픈 시사점을 던진다.
논란의 핵심은 대학이 지역사회 속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소외감과 불신에 있다. 대학이 지역과 유리된 채 그들만의 섬으로 존재할 때 시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대학 본연의 이념 실현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오롯이 대학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예산을 집행하고 감시해야 할 행정과 의회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영주시 행정은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밀함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예산 집행은 단순히 서류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기계적 절차가 되서는 안 된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그 사업이 지역사회에 어떤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치밀하게 따졌어야 했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 역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요청이 있으니 승인한다’는 식의 수동적 태도는 안된다. 의회는 사업의 적정성과 예산 분배의 균형성,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와의 결속력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 견제와 감시의 칼날을 세웠어야 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대학과 시, 의회가 영주라는 공간에서 각기 다른 꿈을 꾼 결과물이다. 대학은 대학의 논리로, 시청은 행정의 편의로, 의회는 정치적 셈법으로만 사안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10만 시민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영주라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에 살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만의 잣대를 고집하기보다 시민의 행복과 지역의 미래라는 단 하나의 표준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사안의 중심에 선 대학은 시민사회와 함께 할 대안을 세워 성벽을 허물고 광장으로 나올 때, 그리고 행정과 의회가 그 광장을 지키는 엄격한 파수꾼이 될 때 비로소 대학과 지역의 진정한 상생이 시작될 수 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