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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중앙상가, ‘페니 전략’의 늪을 끊고 ‘로컬 콘텐츠 혁명’ 일으켜야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10-15 15:49 게재일 2025-10-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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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원 투입하고도 침체 심화···시설 위주 정책의 한계 드러나
실질적 성과 점검과 책임 추궁 없인 재생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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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희 선임기자

포항 중앙상가는 지금 구조적 붕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대형 유통자본의 ‘페니 전략(푼돈 잠식)’이 상권의 뿌리를 흔들고, 고질적인 주차난과 지방소멸의 흐름이 겹치며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수년간 도시재생 사업에 15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상점 매출과 공실률 개선은 거의 제자리다.

도심재생 뉴딜 사업(1442억 원), 문화예술팩토리(58억 원), 주차장 확충(71억 원), 청년플랫폼(27억 원), 야시장(10억 원) 등 굵직한 사업들이 이어졌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깔끔한 거리와 조형물이 만들어졌어도 접근성, 주차 인프라, 콘텐츠 부재는 그대로 남았다. 중앙상가 상인협의회 관계자는 “도심재생 사업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도 상권은 더 썰렁해졌다.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문제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소비의 첫 기준이 ‘편리함’인 시대에 주차와 교통이 불편한 중앙상가는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다. 공영주차장은 멀고 실시간 안내 시스템도 없다. 정작 예산은 조형물과 전시성 사업에 집중됐다. 성과 평가나 사후 관리도 부실하다. 한 상인은 “시설만 지어놓고 손 떼는 행정이 문제에요. 주차장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놓고 무슨 재생입니까”고 반문했다.

경주 황리단길은 적은 예산으로 ‘로컬 콘텐츠 혁명’에 성공했다. 전통 한옥거리와 개성 있는 상점이 어우러져 역 정체성을 살리면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접근성 개선과 콘텐츠의 힘으로 도시재생의 정석을 보여준 셈이다. 그와 반대로 포항 중앙상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리’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상가 재생의 해법을 ‘로컬 콘텐츠’와 ‘접근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도시계획 전공교수는 “도심 활성화는 조형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콘텐츠에서 시작된다”며 “주차와 교통망,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상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인근 유휴 부지를 활용한 주차타워 조성, 대중교통과의 연계 강화, ‘차 없는 거리’가 아니라 ‘차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거리’로의 개념 전환이 필수다. 빈 상가는 청년창업·공유공간·로컬숍으로 전환하고, 상인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임대료 상생 협약도 병행돼야 한다.

포항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상인들이 주체가 돼야 합니다. 행정이 끌고 가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권 부활의 열쇠는 상인 공동체와 행정의 정밀한 협업, 그리고 포항만의 콘텐츠 개발에 달려 있다.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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