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묻는 ‘슈퍼파워’의 정의
지난 10일 마침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지만, 그 명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없었다.
트럼프는 상을 못 받자 “미국 모욕”이라며 노르웨이 등에 관세 보복까지 시사하며 노골적인 협박을 일삼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힘의 논리를 거부하고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투사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선택하며 평화의 근본적 가치를 역설했다.
이 국제적 헤프닝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포항의 현실과 뼈아프게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관세’라는 보복 카드를 꺼내 드는 모습은 포항의 경제를 지탱하는 철강 산업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포항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한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포항을 비롯한 국내 철강 업계에 수출 감소 등 막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이 2025년 6월 철강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한해 동안 미국에 내야 할 관세 추산액은 무려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노벨상 불발에 관세 보복을 위협하는 행태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국제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슈퍼파워의 자기중심적 민낯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 ‘슈퍼파워’의 변덕스러운 정책 하나가 철강 도시 포항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역경제 전체를 4000억 원의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힘없는 개인이나 작은 나라에게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는 관세라는 폭력적 수단을 꺼내 드는 미국의 행보는 우리가 믿고 싶었던 ‘정의로운 슈퍼파워’의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베네수엘라의 민주투쟁에 상을 주며 인권과 평화의 원칙을 지켰듯이 국제사회는 강대국이 내세우는 힘의 논리가 아닌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 질서를 추구해야 한다.
포항 시민들은 이 노벨상 헤프닝을 보며 “국제사회의 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힘을 앞세운 강대국의 변덕이 언제까지 우리지역 기업들과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트럼프의 노벨상 집착과 관세 위협은 철강도시 포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남고 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