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보문골프클럽, 고객 라운딩 중 농약 대량 살포 ‘충격’
경주 보문골프클럽 고객들이 라운드를 즐기는 중 골프장측이 대량의 농약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공기관(경북문화관광공사)이 운영하는 시설임에도 이용객 안전보다 잔디 관리와 수익에만 몰두하는 ‘안전 불감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문골프클럽은 지난 10일 고객들에게 별도의 안내나 대피 조치 없이 농약 살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고객들은 눈과 목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정기 방제 작업일 뿐”이라며 무심히 지나쳤다.
이날 라운딩을 하던 손모씨(65·대구) 는 세컨드 샷 지점으로 이동하던 중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코스 관리 차량이 고객들과 불과 몇 m 앞에서 흰 연기를 내뿜으며 농약을 뿌렸다는 것이다.
손 씨는 “숨이 막히고 눈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며 “이용객 바로 옆에서 농약을 살포하는 골프장은 처음 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보문골프클럽은 대표적인 수익사업장이지만 최근에는 ‘수익 우선주의’가 이용객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농약 살포 현장을 목격한 또 다른 내장객은 “잔디 한 포기라도 더 푸르게 만들겠다고 사람 머리 위에 농약을 뿌리는 꼴”이라며 “공공기관이 이러는 것은 민간 골프장 보다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심각성을 경고한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농약 성분 중 일부는 흡입 시 호흡기 자극과 알레르기, 심할 경우 중추신경계 이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경기 도중 살포된 농약때문에 이용객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장객 박모씨(64·경주)는 “보문골프장이 ‘자연 속 힐링’을 표방하지만 정작 자연도, 사람도 돌보지 않는다”며 “관광객이 마시는 공기 속에 농약이 섞이고, 잔디가 사람 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어 “환경과 안전을 외면한 채 돈벌이에 눈먼 무책임한 운영이 지금 보문골프클럽에 빚어지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정작 운영 주체인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이같은 비판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사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공사 측은 “방제 일정에 따라 통상적인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짤막한 답변만 내놓았을 뿐 사과도,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의식 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