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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을 바라는 건 아닌지

등록일 2025-10-20 10:04 게재일 2025-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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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작업자들이 무정전 전원장치용 배터리를 옮기려다 화재가 발생한 화재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아직 완전한 복구는 되지 않았다. 비상시 대체할 시스템도 없으며 행정 기록이 영구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 컴퓨터에 없는 파일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10월 17일 자로 보건복지부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을 복구했다. 정상 운영을 시작한 보건복지부의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은 장기이식 순번과 대기자 정보를 관리하는 행정 플랫폼이다. 이 전산망이 마비되자 병원과 환자들은 혼선이 빚어졌다. 시각을 다투는 환자와 가족들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피해가 어디 이것뿐일까.

17일 현재 1등급 복구율은 40개 중 31개 복구로 77.5%, 2등급 복구율은 68개 중 41개 복구로 60.3%, 3등급은 261개 중 138개 복구로 52.9%, 4등급은 340개 중 130개 복구로 38.2%의 복구율을 나타낸다. 정부는 1·2등급 시스템을 이달 말까지, 모든 시스템을 연말까지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주요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총괄한다. 대전을 비롯하여 광주와 대구 3곳에서 전산 시스템을 나누어 운영한다. 대전 본원은 국가 정보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을 관리하는데, 화재로 정부24를 비롯한 647개 시스템이 중단됐다. 같은 시스템을 다른 곳에 두는 쌍둥이 서버가 아니라 서버 전환도 어려운 실정이다.

스마트 정부를 내세우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부의 데이터 관리는 참혹하다. 백업 시스템 구축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하드웨어 보강과 안전 점검도 소홀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율은 45% 수준으로 85%의 세계 평균에도 크게 뒤진다. 정부 부처별로 국가 통계를 관리하며 부처 간 협조 부족으로 자료의 연계와 활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업무망이 3년간이나 해킹을 당해도 몰랐으며, 어떤 자료가 유출되었는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17일 발표한 내용은 해커 조직이 다양한 경로로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서 및 비밀번호를 확보하고, 2022년 9월부터 2025년 7월까지 행안부의 정부원격근무시스템을 거쳐 온나라시스템에 접속해 자료를 보았다는 것이다.

KT는 해킹으로 무단 소액 결제가 장기간 이어져 왔으며, 롯데카드의 해킹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22년 SK C&C 판교 캠퍼스 화재로 서버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카카오의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번 화재로 이를 나무라던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금융 및 통신 분야 보안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데이터 관리와 해킹에 대비한 인력을 양성하고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안전한 자료와 관리와 조선시대의 4대 사고처럼 만약의 경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안이한 생각으로 요행을 바라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주위를 돌아볼 일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김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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