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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정부

등록일 2025-09-14 16:59 게재일 2025-09-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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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 ‘신규 댐 건설 보류’

이재명 정부의 환경과 수자원 관리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물이 흐르고 싶은 데로 흘러가게 놓아두자는 것이다. 환경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환경만을 생각하는 단체와 여러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 입장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금강·영산강 보 해체’ 기사가 실린 날에도 호우경보가 내려진 강원도 화천에 140㎜ 내외의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날에도 가뭄 피해가 계속된 강릉에서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요즈음 날씨는 한 곳에 비가 많이 와도 바로 옆은 가뭄이 드는 날씨가 자주 발생한다.

올해에 400㎜가 넘는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논밭이 쓸려간 피해가 발생했고, 아직 복구도 안 된 상태이다. 그런 와중에 나온 정부의 정책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데, 설치해 놓은 보를 철거하겠다는 것인지. 정부는 가뭄과 비 피해로 아파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지.

이념에 빠진 사람은 주변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단 말인가. 물난리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데, 그 물난리를 막아줄 보를 해체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UN에서는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고 말하는 데 추가로 댐도 건설하지 않고 있는 보마저 해체한다니.

인공지능이 중요하니까 관련 사업을 키우겠다고 한 것이 어느 정부인가. 인공지능은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 산업이다. 여기에 필요한 전기는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다시 원자력산업을 죽이고 산림을 훼손하면서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것인가. 보를 활용해 전기를 공급할 생각은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자연 보호나 인공지능이라고 하니 인기에 영합하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정책을 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국가 정책은 최소한 100년은 내다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일부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따라가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를 막거나 가뭄이 들면 손해는 누가 보는가. 그것은 농민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이니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것인가.

수십조 원을 들여서 만든 보를 쓰고 난 휴지를 버리듯 팽개쳐 버릴 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지 않다. 국가가 빚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수십조 원은 그냥 버려도 된다는 말인가. 말로는 실용주의라고 하며 실상은 돈만 물 쓰듯 하는 즉흥적인 정책을 누가 신뢰할 것인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농민들은 보 때문에 물 걱정을 안 한다는데 또 돈을 들여 없애겠다니.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책은 국민에게 피해만 안긴다. 국민은 세금만 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가 내 것이라고 해도 그런 정책을 펼지 의구심이 든다. 내 돈이 안 드니까 낭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노동자들이 좋을 것 같아 고친 상법이 다른 법과 충돌을 일으키고 자연 그대로가 좋다고 하는 것이 국민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실용주의라면 내팽개쳐야 한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국가의 중대사인 보를 몇몇 사람들의 편협한 생각으로 없앤다면 이는 망국주의다.

/김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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