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산 인공지능 보드 한 개가 약 3000W의 전기를 사용한다. 우리 가정에서 쓰는 소비전력과 비슷하다. 인공지능은 하루 24시간을 학습한다. 그만큼 전기를 많이 쓴다. 인공지능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만큼이나 전기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4배인 4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을 다시 원자력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페르미 아메리카를 설립하며,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100GW에서 145GW로 늘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약 71조 원의 비용이 드는 대형 원자로 2기의 추진을 결정했다. 스웨덴은 소형 발전기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여러 기를 세우는 계획을 수립했다. 태국 정부는 국가 에너지 계획(2024∼2037년)에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포함하고, 필리핀도 2030년대 초반에 원전 가동을 계획한다.
우리나라는 두산 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에서 I-SMR 등 원자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반 예측 제어, 디지털 트윈 기술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SMR 수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 인공지능 시설 관련 전력 수요가 2024년 대비 2~3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치열한 인공지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소형모듈원전에 투자한다. 구글도 아마존도 오픈에이아이도 소형모듈원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 많은 기업이 원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에너지원별 1kwh당 발전 원가는 원자력 54원, 액화천연가스 126원, 신재생에너지 264원이다. 또한 화석연료는 환경오염 문제, 태양광·풍력은 날씨에 크게 좌우되어 생산이 불안정하다. 원자력은 대용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탄소 배출도 적다. 원전은 사고 시 위험하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기공급과 단가에서 매력적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기를 소모한다. 전기가 없으면 인공지능도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풍요도 미래도 없다. 세계 각국과 기업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원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원전은 건설에도 많은 시간이 든다. 재빠른 대처만이 인공지능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은 가장 위험한 에너지이나 지어진 원전은 계속 잘 쓰되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는 데는 반대한다. 그가 내건 AI 세계 3대 강국 실현이라는 1호 공약은 원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말로만 하는 공약이 아니라면 사용할 정확한 전기량을 계산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이념을 떠나 현실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원전인지 친환경인지를. 원전 없이 나라의 미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전기 없는 세상은 미래도 없다.
/김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