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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트럼프 관세 정책은 폐기되어야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가 높다. 군사적으로 한국에 다른 방법으로 매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나라에 대해 트럼프는 말한다. 심지어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들이밀며 힘으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추진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우리 경제가 요동친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 성장률을 2.0%에서 1.0%로 수정하여 발표했다. 국내 다른 기관은 0.6~0.7% 정도로 더 낮은 성장률을 보고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트럼프 발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를 저성장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미국 경제 전문가 짐 폴슨은 “거의 모든 기업 CEO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기업 경영 환경 악화를 말했다. 미국의 높은 소비자 물가에 국민의 불만도 높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저성장 혼돈 상태로 만든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에 다른 나라들의 대응도 만만찮다. 145%라는 고율의 일방적인 관세에 대해 중국은 즉각적인 행동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맞불 관세를 부과하며, 여기에 더해 희토류 제품의 수출도 막았다. 또한 관세에 무관심하게 대응하며, 자국의 소비 촉진과 다른 국가와 경제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응에 답답한 건 미국이다. 계속 중국과 협상 중이라는 기대 섞인 정보를 흘리며 기다리다 지쳤다. 트럼프의 예상과는 다르게 중국은 지켜보기만 했다. 결국 제네바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를 115% 내린 10%로 조정했다. 90일 간의 유예기간을 두지만, 협상이 트럼프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TSMC가 미국에 첨단 공정 기술을 그대로 가져가면 대만의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미국에 반도체공장 짓기를 바라는 트럼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치르는 트럼프의 계획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낸다. 예상치 못한 대만의 반격에 미국도 당황하였으리라.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83개국에 대한 관세 시행이 90일간 유예됐다. 미국 스스로 90일의 시간을 가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세계 경제가 한 강대국의 이익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생명을 가진 유기물과 같은 경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고 하면 제대로 될까.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미국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이런 정책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미국 경제 문제는 내부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경제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트럼프의 설익은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문제가 지속될수록 트럼프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으로 경제 흐름을 바꾸려는 건 혼란과 어려움만 줄 뿐이다. 누구에게나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민을 포함한 모두가 힘들어하는 정책은 굳이 왜 하여야 하는가.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규인 수필가

2025-05-18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

경북과 경남지역 산불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약 4만8천여 ㏊에 달하는 산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3천여 동의 집이 불에 타고, 30건의 국가유산과 2천여 건의 농업시설 피해를 보았다. 불을 끄고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대구에서 다시 산불이 났다. 대구 산불은 원인 규명 중이지만, 나머지는 사람이 불을 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은 산불 가능성을 높이고 태풍급의 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산불을 퍼뜨렸다. 산불로 인한 유독 가스의 발생은 대피하려는 주민들이나 불을 끄려는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불완전 연소로 인한 연기는 불을 끄려는 헬리콥터 조종사의 시야를 방해했다. 태풍급의 바람에 실려 온 불길이 넓은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차에 불이 붙을까 다급했던 이야기도 들린다. 빽빽하게 우거진 산림과 두껍게 쌓인 낙엽은 가뜩이나 힘든 산불 진화를 어렵게 했다. 우거진 산림은 헬리콥터가 뿌린 물을 막았고 떨어진 낙엽은 산불 진화를 방해했다. 낙엽 속에 남은 불씨는 다시 발화하여 수천 명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기도 했다. 멀리 떨어진 집마다 바쁘게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사람들과 그들의 긴박한 목소리. 제때 대피하지 못해 등이 탄 소를 보며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 전쟁보다 더한 처참한 산불에 할 말을 잃는다. 낮이나 밤이나 불길과 싸우는 최전선에서 여러 날을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불을 끈 소방대원들. 소방대원들에게 힘을 보탠 국군장병과 공무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그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더라면 불을 끄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타난 불에 녹아버리는 헬멧 같은 소방 용품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번 산불을 겪으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주거지와 산림층을 구분 짓는 방화선을 만들고,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 구축, 고령층 주민들의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화 방법으로는 대용량의 물로 한 번에 넓은 지역의 불을 끌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와 고성능 펌프를 장착한 산불 진화 차량이 더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불을 끄는 이들에게 안전한 소방 용구의 공급은 우리가 준비해 주어야 할 기본이다. 이재민을 위한 구호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가축과 야생 동물의 사체와 생명을 잃은 나무들, 잿더미로 변한 산을 보노라면 그 피해를 가늠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구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금도 불을 지피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그것도 모자라 불을 들고 산으로 들어간다. 기후 대응 협력 프로젝트 국제기구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340년 만에 한 번 있을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기후의 영향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형 산불의 발화 가능성이 2배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대형 산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불을 예방하자. 지구가 보내는 다급한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 지구 환경을 살리는 일이 우리가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김규인 수필가

2025-05-11

욕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자

요즘 아이들 대화는 욕에서 시작하여 욕으로 끝난다. 욕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카톡이나 SNS 등 온라인이나 일상의 대화에서 욕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걸러지지 않은 막말이 인터넷 사이트에 넘쳐흐른다. 이런 지경이니 아이들은 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미취학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는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싫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했을 때 욕을 내뱉는다. 사춘기 아이들은 사회적 집단에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욕을 사용한다. 의미도 모르고 사용하거나, 정말로 화가 났을 때나,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나, 주변의 부모나 어른들의 언어습관을 따라 하며 욕을 사용한다. 욕하면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지만 반대로 자신의 감정 해소가 되어서인지 심지어 어른들조차 욕을 쓴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가 힘들어질수록 더 심해진다. 특히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에서는 더 심하다. 사소한 잘못일 경우도 마녀사냥하듯이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무참하게 짓밟는다. 이런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늘어난다. 욕辱은 한자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뜻한다. 욕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포함한다. 매우 충동적이고 아주 짧고 강렬한 말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머리에 강력하게 남아 나쁜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두 번 사용 경험은 마약처럼 머리에 남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뇌가 빠르게 자라는 영유아기에 받은 언어폭력의 상처는 뇌의 발달에 치명적이다. 욕이나 고함을 듣고 자란 아이는 뇌 회로 발달이 늦어진다. 해마는 뇌에서 감정적인 행동과 공간 개념, 장기 기억을 조절한다. 거친 언어를 듣고 자란 아이는 감정을 언어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거친 말을 쓴다. 어린 시기에 언어폭력을 당한 아이는 욕을 무의식적으로 반복 학습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욕을 자주 쓰며 아무런 생각 없이 언어폭력의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된다. 충동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 때문에 쉽게 머리에 남아 다른 사람에게 욕을 내뱉는다. 아이들이 욕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자. 요즘의 욕은 단순히 자신의 화나 분노를 표출하는 수준이 아니다. 한 사람에게 집단으로 폭력적인 말을 사용하여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극단적인 분노 표출로 피해자는 일생을 두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들의 아픔에 이제는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욕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진실한 마음을 살펴보자. 부모의 화난 감정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거친 언어로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애정 어린 충고로 시작한 것이 끊임없는 잔소리를 마구 해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식들은 부모가 내뱉는 백 마디의 좋은 말보다 한마디의 감정 섞인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해 줄 때 아이들은 저절로 다가온다.

2025-04-27

함께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야

오픈AI사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 출시에 따라 챗GPT 가입자는 5억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에 시리까지,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 깊숙이 파고든다. 인공지능 TV, 자동번역 프로그램, 자율주행차, 음성 비서, 챗봇 등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공지능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 방식과 경제의 틀도 바꾼다. 효율을 중시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료, 교육, 금융, 데이터 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 등에서 효율을 높여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함으로써 보다 많은 기회를 얻고,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발전을 맞이할 수 있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터넷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고 잃을까 봐 걱정한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 뉴스와 인권침해는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는 추세이다. 심지어 인공지능에 의존성을 높여 우리의 사고능력까지 무력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공감 능력 저하와 사고력 약화를 걱정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공지능의 위험성만을 지적하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창의성을 높이고 인간의 감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을 이해하고 평생 학습의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을 높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인공지능을 다스릴 수 있다. 사람이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서 국가는 국가대로 할 일이 많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완비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경제의 틀을 바꿀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건 기술 개발자의 윤리와 인간 중심의 기술이 중요하다. 로봇의 3가지 법칙이 그러하듯 인공지능은 절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인간을 위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칫 인간이 로봇의 도구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쓰는가는 인간에게 달렸다. 인간에게 득이 되거나 해가 되게도 쓸 수 있다. 인간이 그동안 이룩해 온 산업의 발전을 계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들에게 달렸다. 인공지능이 가진 막대한 정보와 힘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인류에게 해를 가하고자 할 때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미래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잠재력을 확장 시킬 수 있는 도구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인간은 더 많이 배우고 익히며 함께 번영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이 더디고 힘들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의젓한 자세로 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번영의 시대가 올 것이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이다.

2025-04-20

‘우리’를 되살릴 수는 없을까

김규인수필가 나라가 산불을 진압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전국 열한 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산불처럼 계엄선포에 따른 좌우의 극심한 대립도 강풍을 만난 듯 커져만 갔다. 온 나라가 재난과 좌우 대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불길은 하늘이 잡았고 극심한 논쟁과 시위는 파면으로 끝을 맺었다. 하늘을 쳐다보아도 건조한 바람만 불고 텔레비전을 켜도 극심한 대립만 보였다. 대외적인 통상의 어려움에도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한다. 강대국이 휘두르는 관세의 철퇴에 방향을 잡지 못한 대한민국호는 흔들리기만 한다. ‘하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산불로 인한 불안과 정치적인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만이 우리 주위를 맴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노점상 김정순 할머니의 선행 기사가 있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자신의 어려운 삶에도 평생 모은 1억 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무작정 전남대학교를 찾은 할머니. 자신이 공부하지 못한 한을 더는 주위의 어려운 학생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 마음을 적신다. 할머니가 선뜻 내민 많은 돈은 우리를 위함이었다. 나의 욕심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해 손을 내민 것이다. 어쩌면 사회지도층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갖 추한 모습을 보이며 싸움질할 때 할머니가 우리 사회에 내민 선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그동안 우리는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에 혈안이 된 건 아닌지. 어쩌면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것은 이런 선한 마음들이다. 지난 3월 25일, 산불이 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에서 나이 드신 주민들을 업어서 대피시킨 인도네시아 국적의 선원 수기안토(31) 씨의 사연도 감동을 준다.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와서 자신이 다치면 고국에 남은 가족들이 염려되었을 건데도 불길을 헤치고 “할머니”라고 부르며 나이 드신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 불꽃이 강풍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데, 몸이 재산인 외국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행을 베푸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와 함께 사람들을 구한 마을 이장 김필경(56), 어촌계장 유명신(56) 씨 같은 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극심한 정쟁으로 사회에서 ‘우리’는 사라지고 ‘나’만 남았다. 대한민국이 가진 강력한 힘의 원천인 ‘우리’를 되살릴 수는 없을까. 노점상 할머니가 남긴 우리의 씨앗을 살리고 여기에 수기안토 씨의 인류애를 더한다면 ‘우리’라는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극단적인 싸움과 이기심 뒤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주 보고 서서 상대를 향해 고함을 지르기보다, 이웃을 위해 내미는 손이 필요하다. 서로의 가슴에 든 가뭄을 정으로 적셔나가야 한다. 갈라진 마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서로에 대한 원망과 한숨만이 주위를 맴돌 뿐이다. 우리 이웃이 남긴 소중한 씨앗을 꽃 피우는 데 함께하지 않으려는가. 사회가 어려울 때 우리를 지켜낸 건 주위의 이웃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 손을 잡을 때 온기가 사회로 퍼져나갈 것이다.

2025-04-06

달성토성, 대구의 랜드마크

김규인 수필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83 타워를 대구의 랜드마크로 생각한다. 그래서 대구를 찾으면 83 타워에 올라 야경을 구경한다. 360도로 회전하며 추억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높다는 이유로 대구를 대표한다고 시민들도 관광객도 그렇게 믿는다. 일반적으로 높은 건물을 랜드마크로 정하기도 하니까 무리한 말은 아니다. 대구시는 지난 2월 28일 대구 신천 대봉교 좌안 둔치에서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지름 45m의 복층 구조를 갖는 데크와 광장을 설치하여 수상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구뿐 아니라 지방시대를 맞아 지자체마다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랜드마크를 만드는 추세다. 이제는 고층 아파트도 판매를 위해 지역의 랜드마크라고 버젓이 이름을 붙인다. 랜드마크라고 하면 상징성이 있고 그만큼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상술의 일환이든 지방을 알리기 위한 지자체의 결정이든 간에 랜드마크라는 이름을 달고 건물이 들어선다. 서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를 경쟁하거나 독특한 모양을 갖추고 랜드마크라고 내세운다. 어쩌면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롯데타워는 도시의 랜드마크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한몫한다. 도시는 랜드마크가 있어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좋고 기업은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많은 사무실 확보뿐만 아니라 판매장을 만들어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고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그 공간에 머물게 한다. 대구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83 타워, 고층 아파트, 대구 신천에 조성될 수상 공원이 랜드 마크가 될 수 있을까? 이즈음에서 랜드마크의 조건을 생각한다. 좋은 랜드마크는 문화와 역사의 바탕 위에 설 때 지역을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대구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런 곳이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 달성공원은 그런 곳이다. 대구 시민에게 청동기인의 삶을 들려주고 서침의 선행을 조용히 말하고 일제 강점기를 맞아 대구 시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이제는 조용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그런 곳이다. 이러한 달성공원을 대구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친다. 더는 달성공원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구 사람들은 모른다. 달성공원이 가진 가치를. 달성토성이라는 엄연한 이름이 있음에도 달성공원이라 부른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앞에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2000년 이상을 견뎌 낸 달성공원을 함부로 대한다. 지금도 토성에선 동물들의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토성은 아파한다. 가까이 있다고, 늘 보는 것이라고 소중한 것을 모른다. 달성토성이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이제는 제대로 된 대접을 하자. 2000년 이상을 견디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러지고 넘어지는 게 세상일인데 말이다.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는 건축가 승효상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일이다. 달성토성은 대구시민이 사랑하는 불변의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 그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다.

2025-03-31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김규인 수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삼 년 넘게 계속된다. 양쪽의 인명피해는 너무나도 크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도 많다. 우크라이나 국토는 부서지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우크라이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휴전 제안은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국방부 장관은 종전 조건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 2014년 이전으로 영토 복귀 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의 미국 참여 불참 등을 꼽았다. 휴전을 제안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무기 공급마저 중단한 입장에서 러시아는 답답할 게 없다. 현재의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다. 러시아 내의 쿠르스크 지역 3분의 2를 되찾았고,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은 고립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쟁도 러시아가 유리하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전쟁 비용을 정산하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한 안전보장은 제시하지 않고, 5천억 달러라는 전쟁 비용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무기 공급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 무기를 공급하며 응원해 주어도 힘든 싸움을 외면하며,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협상카드로 내민 우라늄, 흑연, 리튬 등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투자 건도 미국의 양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강대국인 미국은 철저히 사업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의 마음을 돌릴 카드 하나 없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이 슬프다. 그런데 이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 생각은 국익 앞에 동맹도 약소국도 없다. 철저하게 주고받는 계산기만 놓여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바닥까지 뒤져서라도 이익을 챙기고야 만다. 상도의도 서로 체결한 FTA도 무용지물이 된다. 막무가내식의 운영이 다른 나라를 옥죄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튀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대비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미국은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타국으로의 시장 개척은 쉽지 않고 고민 속에 시간만 흘러간다. 세계 제1의 경제 대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를 검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시설이 붕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철저히 계산적인 태도를 보면서 미국의 관련자를 만나 협상하고 미국 경제에 필요한 우리의 산업을 이야기하고 잘못 인식한 통계는 바로 잡아야 한다. 고율 관세로 미국의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미국 국민에 의하여 이 고통스러운 정책은 멈출지도 모른다. 국민의 인기를 잃은 대통령이 끝없이 정책을 들고 나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우리는 최선의 노력으로 버텨내야만 한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2025-03-16

시급한 것이 연금개혁 뿐일까

김규인수필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재정 전망이 어둡다며 경고했다. 2025년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2%에서 2072년에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2072년 국가채무는 7,303조 6,000억 원으로 현재의 5.7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경제성장 엔진은 힘을 잃고 국가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072년에는 나랏빚이 7,303조 원,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도 2,9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연금 재정적자 규모가 60%를 넘어선다.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 시기를 놓치면 빚은 눈덩이로 불어나고 연금 재정은 파탄 나고 더 이상 연금 지급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비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5년 3,591만 명에서 2072년 1,658만 명으로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같은 기간 1,051만 명에서 1,727만 명으로 늘어난다. 생산인구는 줄어들고 부양이 필요한 노령인구는 늘어나 국민연금 부족을 더 부추기게 된다.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아직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이후 대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연금 개혁은 시급하다고 말한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는 것은 합의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자동조정장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 누가 더 손해를 보거나 더 이득을 보는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된다. 공평한 법안이 만들어질 때 온 국민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모두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표를 의식하여 선심 쓰듯이 계획을 세워서도 안 된다. 다음 세대가 빚을 떠안거나 하는 일도 생기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사람이 만족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외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 국내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시간을 허비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산적하고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모두가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만 뒤처지는 것 같다. 미국의 영향으로 오늘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언제까지 세상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만 갈 것인가. 차곡차곡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 정치도 협의도 양보도 없는 사회에서 이루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어려워도 데모는 계속하고 내 것만을 차지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모든 것을 잃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결하고 힘을 모아도 헤쳐 나갈지 걱정스러운데 자기만을 내세울 때 얻는 것이 있을까. 시급한 것이 어디 연금개혁 뿐일까.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여 살아남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살아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25-03-09

용서받을 시간이 없는데

김규인 수필가 배우 김새론이 16일 사망했다. 25살의 젊은 나이다. 집을 방문한 친구가 119로 연락해 쓰러진 김새론을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이미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 결과 타살 흔적은 없다며 자살로 결론 내렸다. 재능 있는 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이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18일, 서울 강남에서 음주 운전으로 가드레일과 가로수, 변압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전기가 끊겨 인근의 상점 등이 손해를 보았다.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가 손해배상금을 변제했고, 이어 전속계약 기간의 만료로 소속사를 잃었다. 음주 운전 혐의로 팬들의 신뢰를 잃었고 영화계 활동에 치명타를 입었다. 2001년 한 살 때 잡지 표지 모델로, 2009년 9살 나이에 ‘여행자’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 영화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2010년에 영화 ‘아저씨’에서 주연을 맡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2014년에는 ‘도희야’로 다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타고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한 번의 실수는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시간이 흘러도 김새론을 향한 악플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김새론에 대한 악플은 계속 따라다녔다. 그가 무엇을 해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힘든데 그만들 좀 하면 안 돼요?”라는 김새론의 호소는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사람이 죽어야만 악플을 멈추는 것인지. 당사자는 그 악플로 괴로워하는데 정작 가해자는 태연하다. 어쩌면 악플인지 모르는 것은 아닌지. 남의 일이라고 하여 함부로 말하는 것은 이제는 그쳐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에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돈벌이에만 신경 쓰는 유튜버들에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연예인 기사는 좋은 먹잇감인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는다. 통장에 꽂히는 돈의 액수에만 관심을 보인다. 개인 방송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의는 지켜야 한다. 이는 큰 신문이나 방송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기사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만 신경 쓴다. 악플에도 이름을 바꾸어가며 재기를 노린 한 여배우의 노력이 애달프다.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도 뮤직비디오를 찍어도 영화에 출연해도 그들 눈에는 악플의 대상이고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김새론이 겪은 마음의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사태를 보고만 있어야 할까. 사람이 죽는 것이 일상인 양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가 또 지나간다. 유가족의 아픔은 치유 받을 길이 없는데, 무심한 하루는 그렇게 또 지나간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있을까. 아무 죄책감 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은 젊은 한 사람의 마음을 누가 헤아려 줄 수 있을까. 조금 더 차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을까. 좋은 일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죄를 짓고 용서받을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2025-02-23

정확한 판단과 총력 대처가 중요하다

김규인 수필가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가 한 달간 실행을 연기했다. 조건부로 시한을 연장하였으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불법 이민과 마약을 문제로 제기하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중국에 대하여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WTO 규정 위반이라고 항의하며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미국산 원유, 농기계 등에 10%와 코크스, 무연탄, LNG 등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은 알파벳, 엔비디아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 계획도 밝혔다. 이에 더하여 텅스텐, 비스무트, 텔루륨 등 5개 광물의 수출도 통제했다. 유럽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의 잇따른 관세 부과 공세에 유럽은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맞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유럽연합은 중국 다음으로 무역흑자를 냈다며 압박했다. 지난 2월 9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떤 철강 제품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며 “알루미늄도 그렇다”라고 발표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까지 관세를 부과하며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것을 시작으로 개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와 고려아연을 비롯한 알루미늄 업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우리나라는 미국과 협상으로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 쿼터제로 관세를 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줄어든 물량으로 미국을 대체할 수출 지역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보편적인 10% 추가 관세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도 힘들게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미국민에게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1기 때는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소비재는 제외했다. 이번에 25%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면 소비자와 소매업자들의 불만도 높아질 것이다. 영국은 호주, 캐나다, 일본 등으로 구성된 환태평양무역블록에 가입했다. 영국은 EU와 경제 협력을 복원하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인도와 교역 규모를 늘리며 걸프 협력 기구(GCC) 6개 회원국도 만난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준비한다. 브라질과 멕시코도 무역협정에 대해 협상 중이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대응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수출 금지로 반도체 소재 산업이 활성화하고 IMF 위기를 금 모으기로 이겨낸 유전자가 우리에게 흐르지 않는가. 힘이 들뿐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총력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25-02-16

딥시크에서 대한민국으로

김규인 수필가 중국 량원펑이 저사양의 엔비디아 H800 칩을 2천 개만 사용해 딥시크를 개발했다. 미국의 주요 AI 기업뿐만 아니라 챗GPT는 고사양의 H100 칩으로 1만6천 개를 사용한 것과 성능은 비슷하다. 딥시크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안 받는 저사양의 H800 칩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 미국은 중국의 최첨단 제품 개발을 막기 위해 트럼프 1기 때부터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산 반도체를 사지 못하게 규제했다. 이런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 때도 그대로 시행하였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을 이루었고 저사양의 부품으로 딥시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미국 인공지능 업체가 반격을 시작한다.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 무단 수집 여부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사한다. 딥시크가 오픈AI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챗GPT에 버금가는 성능의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은 오픈AI의 데이터를 도용하여 이용한 덕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00 딥시크의 효율성 높은 인공지능에 알리바바가 다시 새 모델을 출시한다. 중국의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도 플래그십 인공지능 모델을 업데이트하며 새 모델의 성능이 미국 오픈AI 모델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한다. 다른 미국의 대형 IT 업계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사업을 확산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제까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AI 업계는 빅데이터 센터의 설립으로 수준 높은 계산, 많은 에너지 소비, 최첨단 반도체 칩을 사용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딥시크의 개발로 저렴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이 확산하면 굳이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사용하지 않고 개발하는 추세가 확산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기회도 함께한다. 인공지능 개발의 효율을 다시 생각하는 순간이다. 인공지능에 있어 선진 업체를 추격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IT와 반도체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부품으로도 유사한 성능을 나타내는 중국의 딥시크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는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독점 납품하는 SK하이닉스나 납품을 위해 품질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시장의 저변이 커질 수 있어 긍정적인 면도 크다. 그동안 높은 장벽으로 고전하는 삼성전자나 IT업계도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 같다. 절박한 정도가 때론 사업 승패를 좌우한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독립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였을까. 우리에게도 그러한 고민이 지금 필요하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이 둘이 효율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세계를 제패하는 인공지능을 한국에서 개발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엔비디아 일변도의 인공지능용 칩에서 이제는 우리도 독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딥시크의 성공이 대한민국 인공지능과 반도체, 제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한국이 인공지능과 첨단 산업의 선두 주자로 세계 속에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2025-02-09

제조업에 힘을 모아야

김규인 수필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2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0만1000명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만7000명 감소한 수치다. 12월 전체 취업자 수도 5만2000명이 줄어든 2804만1000명이다. 취업자 수는 -7.2%를 나타낸 건설업의 감소가 가장 컸다. 그러나 규모가 큰 제조업에서의 감소는 걱정스럽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고용은 줄어든다.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의 비중은 2011년 30%에 달하던 것이, 2023년에는 25.6%로 줄어들었다. 대한민국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체가 줄어들고 사라지면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제조업의 위축은 근로자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는 줄어들고 산업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진다. 2025년도 트럼프 등장으로 고율 관세 부담으로 세계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고 환율은 치솟는다. 관세를 무기로 자국 경제를 살리려다가 세계 경제를 어둡게 한다. 자국 우선주의 앞에 동맹도 우방도 없고, 우리의 수출 주역인 제조업은 거센 풍랑을 맞아 위태로운데 흔들리는 정치는 경제에 부담만 준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판매처를 잃고 세계시장에 제품을 싼값으로 내놓아 우리 제조업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제품은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과 철강, 전기차와 이차전지, 석유화학 제품과 기계제품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매년 한국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60%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여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마저 이루어진다면 한국 제조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국내 기업도 자구책 마련에 바쁘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보다 값싼 재료를 찾고 인건비를 줄이려고 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옮긴다. 그러나 동남아 이전은 산업체의 생명을 잠시 연장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기에 이전하면서도 근심 어린 표정이 가득하다.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개발하는 첨단 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디고 기존 제품 시장은 자꾸 줄어든다. 이러한 어려움을 헤치고 확립한 기술은 생명이 짧고 경쟁업체로의 기술 유출도 심각하다. 돌아보면 제조업체가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확대하며 종사자들에게 월급을 주며 유지하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 사면초가에 몰린 한국 제조업이 살길은 무엇일까.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는 미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발표했다.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투자로 시장에서 입지 강화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미국과의 투자와 경제 협력에 적극 참여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제조업의 위기에 국가의 총력 지원이 필요하다. 때를 놓치면 제조업은 고사 위기에 몰려 무너지고 만다. 기업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살려야 한다. 위기의 순간을 잘 극복하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살피는데 이념도 사사로운 감정도 버리고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를 위해.

2025-01-20

어떤 눈으로 노인을 보는가

김규인수필가 우리 사회는 나이 든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고령화가 진행되며 세대 간 경제·사회·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자주 나타난다. 카페에선 ‘노인이 많으면 젊은 사람이 안 온다’며 입구를 막아선다.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나이 들어 회사에서 정년퇴직하면 뒷전으로 밀린다. 재취업을 위해 서류를 내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버스 안에서는 젊은이들의 자리를 양보받는 염치없는 사람으로 몰리고, 친구들과 들른 찻집에서는 눈치 없이 큰 소리로 떠든다고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 노인들은 눈치 없고 막무가내로 막말만 해대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나 빼앗는 몰염치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고령 운전자들의 연이은 사고로 인한 원망의 눈초리까지 노인에게 향한다. 오죽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마저 “노인이 ‘젊은이의 미래를 훔친다’는 비난은 요즈음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근거 없는 편견들은 여전히 젊은이와 노인 세대 간 갈등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며 걱정을 하였을까. 나이 든 부모를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생각한다. 가장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 노인 차별과 혐오가 시작된다. 그들을 낳고 길러준 부모에게 이러할진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 대할 때의 태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넘어 노인 혐오로 이어진다. ‘65세 이상 파워 컨슈머의 부상: 시니어 소비 트렌드와 기업들의 대응’, ‘고령사회 한국 액티브 시니어: 새로운 소비층의 등장’, ‘소비시장 큰손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어느 한 곳의 기사가 아니다.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돈 있는 노인들을 추켜세우며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도 언론사마다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십조 원을 퍼부은 저출생 대책은 아직 큰 진전이 없고, 힘든 일을 기피하며 일자리의 부족을 말하는 젊은 세대, 치열한 수출 경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 한계를 보이는 산업체와 정부, 사람이 없어 물건을 생산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체와 구인난에 허덕이는 농어촌, 베이비붐 세대의 점차적인 은퇴로 생산 인력의 감소, 고령화에 따른 젊은 층의 부양 능력의 가중, 이로 인한 연금과 기금의 고갈이라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생산 인력의 부족이다. 젊은이들이 힘들다고 피하는 일자리지만 이를 원하는 노인들도 많다. 정부에서는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일함으로써 생산 인력 확보와 연기금의 고갈을 막고 젊은 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는 세수 확보로 재정 안정을 기할 수 있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앞장설 때 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대 간의 갈등을 조절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국민의 동참도 늘어난다. 모든 국민이 함께 일할 때 국가의 부는 저절로 증가하고 국민은 건강해진다. 노인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 인적자원임도 알게 된다. 어떤 눈으로 노인을 보는가가 중요하다.

2025-01-13

새해엔 희망 하나는 품고 살아야

김규인 수필가 새해 첫날의 전국 날씨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하의 날씨다. 차가운 바람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다. 정치는 어수선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은 우리의 마음을 졸인다. 기업체 경영자는 트럼프의 등장에 줄어드는 수익과 높아질 관세장벽에 근심이 늘어난다. 살아내야만 하는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도 몇 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린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도움의 손길 때문이다. 하루에 1만원씩, 1년간 모아 365만원을 기탁한 붕어빵을 파는 김남수 씨의 나눔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눔을 실천한다고 다짐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이웃을 돕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이겨낸다.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이은선 팀장은 경조사를 보며 답례품으로 받은 150만원의 상품권을 아동 학대 예방 및 보호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학대 피해 아동에 기쁨과 희망의 선물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이 팀장은 존셈봉사회 소속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는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고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한다. 구두를 수선해 하루 1만원씩 모아 365만원을 기부한 구둣방 부부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김주술 씨와 아내 최영심 씨는 힘든 시절을 겪고 나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나눔을 시작했다.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하며 얻는 것도 많다고 한다. 힘든 삶을 이겨낸 그들이 내미는 손길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긴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뭉치 8000만원을 포함하여 8003만8850원이 있었다. 그의 누적 성금은 10억4483만6520원에 이른다. 25년째 이웃을 돕는 그의 선행을 보며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많은 돈을 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봉사의 참뜻을 배운다. 작은 도움에도 자신을 드러내기 바쁜 것이 요즈음 형태인데 말이다. 이들 외에도 각종 단체의 선행은 줄을 잇는다. 자선 경기를 열거나 자선 바자회 수익으로 이웃을 돕는 단체와 성금을 모은 산업체, 지속적인 선행을 하는 연예인들과 그들의 팬클럽 회원들이 불경기에도 이웃을 돕는다. 남을 돕는 것은 어려울 때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이 헛되지 않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잘 이겨내기를 빈다. 어쩌면 남을 돕는다는 것은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하기 힘들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가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른다. 돈이 없어 끼니를 굶어보았거나, 기업체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거나, 연예인들은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아픔을 안다. 그러하기에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선다. 약한 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길고 혹독하다. 힘든 시간에 옆에서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기운에 힘을 내고 언젠가는 밝게 웃을 것이다. 새해엔 어려워도 누구나 희망 하나 품고, 웃음 가득한 한 해가 되면 좋겠다.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