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남편과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한 후 심한 ‘악플’이 달리자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껏 충분히 참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복적으로 달리는, 저희 둘 중 누구를 위한 말도 아닌 댓글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도 악의적 댓글이 또 이어졌다. 김연아는 “3년 동안 들어온 선 넘는 주접, 드립 댓글들 이제는 그만 보고 싶어요”라고 다시 글을 올렸다.
선수 시절에도 심각한 편파 판정에도 불평이나 부정적인 말을 안 하는 김연아다. 악의적 댓글은 그렇게 착하고 입이 무거운 사람마저 인내심을 잃게 만든다. 본인이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데 사람들은 왜 그리 난리를 칠까. 거기서 무엇을 얻으려는 건지. 두 사람이 조용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둘 수는 없을까.
우리는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하여 악의적 댓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악의적 댓글은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제주 항공 참사에 있어서도 악의적 댓글은 멈추지 않는다. 유가족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악의적인 명예훼손을 거듭한 30대에 법원은 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슬픔에 싸인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 댓글은 그만두어야 한다.
익명으로 악의적 댓글을 올린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분명히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댓글을 다는 데는 자유도 주어지지만 책임도 따른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허위 사실을 올리며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내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익명으로 악의적인 글을 올리고 잠자리에 들 때 하루를 돌아보면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다.
익명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적 언어가 난무하고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익명의 다수에 의한 집단 공격은 한 개인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내몬다. 집단 공격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확산하며 통제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것이 SNS를 넘어 언론에 드러날 때 피해 당사자는 심각한 고통을 당한다. 피해 당사자는 정신적 고통에 힘들어하지만,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는 사람들을 볼 때는 할 말을 잃는다.
온라인상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익명으로 글을 쓰면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할 수 있고 자기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익명으로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인 생각을 활발하게 밝히는 것도 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교내 폭력, 가정 폭력, 정신 건강 문제 등 민감한 문제도 익명이기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누구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관계없이 평등한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건강한 온라인 문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있는 것만을 말하고 남의 말을 좋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유명인이라고 하여 무분별하게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글을 올리는 건 그만두어야 한다. 내 삶을 살아가기도 바쁘지 않은가. 시간이 있으면 자신을 돌아보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 건 어떨까.
/김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