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신입생 모집 결과, 석·박사 과정의 정원 885명 중 단 221명만이 입학하여 75%의 무더기 정원 미달 사태를 빚었다. 작년과 재작년의 미달 사태와 다르게 이번 대규모 미달은 대한민국 이공계의 미래에 충격을 준다. 대한민국 이공계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교육기관과 연구소와 기업에 근무하는 이공계 석·박사급 연구자 1,9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20대는 72.4%, 30대는 61.1%, 40대는 44.3%가 3년 내 해외로 이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층일수록 이직률이 높고 중년층도 상당수가 이직을 계획하고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산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로 나간 이공계 인력은 총 34만 명이다. 이 중 석·박사급 인력만 9만 6,000명에 이른다.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인공지능 전문 인력도 많은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 2010년에 미국 체류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약 9,000명에서 2021년엔 1만 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2022~2023년 미국 유학생은 8% 증가했다. 낮아진 출산율에 국내 대학에 충원할 학생 수도 모자라는 판에 해외 유학 증가는 이공계 인력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온다. 유학을 떠난 이공계 인력은 국내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이공계 인력의 대탈출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공계 인력의 한국 탈출이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해외 이공계 전문가는 13년 차에 가장 많은 평균 36만 6,000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나, 국내 이공계 전문가는 19년 차에 평균 12만 7,000달러의 최고 연봉을 받는다. 1/3에 불과한 낮은 임금과 최고 연봉을 받기까지 6년이나 더 걸리는 기간도 문제였다. 한국은 연구 생태계, 근무 여건, 연봉과 승진에서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진다.
직업 안정성과 높은 수입, 명예마저 갖는 의사를 기르는 의대는 블랙홀이 되어 이공계 인력을 싹쓸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로 시간을 소비하며 정작 이공계 인력의 유출 문제에는 소홀하다. 이공계 인력의 대한민국 대탈출을 막는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은 우수 기술 인재 확보다. 이는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미국은 높은 임금과 우수한 근무 여건으로 기술자들을 빨아들인다. 대한민국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어떻게 하면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국내에 정착할지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낮아지는 출산율, 젊은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 의대 쏠림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기술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사람이 없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기술자가 살아야 기술도 인공지능도 미래도 꽃을 피울 수 있다.
/김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