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직 단기 취업(H-1B) 비자 제도 개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의 100배인 10만 달러(1억4000만 원)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지난달 21일부로 발효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취업 중인 해외 기술 전문가와 기업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조지아주 사태로 개선된 비자 정책을 기대했던 국내 기업과 기술자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과 직원들은 급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고, 이는 미국 내 자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고용 불확실성은 미국 내 투자와 고용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미국 내 기업과 해외 취업자의 축소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 정책으로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외국 전문 인력을 많이 고용한 업체에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해 기업마다 수천에서 1만 건 이상의 전문직 단기 취업(H-1B) 비자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체는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금도 인력 충당이 어려워 인도, 중국 등에서 수만 명의 인력을 공급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아마존은 전문직 단기 취업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자제하고 현재 해외에 있는 직원은 21일까지 반드시 미국으로 복귀하라”고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도 “H-1B 비자 소비자는 미국 내 머물라”며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내 전문직 단기 취업 비자를 활용하는 여타 기업체로 확산할 조짐이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정책을 추진한 정부조차 파장이 너무 커 부랴부랴 “해당 수수료는 오직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며 수습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수수료가 존재하기에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비자 폭탄을 틈타 중국은 발 빠르게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섰다. 미국 정부의 비자 조치와 연구비 삭감에 따라 하버드대 류쥔 교수와 왕르야오 교수 등 중국인 학자들이 잇달아 귀국하고 있다. 영국도 “세계 5대 명문대 출신 또는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인재를 대상”으로 전문직 비자 수수료 면제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러한 추세는 우수 인재가 필요한 국가로 확산할 것이다.
미국의 관세를 포함한 비자 정책은 다른 국가들은 산업체만 짓고 미국이 필요한 시설에 돈만 투자하고 일하는 곳에는 미국 사람만 쓰고 그 이익금은 미국이 갖겠다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망상의 발로다. 미국에는 전문 기술자가 없는데, 이러한 정책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미국이 바뀔 수 있을까.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임을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관세나 비자 정책은 트럼프 2기의 수명을 단축하는 법안들이다. 자유와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미국 법원에서 판결로 높은 관세와 비자 폭탄이 제거되기를 희망한다. 힘을 가졌다고 함부로 휘두르면 자신이 다친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그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공정한 룰에 따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김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