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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는 의무라면서 대책은 없다”…겨울 앞두고 또 끊긴 포항~울릉 항로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11-16 10:01 게재일 2025-11-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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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정비 이유로 포항-울릉 항로 끊어져
김귀홍 울릉크루즈 뉴시다오펄호선장·울릉주민 입장
김귀홍 울릉크루즈 뉴시다오펄 선장

포항~울릉도 항로가 겨울철을 앞두고 끊길 위기에 놓였다. 울릉~포항 노선을 운항하는 울릉크루즈의 뉴씨다오펄호(1만1515t)가 다음 달 9일부터 2주간 정기검사에 들어가면서 이 기간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뱃길이 완전히 멈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씨다오펄호 선장 김귀홍(전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감독관)은 해양전문지 기고를 통해 “선박 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라며 일정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바다는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연중무휴에 가까운 운항환경에서 정비가 하루만 늦어져도 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뉴씨다오펄호는 지난 1년간 평균 운항률 95% 이상을 유지하며 포항과 울릉도를 사실상 쉬지 않고 오갔다. 김 선장은 이처럼 높은 운항률이 엔진과 주요 장비에 과부하를 누적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기관 중 우현 엔진의 누적 운전시간이 좌현보다 12% 이상 많아 ‘단순 통계가 아닌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울릉크루즈는 이미 3개월 전 연차검사 일정을 확정하고 도크 투입, 부품 조달, 기술인력 배치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김 선장은 “엔진, 추진축계, 조타기 등 핵심 장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더 안전한 운항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정비 일정을 하루라도 미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도크 일정, 부품 공급, 기술인력 수급 등 복잡한 요소가 맞물린 만큼 “정비는 회사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승객 생명을 지키는 선장의 책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울릉도 주민들은 정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대안 없이 항로가 끊기는 현실에 깊은 불안과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들은 “이 뱃길 하나가 우리의 생활권이자 생명줄인데 닫히면 섬은 고립된다”고 토로했다. 또 이를 서울~부산 간 △비행기 △버스 △KTX가 동시에 모두 중단되는 상황에 비유하며 “육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 매년 울릉도에서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응급환자 이송, 생필품 공급, 직장인의 출장 등 일상의 대부분이 선박 운항에 의존하는 만큼 항로 중단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국가가 이동권·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울릉도에서는 여전히 예외가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기검사는 철저히 하되 겨울철 교통이 완전히 끊기지 않도록 △선사 손실 보전 △검사 일정 분산 △대체 교통체계 마련 등 국가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정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섬 주민들”이라며 “그러나 정비를 이유로 생활권 단절이 반복되는 현실은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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