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역의 아파트 및 주요 건설 현장이 예년과 달리 길게 이어진 가을장마로 인해 공정 차질을 빚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폭우로 이미 일정이 밀린 상황에서 10월 마저 잦은 강우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각 사업현장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가을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공사 진행의 ‘적기’로 꼽히는 시기지만, 올해는 맑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불규칙한 강우가 이어지며 ‘현장의 시계’를 멈춰 세우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공사는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여러 차례 공기 연장을 겪은 이 현장은 하천 정비와 구조물 시공 과정에서 토사 유실 위험이 커 강우 시 작업이 전면 중단된다. 최근 잦은 강우로 공사가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연이은 지연으로 인근 주민 불편도 가중되고, 추가 공사비 부담도 늘고 있다.
포항 도심 곳곳의 아파트 신축 현장도 비상이다.
특히 골조 공사 단계는 흙을 다루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하는 작업이 주류여서 비에 가장 취약하다. 강우 시 장비 투입이 어렵고, 양생(養生) 품질 저하로 구조물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11월 이후에는 동절기 영향으로 콘크리트 품질 확보가 어려워 10월을 ‘골든타임’으로 본다”며 “하지만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타설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포항 북구의 한 아파트 현장 소장 A씨도 “지난주에도 5일 연속 비가 내려 타설을 전면 중단했다”며 “이 시기를 하루라도 놓치면 전체 공정이 밀리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 모두 초조하다. 공기 압박은 심해지는데 날씨를 어찌할 수도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 인력 투입도 쉽지 않다”며 “기상 악화가 잦아지면 결국 입주 일정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세 건설하도급업체도 울상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장비 임대료, 인력 대기비용 등 간접비가 발생하지만 계약상 기상 화를 이유로 보상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포항의 한 철근콘크리트 전문업체 대표는 “발주처나 종합건설사는 공기 연장 협의라도 하지만, 하도급은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이달만 해도 비로 멈춘 날이 열흘이 넘는다. 이대로라면 도산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현상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가뭄이나 장마 등 예측할 수 없는 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공공공사 계약에 ‘기후 변수 반영형’ 공기 산정 제도를 도입하고, 불가피한 공사지연에 대해선 간접비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도 요구된다.
포항시는 최근 하도급 업체 등의 민원이 잇따르자 대응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포항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후 리스크가 생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자연재해에 따른 공정 지연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지역 건설경기에 미치는 타격이 커 앞으로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