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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착한 별빛 명상

등록일 2021-11-03 20:08 게재일 2021-11-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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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

어둠이 내리면 천지가 깜깜한 시절이 있었다.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도 휘황한 네온사인도 없었다. 사람의 집 영창에 비친 은은한 불빛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름밤 개울가에 나가면 개똥벌레가 지천으로 날아다녔다.

그런 날, 먼 산 너머에는 어김없이 별똥별이 긴 빗금을 그으며 떨어졌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흙이 되고 그 위에 금싸라기 은싸라기 별꽃이 피고 개똥벌레가 날아가 하늘의 별이 된다고 믿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신화는 깨졌지만 밤하늘에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개밥바라기 :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 금성으로 개 밥을 줄 때쯤 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늑대별 : 천랑성(天狼星)이라 불리운다. 狼은 늑대이며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별이다.

닻별 : 북두칠성 아래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일컫으며 모양이 닻을 닮았다고 하여 닻별이다.

무저울 : 혜성 꼬리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별.

미리내 : 남북으로 강물처럼 흐르는 별의 군집.

별똥별 : 유성.

붙박이별 : 북극성으로 지구의 자전축 위에 있어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살별 : 긴꼬리를 끌고 도는 혜성으로 꼬리별이라고도 한다.

샛별 : 금성으로, 새벽에 뜨면 샛별, 저녁에 뜨면 개밥바라기별이다.

싸라기별 : 싸라기처럼 잘게 흩어진 별. 잔별이라고도 한다.

어둠별 : 어둠이 짙어진 후 서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을 말한다.

여우별 : 날씨가 궂을 때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별.

짚신할아버지 : 독수리자리의 견우성이다. 모양이 짚신을 삼는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하늘의 해달별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는 에너지를 주고 달은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고 별은 길잡이가 된다. 인간에게 해는 희망을 주고 달은 휴식을 준다. 반짝이는 별은 꿈을 준다.

 

“어둠은 별을 낳고 별은 명상을 낳는다. 칠성별, 플레이아데스 그리고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밤마다 줄기차게 윙크를 보내는 무수한 별자리들, 별은 암흑 속에서 제 몸을 태워 존재를 증명하고, 빛은 수 억 광년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온다. 그리하여 티끌만한 내 존재에 관한 명상에 불을 댕긴다.

끝을 알 수 없는 시공간, 은하계 한 모퉁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가운데 지구에 사는 숱한 사람 중에 한 점, 나는 누구이며 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길을 찾는 존재론적 질문에 종교는 천당과 지옥으로 말하고 철학은 에둘러 말할 뿐,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는 신화만큼 희망을 주는 이야기는 없었다.”

(김이랑 수필 ‘별’ 부분)

 

별을 사색한 글이다. 작가는 별을 보며 ‘반짝인다’는 단세포적 인식에 그치지 않는다. 별을 바라보며 망망한 우주에서 티끌만한 자신의 존재를 사색하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라는 명상에 닿는다. 이처럼 별은 인간에게 숱한 영감을 준다. 그래서 인간은 밤하늘 별자리에 숱한 이야기를 걸어놓았다. 칠성신화, 견우와 직녀, 별자리마다 전설이 있다. 이러한 신화적 상상은 감수성 예민한 사람을 통해 문학이 되었다.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도종환 ‘어떤 마을’ 전문)

 

별은 밤하늘에만 뜨지 않는다. 어둠이 내리고 사람의 마을 집집마다 불을 켜면 그 또한 별 하나 뜨는 일이다. 멀리서 보면 그 별은 군집을 이루어 하나의 별자리가 된다. 시인은 사람들은 착하고 별들은 따스하다고 표현한다.

별을 세다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참 많았다. 별 하나에 단짝 친구가, 별 둘에 좋아하는 사람이, 별 셋에 언젠가 별빛처럼 나를 향해 달려올 사람이, 별 넷에 작년 이맘때 하늘로 가신 어머니가, 별 다섯에 이런 사람이, 별 여섯에 저런 사람이….

해와 달은 하나이기 때문에 모두가 공유한다. 하지만 별은 무수하므로 너와 내가 다툼 없이 나누어 가진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그래서 사람들은 너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겠다고 ‘뻥’을 쳤다. 그 ‘뻥’은 지금도 마음이 착하고 따스한 사람에게는 반짝이는 진실이다. /수필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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