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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조국의 시간’과 결별해야

등록일 2021-06-16 19:53 게재일 2021-0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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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해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검찰이 조국 장관의 자택을 압색하는 희대의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결국 검찰 개혁을 선도했던 조국 장관은 자녀입시와 주변 비리 의혹으로 사퇴하였다. 후임 추미애 법무장관의 기용과 윤 총장의 불편한 동거는 또 다시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윤석열 총장도 임기 몇 개월을 앞두고 ‘정의와 상식’이 사라진 정권을 비판하면서 사퇴하고 말았다. 박범계 법무장관 취임 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과 개혁을 서두르는 정권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 조국 교수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가족의 피에 펜으로 써 내려간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조국의 공직시절, 자신과 관련된 억울했던 사연을 소상히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야당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전 법무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변명만 한다고 비판적이다. 특히 자신과 가족의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저서 출간은 매우 적절치 않는 처사라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조국의 책은 ‘악성 자아도취’형 고백서이며,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조국의 입장만 확대 재생산한다고 비판한다.

집권 여당의 입장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주 ‘조국 문제’에 관하여 고민 끝에 사과했다. 이 나라의 권력 있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스펙 쌓기는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상처로 남음을 사과했다. 일부 여권 대선 주자 중에는 친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다. 송 대표는 회견에서 조국 가족의 수사와 똑같은 잣대로 윤석열 가족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여권의 비문 측에서는 조국문제를 재론치 않고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 당이 전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조국의 저서가 집권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치 않고 오히려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시점에서 그의 저서 출간은 당내의 친문과 비문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친문 강경세력은 조국에 대한 비판은 반개혁적이라는 프레임에 젖어 있다. 그에 비해 비문 측은 조국과 결별해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작심한 조국 비판은 경고장 수령 후 사라져 버렸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살려면 조국과는 결별해야 한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조국은 민주당이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고 요구하지만 당이 그와 연계할수록 대선구도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조국은 문재인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면서도 이제는 정권의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조국의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욕구는 그 가족관련 비리로 여지없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친문 핵심 양정철 원장까지 ‘조국을 털어내고, 문 대통령을 넘어야 재집권 할 수 있다’고 까지 했겠는가. 아무래도 조국은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 출간보다 ‘인내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을 것이다. 혼탁한 정치판에 뛰어든 학자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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