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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합·소통의 리더십이 ‘시대정신’

새해 임인년(壬寅年)의 일정이 시작됐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3월 9일)와 지방선거(6월 1일)가 함께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선거 결과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우리 국민은 지금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신년벽두는 다들 희망과 설렘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전염병이 3년째 변이를 거듭하며 대유행하고 있는데다, 우리사회 전체가 마치 전쟁하듯이 진영으로 분열돼 서로 손가락질하며 증오하는 슬픈 현실 때문이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과 그 가족들의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미래한국의 진로를 결정하는 대선판에 냉소(冷笑)만 가득하다.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이 난무하며 정책·비전대결은 실종된 지 오래다.보수의 산실인 대구경북(TK)에서도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지난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후보에 대한 TK지지율이 44.9%에 그쳤다. 역대 보수 정당 대선후보에게 8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TK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대선에 이어 곧바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대선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상당수 인사들은 여야 대선 선대위에서 활동하며 공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선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키면서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국가경쟁력보다 도시경쟁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역민의 입장에서보면 대선보다 지방선거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다.새해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안을 해결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목과 증오, 분열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앞으로 4~5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대통령과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은 국민의 통합과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심충택 논설위원

2022-01-02

네거티브 선거,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선대위가 연일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비난 폭로하고 있다. 여당 대선 후보 캠프는 윤석열 후보의 자질문제를 비난하고 있다. 현 정부 검찰 총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야당 대선후보로 등판한 그를 처음에는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그의 잦은 말실수 뿐 아니라 그의 자질을 비난하고 있다. ‘본부장’ 즉 본인, 부인, 장모의 비리의혹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장모의 부동산 투기 의혹, 은행 대출 잔고 조작, 처의 주가 조작, 경력과 학력의 허위 기재논란까지 맹렬히 파고들고 있다. 심지어 결혼 전의 사생활까지 네거티브에 이용하려고 한다.야당 역시 이에 못지않게 이재명 후보의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초반부터 검찰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윗선’ 의혹으로 그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제기되었던 음주 운전, 검사 사칭 등 전과 4범으로 몰아세워 흠집을 내고 있다.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살인범 변론 등을 들어 후보 자질 결함으로 폄하하고 있다. 기본 소득 등 대선 정책 공약관련 말 바꾸기를 문제 삼아 비난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아들의 도박 건에 대한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은 그치지 않고 있다.여야 선거 캠프는 상대를 경쟁적으로 비난할 뿐 아니라 저주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오직 대선의 승리만을 위해 상대의 결점을 폭로하고 있다. 이러한 상대에 대한 거부, 비난, 흑색선전, 마타도어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선거술이다. 지난 대선 때도 상대에 대한 비난, 흠집 내기 등이 있었지만 이번 대선만큼 네거티브에 혈안이 된 적은 없다. 서구의 시사용어 사전에도 ‘내로남불’(Neronambul)이 등장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정치의 꽃이 피기도 전 나무는 벌써 시들고 있다. 자라는 청소년들이 이 선거과정에서 무엇을 배울까 심히 두렵다.이 땅의 대선에서 네거티브 선거가 판을 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조선시대의 사색 당쟁에서 뿌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 유교적 명분론을 빙자하여 상대 당파를 모함, 저주, 배척, 제거하기 위한 정치 술수가 참담한 사화(史禍)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의 친일과 항일, 해방 후 정치적 혼란기의 음모 정치가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 자유당 정권 시절 ‘못살겠다. 갈아보자’에 ‘갈아 봐도 별 수 없다’는 대결구도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도 촛불과 태극기의 극한 대립구도가 네거티브 선거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이러한 네거티브는 이 나라 민생이나 정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야는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네거티브 전술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한쪽이 훅을 날리면 상대는 어퍼컷으로 대응한다. 편 가르기 시민사회도 언론과 유튜브도 진영 간의 분열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결국 진영 간의 네거티브는 정책 선거의 판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상호 간 상처만 남기고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만 조장한다. 여야는 후보 검증이라는 이름의 네거티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양심적인 언론과 시민단체는 진영 간의 대타협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2021-12-29

김정은 정권 10년을 평가한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12월 17일 평양에서는 김정일 사망 10주년 추도대회가 태양궁전에서 개최되었다. 동시에 김정은의 10년의 행적을 찬양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은 현지 시찰 열차에서 심근 경색으로 사망하였다. 김정은은 장례 시부터 북한 정권의 최고 통치자로 행세하였다. 권력의지가 강한 김정은이 형 김정철을 제치고 미리 후계자로 결정된 결과이다. 1984년생 당시 27세였던 김정은은 애도기간 내내 눈물을 흘렀다. 그 후 그는 당 제1비서로 추대되고 오늘의 총비서, 국무위원장이라는 북한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김정은은 집권 초반부터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그를 둘러싼 당·군 간부를 수시 교체하여 충성도 경쟁을 유도하였다. 공산주의 국가 권력 이양과정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백두혈통론’을 내세워 3대 세습을 이어갔다. 그는 2013년 고모부 장성택마저 공개 처형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이복형 김정남도 처치하였다. 그는 집권 초반부터 2016년까지 현영철, 리용하, 장수길 등 약 100명의 권력 측근을 숙청해 버렸다. 현재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조직비서 조용원, 동생 김여정, 현송월 부부장이 그의 핵심 측근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인민제일주의를 내세워 인민 경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 인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언도 하였다. 그는 19개의 경제 개발 특구를 설정하고, 시장 경제의 허용을 통해 북한 경제의 획기적인 발전을 획책하였다. 그러나 4차례의 핵실험과 60여회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라는 역풍을 초래하였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의 북·중 국경 봉쇄는 올해 총 교역액을 3억 달러로 추락케 하였다. 김정일 집권 시 3.86%의 경제 성장은 0.84%로 주저앉아 버렸다.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따른 북미 협상을 통한 체제 보장이라는 외교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가 추구한 2018년 판문점회담, 9·19 평양 합의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되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북미관계 뿐아니라 남북관계마저 경색시켜 버렸다. 핵개발을 북미 회담의 지렛대로 삼아 북미관계 개선과 체제 안전의 보장이라는 그의 목표는 좌절되어 버린 것이다.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의 폭파는 남북관계마저 단절시켰으며 북미간의 외교적 돌파구도 보이지 않고 있다.김정은 정권 10년, 북한 경제 회복과 체제의 안전이라는 그의 목표는 현재로서는 멀어진 꿈이 되어 버렸다. 유엔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 팬데믹은 북한의 경제 문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인민제일주의를 내세운 김정은 정권은 식량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국가 제일주의를 앞세워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은 600여 개로 늘어나고 주민들의 휴대 전화는 벌써 800만대를 넘어 버렸다. 엄격히 통제된 북한 사회도 정보화시대에 ‘진공속의 안정’으로 남을 수는 없다. 평양의 봄은 언제쯤 오려는가.

2021-12-22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 변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벌써 대선 90일 전, 여야 대선 후보의 여론 조사 결과는 공교롭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 KBS와 한국 갤럽의 두 후보의 지지도는 공교롭게 36% 동률로 조사되었다. 윤석열 후보가 줄곧 앞서던 여론은 이재명 후보에 추격당하는 추세이다. 여야는 선대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득표전을 시작했다. 3개월 후인 내년 3월 9일 저녁이면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될 것은 확실하다. 선거 전문 분석가들은 이번 대선은 5% 내외로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승패를 좌우할 변수부터 점검해보자.이번 대선은 초반부터 후보의 비리 의혹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부동산 투기’의혹, 윤석열 후보는 총장 재임 시의 ‘사법 사주’의혹이 문제가 되었다. 선거 초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의 리스크가 훨씬 큰 듯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본인 뿐 아니라 장모와 부인의 의혹까지 더해져 리스크의 총량은 비슷해 보인다. 검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나 재판에서 후보의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다면 선거 판세는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사법적 판단은 확정되기 어렵고 후보의 비리 의혹은 대선 종반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이번 대선의 박빙 구도에서 중도층 확보 경쟁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다. 이번 선거 역시 여야 핵심지지층의 표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반응이 60∼70%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표심을 확정하지 않은 25∼30%의 중도 부동층 확보는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이다. 확고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표심을 말한다. 이번 선거는 지역 변수 보다 20∼30대 청년 세대 변수가 선거에 더욱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선거의 종반전으로 갈수록 정책을 논하는 TV토론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대체로 시대정신을 간파한 후보의 적실성 있는 정책비전이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야당의 ‘정권 교체론’이 여당의 ‘정권 유지나 재창출론’보다 우세하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통한 경제 발전론’, 윤석열 후보는 반문재인 정부를 앞세운 ‘정상국가 건설론’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여러 차례의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내공이 표출되고 그것이 유권자의 선택기준이 될 것이다. 여야 모두 선대위의 구성을 마쳤지만 아직도 결속력 있는 선대위는 작동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오히려 선거의 판세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대선 후보의 알지 못한 비리 폭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현 정권의 측근 비리 노출, 군소 정당의 선거연합의 성공, 코로나 사태의 악화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돌발 변수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돌발 변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청년층 표심 잡기와 인재 영입 노력이 선거 판세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3개월의 선거의 과정을 예의 주시해 보자.

2021-12-08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은 실현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1921년 상해에서 모택동이 창립한 중국 공산당이 올해로서 창당 100년을 맞이하였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11월 11일 19기 6전 회의에서 ‘역사 결의’를 통과시켰다. 내년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 통치자의 ‘10년 연임’ 원칙을 깨고 3연임의 길을 열기 위함이다. 7천400자의 ‘역사 결의’는 약 28%를 시진핑의 업적과 성과찬양에 할애하고 있다. 시 주석의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신시대를 담은 이 문건은 1945년 모택동의 사회주의 혁명, 1981년의 덩사오핑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이은 세 번째 문건이다. 그는 과연 중국식 굴기(5D1B起)로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할 것인가.시진핑은 당 혁명원로이며 광둥성 서기였던 시중쉰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중쉰은 문화 혁명 시 반동분자로 몰려 오지로 추방되었다. 시진핑은 비참한 토굴에서 공부하여 칭화대학 화공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베이징 대학이 중국 인문사회계의 최고 대학이라면 칭화대학은 자연 공과 계열의 최고 대학이다. 그는 덩사오핑 시절 부친의 복권과 복직으로 공산당에서 출세의 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의 인내력과 뚝심은 과묵한 그의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모택동과 덩사오핑의 반열에 오르려 하고 있다.그러나 그의 앞에는 중국적 대내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식 개혁·개방 과정의 빈부의 격차, 집권 관료들의 부패는 그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부패 청산이 시진핑의 국정 철학이지만 중국 고위 관료층의 부패는 만연한 실정이며 최고위층 자녀가 국가 기업의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와 티벳의 인권 탄압은 이번 중미 정상 회담에서도 최대 걸림돌이 되었다. 홍콩의 반중 민주화 운동은 시진핑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중국식 시장경제와 경제 발전이 중국 공산당의 중앙 통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중국제조(中國製造)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세계 최강의 건설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였다. 미국, 영국, 호주 중심의 오커스(AUKUS)와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쿼드(QUAD)는 사실상 중국을 봉쇄하고 있다. 세계 최강 제국이 되려는 중국몽은 거대 미국에 원천봉쇄 당하는 형국이다. 이번 미·중 정상 간의 3시간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도 미국 바이든의 강력한 제어력 때문이다. 미국은 시진핑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대만의 독자성을 지지하려 한다. 미국의 군사력과 중국 포위 전략은 중국이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이다.시진핑의 중국은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통해 G2 국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거대 제국 미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은 덩사오핑 이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교묘한 결합을 시험중 일뿐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발전에 따라 성장하는 다원주의적, 자유주의적 가치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위상강화와 3연임은 결국 권력 독점과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정치학의 진리이다. 시진핑은 중국적 현실적 모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1-11-24

‘오징어 게임’식 한국 선거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영화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즐겼던 6개의 추억의 게임을 통해 456억 원의 상금의 주인을 가리는 극한 경쟁을 그린 작품이다. 대형 상금이 걸려 있는 오징어 게임은 처절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려는 인간 욕망을 잘 표출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만이 통하는 경쟁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한 몸부림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미국의 NYT는 ‘오징어 게임’ 자체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로 평가했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적자생존의 욕망을 담아낸 이 영화가 우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한국 사회의 각종 선거 역시 일종의 오징어 게임이다. 지방의원,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각종 선거도 결국은 승자를 가리기 위한 치열한 게임이다. 이 처절한 게임의 최종 승자는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데 매력이 있다. 선거 초반에는 단연 일등을 유지하다 갑자기 추락하는 후보가 있고 후발주자가 앞서가 성공한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 정치도 ‘오징어 게임’과 같이 무수한 실패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 비정한 게임에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도박에 목숨을 걸 듯이 뛰어 들고 있다.한국의 정치판에도 ‘오징어 게임’처럼 비정한 규칙은 존립한다. 지지층을 중심으로 진영으로 갈라 줄다리기 놀이까지 등장한다. 선거법이라는 그럴듯한 규칙이 존재하지만 승리하기 위해서는 변칙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법망만 피한 상대에 대한 비난과 흠집,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인 네거티브가 자행되는 것이다. 승리를 위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 최종 승자가 456억을 독점하는 ‘오징어 게임’처럼 대선의 승자는 온갖 특권을 누린다. 사실 선거라는 제도는 대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민주주의 편의적 방식이다. 선거의 결과는 다수결의 결과일 뿐 결코 분배 정의의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역대 대선에서 노무현이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처럼 2∼3%의 차이로 운명이 달라진 경우도 많다. 이번 대선도 5%내외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번 선거도 결국 승자가 독식하는 네거티브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선거의 승자는 정의가 되고 패자는 ‘오징어 게임’의 탈락자처럼 비참하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는 선거를 폐하고 과거처럼 권력의 세습이나 체육관 선거로 돌아갈 수 없다.이번 대선에도 초장부터 일확천금을 노리는 ‘오징어 게임’처럼 참가들이 엄청 많았다. 누가 정치를 단기 투자로 가장 장기적 재미를 보는 비즈니스라고 했다. 그러므로 4∼5년마다 재개되는 게임은 흥행될 수밖에 없다. 이 정치판에도 오징어 게임이 불가피하다면 게임의 규칙부터 바로 잡고 참가자들이 철저히 지켜야 한다. 신자유적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치열한 경쟁은 능률을 수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나라 선거가 적자생존의 오징어 게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내가 살고 너는 죽는 처절한 경쟁만이 능사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생의 정치는 언제쯤 가능할까.

2021-11-10

노태우 전 대통령의 양면적 평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노태우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5일간의 국가 장을 치르고 파주의 어느 사찰에 안치되었다. 광주 5·18 단체와 민주화 운동 기념단체는 그의 국가 장을 적극 반대하였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재임 시의 여러 공적을 내세워 국가 장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의 국가 장 찬반 논의는 그의 대통령 재직 시의 공과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다.인물에 대한 평가는 관 뚜껑을 덮고 난후에 판단해야 한다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리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대선후보의 전두환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정치권을 매우 소란스럽게 하였다. 윤 후보의 단순 발언의 실수인지 강보수층을 향한 선거 전략인지는 알 수가 없다. 노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12·12 쿠데타의 공동 주역인 그의 평가와 직결된다.이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보다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그의 업적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의 궤적에는 누구나 빛과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노 전 대통령 재직 시의 공적부터 살펴보자. 우선 그는 군 출신 대통령이면서도 통일과 안보와 직결된 북방외교를 과감히 추진하였다. 그는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7·7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듬해 1989년 공산국가 헝가리와 수교하고, 소련·중국과도 과감히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이를 토대로 1991년 9월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을 성사시켰다. 그의 재임 시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선포하여 대한민국 통일 정책의 기본이 되었다. 급기야 1991년 12월에는 남북의 ‘남북기본합의서’까지 채택되었다. 당시 반공 보수 강경 분위기에서 북방외교의 초석을 다진 것은 그의 외교적 큰 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아직도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그의 국가 장례와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는 전두환과 함께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한 혐의로 내란죄로 22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정권 탈취 과정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은 아직도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재임 중 2천600여억 원의 사실상 뇌물인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큰 오점으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 직선제 대통령이 되었지만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탄압으로 아직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불행히도 우리는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대통령을 한 명도 갖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죄와 뇌물, 북방외교 성과라는 두 개의 얼굴이 공존한다. 사람의 평가는 공칠과삼(功七過三)만 되면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공(功)은 과(過)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의 빛은 그림자를 덮지 못하고 있다. 그의 아들이 몇 해 전 광주를 찾아 부친의 죄과에 용서를 청한 적이 있다. 가족이 밝힌 유서에서도 ‘자신의 과오’에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은 있다. 그러나 그는 생시에 광주 5·18에 관한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오랜 병고 끝에 세상을 떠난 ‘보통사람’ 노태우의 명복을 빌 뿐이다.

2021-11-03

무엇이 선거판을 이렇게 만들었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내년 3월 9일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았다. 여당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결정했지만 아직도 경선의 후유증은 가시지 못했다. 야당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의 2강 구도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여야 후보 간 헐뜯고 비난하는 혼탁한 선거판이 재연되고 있다. 우리의 후진적이고 고질적인 선거 풍토가 개선되지 못한 결과이다. 11월 5일 야당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간 폭로와 비난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비난과 저주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끄럽다.이 나라 선거판이 이토록 혼탁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가 기본적으로 진영 논리로 극한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겉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진영의 논리를 무조건 옹호하고 있다. 상대의 잘못은 추호도 용서하지 않는 비정상적 선거 풍토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이번 대선에서도 ‘내로남불’의 논리가 작동되고 선거판은 더욱 혼탁 과열되고 있다. 우리의 정당정치가 전근대적인 붕당정치에 길들여져 머문 결과이다. 이러한 정치 구도 하에서 여야는 네거티브나 마타도어를 승리의 수단으로 삼는다. 네거티브는 게임이론상 상대를 인정치 않고 나만 살자는 이론이다. 이 나라의 선거가 너와 나의 공생이 아닌 승자 독식 독점 구도이다. 전쟁처럼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판에도 뇌물용 돈 다발, 개에게 주는 사과, 양두구육의 인형, 손바닥의 주술 문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네거티브와 해괴망측한 마타도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정책 검증은 사라져 버리고 상대를 무조건 흠집 내고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이 이어져 더욱 한심스럽다.이러한 선거 풍토에는 편향되고 갈라진 언론마저 한몫하고 있다. 진영언론의 가짜 뉴스, 오보 등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선거판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선거판의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를 바로 잡아야 할 언론마저 진영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편 가르기 식 편향된 보도는 선거판을 더욱 혼탁케 하는 주범이다. 언론자유를 앞세운 유튜브나 개인 미디어까지 동원되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이를 심판할 정치 평론가들도 진영의 이익을 옹호할 뿐 공론의 장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 사회의 여론은 더욱 양분되고, NGO의 공정 비판과 견제 기능마저 마비되고 있다.결론적으로 우리 혼탁한 선거판은 진영의 대결, 악의적 선거 전술, 불공정한 언론의 3중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비극적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조선조의 사색당쟁의 후진적 붕당 정치를 반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정치는 겨우 반독재 민주화 단계를 넘었으나 성숙한 사회 민주화 단계는 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사이비 진영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여 다당제가 공존하는 내각제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우리의 시민 사회의 민도는 아직도 가짜 뉴스나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취약한 수준이다. 우선 우리의 편향된 언론은 대오각성 하여 언론의 정론직필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

2021-10-27

독일 정치를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통일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30년 전 통일을 이룩하여 유럽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 있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은 경제력뿐 아니라 독일의 다원주의 정치 전통과 시민들의 통합 열망이 합쳐진 결과이다. 우리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성장이 북한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일에 관한 국민적인 열망은 통합되지 않고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도 통일에 앞서 독일의 선진 정치를 배워야 할 시점이다.먼저 독일의 협치(協治) 전통을 배워야 한다. 다당제인 독일은 오늘날 연정을 통해 협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야당과 연정을 구성하여 정치적 안정과 번영을 이끌었다. 이번 하원선거에서도 사회당이 26%의 지지로 불안한 1당이 되었지만 기민당(24%) 등과 연립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말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협력과 양보를 굴종과 패배로 보는 우리의 나쁜 정치 관습이 초래한 비극이다. 우리 정치는 결국 승자 독식의 정치가 되고 있다. 우리도 독일식 관용과 타협의 정치를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다.독일연립정부의 바탕에는 정치적 다원주의 전통이 뿌리 내리고 있다. 서독 본의 독일 의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의사당 입구 벽면에는 7색의 무지개가 선명히 그려져 있다. 독일의 다양한 정치이념을 상징한다고 했다. 독일은 극좌의 공산당에서부터 극우 히틀러정당에 이르기까지 그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수 기민당(CD)과 진보 사민당(SPD) 사이에는 녹색당과 자유당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양당제가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우리 정치를 성숙시키려면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대결정치부터 탈피해야 한다.독일 정치에서 우리는 외교와 통일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배워야 한다. 전범국가 독일은 히틀러 시대의 잘못을 여야가 철저히 반성하고, 유럽 통합의 초당적인 외교를 꾸준히 추진하였다. 분단 시절 기민당 아데나워의 경제적 기적을 사민당 브란트가 동방정책의 토대로 활용하였다. 결국 기민당의 콜은 독일 통일을 이룩하였고, 동독 출신 기민당 마르켈은 통독 후 독일 통합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러함에도 이번 하원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집권하게 되었다. 아직도 틈만 나면 종북과 색깔 논쟁을 일삼는 우리 후진 정치가 배워야할 사항이다.20여 년 전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으로 정치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여러 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들의 정치교육원(Politishe Buildung)은 우리로 치면 정치연수원 격이지만 독일식 토론 문화를 성숙시키는 도장임을 알게 되었다. 칸트와 헤겔을 가진 독일인들의 토론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할 민주 정치의 토대이다. 우리의 태극기 부대와 촛불 혁명은 아직도 정치적 갈등의 수단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마저 갈등과 저주의 공간으로 전락한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독일식 토론과 타협의 정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21-10-06

20대 대선의 달라진 풍경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내년 대선 6개월 전의 풍경은 과거 대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이 대거 난립하여 출마한 점이다. 여당은 후보 8명이 출마를 선언했다가 5명으로 압축되어 있다. 2명은 컷오프, 1명은 자진 사퇴한 결과이다. 야당 역시 12명의 후보 중 3명이 컷오프, 1명이 사퇴하여 8명이 남아 있다. 여기에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외 3명이 당내 경선중이며 무소속의 김동연이 정치 교체를 외치며 출마를 선언하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단골 후보 허경영을 포함하면 30명이상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이번 대선전의 다른 특징은 관료들의 대선 출마이다.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감사원장 최재형, 전 부총리 김동연이 출마를 선언하였다. 특히 정치 경력이 전무한 윤석열 전 총장이 유력 야당후보로 부상한 점은 과거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치 경륜과 서열을 중시하는 이 나라 정치 풍토에서는 파격적인 변모이다. 과거 이회창 총리, 고건 총리와 반기문 총장 역시 대권 도전에는 실패 했다. 윤 전 총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간의 당내 예비 경선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과거에도 당내 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난무한 적은 없었다. 여권의 선두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 간의 대립은 연일 인신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 역시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 간에는 상대를 향한 흠집 내기 네거티브가 전개되고 있다. 이들 간의 치열한 갈등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측면도 있지만 대선 판의 혼란을 초래하고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모두가 후보의 검증과정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 도가 지나치고 있다.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색은 여론조사의 등락의 폭이 너무 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낙연 후보는 총리시절부터 타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는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연 초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 후 그의 인기는 급락하여 현재 이재명 후보에 20%정도 밀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총장 재직 시부터 50%대의 지지율을 보이다 홍준표 후보에게 추월당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여론의 등락은 이번 대선의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거 6개월 전의 판세가 이번 선거에는 작동하기 어려운 정황이다.이번 대선전의 경선과정의 과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대선 전야의 이러한 경향과 추세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 하나는 정치신인의 대선 출마로 과거와 달리 대선후보의 두터운 정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당내에서부터 치열한 후보 검증과 공방이 당내 민주주의의 소생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다. 이제 우리는 해방 후 20번째의 대통령을 뽑게 된 시점이다. 이번 선거가 지역 연고주의 정치, 좌우 정치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소한 우리의 정치가 허구적 이념이 아닌 실용의 정치로 변할 때 이 나라 정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이다.

2021-09-22

이재명 대세론은 굳어질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이상을 확보해 가고 있다. 대선의 향방을 가늠한다는 충청 세종 경선에 이어 대구경북, 강원 경선에서도 그의 대세는 유지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46만명의 1차 선거인단 선거에서도 이재명의 지지율은 과반을 넘었다. 현재 경선의 누적 집계도 이재명 51.41%, 이낙연 31.08%, 추미애 11.35로 나타났다. 다급한 이낙연 후보가 국회의원직 전격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전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이재명의 대세론은 이낙연의 결선 투표론을 누를 가능성이 높다.우선 이재명의 선거 슬로건이나 공약이 선명성에서 이낙연 후보를 앞서고 있다. 어느 대선에서나 후보의 슬로건은 당시의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이재명의 공정사회 건설을 위한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낙연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보다 메시지의 호소력이 강해 보인다. 이재명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분명하지만 이낙연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다. 대중의 설득력은 이재명이 강하고 이낙연이 약하다. 갑자기 등장한 검찰의 ‘고발 사주’의혹은 윤석열의 ‘공정’프레임을 뒤흔들었으며 그 덕은 홍준표와 이재명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후보의 인물 평가는 그의 공약이 아니라 그 실천력이 담보에 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론과 이낙연의 신복지론은 사실상 차이가 없고 대동소이하다. 그렇지만 그간의 정책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이재명의 간단명료한 답변과 임기응변력은 그의 과단성을 잘 보여주었다. 이낙연은 부드럽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했을 뿐이다. 이러한 코로나 위기 상황이 지속될수록 유권자들은 결단력과 실천력이 담보된 사람을 선호한다. 이재명은 코로나 초기부터 신천지 본부를 찾아가고, 유흥업소까지 직접 찾아가 단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후보의 도덕성 보다는 그의 결단력이나 실천의지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선거의 대립 구도 면에서도 이재명이 이낙연 후보 보다 유리하다. 경선 초반부터 당내의 세력판도는 친문이 비문을 압도했다. 이낙연은 친문 적자를 내세우고, 이재명 후보는 이제 비주류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야권이 정권 교체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여권의 비문 비주류가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지역구도 면에서도 경북 출신 경기 지사 이재명이 유리하다. 이낙연은 결국 광주 전남의 절대적 지지로 열세인 국면을 전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호남인들은 선거 때마다 본선 경쟁력 우선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10월 10일 민주당 최종 경선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25일의 광주 전남선거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선거에서도 우세하거나 대등할 경우 이재명의 대세론은 완전히 굳어질 것이다. 부산 경남에 이어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선거에서는 이재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의 경쟁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이나 경륜, 도덕성보다는 본선 경쟁력과 실천 능력을 더욱 중시할 것이다.

2021-09-15

우리 산의 생태가 살아나고 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산림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를 산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대구 앞산은 필자의 아파트 코앞에 있다. 50년대 중반 어린 시절 필자의 고향 산은 모두 황폐한 민둥산이 많았다. 우리는 어른들을 대신해 민둥산에 나무 심기 부역을 다녔다. 나무라고는 없는 황토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어딜 가나 산림이 울창하다. 십여 년 전 북한 개성공단 야산에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필자가 본 북한의 산은 대부분 내 어릴 때 보았던 민둥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땔감으로 벌목한 결과이다. 비만 오면 북한의 비 피해가 큰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고향 산의 산림이 너무 우거져 산소 잃은 사람도 상당수다. 대구 앞산에서도 이제 산 짐승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초 어느 따뜻한 봄날 앞산 순환도로에서 멀지 않는 산비탈길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아카시아 고목 위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정겹게 앉아 있었다. 황갈색 줄무늬의 새끼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미를 기다리는지 새끼 고양이는 가까이 가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집 뒷마당에서 밤늦게 울던 도둑 고양이들이 떠올랐다.앞산에는 용두, 고산, 강단, 안지랑, 큰골 등 계곡이 많다. 골골마다 길의 경사가 다르고 풍광 역시 다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단골은 도로만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고라니를 수차례 만났다. 노루나 고라니는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왜 도망치는지를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궁둥이의 흰털이 아름다운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그날 저녁 산을 내려오는데 고라니의 외마디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를 찾는 것인지 배고픔인지 알 길이 없었다.지난달에는 큰 골로 산행을 갔다 멧돼지 무리를 만났다. 덩치가 큰 어미는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필자를 먼저 보았는지 가파른 길로 새끼를 데리고 도망쳤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키웠던 까만 토종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 입구에는 멧돼지를 만나면 조용히 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전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출몰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오늘 본 멧돼지도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내려오다 도망친 것일까.고향집 돼지우리에 키우다 늑대에게 잃어버린 귀여운 돼지가 생각났다.대한민국 산은 이처럼 산림의 생태가 복원 되었다. 우리 산이 살아 있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나라는 넓고 황량한 러시아나 미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어딜 가나 차로 10여분이면 아름다운 강산을 접할 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의 산하는 잘만 가꾸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국토의 삼면이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고 동해와 서해길이 연결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관광국이 될 수도 있다. 산림당국이 일찍부터 우리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로 조림까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21-09-08

탈레반과 빨치산, 같은 점과 다른 점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미군이 철수한 뒤 4개월 후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하였다. 카불 공항에는 아프칸의 정부군이나 미군, 여러 외국기관에 협력했던 아프칸인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정권의 무자비한 학살 장면을 떠올리며 필사적인 탈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미군 비행기 바퀴라도 잡고 탈출하려던 난민 행렬 앞에 눈앞이 멍멍해졌다. 이러한 환란 중 IS의 자살폭탄에 의해 미군을 포함한 9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백명이 부상당했다. 아프칸 탈레반의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듯하다.탈레반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결성된 이슬람 수니파 무장 반군 조직이다. 아프칸에는 같은 이슬람이지만 성격이 다른 여러 반군 조직이 혼재한다. 이번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2001년 실권한 후 20여 년간 미군과 정부군에 대항해온 반군조직이다. 이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지만 겉으로 온건 노선을 표방한다. 이에 비해 알카에다 반군은 지도자 빈 라덴 사망 후 세력이 약화되었지만 국제 연대를 주장하는 조직이다. 이번 폭탄 테러를 자행한 IS는 자폭, 참수 등 가장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는 조직이다. 이처럼 모두 같은 이슬람 반군이지만 전략전술의 차이가 커 하나로 통일하기는 어렵다.아프칸의 탈레반 정권은 6·25 전후이 땅의 빨치산을 회상케 한다. 빨치산은 친공 성향의 소수 게릴라 무장조직이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도 8·15 해방공간과 6·25 전쟁 시 소수의 젊은이들이 빨치산 활동에 가담하였다. 남쪽의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험악한 산악은 이들의 활동 거점이 되었다. 6·25 전후 빨치산은 정부군과 경찰에 대항하여 산악 전투를 전개하였다, 일제의 식민지배 시기에도 이 땅에는 항일 독립운동 무장 조직이 많았다. 국내의 무장단체 광복회는 친일 세력을 처단하였고, 만주의 의열단과 상해의 한인애국단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항일 무장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좌우익을 가릴 것 없이 일제에서 해방하려는 민족주의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일제는 이들을 반군으로 간주하였다. 6·25 전후 한반도의 빨치산은 공산주의적 무장 조직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이태의 ‘남부군’은 당시 빨치산의 실상을 그리고 있으며 차범석의 ‘산불’은 빨치산의 비극을 극화한 우수한 작품이다.우리 주변에는 아프칸 탈레반의 참극을 보면서 우리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나라가 극도로 혼란하며 아프칸의 비극이 우리에게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베트남의 빨치산 격인 베트콩은 월맹군과 합세하여 베트남을 공산화 시켰다. 다행히 우리는 6·25 전후의 빨치산은 소탕했다. 탈레반, 빨치산, 베트콩의 공통점은 외세의 지배, 정치적 혼란과 부정부패의 공간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프칸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차량 4대에 실은 돈과 함께 국외로 탈출해 버렸다. 핵심 지도층의 비리가 반정부 세력의 온상이 된 것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의 발전 수준은 이제 탈레반 같은 무장 세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2021-09-01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의 재평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광복 76주년 홍범도(1868∼1943) 장군이 먼 이국땅에서 귀환하였다. 그는 카자흐스탄 크즐오라다를 떠나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셨다.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나 이국땅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시고 사후 7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만주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는 영웅적인 전투 승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는데 정작 고국은 그를 외면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서훈 받고 영면에 들었다.평양 출신 홍범도 장군은 머슴살이하는 부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출산 후유증으로 모친은 사망하고 부친마저 그가 9살 때 돌아가셨다. 그도 머슴살이를 하다 190㎝의 장대한 기골로 조선군 나팔수로 선발되었다. 그 후 금강산 신계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다 비구니스님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2007년 필자도 금강산 신계사를 다녀왔지만 그가 거쳐 간 사찰임은 전혀 몰랐다. 10년간 포수 생활로 그는 총 솜씨가 뛰어나고 산을 잘 타 ‘나르는 홍범도’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 후 그는 의병 전쟁에 참전하여 주재소 습격 등 많은 전공을 세운다. 일제가 그를 회유하기 위해 그의 부인에게 귀환 편지를 쓰라고 강요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순절하였다.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7일 대한독립군이 최초로 일본군에 승리한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은 일제의 75사단의 월강 추월대와 교전하여 일본군 175명을 사살하게 된다. 물론 이 전투는 홍범도 장군 단독 전투가 아닌 합세한 독립군 연합의 승리이다. 독립신문은 이 전투에서 아군 장교 1명과 사병 3명만 희생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이 전과에 관해 일본은 인정치 않는다. 이 전투의 승리는 그해 10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승리로 직결되고 당시 독립 운동가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아 주었다.일제는 이 전투의 패배로 만주에서 대대적인 독립 운동가 색출 작전을 벌인다. 그는 인근 연해주로 긴급 피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권한 레닌은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여 권총 한 정과 군복을 선사했다. 러시아는 그에게 작은 국영농장 콜호즈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고려인 약 18만만 명과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한다. 항일 영웅 홍범도 역시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디아스포라 신세가 된다. 그는 고려인의 도움으로 극장 수위 생활을 하다 해방 2년 전 세상을 떠났다.홍범도 장군이 고국에 안장되고 최고 훈장이 추서된 것은 늦으나마 무척 다행한 일이다. 북한이 뒤 늦게 홍범도 장군을 평양에 모시려 하였으나 카자흐스탄 당국과 현지 고려인들이 거부하였다. 북한 당국이 항일 혁명의 역사는 온통 김일성 항일 투쟁역사로만 국한했던 편협한 결과이다. 일부에서 홍범도의 공산당 입당 경력과 ‘자유시 사변’시의 행적을 비판하지만 그의 봉오동 전투 공적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 이는 철 지난 이념 논쟁에 불과할 뿐이다.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