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았다. 여당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결정했지만 아직도 경선의 후유증은 가시지 못했다. 야당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의 2강 구도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여야 후보 간 헐뜯고 비난하는 혼탁한 선거판이 재연되고 있다. 우리의 후진적이고 고질적인 선거 풍토가 개선되지 못한 결과이다. 11월 5일 야당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간 폭로와 비난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비난과 저주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끄럽다.
이 나라 선거판이 이토록 혼탁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가 기본적으로 진영 논리로 극한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겉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진영의 논리를 무조건 옹호하고 있다. 상대의 잘못은 추호도 용서하지 않는 비정상적 선거 풍토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내로남불’의 논리가 작동되고 선거판은 더욱 혼탁 과열되고 있다. 우리의 정당정치가 전근대적인 붕당정치에 길들여져 머문 결과이다. 이러한 정치 구도 하에서 여야는 네거티브나 마타도어를 승리의 수단으로 삼는다. 네거티브는 게임이론상 상대를 인정치 않고 나만 살자는 이론이다. 이 나라의 선거가 너와 나의 공생이 아닌 승자 독식 독점 구도이다. 전쟁처럼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판에도 뇌물용 돈 다발, 개에게 주는 사과, 양두구육의 인형, 손바닥의 주술 문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네거티브와 해괴망측한 마타도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정책 검증은 사라져 버리고 상대를 무조건 흠집 내고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이 이어져 더욱 한심스럽다.
이러한 선거 풍토에는 편향되고 갈라진 언론마저 한몫하고 있다. 진영언론의 가짜 뉴스, 오보 등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선거판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선거판의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를 바로 잡아야 할 언론마저 진영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편 가르기 식 편향된 보도는 선거판을 더욱 혼탁케 하는 주범이다. 언론자유를 앞세운 유튜브나 개인 미디어까지 동원되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이를 심판할 정치 평론가들도 진영의 이익을 옹호할 뿐 공론의 장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 사회의 여론은 더욱 양분되고, NGO의 공정 비판과 견제 기능마저 마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혼탁한 선거판은 진영의 대결, 악의적 선거 전술, 불공정한 언론의 3중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비극적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조선조의 사색당쟁의 후진적 붕당 정치를 반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정치는 겨우 반독재 민주화 단계를 넘었으나 성숙한 사회 민주화 단계는 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사이비 진영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여 다당제가 공존하는 내각제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우리의 시민 사회의 민도는 아직도 가짜 뉴스나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취약한 수준이다. 우선 우리의 편향된 언론은 대오각성 하여 언론의 정론직필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