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학교 교수여야가 경쟁이나 하듯 당 이름을 바꾸고 있다. 먼저 야당인 민주당이 민주 통합당으로 부분 개명을 했고, 뒤따라 한나라당이 듣기에도 생소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했다. 민주당의 당명 개정이 야권 통합을 위한 새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민주당, 친노 세력, 한국 노총의 3자 간의 합의 소산이라면 한나라당의 당명개정은 당의 위기 수습을 위한 비상 대책위의 고육지책이었다. 여·야당이 당명을 개정하려는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명분은 새로운 정당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이지만 실질은 여야 모두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승리를 위한 일종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미 굳어져 버린 친이와 친박간의 심각한 갈등, 서울 시장 선거의 패배 충격, 최근의 당대표 경선의 돈 봉투 파문, 곧 터질 것 같은 최고 권력 주변의 비리서건 등을 덮어두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도 사분오열된 야권 세력의 분열, 당내의 계파 갈등, 서울 시장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취약성, 여기에 더하여 야당도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대안 정당 부재론`과 당내 `대선 후보 부재 론`까지 겹쳐 야권 통합의 페달을 가속화 시켰던 것이다.서구의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정당의 역사가 수 백 년에 이르고 당명도 거의 바꾸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17세기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의 전통을 이어 받은 19세기 보수당과 노동당의 전통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역사만 해도 200여년에 가깝다. 독일도 기민당과 사회당의 정당 구도는 통일 후에도 계승되고 있다.헌정사 약 60년 여 년 동안 이 나라 정당은 수 없는 이합집산과 당명 개정을 단행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민주공화당,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노태우의 민자당,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으로 이어져 오늘까지 왔다. 민주당 역시 신익희, 조병옥의 전통 야당 민주당에서 출발해 사이비 신한당, 신민당을 거쳐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의 열린 우리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통합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당명을 개정했다.오늘의 여·야당의 당명 개칭에는 찬반양론이 있다. 찬성하는 입장은 새 정강을 만들고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명 개정은 불가피한 현실이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라고 그 취지를 대체로 인정한다. 그에 반대하는 입장은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당명만 바꾼다고 당의 이미지가 쇄신되지 않으며,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양자 모두 부분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의 인적 질적 쇄신 없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당명 개정만으로 결코 인기 정당은 될 수가 없다. 마치 음식의 질은 그대로인데 주인이 식당 간판만 바꿔 신장개업한다고 손님이 모일 수 없는 이치이다.이제 여·야당은 당명개정을 계기로 정말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총선 대선 공천 등 근본적인 인적, 구조적 쇄신책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의원 몇 명 더 당선시키는 것이 과제가 아니라 이 나라 정치의 실질적인 선진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은 또다시 외면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새누리`나 `민주 통합`이라는 당명에 걸 맞는 바람직한 정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우리는 과거 `민주 정의당`이 `정의`와 거리가 먼 대통령 축재의 온상이 되고, `새정치국민회의`가 `헌 정치`로 둔갑하는 모습을 보았다. 최소한 한나라당이 `딴 나라당`으로, 열린 우리당이 `닫힌 우리당`이라는 비난을 모면 했어야 했다. 이제 양당은 곧 발표 될 정강 정책에 소외된 사람들의 소망을 충실히 담아 그것을 기필코 지키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리하여 후일 또다시 선거를 앞두고 당명개정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