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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확산의 현지 체험기

등록일 2012-02-20 21:49 게재일 2012-0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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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교수

한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욘사마 배용준을 따르던 일본 여성들의 한류가 동남아를 거쳐 유럽, 미국, 멀리 남미까지 멀리 퍼지고 있다. 우리의 `소녀시대` 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 음식까지 세계 속으로 유행되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찌아 찌아 족은 한글을 그들의 공식 표기어로 사용하고, 세계 곳곳에 한글을 배우는 세종학당이 올해 안으로 70여 곳에 세워진다는 소식도 있다.

필자는 여러 해 동안 연구소 업무로 해외 동포가 집단 거주하는 수십 개 국가를 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해외 현지 30여국에서 한류를 눈앞에서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몇 해 전 필리핀 어느 시골에서는 나와 동행한 한국 여대생을 보고 현지의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알고 보니 그를 당시 필리핀의 최고 인기 가수 한국인 산다라 박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오지의 어느 섬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무심코 `한국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대- 한- 민-국`을 합창하여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들은 언제 배웠는지 붉은 악마들의 응원 흉내를 내고 있었다. 베트남 호치민 근교의 시골 동네에서도 상당수 사람이 한국의 `대장금` 보고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한 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지난해 인도의 최북단 바라나시 역에서 5시간이나 연착된 기차를 기다린 적이 있다. 인도 청년들도 `동방의 등불 코리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을 잘 아는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의 세종대왕이 새겨 진 백동전을 털어 준적이 있다. 중국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왕징에는 한국어 학원이 번성하고, 대형 북한 식당 옥류관의 김치는 단연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도 한국어 광고를 지우지 않은 한국산 고물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고 삼성, 엘지의 펄럭이는 깃발을 보면서 만감이 교체하였다.

뉴욕의 한국식당 비빔밥은 웰빙 식으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맨하탄의 최고급 호텔에서도 김치의 인기는 대단하여 한국인 강사 초빙 `김치 담그기`강좌가 개설되고 있었다. 런던의 대영 박물관에도 한국어 안내 녹음기가 버젓이 비치돼있어 고맙기도 하고 무척 흐뭇했다. 호주 시드니나 멜번의 한국 식당, 노래방, 컴퓨터 가게에는 푸른 눈의 호주인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식 결혼상담소도 인기가 있다니 내심으로 웃음이 나왔다. 가까운 북한 땅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상인을 통한 한국 드라마, 한국의 담배, 술, 쵸코파이 까지 장마당에서 암거래 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이처럼 세계 곳곳으로 울러 퍼지는 한류가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스마트 폰이 세계시장에서 전례 없이 잘 팔리는 이유도 한류 확산의 덕분은 아닐까. 지난해 한국 관광객이 연인원 1천만 명을 넘어서고, 중국이나 동남아 처녀들의 코리아 드림도 외국인 140만 명의 다문화 시대의 성급한 도래도 모두 한류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한류의 확산은 결국 세계 170 여 개국의 700만 재외 동포들에게도 자긍심을 살리는 희망봉이 될 것이다. 나는 한류의 확산이 일시적 유행이 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류의 본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우리의 `맛과 멋`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무뚝뚝하고 외국인을 기피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제 탈피하여야 한다. 최소한 추한 코리언의 일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참된 한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류의 근원인 우리부터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당국도 이러한 한류의 폭발적인 인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지의 한류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그것이 착근하도록 치밀한 문화 외교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마침 한류 덕분에 미국, 영국, 유럽의 여러 곳에서 한국의 문화재 전시를 요청하고 있다. 관련 부서는 치밀하게 준비하여 5천년 한국 전통 문화를 그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한류 확산의 계기이며 경제외교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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