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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中관료 부패를 보며 중국의 제자를 생각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0여 년 전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그는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나이 40이 넘어 우리 대학에 늦깎이 유학을 온 것이다. 당시 그의 부인은 `조선어학`연구를 위해 북한 김일성대학으로 유학가고, 그의 외아들 역시 몽고어를 공부하기 위해 내몽고에 가 있다니 그의 가족은 남북과 동서로 갈라져 있는 셈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유학이 그리 쉽지 않는 터인데 한국행 유학을 택한 그의 열정과 의지가 가상스러웠다. 그의 조부 때 남만주 땅에 이주하였으며 가족이 어렵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가끔 씩 한 적이 있다.그는 박사 학위 과정 중 논문 주제 선정문제로 여러 날 고민한 적이 있다. 지도교수인 나는 그에게 본인이 가장 쓰고 싶은 주제로 논문을 쓰도록 자주 권했다. 논문은 경험상 지도교수가 주제를 지정해주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잡는 것이 문제의식이 분명한 논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인 그는 어느 날 중국 당 관료의 부패 문제로 논문을 쓰겠다고 제의하였다. 의외였지만 나는 그대로 승낙하였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학자가 반당, 반체제적 논문을 쓰면 귀국도 못할 것 같아 방학 중 중국에 가서 당의 허락을 받고 오라고 지시하였다. 마침 당시 후진타오 정권이 중국의 부패 척결의지를 표명한 시점이라 무난히 당의 허락을 받아 이 논문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이 논문의 작성 과정에서 그는 무척 고생하였다. 나는 한국의 부패 분야의 논문 뿐 아니라 외국의 부패 관련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여 중국의 관료 부패 방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논문을 쓰도록 주문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어느 날 그는 식사자리에서 소주 기운을 빌려 논문을 도저히 쓸 수 없어 내일 바로 귀국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나는 그가 귀국한다하니 내심 서운하기도하고, 미운 마음도 들었지만 교육상 만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 아침 일찍 나의 연구실로 찾아와 자신의 어제 저녁의 경솔함을 정중히 사과하였다. 그 후 그는 다시 이를 악물고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의 학위 논문은 결국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무사히 통과하였다. 다행히도 그의 논문은 한국 부패학회의 그해 우수 논문상으로 선정되어 상금까지 수령하였다.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이 `파리든 호랑이든 구분 없이 부패를 척결 하겠다`고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최고위층의 부패 문제가 다시 폭로되고 있다. `파리`에 해당되는 중국 하위직 관료들은 뇌물로 돈을 긁어모으고, `호랑이`라는 거물급은 대형프로젝트를 통해 거액을 챙기고 있다. 오늘 언론에는 최고 지도자 시진핑의 매형, 전 총서기 후진타오의 사촌, 덩사오핑의 사위, 서민 총리 원자바오의 아들 딸 등 고위층 간부 자녀의 수천조원의 자금 유출 문제가 제기 되었다. 중국인들이 비아냥대는 `권력과 돈`을 맞바꾸는 권전교역(權錢交易)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모든 부패의 근원은 견제장치 없는 최고위층의 권력 독점 결과이며, 곳곳에 퍼져있는 중국 특유의 `꽌시(關係)문화`의 부작용이다.오늘 아침 언론에 보도된 중국 당 관료의 부패현상을 접하면서 멀리 연길에 있는 옛 제자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중국 여행길에 오랜만에 잠시 만난 적이 있다. 이미 그는 `중국 관료 부패`에 관한 단행본까지 출판하였고, 벌써 대학의 정교수로서 승진되어 있었다. 우리의 리더십에 해당되는 영도학(領導學)강의에 열중하고, 당 간부 승진 시험의 출제위원이 될 정도로 중국에서 인정받는 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가 학자로서 중국 관료 부패에 대해 어떤 처방전을 가지고 있을까. 오늘은 메일이라도 보내볼 작정이다.

2014-01-27

대통령의 공천폐지 공약도 지킬 수 없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새누리당은 기초 지방 선거시 정당 공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 보권 선거에서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정당 공천을 하지 않았던 여당이 이번에는 정당 공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당 공천제 폐지가 위헌적 요소가 있고, 지방 선거의 후보자 검증이 어려울 뿐 아니라 지방 토호 세력이 지방 정치를 장악하고,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의 정치 참여가 봉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정당 공천제 유지는 일견 명분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선 공약의 파기로서 여론의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야당뿐 아니라 시민 단체도 이러한 공약 파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이미 지난 7월 정당 공천제에 폐지를 우여곡절 끝에 당론으로 확정한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또다시 박근혜 정부를 공약파기 정권,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나 `국민 동행`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만에 조용하던 여야의 새해 정국이 또 한 번 소용돌이 칠 전망이다.이번 새누리당이 내세운 정당 공천제 유지라는 당론은 이유나 명분에서 선뜻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가장 먼저 앞세운 정당 공천제 폐지의 위헌이라는 주장만 해도 그렇다. 미국 지방 선거에서도 우리의 정당공천 폐지에 해당하는 정당 표시 금지 제도가(non-partizan)가 정착된 도시가 77%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1995년 기초 지방 선거에서 무공천제로 선거를 실시한 바도 있지 않는가. 이러한 우리의 정당 표시 금지제도가 아닌 무공천제 법제화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 공약인 기초 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그 타당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여당이 내세운 공천제 폐지가 지방 토호 세력의 지방 정치 장악으로 지방 정치의 탈선이라는 주장도 명분이 약하다. 정당 공천 폐지로 지역 토호 세력의 영향이 커질 것은 우려 되지만 그들이 지방 정치를 좌우 한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방 선거 문화와 풍토도 이를 제어할 정도로는 성숙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동안의 기초 지방 선거과정에서 정당 공천제로 인한 공천 잡음과 비리가 더욱 지방 정치를 혼탁케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사실 이번의 공천권 폐지에 반대하는 여당의 명분과 실질이 다른데 문제가 있다. 공천제 유지라는 내면에는 의원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는가. 솔직히 말하여 현재와 같은 공천제 하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이 기초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다. 항상`갑`의 위치를 확보한 의원들이 이번에 만약 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을`의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민주당의원 상당수가 정당 공천제 폐지를 당원 67.8%의 찬성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반발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정치 개혁은 여야의원들의 기득권의 포기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이러한 의원들의 기득권 유지 차원의 당론 결정부터 정치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집권 여당과 야당은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정당 공천제 폐지를 정치 개혁위에서 합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뿐 아니라 심지어 안철수 후보 까지 정당 공천제 폐지를 국민 앞에 제시한 공통 공약은 그것을 지켜야할 이유와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당 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53.6%)이 반대 여론(24.6%)를 압도하고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최소한 영호남의 특정 정당 독점이라는 선거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기초 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 공약은 지켜야 한다.

2014-01-20

`통일 대박`론이 `통일 쪽박`론을 이기려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시 `통일 대박`론은 이곳저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통일 대박`이라는 주장은 청와대 건배제의에서 쓸 정도로 환영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치고 너무 가볍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대박은 사전에서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돈을 벌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대박은 원래 예상치 못하는 행운을 뜻하며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통일의 미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다.우리 사회에서 통일의 당위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효과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 얼마 전 어느 중학생 대상의 통일관련 특강 자리에서 “혹시 통일을 반대하는 학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손을 드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다. 즉석에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북한이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통일이 되면 우리도 같이 거지가 된다”는 주장이다. 요즈음의 학생들이 우리 남쪽만 잘살면 되지 북쪽 동포나 통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극히 이기주의적 발상을 보는듯하여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통일이 `동반 거지론`이나 `통일 쪽박 론`으로 오해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풍조는 북한을 극도로 증오하는 보수층의 반공, 반북 논리와 결합하여`반통일 론`이나 `통일 무용론`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이번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이와는 분명히 다른 입장이며 통일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비유한 발언이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기관이나 투자 전문가들은 일찍이 한반도 통일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2025년 국민소득 3만6천813달러, 2050년에는 8만1천462달러로 GDP 세계 2위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도 얼마전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생산, 투자, 교통의 중심지도기 때문 남북의 통합이 시작되면 자신이 먼저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레이 크라인의 국력에 관한 가설을 보더라도 통일은 우리의 국력을 배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는 국력 성장의 필수 요건으로 인구와 영토 규모, 경제력과 군사력 여기에 더하여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의 발전의지를 들고 있다.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의 영토는 현재의 배인 22만 ㎢로 넓혀지고, 인구도 7천500백만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경제력도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과 잘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결국, 새로 탄생하는 통일국가의 미래상은 규모 면에서 유럽의 강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되어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의 발전의지도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그러나 문제는 대박 나는 이 통일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통일은 `대박`이지만 그것이 결코 로또 복권 당첨되듯이 요행으로 찾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의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국민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반통일적 정서인 `통일 쪽박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어느 것 하나 해법이 간단치 않다.이처럼 통일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통일 대박`론은 자칫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우선 통일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과의 착실한 대화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여기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 협상경험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2014-01-13

통일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이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해 분단국으로서 통일된 나라를 관심있게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1975년 공산화된 베트남도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예상외의 활기로 넘쳐 있었다. 그들은 공산당이 집권이후 `도이모이`라는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시장 경제에 접목하였기 때문이다. 1990년 독일의 통일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통일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오늘의 독일은 유럽의 중심국으로 우뚝 서 있었다. 중국의 양안 관계는 불편한 과거를 뒤로하고 활발한 교류 협력 투자로 이어져 `사실상 통일`과 다름없었다. 중국의 어느 공항이나 밀려오는 대만 손님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은근히 부럽기까지 하였다. 내년 2015년이면 우리도 민족 해방 70년, 사실상 분단 70년이 되는 셈이다. 갑오년 새해에 또 다시 통일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분단국이었던 베트남, 예멘, 독일이 모두 통일되었는데 우리라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일이라는 꿈까지 상실하면 통일의 열매는 정말 맺기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한반도에는 연초부터 통일에 관한 희망과 기대가 이곳저곳에 비치고 있다. 다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라도 울려 퍼져 통일의 열기가 한반도에 다시 그득하고, 그것이 통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우리의 통일이라는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도 통일 전야까지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멀지 않는 장래에 우리의 통일의 꿈이 실현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그러한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3대 세습 정권은 현실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비정상적 국가이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수령 승계론 등 해괴한 이론을 동원하지만 거짓과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어린 조카가 권력 유지를 위해 고모부까지 처형하는 공포 정치는 일종의 광기이며, 그것은 결코 오래 유지될 수는 없다.결국 김정은 체제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인민을 위한 정치`라는 슬로건을 또다시 걸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급박한 식량 등 민생을 위한 북한의 개혁 개방을 미룰 수도 없다. 북한으로서는 이것만이 체제에 대한 `충성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도끼를 잡을 수 있는 방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변화 과정에는 과거 소련이나 동구처럼 체제내의 와해나 붕괴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이 북한이 안고 있는 개혁 개방의 심각한 딜레마이다. 개혁 개방의 시기를 놓쳐버린 북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가운데 개혁의 와중에 정권의 수명까지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북한 주민들의 내부 민심역시 만만치 않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이지만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에 대한 내부적 불만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아직도 이어지는 탈북자의 행렬은 이를 잘 입증해주고도 남는다. 북한 주민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이라는 공식적 가치와 그들의 안전과 이익추구라는 개인적 내면적 가치가 충돌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어느 탈북자는 농민 시장에서도 남한의 영화, 노래뿐 아니라 초코파이와 담배까지 고가로 암매되고 있다고 전한다.통일의 대외적 환경도 나쁘지 않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마저도 북한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이 만류하는 핵실험을 강행하고, 친중 개혁파인 장성택마저 처형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은 확실시 된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일본도 북한에는 불만은 마찬가지이고, 모두 북한의 진실된 행동 변화만을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통일을 위해 우리가 어느 정도 준비하였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의 정치는 모두 통일의 역량을 키우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정치가 소아병적인 작은 정치를 청산하고 통일을 위한 보다 큰 정치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14-01-06

아듀 2013년 얼룩진 한국 정치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내일로서 또 한해가 저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정치도 또 한해의 막을 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위한 인사 청문회로 시작한 정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격돌의 정치`의 연속 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시 약속했던 `국민 행복시대` `대통합 정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없고 국민 불안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말았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2013년 한국 정치의 주요 쟁점은 대선 때부터 제기된 노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윤창중의 성추행, 국정원 댓글,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이석기의 RO 사건, 채동욱 검찰 총장 퇴진 사건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고, 아직도 상처만 그대로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여야 모두에게 잃은 것뿐인 우리의 얼룩진 정치의 모습이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정치, 상처뿐인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면서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정치라는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어느 정치학자는 2013년 한국 정치를 `정치`라는 두자 성어로 풀이하였다.`정(政)은 정신없이 치고받은, 치(治)는 치졸한 모습만 보인 정치`라고 풍자하고 있다. 매우 그럴듯한 표현이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여야의 정쟁은 정신 나간 듯이 치고받았지만 유치하고 치졸한 정쟁만을 연출하였을 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지난 한 해의 한국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약자에게 희망을 주는 생산적인 정치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여기에 유권자인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 나라 정치가 이렇게 역주행한데는 여야 지도부 공히 지도력의 부재에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 여야는 상호 책임을 전가하지만 그 책임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여당 지도부는 정치적 쟁점에 관해 독자적인 지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않고 청와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야당 역시 취약한 리더십을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공격으로 치달아 `천막 정치`라는 강경한 모습만 부각하였다. 이로 인해 여당은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치적 가이드라인이 되고, 야당은 사사건건 여당의 발목 잡기에만 골몰 한듯하다.지난 1년 동안 여야는 정치적 갈등을 풀기 위한 진정한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것이 2013년 우리 정치의 얼룩지고 굴절된 모습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여당은 언제나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강경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당내 보수 강경세력은 득세할 수밖에 없고, 정치적 안정을 명분으로 더욱 공안 통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저항하는 야당 세력은 더욱 폭로 정치, 투쟁 정치, 거리의 정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에서 프랑스 혁명사에서 자코뱅 식 급진 개혁과 그에 따른 떼레미도르 반동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항상 되새겨 보아야 한다. 분열과 갈등이 역사의 반동을 초래하고 그것이 독재자 나폴레옹의 통치를 가능케 하였음을 말이다.새해에는 우리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갈등으로 얼룩진 분열의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바꾸어 가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 정치인들의 각성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 여야의 새로운 리더십은 최소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정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의 대통합의 리더십이 시급히 요구된다. 법과 원칙에 따른 소신의 정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님은 우리의 정치 현실이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새해에는 1년 전의 선거의 후유증을 말끔히 청산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화해의 정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치권이 상생의 정치를 실천할 때 48:51로 갈라진 유권자들의 응어리도 점차 풀려갈 것이다. 새해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새로운 희망의 정치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2013-12-30

대통합 정치, 다산에게 길을 묻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될 것을 공약으로 선언하였다. 이처럼 `대 통합 정치`는 박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며, 이를 반드시 지키는 `약속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비교적 고른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선거후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언론은 대통령의 업적 중 `대통합 정치`의 실종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과는 물론 여당과도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으며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지러운 파당 정치에 조선조 실학자 다산은 대통합 정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산은 논어의 “군자는 주(周)하되 비(比)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비하되 주하지 못하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을 그의 `논어고금주(語古今註)`에서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즉 “군자는 덕을 함께하는 사람을 벗하니 언제나 마음과 정신으로 친밀하게 지내며 세력으로 묶어 지내지 않고, 소인은 세리(勢利)로 교제하니 늘 힘을 합하여 파당만 만들 뿐 정신과 의리로 친분을 다하지 않는다.” 오늘날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이 나라 정치권에서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오늘날 한국의 정당정치는 파당 정치로 흘러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정치의 본질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다. 지난 1년간 정치권에서 겨룬 NLL 포기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 개입, 종북 논쟁 등 어느 것 하나 당파의 이해관계로 얼룩져 있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여야가 틈만 있으면 공통으로 외치는 민생 정치에도 국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한데도 여야는 서로 상대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으니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철수의 신기루 같은 `제3의 새 정치`에 관한 열망이 꿈틀되고 있는 것이다.오늘날 군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다산이 말하는 군자인지 소인배인지를 스스로 진단해 보아야 한다. 지난 1년간 여야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진정한 군자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식 있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적 발언임을 훤히 알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무조건 상대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공격적인 발언만 계속하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근거가 희박한 폭로, 마타도어, 흑색선전만 난무하는데 여기에 공생의 정치는 자리 잡을 수 없는 법이다. 다산 식으로 표현하면 오늘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군자와는 거리가 먼 세리(勢利)를 우선하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황현(黃玹)은 그의 `매천야록`에서 다산의 당파 초월의 실천적 의지를 다음과 같이 칭송하고 있다. “사대부들은 당파가 나뉜 이후로는 비록 통재(通才)·대유(大儒)라도 편파적으로 자기 당의 언론에 얽매어 있다. 그러나 다산은 마음을 평탄하고 넓게 쓰는데 중점을 두어 오직 옳은 것만을 쫓아 배우기에 힘쓸 뿐 선배 학자들에 대하여 전혀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남인들에게도 경시 당했다.”우리 여야 정치인들이 또다시 새겨들어야할 주요 대목이다. 우리 정치는 아직도 당파성에만 집착하여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계파가 갈리어 증오와 시기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내에서 자당 내에 비판적인 충언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한 침묵과 굴종의 태도가 자당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대통합 정치로 가기 위해서는 다산의 당파 초월의 교훈을 하루 빨리 배워야 한다. 새해에는 여야 정치인들 뿐 아니라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은 다산의 이러한 선견지명을 하루 빨리 체득하여, 약속한 대통합 정치구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2013-12-23

북한식 `공포 정치` 이제는 끝나야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장성택의 실각과 잔인한 처형으로 세계 언론은 다시 북한을 주목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북한권력의 실세로서 김정은을 수행하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장성택이 처형되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고 정치적 후견인인 그는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보안원에 의해 전격 체포 되었다. 며칠 후 북한 중앙 TV는 장성택이 수갑을 차고 재판정에 끌려가는 최후의 모습을 방영하였다. 얼굴뿐 아니라 눈두덩과 손에 피멍이 든 자국이 역력히 보였다. 그의 최후는 며칠 전 처형된 그의 측근처럼 무자비하게 끝나버렸으니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는 정적을 종파 분자로 낙인찍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였다. 이러한 북한식 공포정치의 악순환은 절대 권력의 위기 시 반복되는데 심각성이 있다. 과거 김일성은 1956년 자신을 제거하려했다는 죄목으로 소련파와 연안파의 거두 최창익과 박창옥을 반당 반혁명 종파 분자로 몰아 처단하였다. 뒤를 이은 김정일 역시 1976년 후계자로 지목된 직후 그의 세대교체 작업에 불만을 품은 당시 부주석 김동규와 사회 안전 비서 류장식을 종파 분자로 몰아 숙청하였다. 이번 장성택 일당의 반혁명 반당행위에 대한 처형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번 사태는 김정은 유일 체제 확립의 도구이며 이미 예고된 공포 정치의 시나리오이다.북한의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과 공포 정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로드 액턴 경의 명언은 만고의 진리이기에 언젠가는 북한 땅에도 역사의 심판은 분명히 따를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 변동론에서 보면 보다 분명해 진다. 스탈린의 공포 정치는 결국 1956년 후르시쵸프의 등장과 `스탈린 비판운동`으로 단죄되었다. 중국의 모택동은 1976년 측근 4인방에 대한 심판으로 간접적으로 단죄되었다. 북한의 장기 세습 정권 60 여년과 공포 정치는 예외 없이 언젠가는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이다.그러나 북한 땅에서는 아직도 비정적인 공포 정치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사실 사회주의혁명과는 거리가 먼 왕조적 봉건 독재국가이다. 이번 사건 후 당·군·정에 포진된 수많은 장성택 사람들은 대거 숙청될 것이고, 그의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직행 할 것이다. 북한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광풍은 서방 언론이 보는 것처럼 과거 히틀러나 스탈린식 공포 정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살벌한 공포 정치가 오늘 북녘 땅에서 반복되고, 전 북한 언론이 주민들까지 동원하여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분단된 나라의 비극이다.과거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김삿갓이 오늘의 살벌한 장성택의 공개 처형장면을 목격했다면 이러한 풍자시를 남겼을 것이다. “수령 권력 무엇인지, 최고 권력이 무엇인지 백두 혈통 내세우며 종파 분자 처단하는 북녘 땅이 뉘 땅인가. 어쩌다 북녘 땅은 나이 어린 수령이 인륜마저 저버리고, 예순 넘는 고모부를 핏 빛으로 물들이나”북한의 비정상적인 독재 정권의 지속과 공포 정치의 악순환은 언제 쯤 고리를 끊을 것인가. 이러한 북한식 비극이 오래 갈수록 민족 통일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공포 정치를 목도하면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피비린내 나는 대숙청 장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그래도 우리는 민족의 통일과 화합을 위해 저들과 대화와 협상을 하여야 할 것인가. 아직도 이 땅에 존재하는 종북 좌파들은 이러한 인륜파탄의 공포 정치에 무슨 답을 할 것인가.북한 수령 체제의 광기와 비극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아침이다.

2013-12-16

장성택 실각보다 공개처형을 더욱 주목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북한 권력의 실세 장성택의 실각 의혹문제에 대해 국내 언론은 연일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여러 해 전 북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진해, 울산 공단을 둘러보고 대구까지 왔던 그는 남한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사이다. 그는 북한의 개혁 개방론자이며 비교적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어떤 연유로 실각되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실각보다는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 2명의 공개처형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미 “장성택의 측근 두 명이 공개처형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장성택의 최 측근인 노동당 간부인 리용하와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처형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리용하는 1947년 생으로 항해북도 당 비서 출신이며, 2011년 `노력 영웅`칭호를 수여받고 김정은의 현지 지도를 수행했던 북한 권력의 핵심실세이다. 장수길 역시 인민 보안성 장성 출신이며 금년 2월 김정일 70회 생일에 중장 칭호를 받은 핵심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장성택 휘하에서 그들이 속했던 노동당 당 행정부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 등 북한의 사법·검찰·공안을 총괄하는 권력 핵심 부서이다.북한 당국은 정권 출범이후 10대 유일사상 원칙을 내세워 이에 순응치 않는 수많은 인사를 반당·반혁명 분자로 낙인찍어 처형하였다. 남로당 출신인 박헌영, 종파 사건의 박금철· 이효순, 연안파의 무정 등 일일이 거론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고위급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10년에는 노동당 계획재정 부장 박남기(76)도 화폐 개혁의 실패라는 명분으로 리태영 부부장과 함께 평양의 시멘트 공장 마당에서 처형되었다. 이번 국회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작년에 17명, 올해는 40명이 공개 처형되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하였다.이러한 북한 고위층이나 주민에 빈번한 공개 처형은 어두운 북한 권력 구조의 내막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번에도 북한 당국은 `혁명적인 신념을 버린 자는 용서치 못한다`는 명분을 세웠다. 당 수령체제에서 지도 노선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가차 없는 처벌이 따른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 원칙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처형도 그들은 `사법적 절차`를 거쳐 소수의 제한된 인원만 참관 하는 자리에서 처형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어찌 21세기 개명 천지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봉건 왕조시대도 보기 힘든 공개 처형이 이 시대에 이렇게 빈번하게 자행된다는 것은 무서운 독재 권력의 횡포이며 인권 유린의 극한치이다.내가 일시적으로 멘토 역할을 했던 어느 탈북 교수는 자신도 어릴 때 처형 장면을 직접 보았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처형 현장에서 피가 티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날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시신도 빨리 수습치 않고, 여러 날 방치한다고 하니 어찌 인간으로서 볼 수 있는 일이겠는가. 남아 있는 처형자 혈육의 찢어지는 심정은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남은 가족들은 소위 그들의 특별 독재구역인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평생을 보내야 한다니 더욱 안타깝다. 어느 보고서는 여기에 수용된 인원을 20만 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차제에 우리는 장성택 실각 등 북한의 권력 변동 보다는 북한 당국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처형 등 인권 말살 행위에 적극 대처하여야 한다. 유엔 인권 위원회의 보고서 채택과 유엔 총회의 인권 결의안에 우리 정부나 시민 단체도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우려하여 심각한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묻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이나 통일 관련 NGO가 북한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해야할 연유도 여기에 있다.

2013-12-09

여야 정치인들에게 드립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 정치가 말이 아닙니다. 여야의 정치적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대치 국면은 해도 너무 합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끝 난지 거의 일 년 다 되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싸우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야 정치의 장인 국회가 하루도 정쟁으로 얼룩지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국민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치의 본질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인데 이 나라 정치는 국리와 민복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습니다. 더구나 국회는 급박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방치하고 벼랑 끝으로만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다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이 머슴인 정치인을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습니까. 여야는 아직도 정치 파탄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전가하고 있군요. 지난달 28일에도 여당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결행하고, 야당은 국회를 포기하고 강경 투쟁을 선언하였습니다. 여야 대변인이나 당 지도부는 평생 상종하지도 않을 사람들처럼 독기 어린 발언으로 상대를 비난할 뿐입니다. 교육적으로도 이 나라 어린 세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입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이처럼 편을 갈라 싸울 때 결국 유권자도 시민 사회도 둘로 갈라져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언론에서까지 보수와 진보 논객으로 나누어 싸우고 있으니 `국민통합`은 더욱 물 건너가기 마련입니다. `사회 분열`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이러한 정치 탈선의 책임은 억울하겠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똑 같이 있습니다. 집권 새누리 당은 그 책임은 더욱 크고 막중합니다. 집권 여당은 결국 국정 혼란의 총체적 결과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에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여당 지도부의 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여당내의 야당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까지 올곧은 주장을 하는 정치인도 보였는데 말입니다. 집권 여당 내에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향해 쓴 소리하는 정치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오늘의 파행 정국의 책임은 대통령의 소통 부재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여권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2년 후 공천 걱정을 하고 있습니까.시중에는 사사건건 여당 발목 잡는 민주당이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야당 역시 정치 파탄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습니다. 선거를 통해 두 번이나 집권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아직도 거리의 정치, 투쟁의 정치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어떠합니까. 민주당이 합리적인 대안 제시 없이 상투적인 억지 주장만 편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우려야 합니다. 계속된 강경투쟁은 당내 선명성 경쟁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양식 있는 국민들로 부터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보다 뒤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직도 민주당은 친노의 프레임에 걸려 한발 짝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지금이라도 여야는 파행의 정치, 갈등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여야가 정치적 타협을 해야만 상생할 수 있으며, 이탈된 민심도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여야 지도부는`역사적 타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 어려우시면 독일의 여성 총리 메르켈로부터 한수 배워 오십시오. 그녀의 기민당이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했지만 야당인 사민당과 마라톤협상으로 새 연정을 이끈 지혜를 배워 오십시오.여야 지도부가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실타래처럼 엉킨 정치적 쟁점을 하나씩이라도 타결해 주십시오. 우리 국민들은 여야 정치 지도자가 손잡고 활짝 웃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합니다.

2013-12-02

북한 중앙TV `남한정치 평론`의 역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남한 정치 현안을 정치 평론 형식으로 방영하였다. 3인의 북한 평론가가 등장하여 진지한 표정으로 남한의 이석기 사건과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논평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보였다. 방송 내용인즉 예측한데로 이석기 사건은 남한 정치인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대표적 정치 탄압 사건이라 비난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은 보훈처와 국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동원된 조직적인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북한 방송매체가 `불 바다 보복론`이나 우리 정부나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자주 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한의 특별한 정치 현안에 대해 3인이 등장하여 토론 형식의 방송은 이색적이며 우리의 흥미를 끄는 장면이다. 북한당국으로서는 우리 종편에서 자주 보는 탈북자들의 북한 체제의 폭로발언에 자극받아 그러한 토론식 형식을 모방했는지도 모른다. 북한 중앙 TV 기자와 소위 조국 평화통일위원회의의 대남 선전원이라는 출연자는 과장된 폭로와 비난으로 일관하였다. 북한 중앙TV는 항상 그들의 체제 선전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 드라마가 주종을 이루는 단조로운 방송이다. 이번의 남한 정치 평론은 그들서는 일종의 변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사실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공식적인 공영매체를 통해 남한 사회나 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두만강, 압록강 주변 지역의 일부 주민만이 중국을 통해 남한 방송을 비밀리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한 드라마나 노래 등의 CD가 유포되지만 그것은 무척 제한된 주민들만 볼 수 있다. 그들의 중앙 TV 방송을 통한 남한 정치에 관한 폭로 방송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남한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보겠다는 것이다. 탈북자가 계속되는 현실에서 그들의 다급한 조치일지도 모른다.그러나 북한 당국은 방송을 통해 남한 정치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하려다 역설적으로 남한 자유 민주 체제의 장점을 알리는 기회가 됨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그들의 국정원의 선거 개입의혹 사건에 대한 비난 역시 남한에서는 북한식의 찬반 투표가 아닌 자유선거가 시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역설적 기회가 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52 : 48 %로 여당 후보인 박 근혜 대통령이 박빙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남한의 치열한 경쟁적인 선거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선거도 없이 권력이 승계되는 그들의 수령 세습에 대한 회의와 불만을 유발할 소지도 있다. 북한에서는 어느 선거나 노동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무조건 당선되고, 투표행위 자체가 강제되어 100%선거에 100% 당선되는 선거이다. 이번의 북한 방송의 선거 부정 의혹 제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선거에 대해서 눈뜨는 계기를 만들지도 모른다.이석기 사건 역시 남한 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하고 따르는 종북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데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남한에는 다양한 야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천우당이라는 복수 정당이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상 노동당 일당 독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독일은 통일 전 양독 간의 방송 교류를 통해 동서독의 소식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통일 전 양독간 상호 특파원까지 교류되고 상주하는 인원도 있었다. 분단 상황에서도 동독주민 80%가 서독의 TV을 보고 동서독인은 주말에 분데스 리그 축구 경기를 같이 즐겼다. 그것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도 통일 전야의 독일처럼 남북한 언론이 상호 교류하고 개방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는 없을까. 우리 측이 과거 남북한의 방송 개방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적극 반대하였다. 그래도 우리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발맞추어 양쪽 언론 개방을 꾸준히 제안할 필요가 있다.

2013-11-25

한국정치도 히딩크식 리더십 배울 수 없을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네덜란드의 히딩크는 한국에 너무나 잘 알려진 축구 감독이다. 그는 허약한 한국축구의 체질을 개선하여 2002년 월드컵 세계 4강의 신화를 이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축구 감독으로서의 리더십과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지난달 그는 한-브라질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고 언론은 그의 국내 행적까지 일일이 보도 하면서 환영하였다. 그가 어디에서나 이렇게 환영받는 것은 축구 감독뿐 아니라 그의 훌륭한 인간적인 리더십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정치, 행정, 경영, 교육 분야에 이르기 까지 활용되고 있다. 사실 모든 조직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은 조직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 그의 철저한 리더십은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정치가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리더십의 위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우리 정치의 리더십의 위기를 히딩크식 리더십에서 해법을 찾아 볼 수는 없을까. 혹자는 작은 축구팀에 대한 지도력이 정치의 리더십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고 따르며 협동 단결하여 승리를 성취하는 행위나 정치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출한 지도자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행위나 별반차이가 없다. 사실 정치학에서 국가에만 정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집단에도 정치가 존재한다는`집단 현상 설`이 정설이 된지 오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히딩크의 리더십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그가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창출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정확히 진단한 혜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한국 선수 개개인의 심리와 기질부터 파악하고 능력중심으로 포지션을 선정하고, 강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켰다. 그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인 팀원들 간의 선후배라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허물어 버렸다. 한국 선수들은 히딩크의 이러한 공평무사한 리더십을 무조건 믿고 따름으로서 신속하고도 응집력 강한 경기 모습으로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아직도 국민의 여망과는 달리 시대에 역행하는 정쟁만 일삼고, 패거리 정치에 안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한국 정치에도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여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히딩크의 봉사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우리 정치인들이 배워야할 기초적 리더십이다. 그는 어렸을 때 장애인 학교의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세계적인 유명 축구 지도자 되고 40억원 대의 연봉을 받는 그가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먼 이국땅인 이곳 한국의 시각 장애인 축구 경기장`드림 필드`를 무려 11곳이나 건설하였다. 자세를 낮추고 한국의 장애인과 어린이들을 찾는 그의 모습은 가히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이러한 히딩크의 리더십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랜 고생 끝에 출세한 정치인이 사회봉사 보다는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정치인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도 이런 히딩크의 낮은 자세, 봉사하는 자세를 시급히 벤치마킹하여 정치인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또 하나 덧붙이자면 히딩크는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아는 지도자이다. 4강 신화를 창출하고 영웅이 된 히딩크는 한국의 열광하는 축구팬들을 뒤로 하고 이 땅을 떠났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 중 박수칠 때 스스로 정계를 은퇴하는 지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로 지탄받는 대통령, 은퇴할 시기를 놓쳐 패가망신한 정치인들의 초라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목격하였다. 언제나 거취를 분명히 하는 리더십, 그라운드의 민주화를 외치면서 선수들을 가슴에 안는 리더십, 사람 냄새나는 유머러스한 히딩크의 리더십이 더욱 그리운 아침이다.

2013-11-18

한국인 삶의 질, 무엇이 문제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매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가의 국가의 삶의 짊을 평가하여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GDP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고, G20 회의에도 참석하여 우리의 삶의 질도 이에 비례할 것이라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한국인의 삶의 질은 OECD 34개중 26위, 작년에는 36개국 중 24위로 상승되더니 올해는 불행히도 27위로 떨어져 버렸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이토록 점점 나빠지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조사 기관, 조사 문항, 조사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그 나라의 수입 상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세부 지표로 평가하는 OECD의 평가 지표는 일단 신뢰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가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건국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한국의 스마트 폰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한류의 K-POP이 세계를 휩쓸면서 류 현진, 김연아, 싸이가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이렇게 낙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오늘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이 번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안전 면이나 시민의 참여 등에서는 선진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10점 만점에 1.6으로 세계 34위로 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사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인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현저히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 나는 어느 시골 도로변에서 급한 일로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들어 보았지만 7대 모두 눈길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그때의 절망감은 형언 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는 독신자가 혼자 사망하여도 모르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이번 조사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한국인들의 응답 77%는 OECD 평균 90%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우리 한국사회는 혈연이나 가족 공동체의 결속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공동체 연대의식이나 공동 체 의식은 여지없이 약해져 있음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 잘살아 보자는 물질 만능주의 적 경쟁구조가 인간의 공동체 의식마저 단절시킨 결과이다.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분열 대립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좁은 땅에서 남북이 대립하고, 여야가 연일 정치 투쟁으로 치닫고, 노사갈등이 현재화하는 공간에서 공동체적 유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오늘의 정치권처럼 협상과 타협은 굴종이나 야합으로 치부될 수 있는 공간에서 관용과 협력의 정신은 찾아볼 수도 없다. 결국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상호 불신을 초래하고. 법질서의 효능 감마저 약화 시키고 있다. 이 나라 정치가 시민 사회마저 편 가르기 하여 공동체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어 시민이 오히려 정치인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우리 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여 협동하는 기풍을 진작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의 질이 결코 좋게 평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적 의식은 결코 하루아침에 조성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권부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그간의 누적된 상호 불신이라는 정치적 응어리를 풀기위한 `역사적 타협`이 필요하다.우리의 경제도 양적 성장의 신화 보다는 질을 우선해야할 시점이다. 우리의 과열된 교육도 경쟁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협동과 공존이라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시민 사회의 NGO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공동체를 위한 `도덕 재무장 운동`을 다시 전개하여야 할 시점이다.

2013-11-11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의 4대 덕목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원칙과 소신, 신뢰의 리더십으로 각인되고 있다. 우리의 분단 상황에서 국정의 책임자로서 필요한 리더십 덕목이다. 그러나 그간 대통령의 리더십은 급박한 국정 현안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출범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박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지녀야 할 것인가. 차제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십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자가 중용에서 제시한 총명예지(聰明睿知)라는 성군(聖君) 4덕목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오직 천하에서 성스러운 총명예지의 덕에 능해야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唯天下至聖 爲能聰明睿知 足以有臨也)는 것이다. 이러한 덕목은 이 시대 대통령이 갖추어야할 기본자세로 손색이 없으며 리더십의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도자가 총명(總明)하고 예지(睿知)가 있으면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는 원론적 해석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총명예지(聰明睿知)라는 이 4대 덕목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지어 그 현대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먼저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총(聰)이 요구되는데 이는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 박대통령도 수많은 정치 역정을 통해 많은 사람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이 난국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의 참뜻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는 귀를 더욱 열어야 한다. 대통령은 측근의 달콤한 소리만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들어 진위를 판단해야할 책임이 있다.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대통령은 귀로 듣기보다 말로서 지시하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청와대회의에서 참모나 장관들이 회의 때 마다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메모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이는 민의를 듣고 분별하는 총(聰)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 걱정이 아닐 수 없다.명(明)은 눈이 밝아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는 국정의 현안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의 청와대 생활뿐 아니라 오랜 의원 생활을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하여 나름대로의 훌륭한 안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상당한 공감도 얻고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험난한 정치 역정과 경험에 의한 정치적 안목은 참모나 측근의 전문적인 식견과 결합할 때 올바른 리더십으로 승화 할 수 있다. 그 동안 박대통령의 인사나 국정 현안에 관한 인식이 `나 홀로 리더십`으로 비판받아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예(睿)는 예(叡)의 고자(古字)로서 지도자는 역시 국정에 밝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남북관계와 경제 민주화의 핵심인 복지문제, 대북 문제와 외교 문제가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총체적 파악을 요구한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정치적 위기국면에서 여러 번 구원 투수로 등판하여 총선뿐 아니라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로인해 대통령은 국정의 전반에 관한 독단이나 자만으로 옮겨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대통령이 소통의 정치에 보다 신경써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마지막 지(知)는 사람에 대하여 앎을 뜻한다. 지도자는 인사에 있어서 상대의 본심과 능력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구비하여야 한다. 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적인 덕목이며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자가 사람 보는 눈이 어두울 때 부하의 면종복배나 배신 등으로 인해 리더십의 위기가 초래된다.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의 첫 번째 위기는 시행착오적 인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을 솔직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우리는 박 대통령이 이 나라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 중용에서 제시한 리더의 4대 덕목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원칙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국민 대통합의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함을 재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2013-11-04

한반도 통일, 주변 4강 이해관계는 변하고 있나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한반도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분단이 일본의 패전에 따른 식민지 청산과정의 어정쩡한 타협의 결과 였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 문제는 미·일·중· 러 라는 주변 4강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주변 4강 모두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여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과 조건에는 여전히 자국의 이익학보 문제로 계산이 복잡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평화문제연구소 주최의 통일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주변 4개국 학자들의 통일에 관련 주장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들은 대체로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 4강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터 벡은 자신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 통일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중국 인민대학의 청사오허(成曉河)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은 8천만 인구의 통일된 단일 소비 시장이 생겨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주장하였다. 일본 학자도 한반도 통일이 일본의 납치자 문제 해결 등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되고, 러시아 학자 역시 한반도 통일이 한반도 핵위협 제거와 가스관 건설로 러시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반도 통일에 관한 그들의 종래의 입장과 달라진듯하여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며 신선한 자극제이다.그러나 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우리들에게 한가닥 희망은 될지언정 그것이 가까운 현실이 되기엔 아직도 한계가 많다. 먼저 학자들의 이러한 학술적 주장은 자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학자들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한한 다양한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얼마 전 까지 6·25 전쟁이 남침이 아닌 북침 유도 설이라는 묘한 주장까지 하지 않았던가. 중국의 학자들까지 과거와는 달리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한 외교적 발언을 수없이 토하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몇 달 전 상해에서 만난 중국의 어느 학자는 중국군의 6·25 참전에 관해 중국이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피력하였다.이번 세미나에서도 한반도 통일의 방식에서는 참석 학자들 간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 미국 학자는 통일의 조건으로 1조 달러를 초과하는 엄청난 통일 비용의 준비를 우선과제로 제시하였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은 `중립화 통일`이 되어야함을 강조하고, 북한의 급변 시 평화 유지을 위해 중국군 개입의 불가피성까지 강조하였다. 러시아의 학자는 `북한의 정치 경제 체제는 이미 운이 다 되었다`는 전제하에 `통일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시장 민주주의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하여 그들의 달라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본 학자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되풀이 하였다.이러한 메시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준비해야할 과제가 많다. 여야는 먼저 남북문제나 통일 문제를 정치 쟁점화 하여 시민 사회의 국론만 분열시키는 행위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NLL 포기 발언 유무나 정상회담 록의 공개 파문은 국익이나 통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 인한 보수와 진보 세력이 분열되고, 상호 파괴적인 이념 논쟁이 확산되는 곳에 어찌 제대로 된 통일 공론이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우리는 내부에서 남북문제로 싸울 것이 아니라 눈을 돌려 주변 4강을 안심시키는 통일 정책부터 서둘러 마련하여야 한다. 독일의 통일이 서독의 단순 흡수 통일이 아닌 당시 관련국들의 이해관계의 합의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독일의 통일은 정당 간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통일 정책의 승리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3-10-28

국정감사가 제대로 되려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또 다시 국정 감사의 계절이 왔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국감이지만 금년의 어느 때 보다 정치적 쟁점도 많은 것 같다. 연일 국감장에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대부분 상반되고 있다. 16개 상임위가 채택한 기업인 증인만 무려 200명이 넘는다. 그간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이 패여 그것이 국감장에도 투영되어 올해의 국감이 제 기능을 발할지 의문이다.국정 감사는 문자 그대로 입법부의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이며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잘 수행하여 국정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장치이다. 과거 유신정부 시절 일시 폐지되고 전두환 정부 시절 제한되었던 국정 감사권을 다시 국회가 되찾은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장관의 의원의 겸직이 가능하고 집권당 의원들이 당 지휘부나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에서 우리의 국정 감사는 원천적인 한계도 수반한다. 그로인해 국감장에서의 의원들의 목소리는 크고 요란하지만 그 결과는 보잘 것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이번 국감 초반의 주요 쟁점은 국민기초연금 등 복지 문제이다. 이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입장은 확연하게 다르며 다시 국감장에서 쟁점으로 재현되었다. 지루했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사건이나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퇴, 국정원 댓글 사건은 또다시 국회에서 여야의 정쟁이 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국감 초반 불거진 국군 정보 사령부의 지난 대선전의 정치개입 의혹은 다시 국정원 직원의 구속과 공소장 변경 사건과 연계되어 다시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 사건에 이은 국군정보사령부의 트위터 사건을 조직적 정치 개입으로 단정하여 다시 장외 투쟁으로 나섰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행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국정 감사의 참모습은 우리 국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여론은 국감이 과연 이 나라의 국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국정의 난맥상을 차분하게 풀기보다는 쟁점을 부각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야 의원들의 장관이나 기업인에 대한 질의는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감장의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갑`의 위치에서 증언대에 선 `을`을 향하여 죄인 심문하는 듯한 태도는 보기에도 민망하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부채 문제와 관련 여당의원의 `말을 바꾼 왕사기` `한마디로 엉터리 공약`이라는 비판은 지나친 언사이다. 야당의원들의 신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과거 전력문제로 국감장 퇴장도 마찬가지 국감장의 단면이다.이러한 국감 행태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넘어 올바른 국정 방향의 설정이라는 국감 본래의 목적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국감장에서의 여야의 정쟁은 또 다른 정쟁을 부추길 뿐이다. 의원들의 무책임한 폭로성 발언과 고압적인 자세는 의원들의 존재감을 일시적으로 부각할지언정 양식 있는 의원의 태도는 아니다.우리의 국감도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의원들이 충분한 자료를 준비하여 국정을 세심하고 전문적으로 검증하고 실천적 대안 까지 제시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정쟁을 확대 재생산 하는 국감 현장보다는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되는 생활 국감을 원한다. 의원들은 그들의 국감 활동은 시민단체에 의해 철저히 모니터링 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국감이 본래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도록 국감 위원들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2013-10-21

정치인들의 언어폭력, 이대로는 안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인간은 말을 통하여 의사를 소통하고 원활한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최근 이 나라 정치인들의 말이 너무 천박스럽고 조잡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정치적 현안에 관한 입장이나 상대 당에 관한 평가는 하나 같이 비난 일색이고 막말까지 오가고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기본예절도 모르는 듯 야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언어는 폭력에 가깝다. 연일 서로 눈앞에서 다투는 정치인들의 거친 말투와 막말은 주권자인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선진화 법에 의해 물리적 폭력은 이 나라 정치 현장에서 사라진듯하지만 언어적 폭력이 그대로 난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어느 야당 의원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그 년`이라는 발언, 이미 작고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귀태` 발언, 여당의 야당에 대한 `종북 세력의 숙주` 발언, 야당 대선 후보를 `석고대죄 해야 할 사람`, `앞으로 20년은 새누리당이 집권 해야 한다`는 발언 등 모두가 품격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유치한 발언들이다. 지긋지긋한 NLL 문제와 대화록 공개는 아직도 흑백을 가리지 못하고 여야의 독설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쟁점에 관한 정당 대변인들의 발언은 극명하게 다를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수준이라 안타까울 뿐이다.이처럼 서로 상대를 비난만 하고 질타하는 정치 풍토에서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상대를 공생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불신과 저주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바람직한 정당정치는 자리할 수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대에 대한 골탕 먹이기, 흠집 내기, 비난, 저주, 막말 등이 이제 이 나라 정치의 관행처럼 굳어 버렸다. 그래도 과거에는 집권 여당이 가진 자로서 정치적 언어를 자제하고 관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 더하여 정치적 현안이나 쟁점에 관한 종편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편 가르기 식 발언은 더욱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부추긴다. 이러한 풍토에서 이 나라의 청소년 세대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지 두려울 뿐이다.“말은 마치 창과 같아서 입술에서 떠나는 순간 돌아오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상대를 비난하고 흠집 내는 언어폭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정략적 계산만 할 뿐 그것이 미치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혹평은 같은 진영내의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카타르시스 시키고, 내부 결속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것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다. `아니면 말고 식`폭로 식 발언이 때때로 정쟁의 불씨가 되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비이성적 발언은 결국 국론만 분열시키고 국격만 추락시킬 뿐이다. 이로 인해 양식 있는 국민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되고, 이것이 한국 정치에 대한 혐오증으로 연결된다.우리 정치인들은 이제 부터라도 정치 현안에 대하여 보다 품격 있는 말을 쓰도록 하여야 한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이 있듯이, 정치가들은 자기가 내뱉은 막말은 언젠가는 자기한테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불신과 원망, 저주에 가까운 정치인들의 언어폭력은 상호 파괴적인 자기 모순적이다. 특히 여야 정당의 간부나 정당의 입을 자처하는 정당의 대변인들의 말은 더욱 절제되고 품격 있는 말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사실에 근거한 양식 있는 비판과 절제되지 못한 감정적인 비판은 이제 시민들도 구별 할 수준이 되었다.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를 하늘같이 섬기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만 되면 정치판의 말 싸움꾼이 되어버리는 이 악 순환적 정치판을 고쳐야 한다. 국회와 사법부도 법률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정치인의 제재수단을 강구하고, 관련학자, 사회단체도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마더 테레사의 “친절한 말은 짧고 말하기도 쉽지만, 그 메아리는 오래 간다”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아야할 시점이다.

2013-10-14

노령연금보다 삼포세대 취업대책이 급하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노인 복지 연금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대비책도 중요하지만 청년 세대의 실업 대책도 시급한 사회 문제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삼포 (三抛) 세대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이다. 취직이 안되니까 연애와 결혼은 생각지도 못하고, 결혼은 하더라도 경제적 문제로 출산까지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므로 삼포 세대의 실업 대책은 노인 복지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청년들의 취업·결혼·출산 문제는 불가분의 연쇄 고리를 형성한다. 일용 고용직 청소원 채용에도 대졸생들이 몰려들고, 어느 직장 공채에나 스펙 좋은 취업 희망자들로 넘쳐나 취업문은 좁아진지 오래다. 그로인해 청년들의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며 결혼을 포기한 캥거리 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이 안 되어 결혼은 생각할 수 없다는 주변의 하소연에 위로할 말이 없다. 이 나라의 출산율이 반짝 증가하다 다시 1.1로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 하였다.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이 서점에서 잘 팔리고 있다. 서울 법대를 나와 고시 3수에 실패한 저자가 이 나라에 방황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자신의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전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가 대학가에서 인기를 얻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늘도 힐링 관련 강연이나 행복 심리학이 대학생들에게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시대의 청년들의 고민과 아픔이 그 만큼 크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멘털 힐링은 청년들에게 일시적 위안은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이 나라의 삼포 세대의 고민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없음은 그들도 잘 안다.이 나라 청년세대의 불안과 좌절은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취업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생존도 두려운 것이 우리의 어두운 현실이다. 이 나라 자살률이 세계1위에 머무는 것도 청년들의 우울증과 자살증가 현상과 결코 무관치 않다. 대학에서는 취업이 안 되니까 부모의 눈치만 보며 졸업을 기피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20~30 세대는 지난 대선에서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투표장에 갔지만 50~60 기성세대의 단결된 힘에 눌러 또 다른 좌절을 맛보았다. 이들의 욕구 불만이 장기화되면 어떤 형태로 폭발할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좌절은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절대적인 지지기반은 지역별로는 영남이며, 세대별로는 60세 전후의 노년 세대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 중심이 노인 복지에 집중되지 않아야함은 정책의 기본 상식이다. 오늘날 노령 연금 문제가 정쟁의 중심에 선 우리의 현실을 삼포세대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이들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합리적인 노령 연금액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청년 실업의 해소책도 서둘러 마련하여야 한다. 이 나라의 청년 실업은 늦은 결혼이나 결혼포기로 연결되어 출산율이 감소되고, 우리 사회의 고령화 가속화는 노인들의 복지를 책임질 세대의 부재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약속한 삼포세대를 위하여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대선 시 약속했던 고용 촉진, 창업 지원 등의 청년 실업 대책은 신뢰 프로세스 차원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물론 청년 실업 문제의 해소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년들 스스로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단 부딪쳐보는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마음속 국경선을 지우고, 경제 영토를 확장시키려는 청년들의 포부를 간절히 기대한다.

2013-10-07

가을에 생각나는 금강산, 그리고 북녘 학자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ㆍ정치학이산가족 상봉이 또다시 무산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연기돼 버렸다. 올 가을에는 오랜만에 금강산 단풍놀이나 다녀오겠다는 나의 작은 꿈도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남북관계가 오늘날처럼 경색되기 전 여러 차례 북한 땅을 밟아 보았다. 특히 금강산 만물상의 아름다운 가을의 풍광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북한 땅 여러 곳에서 만난 북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셈이다. 가을이 오면 금강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 된다. 2007년 늦가을 금강산에서 개최된 학술대회는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학자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금강산 호텔에서 개최된 남북 학술회의는 남북한 학자 40여명이 참석하였다. 개회식 때 옆 자리에 앉은 북한의 학자에게 명함을 건네니 그는 김 철주 사범대학에서 `사상 정치`를 담당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 혁명론을 강의한다고 묻지도 않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남한의 통일 문제 전문 학자들과 북한의 사상 정치를 담당하는 학자들이 동석한 그 학술대회는 우여곡절 끝에 공동 개최가 성사됐던 것이다.그러나 어렵게 열린 그 학술회의는 두 시간도 못되어 중단되고 말았다. 문제의 발단은 우리 측의 발표자인 경제학을 전공하는 모 교수가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이라는 표현을 엉겁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쓰는 이런 발언이 북한 땅에서는 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국가 모독`은 최고 존엄모독이기에 절대 용서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술회의장 분위기는 갑자기 험악했고 북한 측 학자들은 일제히 철수해 버렸다. 우리 측 대표단과 북측 대표단이 여러 차례 교섭하여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학술대회는 가까스로 속개 됐다. 우리 학자들은 동북아 평화와 통일문제에 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는데 비해 북한 학자들은 그들의 굳어진 이론과 이념을 통해 체제를 선전하는데 열중했다. 그들은 사석에서 일상적인 생활은 솔직히 이야기하면서도 체제와 수령 문제만 나오면 표정뿐 아니라 음성도 격앙된다. 그러한 북한 땅에 어떻게 과학으로서 학문이 뿌리내리고 발전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저녁에는 장소를 바꾸어 북한 측에서 개최한 만찬에 초대되었다. 분위기는 건배 제의가 오감에 따라 낮에 있었던 불쾌한 기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술자리 분위기만큼은 아직도 남북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술을 권하고 흥을 돋우는 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어 분위기가 금방 무르익었다. 나의 앞자리에는 북의 대표 단장인 L선생이 자리했다. 그는 남한도 여러 번 다녀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북한의 고위 인사이다. 시간이 흐르고 술이 거나하자 그는 자신이 서울 가회동 출신이고, 아버지가 유명한 소설가임을 추억삼아 이야기 했다. 그는 나에게 `두만강`이라는 작품을 한 번 읽어 보라고 권유까지 하였다. 나는 그가 북으로 간 카프문학 대가의 아들임을 뒤 늦게 알았던 것이다.그날 저녁 술자리는 길어지고 금강산 계곡의 달빛은 더욱 휘황찬란했다. 모두가 만찬 분위기에 젖어 있었지만 L선생은 흐트러짐이 없이 자신의 지론을 조용히 이어갔다. 그는 북한의 `사회주의 강성 대국론`이 가장 선진적인 주체 이론에 기초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나는 그의 주장을 경청하다 군사를 앞세우고 경제 건설을 뒤로 미룬 북한의 강성 대국은 이루기 어렵다는 반론을 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사상 강국, 군사 강국을 완성했기 때문 경제 강국의 건설은 시간문제라는 이상한 주장을 반복했다. 물론 그의 뒤편에는 이번 행사의 조직을 총괄하는 노동당 참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드물게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상당한 식견을 갖춘 인텔리 학자로 통하는 그이지만 나는 그의 언행을 통해 북한 지식인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여든이 넘은 그가 북한 땅에서 건재한지는 알 길이 없지만 다시 금강산의 문이 열려 이러한 대화라도 다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13-09-30

정치 실종시대, 국민들은 불안하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 나라의 정치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일말의 기대를 모았던 지난번 3자회담은 완전히 결렬되고 말았다. 이색적으로 국회 사랑채에서 개최된 회담은 서로 회담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있다. 여야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회담이었다고 고백하였다. 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볼모로 하는 야당의 투쟁을 비난함으로써 여야 관계는 회담 전 보다 더욱 경색되어 버렸다. 이러한 회담 결렬은 여론에 떠밀려 사전 준비 없이 급조된 3자 회담의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3자 회담 결렬의 근원은 여야의 정치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회담의 핵심인 국정원 정치 개입과 개혁에 관한 여야의 입장은 너무나 달랐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 행태를 극도로 불신하여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듯 하였다. 이석기 의원 관련 RO 사건에 대해서도 여당은 민주당을 `종북 세력의 숙주`라고 폄하하면서 그 책임론까지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를 `유신 시대의 부활`, `민주주의의 파괴 세력`으로까지 비난하였다. 야당이 50여일의 천막 투쟁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명분상 앞세운 것도 이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자 회담을 통한 정치적 해결과 합의는 원천적 한계가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이번 회담의 결렬에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책임이 있음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원칙과 소신의 리더십`이라고 회자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상대에 대한 포용력과 협상력을 상실할 때 `고집과 불통의 리더십`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 그의 리더십을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으로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당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은 그동안 비교적 부드럽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최근 비주류라는 당내의 역학 구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여 강경 투쟁, 거리 투쟁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당내외의 비판도 많다. 또한 황우여 대표의 색깔 없는 무난한 리더십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당의 입지만을 축소 시킨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러한 3자의 리더십의 불안은 결국 3자 회담의 파국을 자초하고 정국을 더욱 경색시켜 버렸다.박근혜 정부 출범 후의 첫 3자 회담의 결렬은 우리 정치의 실종의 시대를 예고한다. 여야는 모두 회담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 돌리고 `민심의 역풍``국민적 저항`을 맞을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러나 시민 사회의 시선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모두 차갑기만 하다. 사실 이번 추석의 민심은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정치권 모두를 강하게 질타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민심은 민생을 외면한 파행적인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만 증대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도 저하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이제라도 여야는 진지하게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긴급 조치를 발동해야 한다. 그리하여 하루 빨리 이 나라의 실종된 정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먼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도부의 정치력부터 발휘하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으로서는 독자적인 대야 협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대여 강경 투쟁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고 거리 투쟁의 출구를 찾아야 시점이다. 청와대 역시 야당대표와의 회담을 시혜적 선물이라는 인식부터 버리고 격식 없이 만나도록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정치적 회담과 협상에는 항상 상대가 있고,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서로 상대를 불신하고 부정하는 네거티브 게임은 서로 상처만 남기 마련이다. 이제 여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재협상에 임하여 불안한 민심부터 잠재워야 할 것이다.

2013-09-23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정원의 개혁방향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대선 이후 국정원이 한국정치의 중간에 서있다.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모토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현상이다. 지난 한 달 여간 들끓었던 국정원 관련 청문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여야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고 끝난 국회 청문회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문제의 중심이 되었다. 오늘날 파행 국회도 야당의 거리 투쟁도 그 배경에는 국정원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한국 정치의 중심에 국정원이 서 있는 것은 국정원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 정치의 한계이며 비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정치적 쟁점이 되었을 국정원장은 전격적으로 남북회담록을 공개해 버렸다. 신임 남재준 원장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원의 명예 보호`라는 명분으로 공개했지만 그 결과 얻은 것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전직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의 진상도 규명치 못하고 해석상의 분란만 자초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의 정상회담록의 공개는 국정원의 명예도 지키지 못하고 앞으로의 이 나라의 정상 외교를 위해 손실만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국정원의 댓글 사건만 해도 그렇다.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과는 별개로 선거 개입 사건이었음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이 문제를 국정원법 위반이 아닌 선거법 위반으로 송치한 것도 이를 잘 입증한다. 국정원측은 댓글이 자신들의 통상적인 대공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 선거에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의 댓글이 일종의 선거 개입이며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탄하고 있다. 야당이 한 달 이상 천막 농성을 하면서 국정원의 개혁을 요구하고 시민 단체가 촛불 집회를 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정원의 댓글과 경찰의 축소 은폐 의혹 역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번 RO 관련 국가 내란 음모 사건의 조사의 중심에도 국정원이 서 있다. 종북과 관련된 문제의 성격상 국정원의 수사권 발동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압수 수색과 관련자 체포 과정에는 그들의 활동 모습이 화면에 전면 노출되어 버렸다. 청문회 과정에서 직원들의 출석 장면과 관련자들의 발언까지 비공개를 요구하던 국정원이 아니었던가. 이 사건은 어차피 검찰의 공안부서에서도 다룰 문제가 아닌가. 국정원이 증거를 수집을 위한 은밀한 수사이상으로 전면에 노출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처신인지 묻고 싶다.국정원의 민감한 정치 현안에 관한 최근의 폭로와 노출, 입장 표명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국정원의 이러한 처신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여권과 보수층에서는 국정원의 이러한 행보를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찬성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의 종북 좌파의 색출 관련 국정원의 단호한 수사는 여론의 지지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빈번한 정치적 발언으로 정쟁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뿐 아니라 비난의 대상이 됨을 동시에 알아야 한다. 야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국정원의 이러한 일련의 정치 행태를 신맥카시즘(McCarthyism)적 수법, 유신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까지 한국의 최근 정국을 공안 정국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제 우리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외교적 위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 국정원도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정원이 이제 과거 독재 정부 시절의 공안 통치나 공작 정치로 회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리하여 국정원이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201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