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히딩크는 한국에 너무나 잘 알려진 축구 감독이다. 그는 허약한 한국축구의 체질을 개선하여 2002년 월드컵 세계 4강의 신화를 이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축구 감독으로서의 리더십과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지난달 그는 한-브라질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고 언론은 그의 국내 행적까지 일일이 보도 하면서 환영하였다. 그가 어디에서나 이렇게 환영받는 것은 축구 감독뿐 아니라 그의 훌륭한 인간적인 리더십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정치, 행정, 경영, 교육 분야에 이르기 까지 활용되고 있다. 사실 모든 조직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은 조직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 그의 철저한 리더십은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정치가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리더십의 위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리더십의 위기를 히딩크식 리더십에서 해법을 찾아 볼 수는 없을까. 혹자는 작은 축구팀에 대한 지도력이 정치의 리더십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고 따르며 협동 단결하여 승리를 성취하는 행위나 정치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출한 지도자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행위나 별반차이가 없다. 사실 정치학에서 국가에만 정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집단에도 정치가 존재한다는`집단 현상 설`이 정설이 된지 오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그가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창출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정확히 진단한 혜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한국 선수 개개인의 심리와 기질부터 파악하고 능력중심으로 포지션을 선정하고, 강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켰다. 그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인 팀원들 간의 선후배라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허물어 버렸다. 한국 선수들은 히딩크의 이러한 공평무사한 리더십을 무조건 믿고 따름으로서 신속하고도 응집력 강한 경기 모습으로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아직도 국민의 여망과는 달리 시대에 역행하는 정쟁만 일삼고, 패거리 정치에 안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한국 정치에도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여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히딩크의 봉사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우리 정치인들이 배워야할 기초적 리더십이다. 그는 어렸을 때 장애인 학교의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세계적인 유명 축구 지도자 되고 40억원 대의 연봉을 받는 그가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먼 이국땅인 이곳 한국의 시각 장애인 축구 경기장`드림 필드`를 무려 11곳이나 건설하였다. 자세를 낮추고 한국의 장애인과 어린이들을 찾는 그의 모습은 가히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이러한 히딩크의 리더십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랜 고생 끝에 출세한 정치인이 사회봉사 보다는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정치인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도 이런 히딩크의 낮은 자세, 봉사하는 자세를 시급히 벤치마킹하여 정치인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히딩크는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아는 지도자이다. 4강 신화를 창출하고 영웅이 된 히딩크는 한국의 열광하는 축구팬들을 뒤로 하고 이 땅을 떠났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 중 박수칠 때 스스로 정계를 은퇴하는 지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로 지탄받는 대통령, 은퇴할 시기를 놓쳐 패가망신한 정치인들의 초라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목격하였다. 언제나 거취를 분명히 하는 리더십, 그라운드의 민주화를 외치면서 선수들을 가슴에 안는 리더십, 사람 냄새나는 유머러스한 히딩크의 리더십이 더욱 그리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