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될 것을 공약으로 선언하였다. 이처럼 `대 통합 정치`는 박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며, 이를 반드시 지키는 `약속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비교적 고른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선거후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언론은 대통령의 업적 중 `대통합 정치`의 실종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과는 물론 여당과도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으며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지러운 파당 정치에 조선조 실학자 다산은 대통합 정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산은 논어의 “군자는 주(周)하되 비(比)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비하되 주하지 못하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을 그의 `논어고금주(語古今註)`에서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즉 “군자는 덕을 함께하는 사람을 벗하니 언제나 마음과 정신으로 친밀하게 지내며 세력으로 묶어 지내지 않고, 소인은 세리(勢利)로 교제하니 늘 힘을 합하여 파당만 만들 뿐 정신과 의리로 친분을 다하지 않는다.” 오늘날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이 나라 정치권에서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당정치는 파당 정치로 흘러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정치의 본질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다. 지난 1년간 정치권에서 겨룬 NLL 포기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 개입, 종북 논쟁 등 어느 것 하나 당파의 이해관계로 얼룩져 있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여야가 틈만 있으면 공통으로 외치는 민생 정치에도 국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한데도 여야는 서로 상대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으니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철수의 신기루 같은 `제3의 새 정치`에 관한 열망이 꿈틀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군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다산이 말하는 군자인지 소인배인지를 스스로 진단해 보아야 한다. 지난 1년간 여야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진정한 군자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식 있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적 발언임을 훤히 알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무조건 상대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공격적인 발언만 계속하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근거가 희박한 폭로, 마타도어, 흑색선전만 난무하는데 여기에 공생의 정치는 자리 잡을 수 없는 법이다. 다산 식으로 표현하면 오늘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군자와는 거리가 먼 세리(勢利)를 우선하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황현(黃玹)은 그의 `매천야록`에서 다산의 당파 초월의 실천적 의지를 다음과 같이 칭송하고 있다. “사대부들은 당파가 나뉜 이후로는 비록 통재(通才)·대유(大儒)라도 편파적으로 자기 당의 언론에 얽매어 있다. 그러나 다산은 마음을 평탄하고 넓게 쓰는데 중점을 두어 오직 옳은 것만을 쫓아 배우기에 힘쓸 뿐 선배 학자들에 대하여 전혀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남인들에게도 경시 당했다.”
우리 여야 정치인들이 또다시 새겨들어야할 주요 대목이다. 우리 정치는 아직도 당파성에만 집착하여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계파가 갈리어 증오와 시기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내에서 자당 내에 비판적인 충언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한 침묵과 굴종의 태도가 자당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대통합 정치로 가기 위해서는 다산의 당파 초월의 교훈을 하루 빨리 배워야 한다. 새해에는 여야 정치인들 뿐 아니라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은 다산의 이러한 선견지명을 하루 빨리 체득하여, 약속한 대통합 정치구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