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의 실각과 잔인한 처형으로 세계 언론은 다시 북한을 주목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북한권력의 실세로서 김정은을 수행하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장성택이 처형되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고 정치적 후견인인 그는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보안원에 의해 전격 체포 되었다. 며칠 후 북한 중앙 TV는 장성택이 수갑을 차고 재판정에 끌려가는 최후의 모습을 방영하였다. 얼굴뿐 아니라 눈두덩과 손에 피멍이 든 자국이 역력히 보였다. 그의 최후는 며칠 전 처형된 그의 측근처럼 무자비하게 끝나버렸으니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는 정적을 종파 분자로 낙인찍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였다. 이러한 북한식 공포정치의 악순환은 절대 권력의 위기 시 반복되는데 심각성이 있다. 과거 김일성은 1956년 자신을 제거하려했다는 죄목으로 소련파와 연안파의 거두 최창익과 박창옥을 반당 반혁명 종파 분자로 몰아 처단하였다. 뒤를 이은 김정일 역시 1976년 후계자로 지목된 직후 그의 세대교체 작업에 불만을 품은 당시 부주석 김동규와 사회 안전 비서 류장식을 종파 분자로 몰아 숙청하였다. 이번 장성택 일당의 반혁명 반당행위에 대한 처형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번 사태는 김정은 유일 체제 확립의 도구이며 이미 예고된 공포 정치의 시나리오이다.
북한의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과 공포 정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로드 액턴 경의 명언은 만고의 진리이기에 언젠가는 북한 땅에도 역사의 심판은 분명히 따를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 변동론에서 보면 보다 분명해 진다. 스탈린의 공포 정치는 결국 1956년 후르시쵸프의 등장과 `스탈린 비판운동`으로 단죄되었다. 중국의 모택동은 1976년 측근 4인방에 대한 심판으로 간접적으로 단죄되었다. 북한의 장기 세습 정권 60 여년과 공포 정치는 예외 없이 언젠가는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땅에서는 아직도 비정적인 공포 정치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사실 사회주의혁명과는 거리가 먼 왕조적 봉건 독재국가이다. 이번 사건 후 당·군·정에 포진된 수많은 장성택 사람들은 대거 숙청될 것이고, 그의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직행 할 것이다. 북한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광풍은 서방 언론이 보는 것처럼 과거 히틀러나 스탈린식 공포 정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살벌한 공포 정치가 오늘 북녘 땅에서 반복되고, 전 북한 언론이 주민들까지 동원하여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분단된 나라의 비극이다.
과거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김삿갓이 오늘의 살벌한 장성택의 공개 처형장면을 목격했다면 이러한 풍자시를 남겼을 것이다. “수령 권력 무엇인지, 최고 권력이 무엇인지 백두 혈통 내세우며 종파 분자 처단하는 북녘 땅이 뉘 땅인가. 어쩌다 북녘 땅은 나이 어린 수령이 인륜마저 저버리고, 예순 넘는 고모부를 핏 빛으로 물들이나”
북한의 비정상적인 독재 정권의 지속과 공포 정치의 악순환은 언제 쯤 고리를 끊을 것인가. 이러한 북한식 비극이 오래 갈수록 민족 통일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공포 정치를 목도하면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피비린내 나는 대숙청 장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그래도 우리는 민족의 통일과 화합을 위해 저들과 대화와 협상을 하여야 할 것인가. 아직도 이 땅에 존재하는 종북 좌파들은 이러한 인륜파탄의 공포 정치에 무슨 답을 할 것인가.
북한 수령 체제의 광기와 비극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