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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보는 종북주의와 하루 빨리 결별해야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석기 의원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종북좌파 문제가 한국의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이 발표한대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가 종북 좌파 혁명 조직이고 이들의 지도 이념이 주체사상이라면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석기 의원이 국정원과 검찰에서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의해 사건의 정확한 전모가 밝혀질 것이지만 드러난 혐의만 보더라도 그들은 이념적 종북주의자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주사파 종북 세력을 대표했던 김영환씨는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1천명의 종북주의자가 아직도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말을 구체적으로 검증 할 길은 막연하지만 이 땅에 아직도 종북주의자들이 존립한다는 사실만은 부정 할 수 없다. 그 발언의 장본인이야 말로 91년 북한에 밀 입북하여 지령을 받고 남한의 민혁당 지하 조직의 총책으로 활동하다 90년대 중반 전향한 사람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정리한 `강철 서신`의 저자인 그는 누구보다도 이 땅의 좌파 종북주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 이번 경기 동부 연합이 주축이 된 RO의 실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시 `이석기 류(類)의 종북 세력은 이념에 관심이 없고 투쟁만 일삼는 괴물`이라고 폄하하였다.오늘의 이 나라의 좌파 종북주의의 뿌리는 상당히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역시의 분단의 비극이며 과거 그늘진 독재 정치의 부산물이다. 종북 좌파는 87년 민중 항쟁 시기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반외세 통일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정희 유신 정권에 이은 전두환 신군부 독재 시절 청년 학생 운동권은 민족 해방파(NL)와 민중 민주파(PD)로 양분된다. 전자는 민족 해방을 위한 외세 배격을 후자는 이 땅의 반독재 민주 정부 수립을 투쟁의 기본 목표로 삼았다. 오늘의 종북 좌파는 전자에 기대어 반미 자주화에 초점을 두고 북의 주체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범주사파를 형성했던 것이다. 이들은 그것을 민주화 운동이나 통일 운동으로 위장하고 있다.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암울했던 과거 군부 독재 시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정당간의 평화적 정권 교체를 경험하고 경제적으로는 G20국가에 들어선지 오래다. 그러나 진보를 자처하는 이 땅의 종북주의자들이 아직도 주체사상에 매달려 북의 노선을 지지하고 따르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김정은 3대 세습까지 정당시하면서 상투적인 미 제국주의 타도 논리까지 추종하고 있다.`사회주의 강성 대국 건설`이라는 슬로건 하에 식량문제도 해결치 못하는 북한의 현실을 보면서 북한의 노선을 맹종하는 주사파는 시대적 착오이다. 주체사상의 대부 황장엽 선생까지 이미 북한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는데도 아직`좌파혁명`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자폐증에 걸린 환자일 뿐이다.그러므로 한국의 진보 세력은 진정한 개혁이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맹목적 종북 세력과는 하루 빨리 결별해야 한다. 이 나라의 진보 세력이 세력 확장을 위하여 일시적으로나마 종북 세력과도 협조했다면 그것 역시 역사의 퇴행이며 진보의 반역이다. 이번 이석기 의원이 주도했다는 경기 동부 연합이나 RO 사건의 비극도 이 연장선 상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과 검찰의 보도 데로 그들이 회합에서 `국가 주요 시설 파괴를 위해 무기를 준비를 모의하고 북한의 혁명 동지가를 합창했다`면 사이비 혁명가이전 일종의 좌익 소아병자들이다. 이 시대의 진보는 과거 독재시절의 지하 운동과는 조직뿐 아니라 활동 방식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 땅의 진보세력은 사이비 진보이며 진보의 적인 종북주의와는 과감히 결별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참된 진보의 영역은 넓혀 갈 수 있다. 우리의 시대적 상황은 가짜 보수의 부패를 막고 진보의 맹목성을 견제할 양심적인 진보를 갈망하고 있다. 이 나라의 참 진보가 제자리를 잡을 때 보수의 반동이나 부패를 막을 수 있다. 우리의 정치가 좌우의 정상적인 날개가 균형적으로 하늘을 날 때 정당 정치뿐 아니라 의회정치도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2013-09-09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오는 추석 연휴에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한국인들이 또다시 인천 공항을 분빌 것이 분명하다. 올 초부터 국제 학술회의 등으로 나는 여러 명의 외국인들을 만났다. 내가 만남 사람은 학자들에 한정되지만 대부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을 우리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찬사가 서구적인 의례적인 인사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을 많이 알려고 하고, 한국의 문화를 극찬하여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한국 가수 싸이가 얼마 전 빌보드 차트 2위 까지 오른 적이 있다. 그 때 만난 미국의 어느 교수는 날 보고 싸이의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젊은 세대의 노래라 관심이 적고 가사가 너무 조잡하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의 이 젊은 교수는 사이의 노래에 열광하고 있었다. 한국 가수 싸이의 노래는 그의 영혼을 건드렸다(touch)고 까지 하여 나는 깜짝 놀랐다.국내 언론이 연일 한국 정치의 스캔들로 메워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추징, 정치적 비리로 쇠고랑 찬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이 세계의 뉴스가 되고 있다. 하회에서 만난 필리핀의 어느 교수는 느닷없이 `한국에는 대통령 형님이 아직도 감옥에 있느냐`고 물었다. 전직 MB 대통령 형님에 관한 질문이다. 필리핀에는 독재자 마르코스는 사라졌어도 부인 이멜다는 아직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마닐라 근교에서 잘 살고 있단다. 심지어 그의 아들 까지 필리핀 상원의원으로 건재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형님이 뇌물죄로 아직도 감옥에 있고 전직 대통령의 수천억원의 추징금 회수만을 기다리는 한국 정치가 그는 신기하고 무척 부러운 모양이다.지난달 연태에서 만난 중국의 어느 교수는 한국의 박사 학위 수준을 중국 정부가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고 전해주었다. 그는 서울에서 유학 생활 5년을 마친 후 중국에서 교수로 있는 정치 경제 학자이다. 그는 중국 대학에서 한국에서 받아온 박사 학위 논문은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대학 논문 보다는 높게 평가한다고 전해주었다. 한국에서는 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던 때이라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중국학계는 북한에 대하여 비판적인 친한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해 전 한국에 유학와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변 대학에 교수로 있는 옛 제자가 언뜻 생각이 났다. 그의 부인은 김일성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최종 학위 수여과정에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 맹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성과 이념성에 갇혀있는 북한 땅에서 과학으로서 학문이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칠 전 부산의 한국국제정치학회에는 국내 대회임에도 외국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나도 대학원 학생들의 논문 발표장에 심사 겸 패널로 참석하여 그들의 발표 논문을 경청하였다. 어느 독일 유학생은 `북한 중앙 언론 매체 보도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어느 학생은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에서 북한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우리 한국 측 교수 3명이 친절히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과거 한국의 대학원 유학생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후진국 학생들로 대부분이었으나 이제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외국 여행길에 펄럭이는 우리의 태극기를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민족적 긍지를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의 내면에는 아직도 서구인에 대한 `열등 콤플렉스`를 털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기성세대 중에는 일제가 이 땅에 심은 `조센징은 안 된다` 는 열등의식이 아직도 내면화된 결과이리라. 우리가 급성장한 국력을 앞세워 지나친 자만심도 금물이다. 우리는 우리의 위상에 합당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질 때 우리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2013-09-02

기초 지방선거, 공천제 폐지의 전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를 공약하였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당내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지만 참여 당원 67.7%의 지지를 얻어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새누리당은 8월에 당론을 확정하여 9월 정기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만 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기초 지방 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는 여야 정치권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 공약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초기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표방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1995년 지방 선거 때부터 광역단체장·의원, 기초단체장까지 정당공천제이 허용되었지만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은 금지되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2006년 5·31 지방선거부터 기초의회의원들의 정당공천이 다시 허용되었다. 정당 정치와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당 공천과정의 잡음과 비리는 다시 지방 기초 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를 제기하게 하였다. 이번의 공직 선거법 개정의 핵심 골자는 지방의회 의원뿐 아니라 구청장, 시장·군수 등 기초 단체장까지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것이다.기초 지방 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 되었다. 지방 정치는 지방민들의 밀착된 생활정치가 중심인데 여기에 정당 공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제는 지방 정치를 중앙 정치에 종속시킴으로서 지방의 자치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지방의 자율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명분상의 주장일지도 모른다. 가장 실질적인 문제는 정당 공천 과정의 헌금 문제와 비리가 지방 정치를 부패시켰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 국회의원에 대하여 항상 `을의 위치`에 있던 지방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공천제 `반발 심리`도 한 몫 하였다.내년 6월 지방 선거는 벌써 10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여야는 하루 빨리 공천제 폐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기초 선거의 공천 폐지에 따르는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토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정당 공천의 폐지는 책임정치를 흐리게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선거에서 정당 공천은 폐지되어도 후보자의 정당 표방까지는 위헌 요소가 있기 금지시킬 수는 없다. 예상되는 후보의 난립과 선거 과열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명도 높은 지방 토호 세력의 지방 정치 장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여성계에서는 공천제 폐지가 여성들의 지방 정치 참여를 위축시킨다고 이미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한 보완책 없는 무공천제는 또 다른 시행착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므로 여야는 공천제 폐지가 우리 정치의 개혁 과제이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님도 알아야 한다. 지방의원의 공천제가 허용된 일본에서는 오히려 정당보다는 무소속 당선 확률이 훨씬 높다. 미국에서는 주별로 자치가 확고하여 80여개 도시가 무공천제를 실시하지만 지방 자치는 더욱 활성화 되었다. 이를 보면 제도의 변경보다는 제도의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천제 폐지 등 제도만 바꾸면 지방 자치가 원할 할 것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 개혁에서는 제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관행이나 정치 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그것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의회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되는 곳에서 과연 합법적인 공직선거법이 탄생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9월 정기 국회에서는 여야는 정당 공천제 폐지에 따른 가장 합리적인 공직 선거법을 서둘러 마련하여야 한다. 사실 의원 입장에서는 공천권 폐지는 자신들의 기득권 포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의원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방 자치, 지방 정치의 발전이라는 국가적 장기적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공천제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시점이다.

2013-08-26

일본의 국수주의적 극우정치는 오래갈 수 없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번 광복절은 해방 68주년이다. 1945년 태어난 해방둥이가 벌써 일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이 땅의 전후 세대들이 과거의 굴욕적이고 쓰라린 일제 식민 역사를 잊고 사는 듯하여 안타깝다. 역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일본의 극우 정치는 피해 당사국인 우리 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아베 집권 후의 일본의 퇴행적인 극우 정치는 도를 넘어선 듯하다.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더하여 종군 위안부에 대한 하시모도의 발언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였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우리 추구 응원단의 슬로건에 일본의 문부 각료는 `한국인들의 낮은 민도(民度)`운운하면서 대응하였다.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각료 3인과 의원 100여명은 집단적으로 야스쿠니를 방문하였다. 아베 정권은 일본의 헌법 9조를 개정하여 자위권 행사를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8·15 전몰자 추도식`의 기념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은 한 줄도 찾아 볼 수 없다.이러한 일본 정치인들의 극우적인 발언과 정책의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다. 사실 1990년대까지 세계 경제를 선도하던 일본의 경제 위기는 자폐증에 걸린 환자의 모습이다. 일본 경제 위기는 잠재 성장율 1%, GDP 대비 부채 200%, 저출산 고령화, 니트족과 캥거루족의 증가로 대변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 2위로 부상한 중국과 한국의 급진적인 경제 성장에 초조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일본의 대형 지진의 참사는 그들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국민적인 좌절감을 더욱 실감케 하였다. 일본의 국우 국수주의 정치는 그들의 자신감 상실을 과거 회귀적 극우 정치를 통해 치유하려는 것이다.여기에 더하여 한국과 중국과의 계속되는 영토분쟁은 그들로 하여금 극우 강경책을 선택하게 하였다. 영토적 야심을 한 시도 버린 적이 없는 섬나라 일본은 이러한 내외의 위기를 신군국주의적 강경정치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무기력한 야당보다는`강한 일본 건설`을 외치면서 국수주의적 애국을 앞세운 아베 정권을 적극 지지하게 된 것이다. 극우 정치인들의 숱한 퇴행적인 망언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이 압도적 지지를 획득한 것은 일본인들의 광신적 애국주의를 자극한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의 경제 복구의 청사진인 소위 아베노믹스는 일본 대중의 인기에 영합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아직도 야당과 지식인등 아베의 극우 정치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지만 그 것이 침몰하는 일본의 현실적 대안은 될 수 없기에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위기 앞에서 마조-사디즘적인 심리 경향을 표출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자유로 부터의 도피`를 통해 자유로운 바이마르 체제를 부정하고 강력한 나치스의 품안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독일인의 어리석음을 비판하였다. 일본의 국수주의적 극우정치의 회귀도 일본의 자학적인 패배주의적 마조히즘을 이웃에 대한 강력한 사디즘으로 극복하려는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극우적 처방이 일시적으로 일본 내부의 결속을 다질지는 몰라도 위기극복의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처방이 일본 사회의 무력화와 공동화 현상에 대한 일시적 처방은 될지언정 장기적 처방은 될 수는 없다.일본 아베 정권은 늦었지만 과거 침략의 역사에 대한 철저히 자기반성과 함께 과거 회귀적인 국수주의적 정치를 탈피하여야 한다. 전후 독일은 나치스체제의 철저한 청산을 통해 이웃나라와 진정으로 화해하고 독일 통일을 이룩하여 EU의 중심국으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극우 정치는 결국 위기에 처한 일본의 국내용 일시적 마취제는 될지 모른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그것이 미국 중국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부메랑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13-08-19

전직 대통령의 품격 있는 처신이 요구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얼마 전 미국의 대통령 부시가 오랜 만에 삭발한 모습으로 어떤 어린이를 안고 뉴스에 등장했다. 과거 동료 직원 아들의 골수암 치료비를 걷기 위한 행사장에서의 인자한 모습이다.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되어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보다 훨씬 훌륭해 보이는 아름다운 사진이다. 한편 또 다른 뉴스에는 세계와 통하지 않는 북한을 방문하여 그들을 설득하려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모습도 소개됐다. 그는 지금도 전 세계의 집 없는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Habitat)운동을 18년째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사는 한국의 조그마한 지방도시 경산까지 방문하여 집을 지어 주고 떠난 적이 있다. 모두가 전직 대통령의 존경스러운 모습이며 아름다운 처신이다. 이 나라에는 전직 전두환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검찰 조사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전 대통령의 얼굴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판정에서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은 낼 수 없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아직도 시중에서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측근 수십 명을 이끌고 해외 골프치러 다닌다는 비난 여론에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초청 골프도 못 치느냐고 항변한다. 심지어 자녀와 처남의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검찰이 역추적하자 대통령되기 전부터 재산이 많았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추징금도 일종의 형벌인데 미납 상태로 버티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대응 논리는 너무 유치하고 수치스럽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두 분뿐 아니라 세상의 존경받는 지도자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이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품격 잃은 행동은 전두환 대통령 한 명에 국한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기 아들의 국회의원 공천 문제로 전직 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린 적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근 재산 문제로 형제간 뿐 아니라 전 사돈 간에도 송사에 휘말려 추태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석연치 않은 비리조사과정에서 갑작스런 자살로서 그의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무책임하고 품격 없는 행적은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직 대통령들의 처신과 돌출은 재직 쌓아온 훌륭한 공적까지도 반감시킨다. 이 나라의 전직 대통령의 이러한 부당한 행적은 우리의 국격까지 실추시키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전직 대통령도 헌법이 보장한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신 분들이다. 그러기에 이 나라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법에 의해 보호 받고 예우를 받는다. 그러므로 전직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철저해야 한다. 그들의 퇴임 후 행동과 처신도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행히도 이 나라에는 해방이후 11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아직도 국민적으로 손을 모아 존경받는 대통령은 없는 듯하다. 결국 이러한 불행은 이 나라 정치 지도자에 대한 불신의 토대가 되고 우리사회에 팽배한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적 허무주의로 연결되고 있다. 이 나라 최고위 직인 대통령의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권력 남용뿐 아니라 퇴임 후의 행적은 결국 이 나라의 법치주의 근간까지 허물어 버린다.전직 대통령은 바람직한 처신과 품격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에나 산적해 있다. 전직 대통령은 우리처럼 정치적 갈등이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세상에 정파를 뛰어 넘는 해법과 비전을 제시할 수는 없을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곳에 낮은 자세로 임하여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존경받는 어른의 자격은 획득 할 수 없을까. 특히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은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한 거창한 일에 앞서 전직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선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양식과 처신을 보여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각성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3-08-12

북한사회의 `아름다운 역설`은 무엇일까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최근 슬라보예 지젝은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 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이혼 한다`는 `아름다운 역설(Beautiful Irony)을 발표하였다. 1960년대 다니엘 벨은 `이데올로기의 종언 시대`를 선언하고, 1980년대 프란시스 후쿠야마(61)는 `역사의 종언`을 통해 공산사회는 패배하고 자본주의가 승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는 이데올로기적 함정을 탈피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젝의 역설은 흥미이상의 관심을 끈다. 철학자 지젝은 슬로베니아 출신이며 정신분석학, 철학, 명예박사까지 3개의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자칭 `복잡한 공산주의자`이다. 그는 8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미국 프린스턴 등 10여개 대학에서 강연하였으며 지난달 30세 연하의 여인과 네 번째 결혼할 정도로 분방하다. 영국의 월간지 프로스펙트는 2013년 세계의 사상가중 철학부문 1위로 선정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작년 6월 서울 경희대 강연에도 만 명이 신청하여 4천500명이 강연장을 메웠을 정도다.마르크스 신봉자인 지젝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사회주의나 유교로도 해석되지 않는 `아주 무섭고 별 난 (terrifying eccentricity)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혼 했다`는 그의 역설은 북한 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조짐이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반제 혁명노선을 선전하면서도, 자본주의 원조인 미국과 교제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북한은 평화보장이라는 명분으로 내심 미국 자본주의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내가 잘 아는 서울의 L교수는 남북의 관계가 좋을 때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잠시 자본주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북한당국은 홍콩이나 베이징으로 자본주의 경영학 유학을 보낸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북한에서 자본주의적 독충은 막겠다는 취지로`모기장이론`을 제시했지만 그들은 자본이라는 시원한 바람은 긴용함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 아닌가.지젝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혼한다는 역설은 북한 당국의 정책 면에서도 감지된다. `강성 대국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서도 식량문제도 해결치 못하는 북한은 자본주의적 방식을 궁여지책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1990년 후반부터 도입한 합영법이나 특구 정책도 중국식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방식의 모방이다. 단 북한은 사회적 인프라와 자본의 부족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뿐 아니라 중국 자본에 의해 나진항을 열고, 황금 평 특구를 추진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북한은 이미 해외의 북한 식당과 개성 공단 수입, 금강산 입장료라는 외도 경험을 통해 자본의 맛을 톡톡히 보았기 때문이다.북한의 이러한 자본주의 바람은 주민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다. 프랑스에 사는 나의 지인 A씨는 평양의 조카에게 트럭 한대를 사주어 장사를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였다. 호주 시드니의 B씨는 회령의 어느 산골에 양을 수 십 마리 사주어 그곳을 드나들며 우대 받는다는 소식도 전했다. 북한의 늘어나는 종합 시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돈을 번 부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시장에는 한국의 초코파가 인기 있고, 한국의 고급품까지 암매된다는 증언하고 있다. 탈북 영화감독이 증언하는 데로 북한 영화에도 부분적으로 금지된 포옹장면이 등장하고, 키스신과 베드신까지 등장하여 인민들의 인기가 대단하단다. 남한의 인기 드라마뿐 아니라 유행가까지 CD로 보급되는 `북한식 한류`를 통해 주민들은 자본주의에 더욱 유혹 받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지젝의 아름다운 역설은 북한 땅에도 퍼져가고 있으나 막기 어렵다. 북한 지도층뿐 아니라 하부 주민들도 벌써 의식의 내면에는 소유욕이라는 자본주의에 바람에 흔들려 이미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지나친 논리의 지나친 비약일까. 이러한 시기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너무 조급하게 기다릴 것은 없지만 그들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처방만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

2013-08-05

한국정치 선진화는 건강한 중도층 형성에서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중국 남방 개방도시 선전(深玔)의 공원에는 등소평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키가 작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거대한 그의 가대상은 선전시를 응시하고 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중국 개혁 개방과 오늘의 거대 중국의 기틀이 되었다. 그는 흰 고양이든 검은 거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실용노선을 통해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견인하였다. 문화 혁명 시 극좌 이념에 의해 고통당했던 그는 중도적 실용주의만이 중국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중국의 어디를 가나 그의 저서는 많이 팔리고 오늘날 존경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나라의 정치에서도 실용적인 건강한 중도 층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 극좌나 극우 뿐 아니라 폐쇄된 보수와 진보 이념은 서로 상대를 백안시하고 부정하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그로인해 정치에서도 여야는 시원한 합의보다는 상대를 비판하고 척결하려는 갈등의 정치가 계속되는 것이다. 시민 사회에서도 자신은 항상 백이고, 상대는 흑이라는 흑백 논리가 상당히 지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은 항상 정의와 선이며, 상대는 부정이고 악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론 적 사고의 결과이다. 경직된 보수는 진보적인 상대를 종북 좌파로 매도하고, 경직된 진보는 상대를 수구 꼴통으로 비난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흑백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우리 정치의 안정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우리 정치가 대화와 상생보다는 대립과 투쟁 정치로 변질된 것은 그것이 조선의 당파정치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당시의 사색당쟁이 오늘의 정당 정치의 기본 담론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당쟁에 이은 사화는 연루된 본인뿐 아니라 자손들 까지 희생 제물이 되었으니 우리 정치사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 후 일제의 식민 통치하에서의 친일과 항일, 해방 정국의 정부 수립시의 좌우 논쟁, 그 후의 6·25와 같은 민족적 비극은 이념의 좌우 논쟁을 더욱 확산·심화시켰다. 그 후 독재와 군부 정치 청산이라는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사꾸라 논쟁은 우리 정치에서 선명성이라는 미명으로 흑백의 논리를 더욱 강요하게 되었다.흑백 논리에 의한 갈등과 분열의 정치는 한국 정치의 선진화를 막고 있다. 여야 정치인 뿐 아니라 국민의 여론도 분열시켜 결국 국민적 통합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가령 현안이 된 개성 공단, NLL 문제,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만 하더라도 사실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대응논리가 우선한다. 진보 진영의 촛불 집회와 보수 연합의 항의 집회는 이를 입증한다. 우리 사회에는 친목회, 동창회, 종친회에서도 흑백의 논리로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격론이 벌어져 얼굴을 붉히고 돌아 서는 모습까지 본다.정치학자 바라다트(Baradat)는 일찍부터 정치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중도층(moderate)을 설정하고 있다. 그는 좌우로 치우친 양극 정치는 하나의 이상이며, 결국은 그것은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극과 극은 결국 정치적 허무주의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우선 정치적 흑백논리로 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 해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진영 싸움이 계속되는 정치판에서는 합리적인 협상 자체를 `야합`이나 `굴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아닌 온건한 중도세력은 `회색분자`로 취급되고, 때로는 정치적`기회주의자`로 오해 받기 때문이다.온건한 중도 층이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통해 `흑백의 정치`를 판단할 때 이 나라는 정치적 안정과 발전은 기대할 수 있다. 정치적 이슈를 정파적으로 쟁점화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은 국론 분열의 의 장본인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평가할수 있는 건전한 중도 세력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 편 가르기 정치에서 가담하지 않고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깨어 있는 중도 층 유권자가 늘어나야 정치적 안정은 회복될 수 있다. 그것이 한국 정치의 선진화의 길일 것이다.

2013-07-29

`증오의 정치`는 끝나야 하는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국정원에 관한 국정조사, 정치인들의 막말 파문, 국가 기록원 NLL 문서 증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불안한 정국이 내일은 또 어떤 일이 터질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선진 사회에서도 여야 간의 정치적 견해차와 대립은 흔히 있다. 그러나 이 나라처럼 여야 간에 사사건건 격돌하는 사생결단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났다. 국회 선진화 법 통과 후 의사당내의 여야 정치권의 무력 충돌은 사라졌지만 여야 간의 격돌 정치는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빈발하게 터지는 막말 정치, 저주에 가까운 폭로 정치,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치 않는`증오의 정치`가 우리 정치의 관행이 되고 있다. 흑백 논리를 통해 상대를 비난하고 거부하는 정치가 반복되는 곳에서 화합과 상생의 정치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정치 행태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흑백 논리는 더욱 증오의 정치를 조장한다. 결국 이러한 정치는 여야 아무도 이득을 볼 수 없다. 서로 상처만 남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치닫기 때문이다.한국 정치의 관행이 되어버린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아무런 실리도 없이 계속된다. 정치의 목적인 국리민복인데도 오늘의 한국 정치는 국익도 민복도 다 잃고 있는 셈이다. NLL문제만 해도 국가의 체면이나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정상 회담록을 공개해 버렸다. 여야는 물론 국정원도  `오기의 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결국 이러한 폭로는 국민적인 의혹 해소는커녕 시민 사회의 여론만 분열시키지 않는가. 다시 광화문의 촛불 집회는 시작되고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20여개 대학 교수의 시국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보수층의 목소리까지 가세하여 여론은 더욱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다급한 민생 정치를 뒷전으로 밀어 버리고 정치가 경제회생의 발전의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한국 정치의 품격만 추락 시키는 증오의 정치, 저주의 정치는 하루 빨리 종식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병리적 관행은 하루아침에 치료되기 어려운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복합적인 고질적인 병리에 따른 합병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역 분할적인 정치의 구조,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정치, 여야의 타협이나 합의 자체를 야합으로 여기는 정치풍토 하에서는 증오와 저주의 정치가 독버섯처럼 커가는 것이다. 과거의 3김 정치는 사라졌지만 중앙 집권적인 보스 정치는 우리 정치에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여당의 당 지도부는 아직도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야당 역시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강경 투쟁을 선도하고 있어 증오의 정치는 확대되는 꼴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신보다는 상부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상대를 부정하고 상대의 급소를 치는 전사만이 인정받는 우스꽝스런 정치가 우리의 현실이다.여기에 더하여 여야 가릴 것 없이 하향식 정당 공천제가 갈등과 증오의 정치를 더욱 조장한다.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부터 공천권자나 당 지도부에 대한 정치인들의 충성 경쟁은 시작되는 셈이다. 총선이나 대선선거과정에서 오직 승리만을 위한 중상모략, 흑색선전, 상대 당 흠집 내기를 통한 비방의 정치도 함께 출범하는 것이다. 이번의 국정원의 정치 개입문제나 NLL 포기문제도 이미 지난 대선 때 제기되었던 문제가 아닌가. 증오의 정치는 여야 공히 미워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거울 형상의 정치가 되어 버렸다.이러한 증오의 정치, 한풀이식 정치, 오기의 정치, 거부의 정치를 탈피하려면 우선적으로 정치인들의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건전하고 양식 있는 중도 유권자 층이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쟁점에 관하여 이념적, 지역적 편견을 탈피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도층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여야가 각종 정쟁을 중지하는`신사협정`이라도 우선 체결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2013-07-22

한중 학술대회를 마치고 - 중국식 사회주의의 불편한 진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틀간의 한중 국제 학술회의 후 중국 옌타이 등 산동성 북부지역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급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중국의 발전 모습에 놀라는 학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여행 중 서울의 어느 교수는 거대한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놀라 우리의 모습이 왜소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까지 하였다. 나는 그에게 중국의 발전이 놀랍지만 한국 경제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나는 그에게 시간이 나면 낙후된 중국의 오지나 북서부 지역을 여행해 보라고 권하였다. 나는 중국의 성장과 발전이 외형적으로 빠른 변화임엔 틀림없으나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분명한 것은 급속한 중국의 성장 뒤에는 발전을 가로 막은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의 고민이며, 그들이 노출을 꺼리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선 중국은 외형적으로 56개 소수 민족이 13억의 `하나의 중국`을 이루어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티베트나 신장, 내몽골 자치구에서 보듯이 중국의 2억6천만에 이르는 소수민족의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은 수시로 폭발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소수민족 우대 정책(?)을 펴고 민족담당 장관까지 두고 있지만, 한족이나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해 내가 참여한 쿤밍의 거창한 `세계 인류학 및 민족학 국제학술대회`도 중국 정부의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의 저항에서 보듯이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소수민족의 저항은 중국의 개방 정도에 비례하여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둘째,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socialist marketing)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중국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사실 중국은 등소평 이후 세계 최대의 인구와 자원을 통해 괄목한 성장을 이룩하여 G2 국가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당 국가 독점적인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와 어느 정도로 조화할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정치적 다원화된 민주주의의 토대 없이 사회주의적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민주화 없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리의 주장에 중국학자들은 중국적 특색만 강조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셋째, 중국의 인권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잠재화되어 있을 뿐이다. 중국 천안문 사태시의 강제 무력진압뿐 아니라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가혹한 처벌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아직도 감금 대상이 되고 있으며, 티베트 등 각 자치구에서 발생하는 반체제 운동에 대한 중국의 무자비한 탄압은 중국 인권 문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입증한다. 몇 해 전 중국 정부가 불온시하는 파룬궁 행사 때문 나까지 몸수색 당한 후 인력거를 이용했던 불쾌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넷째, 중국 사회의 관료들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앙 정부 당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이해하고 있으나 그 근절책은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 현직 권력 최고위 층 자녀들의 기업 장악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돼 있다.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까지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고 시도하지만 `꽌시`(연줄)로 뿌리 내린 특권구조의 개혁과 청산 없이는 어려운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어느 학술 대회에서나 관치화된 중국학자들은 이러한 중국의 내부모순을 거론하기를 피하고 있다. 개방된 사회의 서구의 보편적인 기준이나 가치로 보면 분명 정상이 아닌데도 그들은 중국식 가치를 강조할 뿐이다. 이것이 중국식 사회주의의 현실적 모순이며, 그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2013-07-15

한·중 국제학술회의 참관기 - 가깝고도 먼 이웃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번 한·중 정상회담 성과 중 양국의 인문 사회 분야의 교류 확대에 관한 합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의 산동 성 연태대학교에서 `동북아 평화·공존·번영`을 위한 한·중 국제 학술 대회가 성황리 개최되었다. 한·중 정상 회담후의 첫 학술 행사 때문인지 현지에서의 한국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고 뜨거웠다. 이 학술회의에는 베이징, 상해 등 중국학자 20여명 뿐 아니라 베트남, 미얀마, 몽골에서도 여려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이번 학술 대회에서는 무려 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학술회의에는 중국 외교부 산하의 중국 국제 문제 연구소의 중진 연구자들뿐 아니라 우리 측의 통일 연구원, 국가 안보 전략 연구소 등 국책 연구기관의 학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로 인해 양국 정부의 대외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번 학술 대회에 참여한 학자들은 동북아 평화 문제에 관하여 상호 공존과 협력이라는 총론과 원칙에서는 대체로 공감하였지만 동북아 평화 구상이라는 각론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학술회의 후 재중 한인회 회장이 마련한 만찬장의 건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과 중국은 아직도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북한의 비핵화`가 시급하며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학자들은 지난 한·중 정상 회담의 결과처럼 `조선 반도(한반도)의 비핵화`는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북한의 비핵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측의 어느 학자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요구한 `북·중 합동 군사훈련`을 중국이 거부하였음도 밝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어느 학자가 중국도 이제 G2국가로서 세계적 기준의 인권 보장에 힘쓰고,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요청에 일종의 `난센스`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중국학자들이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강한 견제 심리를 표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중국의 학자들 중에는 한국의 외교나 정책에 우호적인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중국 교수는 과거 중국 내전 시 항일 공동전선을 펼쳐 중국 정부 수립에 기여한 항일 독립단체와 조선족의 역할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하였다. 또 다른 중국학자는 한국의 외교를 `한의 역사`로 풀이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국인들의 한(恨)을 `외침의 한, 가난의 한, 분단의 한`으로 규정하고 한국의 외교도 이를 극복하려는 외교이기에 주변국도 이를 이해하고 조응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그는 나와의 사적 대화에서 6·25 전쟁 시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에 대해서도 중국은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피력하였다. 이처럼 중국학자들 중에는 과거와 달리 지한(知韓)파, 친한(親韓)파가 늘어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며 환영할만한 일이다.종합 토론에서 한국의 어느 학자는 한·중 관계의 이러한 입장 변화를 `조강지처와 새로 생긴 애인`사이의 고민이라고 풀이하여 좌중을 웃겼다. 사실 중국은 미국과의 튼튼한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가까워지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또한 북한과 아직도`혈맹관계`를 맺은 중국이기에 더욱 짝사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도 중국도 각기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로운 동반자와의 밀월관계로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이 한·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에`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중국 또한 한국에 대하여 `대미 자주 외교`를 요구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이 한국과 중국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2013-07-08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파장이 우려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지난 12월 대선에서 쟁점이 되었다 수면 아래로 잠적했던 NLL 문제가 국정원에 의해 전격적으로 다시 공개되었다. 국정원장은 이번 공개는`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며 `국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였다. 이 조치에 대하여 새누리당은 남재준 원장의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보답으로서 `고심에 찬 결단`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의 제2의 국정개입 사건이며 `국기문란행위`로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야당의 반대로 전문 공개는 유보되었지만 이미 대화록은 이미 언론에서 공개되고 노출되어 버렸다. 이번 국정원장의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 법 제정이후 비교적 조용하던 여야의 입장이 극한적인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단체의 시국선언과 광화문에서의 촛불 집회는 다시 점화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집회도 보수진영의 집회도 열리고 있어 충돌의 기미까지 보인다.여야가 지난주 국정원 정치 개입 문제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여 이 문제가 원내로 수렴될 전망이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국정원에 대한 규탄시위와 반정부적 집회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결국 국정원의 이번 대화록 공개는 그 파장이 커서 우려되는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국정원은 이번 대화록 공개가 NLL에 대한 진실성 공방에 종지부를 찍어 국론 분열을 방지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국론은 오히려 더욱 분열되고 있는 점이다. 여당의 NLL를 `포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과 야당의` 포기했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부터 대화록 공개는 그 초점인 NLL 포기 발언의 진위보다는 그 해석을 둘러싼 이념적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둘째, 국정원의 이번 공개는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보다는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공개로 국가안보와 국민적 알권리 보장과 외교관행 위배와 국기문란에 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모노리서치, 대표 이형수) 결과 41.2%가 `국정원이 잘못했다`고 응답하고, 28.3%만이 `국정원이 잘했다`이며, 25.0%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볼 때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얻은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으며, 국정원은 물론 여당과 야당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음은 더욱 분명하다.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하여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국익도 지키지 못하고, 국정원의 명예도 지키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셋째, 이번 공개로 인해 앞으로 정상 간의 외교에도 남북 관계 정상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정상회담의 내용을 절차의 위법성 논란을 무시하고, 당사자 간의 양해도 없이 그것도 대표성이 없는 정보기관이 공개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외교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향후 외교적 합의에 있어 다른 나라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위로 비판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대북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북한 당국의 며칠전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다.그렇다면 이 국정원장의 이러한 결단이 과연 이 나라의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도 여야도 이 정도에서 대화록 공개에 대한 비생산적인 논쟁은 하루 빨리 중지하여야 한다. 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이념이나 정쟁으로 악용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수습차원에서도 문서 공개에 관한 책임은 정치적 공방이 아닌 법리적 판단에 맡기고 국정 조사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013-07-01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가 부럽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중국과 대만은 2005년 국민당 주석 롄잔의 첫 방중 이후 벌써 9년째 공산당과 국민당 간 최고위급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과 대만은 지난 6월13일 첫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수뇌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우보슝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의 수뇌회담에서“중화민족 전체의 이익과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제 양안(兩岸) 간에는 `전 방위 차이완(Chiwan)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08년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양안은 2010년 중국판 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였다. 그후 대만의 100대 기업 가운데 40개가 푸젠성에 공장을 비롯한 생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푸젠성을 광둥성과 홍콩, 대만까지를 아우르는 `초급 합작구역(超級合作區域·메가경제권)`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대만 정부 또한 중국의 제조업 등 100여개 업종의 대만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역사적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써 양안은 인구 14억, 국내총생산(GDP) 3조6천억 달러의 거대한 중화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남북의 경제 협력의 마지막 상징인 개성 공단마저 폐쇄된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고, 양안의 화해가 부럽기까지 하다.중국과 대만을 오가는 관광객은 연간 730만 명에 이르며, 중국에서 대만인의 개인 관광이 가능한 도시가 현재 26개로 늘어났다. 중국 50여개 도시에서 대만으로 가는 항공편만 매주 616편이며 1년간 직항노선을 이용한 여행객은 모두 159만7천명에 달했다. 중국 본토의 대부분의 공항은 대만인을 환영하고 출입을 간소화하기 위한 별도의 창구까지 열어두었다. 중국에서 대만으로 편지를 보내면 특급 우편의 경우 오전에 보내면 당일 낮에 도착할 수 있다.그러므로 양안사이에 이루어지는 차이완 모델은 아직도 분단의 살 어름 판을 걷고 있는 우리가 시급히 벤치마킹해야할 모형이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 양안 지도자의 중화이익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치적 결단을 하는 모습과 양안 간 체결된 기본 협정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사실 우리도 1992년 남북 총리간의 남북기본 합의서가 체결됐고, 2000년에는 남북의 정상이 6.15 공동 선언과 뒤이은 2007년의 10.4 공동 선언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그 이행과 실천은커녕 남북 관계의 악화로 사실상 사문화되고 말았다. 독일의 경우 정당간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브란트의 동방정책과 1972년 체결된 양독 기본협정은 후임 정권이 충실히 이행하였다. 그 결과가 1990년 역사적인 독일 통일 대업을 이룩했음을 우리는 다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지난주 한반도에는 오랫동안 닫혔던 남북 당국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판문점 실무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남북의 당국 회담은 대표의 격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중국 양안 간의 통 큰 정치 협상과 그 성과를 볼 때 작고 옹졸한 남북의 협상 자세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만에도 야당인 민진당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국공회담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 마잉주의`선경후정(先經後政)`을 내세운 협상론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훌륭한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지난 정부 시기의 남북 합의 문헌부터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시대의 대북 포용 정책의 성과를 이명박 정부처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고 질타만 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 될 수 없다.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그 동안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인준하거나 서명한 합의서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북 협상자세로 임할 때 그 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다.

2013-06-24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반드시 환수돼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979년 10월26일 박 대통령의 시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얼굴이 회상된다. 국가 보위비상대착위원장으로서 텔레비전 앞에 불쑥 등장하여`본인은…. 구악을 일소하고 새로운 정의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하던 모습이 굵직한 음성과 함께 클로즈 업 된다. 정권의 정통성이 약한 전두환 5공은 사회 정화를 국정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등장하였다. 각종 청탁과 비리를 일소한다는 명분으로`청탁 배격`이라는 팻말까지 공무원의 책상위에 비치하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도 당시 어리석은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의 사회`를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전두환의 5공은 1987년 민중 항쟁으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한다`는 로드 액턴 경의 말처럼 신군부 정권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채 끝나 버렸다. 그는 청와대 안가에서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거액의 뇌물인 9천500억원은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는 5774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금액을 뺀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현재 미납금만 1천672억원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법정에서 그의 전 재산이 29만 1천원뿐이라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하여 아직도 국민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 동안의 부적절한 행보는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연희동 그의 자택은 아직도 수많은 경찰 경비 인력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그는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는 빠지지 않고 중앙 단상에 자리하여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즐기고 있다. 그는 밀린 추징금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육사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상당한 후원금을 던지고 있다. 해외 골프 여행 등을 즐기고, 각종 행사에는 아직도 그의 측근을 대동하고 있다. 그의 대구 모교에는 기념관 까지 마련된 실정이다. 3남1녀의 재산은 언론에 밝혀진 대로 2천억원 대를 넘어서고 있다. 추징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그의 행보는 시민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정치현실이다.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이 추징금 문제에 대해`지난 정부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였다. 박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지하 경제의 양성화 차원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조치는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할 시의 적절한 조치이다. 검찰도 과거와는 달리 비자금의 환수 문제는 끝까지 추적하여 그 전모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야당 역시 추징금의 공소 시효가 끝나기 전`전두환 추징금 환수 법` 까지 만들어 추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박근혜 정부는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엄격히 추적하여 조속히 환수 조치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가 집권 초기의 이 기회를 놓치면 얽히고설킨 한국적 정치 현실에서 과거처럼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 비해 비자금을 철저히 은닉한 것은 그의 평소의`의리 있는 인맥관리`의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의 일반 여론은 그의 비자금을`못 찾는 것이 아니라 안 찾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까지 있다. 이번 칼을 빼어든 검찰이 사력을 다해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의 끈질긴 추적과 철저한 조사도 중요하지만 전 대통령 스스로 양심선언을 통해 비자금의 용처를 스스로 밝힐 수는 없을까. 그의 자녀들의 엄청난 재산 증식 현상을 볼 때 심증은 확실한데도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검찰의 고민일 것이다.정치사의 얼룩진 비밀은 일시적으로 은폐될 뿐이며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경험이며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사회에 팽배한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허무주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의 조사와 환수조치는 철저히 이루어 져야 한다. 그것이`유전무죄, 무전 유죄`라는 우리 사회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2013-06-17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명백히 밝혀야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이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서 몇 차례조사를 받았고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도 검찰에 소환되어 이번 사건의 축소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이 선거법 위반인지 국정원 법 위반인지는 법정에서 그 진실이 밝혀질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대선전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며 더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서 사건 자체를 축소·은폐하려고 했다는 점은 더욱 한심스러운 일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2월 대선전 막판에 벌어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은 국민적인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은 조직적 선거 개입사건이라고 농성까지 하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였다. 새누리당에서는 당시 야당의 국정원 여직원의 강제 감금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야당의 무책임한 폭로라고 비난하였다.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여직원의 댓글은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다고 발표해버렸다. 당시 박빙의 선거 구도에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밤늦게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여 대선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검찰은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하여 그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여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야할 책무가 있다. 검찰은 6월19일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공소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을 신속히 조사하여야할 것이다.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은 어느 정도 어떤 행태로 이루어 졌으며, 당시 국정원 원장등 상부에서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러한 위법 행위가 국정원 조직 내부에서 어떤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 졌으며 그것이 원 세훈 전원장의 자의적 행위인지 그렇지 않으면 외압의 결과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초기 수사 과정에서 서울 경찰청장의 댓글 관련 키워드 축소 지시나 하드 디스크 폐기 의혹도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여권이나 권력의 핵심부에서는 이 사건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확대 재생산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사건은 철저히 조사해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여야만 재발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는 국가 정보기관이 무소불위의 정치 사찰이 이루어지고 이를 빌미로 정치 탄압도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당간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공간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이루어 졌다면 이는 분명히 시대착오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검찰이 국정원의 잘못된 정치 개입 여부나 과정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정권의 도덕성이나 정통성 확립에 훨씬 도움을 줄 것이다.검찰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국민 대통합` 차원에서도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 책임자까지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지난 대선 결과에는 승복했지만 국정원의 정치 개입사건에 관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정원의 이번 사건의 수사와 관련 시민·사회 단체 인사 724인과 200여 단체가 지난 5일 시국선언을 통해 검찰의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시작했다.이번의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사건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고 미봉책으로 끝날 경우 앞으로 여야의 정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고, 시민 사회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켜 정치적 저항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에서는 이미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최근 황 법무부 장관의 석연치 않는 조치에 대하여 불신임 결의까지 제기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고 그 재발 방지책까지 마련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3-06-10

포항시의 `감사 나누기 운동`을 주목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인구 53만의 지방 도시 포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감사 나누기 운동`을 시작했다. 포항시가 앞장서 시작한 이 운동은 지난 5월23일`포항 범시민 감사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가지게 됐다. 1년 만에 이 운동의 성과를 평가 하기는 이르지만 포항 시민 20만명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니 이 운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서울의 몇 개 자치단체와 기업체, 교육기관 등에서도 이 감사운동을 벤치마킹한다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 자치 시대에 포항에서 시민들의 행복 증진을 위한 정신 운동이 태동됐다는 것, 그 자체를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아주 낮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27위에 머물러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의 GDP 규모나 소득 수준은 상당한데도 근로시간과 여가 등`삶의 질`은 형편없이 평가된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잘 살기 위한 경쟁적적인 구조가 우리의 삶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경쟁과 능률만이 살길 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경쟁구도가 우리의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든 결과다. 포항에서 출발한 이 감사를 나누는 `새 마음 운동`이 널리 확산된다면 우리의 삶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최근 `행복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 심리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찾으려는 학문이다. 이 분야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결론은 행복이란 결코 물질적 풍요와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지난 20여년간 국민 소득이 7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변화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빈국 방글라데시는 오히려 행복지수는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불행이고,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의 총량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당첨자는 당첨후 일시적으로는 행복감이 극대화됐지만 차츰 그 돈으로 불행하게 되는 수가 많았으며,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사고로 인해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에 차츰 행복이 증진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행복 심리학자 셀리그먼(Seligman)은 행복이란 `감사`와 같은 긍정적 정서가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는 감사, 존경, 희망, 용서, 배려라는 긍정적인 정서가 인간을 행복으로 유도한다고 했다. 반면 인간의 분노, 시기, 질투, 열등감, 적개심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인간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행복의 요소로 일에 대한`몰입`(engagement)과 좋은`인간관계`를 첨가하지만 이 모두 긍정적인 정서와 연관돼있다. 감사 운동이 권장하는, 하루에 감사한 일 5가지 기록하기, 감사한 분에게 수시로 문자 보내기, 한 달에 한번씩 감사 편지 쓰기 등은 모두의 긍정적인 정서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포항의 `감사 나누기 운동`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감사 운동이 성공을 거두려면 포항시라는 관주도 운동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 단체에서도 `감사하기`라는 행복 교육을 서둘러 실시할 필요가 있다. 고생이 되더라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달콤한 성공이 약속된다는 `고진감래형 인간`육성에 얽매인 우리 교육은 한계가 있다. 오직 돈과 명예와 출세만을 위해 행복은 먼 훗날로 미루는 풍토에서는 행복이 증진될 수 없는 법이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하는 일을 즐기고, 감사하는`행복한 성취주의자`가 늘어날 때 사회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은 결코 목표가 아니고 그 과정자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포항의 `감사 나누기 운동`을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3-06-03

윤창중의 성추행 의혹을 보는 균형적 시각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언론은 며칠 째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 사건으로 도배질돼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 결과 분석으로 넘쳐나야 할 지면들이 온통 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얼룩져 있다. 여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 역시 대통령의 불통의 인사가 초래한 예고된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봐도 이번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일어난 그의 행각은 국격(國格)실추 행위이며, 질타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보수 논객 윤창중씨는 야당 대선후보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고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부 인사를`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에는 밀봉된 봉투를 공개적으로 뜯어 보이면서, 극도로 말을 아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러한 그의 여러 행적이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여러 사람의 비판에도 박 대통령은 그를 대변인으로 전격 임명했다.그의 청와대 입성에는 당시 보수 논객들의 지원도 일조했다. 어느 유명 논객은 그의 대변인 임명은 당연한 귀결이며, 심지어`역사의 순리`라고 치켜세웠다. 굴곡 많았던 김지하 시인까지 그의 대변인 임명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과거 왕조 시대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자주 들었던 용비어천가는 당시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지난 대선전에서 여러 가지 악재로 고통 받았던 박 후보로서는 소신 있게 자신의 입장을 옹호한 언론인 윤창중씨가 고맙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은 인사가 모두가 우려하던 악재가 됐음은 이번 사태가 잘 입증하고 말았다.문제는 이번 사태가 윤창중씨의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책임전가식 기자 회견이 사태를 오히려 확대시켜 여러 해석의 여진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그의 성추행 의혹 사태를 이념의 굴레로 해석해 종북주의자들의 음모론으로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이 사건을 폭로한 미주 한인 사이트`미시 USA`가 종북 성향 사이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보수논객인 변희재는 이번 사건은 `윤창중이 종북세력에 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심지어 윤 전대변인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사회적 광풍`으로 오도까지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또한 이번 사태를 박근혜 새 정부의 치부를 들어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침소봉대하는 해석도 문제가 있다. 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수 정권의 부패의 상징이나`보수의 알몸`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번 사태를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프리즘을 통해 보는 것도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모든 정치적 사태를 이념의 프리즘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과 가치는 엄격히 구분돼야 하고, 미국의 법치주의는 그에 대한 진실을 공정하게 밝혀줄 것이다. 물론 이번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을 성경의 간음한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종교적 관용과 용서로 둔갑시켜서는 더욱 안 된다.그러므로 이번 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우리의 냉철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이념의 잣대로 단죄되거나 호도돼서는 안되며,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더욱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분명히 몰지각한 고위공직자의 본분을 상실한 탈선행위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인사 뿐 아니라 이 나라 전 공직자의 기강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의 눈치만 본다는 청와대 조직과 운용 시스템만으로 공직기강이 바르게 확립될 수 없다. 차제에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3-05-20

`리틀 싸이` 울린 이 나라 다문화의 현주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빌보드 차트 2위 까지 진입했던 한국 가수 싸이가 자랑스럽다. 전형적인 한국인 얼굴인 그가 말춤과 노래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 스포츠, 심지어 한국의 음식 김치까지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무관심하던 외국인들이 이제 한국인이라면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류라는 바람이 드센 곳 일수록 한국인들이 더욱 환영받고 있다. 싸이와 함께 `강남스타일`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재롱을 부리던 `리틀 싸이` 황민우(8) 군이 악성 댓글로 수난을 받고 있다. 영상에 비친 그의 춤 솜씨를 보니 정말 귀엽고 대견스러웠다. 그런 `리틀 싸이`를 이 나라의 무모한 네티즌들이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 아이의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욕설을 섞어가며 엄마까지 비난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리틀 싸이 측이 인종 차별과 성적 비하를 문제 삼아 경찰에 고발하고, 급기야 수사에 나섰다. 우리의 수치스러운 다문화의 한 단면이다.우리나라도 이미 이주민 100만명으로 인구의 2%를 넘었으니 통계적으로는 확실한 다문화 사회다. 천진무구한 리틀 싸이와 그 부모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대는 이 사회가 정상적인 다문화 사회일까. 심지어 생존을 위해 북한을 탈출, 이 땅에 정착하려는 탈북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 부터인가 자기보다 약한 자는 깔보고 무시하는 `새도 매저키즘`적인 현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찍이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경고한 `강자에게는 끝없이 굴종하고 약자를 짓밟으려는 야수적 욕망`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쾌감을 맛보는 사회 심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병든 모습이다.지구촌에는 이제 문화 인류학적으로 순수 단일 혈통을 지키는 나라는 사라지고, 다민족 다문화가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흑인 대통령이 이끄는 세계 최강 미국의 융성은 말 할 것도 없고, G2 국가로 자리 잡은 중국도 약 3억명이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의 부흥과 발전의 바탕에는 합리적인 이민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에는 우리의 노력뿐 아니라 동남아 이주 노동자의 피땀도 일조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일본의 쇠락은 정부 주도의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문화 구조가 자초한 비극이라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리틀 싸이의 수난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다문화 사회의 현 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장·단기적인 다문화 다민족 정책을 세워야 한다. 몇 해 전 영국 불랙번의 다문화 교육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 책임자가 설명하는 영국의 다문화 정책에 감탄하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근 도시 맨체스터에서 환영받는 한국인 박지성의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까지 했다. 이제 우리도 서둘러 사회 화합적 관점의 선진 다문화 정책을 벤치마킹할 시점이다.그러나 다문화 사회의 정착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우리 국민들의 다문화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과거 일본 땅에서 겪은 `조센징`이라는 민족적 차별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는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살아가는 750만 우리의 재외 동포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각부터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우월하다고 이 땅에 찾아온 온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멸시적 태도는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시민사회 부터 인종적 지역적 편견이 없는 `용광로 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 함께(We Together)운동` 이라도 펼쳐야 할 시점이다.

2013-05-13

안철수 신당은 가능할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해 대선전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가 다시 돌아 왔다. 그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대로 여의도 정치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그러나 그가 국회의원 금배지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회의원 안철수가 정치 개혁을 위해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신인 정치인 안철수는 자세를 낮춰 공손하게 인사하는 `예절 정치`로 선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최대 관심은 그가 언제 신당을 창당하고, 차기 대권에 어떤 방식으로 도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의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생각을 달리 한다. 지난 대선전에서 단일화의 악몽을 격은 여당 새누리당으로서는 그의 창당을 겉으로 환영할 수는 없지만 반대할 이유는 없다. 통합 민주당의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안철수의 신당은 민주당과 안철수의 공멸`을 초래한다고 비판적이다. 대선 후보의 경력이 있는 박찬종은 부산 영도에 입후보하지 않고 서울 노원에서 안이하게 출마한 안철수의 정치는 이미 끝나 버렸다고 혹평한다. 일단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출발한 안철수의 신당 창당 문제는 정치권뿐 아니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우선 안철수 신당 출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찬성하는 여론도 상당수 있다.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민주당을 압도한다는 여론 조사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됐지만 한국 정치의 구태와 고질병은 아직도 여전하기에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야가 지난 총선이나 대선에서 정치 개혁에 관한 거창한 청사진을 앞 다투어 제시했지만 아직도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당 수준의 혁신이 요구되는 통합 민주당이 아직도 자체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전통적 지지 기반인 전라도의 민심도 새로운 야당을 갈망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만 되면 야권 의원들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로 이어져 또 다시 안철수 돌풍이 신당으로 승화된다는 것이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의 신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우선 우리의 정치사에서 대선을 위한 신당 창당은 성공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주영, 이인제, 박찬종, 문국현으로 이어지는 신당은 결국 하나 같이 실패하고, 그들의 대권의 꿈도 멀리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는 이 나라에 깊이 뿌리내린 양당구도가 제 3신당을 엄격히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안철수 바람을 고대하고 환영했던 지난해 대선정국의 민심은 이제 소멸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로서는 지난 대선전에서 안철수의 정치 행태에 실망을 느낀 무당파들이 다시 안철수 신당으로 돌아오기에는 명분도 여건도 약하다. 더욱이 그의 경력과 인간적인 매력, 그의 정치 이상에 끌린 이상적인 지지층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현실적인 지지층은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 지난 대선전에서 얻은 분명한 학습효과이기 때문이다.안철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여기에 정치인 안철수의 고민이 있다. 우리가 여태껏 본 것처럼 그의 선택은 쉽게 끝나지 않고 다시`안철수 생각`에 들어갈 것이다. 신당 창당을 통한 대권의 꿈과 여의도 정치의 현실적 장벽사이에서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갈 것이다. 그는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가 개혁의 발판으로 야당인 민주당을 택하여 개혁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오염되고 아직도 구태를 청산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개혁 작업에 동참하여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안철수의 꿈을 현실화하는 방안은 아닐까 . 정치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두고 안철수는 오늘도 고민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2013-05-06

북한당국이 대화를 거부하는 세 가지 이유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돼 버렸다. 북한이 우리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강경 정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UN의 대북 제재 결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일 비이성적인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 부었다.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북침도발`로 규정하고, 국가 `최고 존엄 모독` 운운하면서 우리 측에게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5만3천명도 철수시켰으며, 우리는 공단의 파국을 막기 위한 실무회담까지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하고 말았다. 개성 공단에서 우리의 마지막 잔류인원 마저 오늘 철수하면 막혀버린 금강산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들은 이처럼 한미의 회담제의를 거부하면서 그들 특유의`충격외교`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화 국면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강경정책을 펴는 이유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그 하나는 북한 내부의 권력 불안 요인이다. 김정일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출범한 어린 김정은 정권은 아직도 권력 승계불안이 잠재화돼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3년 동안을 유훈 통치기간으로 선포해 사실상 권력의 기반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선친의 선군 정치 노선을 답습하면서, 군부 강경 세력을 안전판으로 강경정책을 당분간 고수 할 수 밖에 없다.다른 하나는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의 개혁 개방 성향의 실용적인 테크노크라트는 뒤로 밀려나고, 군부 강경 세력이 충성 경쟁을 벌이며 호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용주의적 대남 협상파는 입지가 과거 보다 약화돼 북한 언론 매체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김정은의 최측근 권력 실세인 고모부 장성택 마저 위상이 추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의 대남 담당 비서나 대남 창구역인 아태위원회도 문이 닫힌 지 오래다. 연일 발표되는 그들의 대외 성명이 국방위원회나 인민군 총사령부나 총정치국 대변인에 의해 발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위스 유학 2년을 제외하면 당 중앙 군사학교 졸업이라는 일천한 경력소유자인 그로서는 북한의 실용관료보다 군부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 나름의 위기 상황인식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한미 합동의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 가다피의 최후의 운명을 목도한 그들로서는 강도 높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 불안을 미국을 통해 보장받고자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그들은 평화체제 구축과 총체적 경제 위기돌파를 위해 대미 평화 협정체결을 갈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대남 협상이나 대화는 뒷전이고, 미사일과 핵실험 등 `맞받아치기`군사 모험주의를 구사하는 것이다.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은 때를 기다리는 `무관심 정책`이 유효할지도 모른다. 조급하게 공개적인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성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와 협상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우리나 미국이 회담에 목말라 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입지만 키워줄 뿐이다. 물론 무관심이나 불개입 정책은 정책의 목적이 아니고 대화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한반도 긴장과 대화 단절에 우리뿐 아니라 총제적 위기를 맞이한 북한이 더 답답하다는 정황이 감지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관련 부서의 책임자들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중 정부는 대미 공조체제를 더욱 긴밀히 할 뿐 아니라 대중국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3-04-29

북한이 진정으로 `국가의 존엄`을 지키려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북한이 개성 공단의 근로자까지 철수시킴으로써 명맥만 유지되던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돼 버렸다. 북한 당국은 대화 단절의 이유로 그들의 `국가 존엄`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김정은 체제 등장이후 북한당국은 전 세계인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장거리 미사일과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고는 북한당국은 한미 군사 훈련을 문제 삼아 대미 대남 선전포고 등의 강경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존엄 모독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우리의 대화 제의까지 거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국가 존엄`을 모독했다고 나열하는 항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개성 공단 관련, 남한 언론이 “북한이 연간 8천700만 달러에 달하는 개성공단 수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한 내용은 국가 존엄을 심히 훼손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보수 단체들이 북쪽을 향해 뿌린 전단은 수령에 대한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흥분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지난번 국내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의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했다고 극도의 격앙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북한 당국이 이러한 `국가 모독`을 항상 금기시하는 이유는 간단히 알 수 있다. 북한은 수령이 영도하는 당과 국가가 통합된 유일 체제이다. 그러기에 국가 모독은 곧 수령모독으로 직결된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북한사회는 봉건 왕조처럼 `짐이 곧 국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독은 신성모독이며, 내가 만난 고위층일수록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체제 내에서라면 이같은 최고 존엄 모독죄는 강제 수용소에 직행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밖의 외부세계에서 그들 체제나 지도자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사(修辭, rhetolic)로 거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북한 당국은 일찍부터 `수령 옹위 3대 기둥`으로 당·군대·인민이라고 선포했다. 그러한 체제에서 그들 국가나 지도자에 대한 인민들의 비난은 최대의 불경죄에 해당된다. 물론 이를 통해 내부 인민들을 통제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전면적 군사적 보복`을 선언하고, 국방위원회, 외무성, 조국 평화 통일 위원회, 인민군 총참모부등이 경쟁적으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해전 방북때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한 공적`을 격앙해 외치던 어느 여성 간부의 생각이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다.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자신들이 숭상하는 `국가의 존엄`인 `최고 존엄`을 존중받길 원한다면 먼저 북한 체제를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국가 존엄`을 원천적으로 보장받으려면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하루 빨리 건설해 굶주리는 주민들의 식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은 최소한 `불량국가`나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말하는 `가장 역겨운 정권(nastist regime)`이란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는 북한이 그러한 정상적인 구가를 만드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북한이 `최고 존엄`의 가치를 존중 받으려면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동시 제의한 대화에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응해야 존엄을 보장 받는다. 대화의 테이블에 앉은 상대를 비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외교나 협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전적이고 전투적인 거친 언어부터 정상적인 말로 바꾸어 대화에 임해야 한다. 중앙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북한 아나운서를 통해 발표되는 감정적인 욕설부터 정상적인 언어로 순화해야 한다. 언어 자체가 인격이며, 품격 있는 언어가 존엄이기 때문이다.

201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