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인구 53만의 지방 도시 포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감사 나누기 운동`을 시작했다. 포항시가 앞장서 시작한 이 운동은 지난 5월23일`포항 범시민 감사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가지게 됐다. 1년 만에 이 운동의 성과를 평가 하기는 이르지만 포항 시민 20만명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니 이 운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서울의 몇 개 자치단체와 기업체, 교육기관 등에서도 이 감사운동을 벤치마킹한다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 자치 시대에 포항에서 시민들의 행복 증진을 위한 정신 운동이 태동됐다는 것, 그 자체를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아주 낮은 나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27위에 머물러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의 GDP 규모나 소득 수준은 상당한데도 근로시간과 여가 등`삶의 질`은 형편없이 평가된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잘 살기 위한 경쟁적적인 구조가 우리의 삶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경쟁과 능률만이 살길 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경쟁구도가 우리의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든 결과다. 포항에서 출발한 이 감사를 나누는 `새 마음 운동`이 널리 확산된다면 우리의 삶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최근 `행복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 심리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찾으려는 학문이다. 이 분야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결론은 행복이란 결코 물질적 풍요와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지난 20여년간 국민 소득이 7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변화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빈국 방글라데시는 오히려 행복지수는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불행이고,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의 총량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당첨자는 당첨후 일시적으로는 행복감이 극대화됐지만 차츰 그 돈으로 불행하게 되는 수가 많았으며,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사고로 인해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에 차츰 행복이 증진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행복 심리학자 셀리그먼(Seligman)은 행복이란 `감사`와 같은 긍정적 정서가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는 감사, 존경, 희망, 용서, 배려라는 긍정적인 정서가 인간을 행복으로 유도한다고 했다. 반면 인간의 분노, 시기, 질투, 열등감, 적개심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인간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행복의 요소로 일에 대한`몰입`(engagement)과 좋은`인간관계`를 첨가하지만 이 모두 긍정적인 정서와 연관돼있다. 감사 운동이 권장하는, 하루에 감사한 일 5가지 기록하기, 감사한 분에게 수시로 문자 보내기, 한 달에 한번씩 감사 편지 쓰기 등은 모두의 긍정적인 정서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포항의 `감사 나누기 운동`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감사 운동이 성공을 거두려면 포항시라는 관주도 운동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 단체에서도 `감사하기`라는 행복 교육을 서둘러 실시할 필요가 있다. 고생이 되더라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달콤한 성공이 약속된다는 `고진감래형 인간`육성에 얽매인 우리 교육은 한계가 있다. 오직 돈과 명예와 출세만을 위해 행복은 먼 훗날로 미루는 풍토에서는 행복이 증진될 수 없는 법이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하는 일을 즐기고, 감사하는`행복한 성취주의자`가 늘어날 때 사회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은 결코 목표가 아니고 그 과정자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포항의 `감사 나누기 운동`을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