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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국 관광길에 마주친 문화적 패권주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상해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중국 내륙이나 동북 3성을 여행하던 사람들이 상해와 절강성 일대를 둘러보면 중국의 확 달라진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외형적인 중국의 거대 발전에 지나치게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 내륙은 해안 개방지역과 판이하게 아직도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개방도시의 외형은 번듯하지만 그들의 후진적인 추한 모습은 곳곳에 감추어져 있다. 아직도 신호체계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행렬, 덥다고 웃옷을 벗어 던지고 활보하는 사람들, 뒷골목의 어지러운 풍경, 더러운 전통 화장실 문화, 부패의 만연, 빈부의 격차는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형 문화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G2 국가인 중국은 경제 성장을 토대로 한 정치적·군사적 패권주의를 시험하고 있다. 그동안 감춰 두었던 중국의 대국주의가 인접국에 대한 영토 패권주의로 노출돼 영토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한 내부용 결속 이론이 중국의 문화헤게모니 전략이다. 과거 중국의 중화사상이 문화적 우월주의라는 탈을 쓰고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의도적으로 인민들에게 교육하고 조장했다. 그 결과가 중국 관광 안내원들의 중국 소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문화 패권주의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중국 항주의 송성(宋城)에서 있었던 `천고정(千古情)`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이 매년 300만 관객을 유치하고 `세계 3대 유명 공연` 중 하나라고 자랑하는 이 집체극은 의외로 단순하고, 예술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막에서는 잃어버린 송대의 영광을, 2막에서는 송궁(宋宮)의 화려한 연무, 3막은 송대의 전쟁과 무용담, 4막은 서호의 전설과 아름다운 항주 소개로 끝을 맺었다. 송대 중국인들의 강인성, 화려함, 근면성을 주제로 중국인들의 위대함을 집단 율동을 통해 부각하고 있다.우리 한국의 관광객이 눈여겨보아야 할 장면은 제2막의 `궁중 연무`다. 한복과 족두리로 단장한 조선 여인들이 장고에 맞춰 중국의 황제 앞에서 펼친 부채춤은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한국 관광객들은 부채춤에 감동받아 박수를 치고 중국의 배려에 감사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극속에서 중국 황제의 명령에 의해 베풀어지는 연회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날 우리 전통 부채춤 공연에 불쾌감을 느꼈다. 옆 자리의 이 분야 전문 학자도 나의 비판에 동조하면서 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질타했다. 그들은 부채춤을 통해 실상은 송대의 영광과 권위를 나타내고자 했다. 중국 송대에 조공을 바치던 전통을 부채춤으로 재현했다면 지나친 평가일까.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는 여행 중 곳곳에서 접하게 된다. 중국 관광 안내원들은 기회 있는 대로 중국의 넓은 영토와 세계 1등의 인구를 자랑한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조선족 관광 안내원들까지 열을 올린다. 또 그들은 중국인들의 `4대 불가능`을 예로 들며 중국의 저력을 자랑한다. 중국의 요리, 여행, 한자, 사투리는 하도 많아 평생 다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상해에 이르자 어느 안내원은 “상해는 30층 이상 빌딩이 5천개, 50층 이상 빌딩이 3천개가 있다”고 자랑했다. 모두가 중국식 우월주의와 문화적 패권주의를 설파하려는 의도다.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인들의 중국 관광이 해마다 늘어나고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연 200만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 대상 기업인들과 무역업자, 관광객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들은 겉과 달리 결코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만만디` 정신도 실리를 추구하려는 문화적 패권주의의 일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12-07-23

중국의 대북 투자 결코 방관할 일 아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는 중국의 `동북 공정`이 우리의 고대사의 왜곡이라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투자증대다. 북한의 식량 부족 등 총체적 경제 위기는 중국의 대북 지원과 투자를 확대시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북한을 외부로 부터의 고립을 자초케 했다. 그로인해 남한뿐 아니라 서방의 대북 식량 지원과 경제 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미국의 중국 포위라는 동북아 정책의 강화는 북·중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킬 것이다. 이러한 힘의 공백을 중국의 대북 협력과 투자가 메우고 있다. 우리는 먼저 중국의 대북 지하자원 개발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이 폐광이 된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석탄과 철광석, 석회석 외에 몰리브덴, 아연 등 다양한 비철금속들이 대량 매장돼있다. 특히 북한은 IT 및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 소재인 희토류 등 주요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경량 신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60억t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양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진 우라늄도 매장량에서는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중국은 북한 용흥 지역에 있는 희귀금속 몰리브덴 광산과 덕성 철광 등 북한 내 20여개 광산개발에 약 5천억원을 투자했다. 지린성의 국유기업인 퉁화철강그룹은 함경남도 무산광산의 철광석 채굴권(50년), 산둥성의 국유기업 궈다황진은 양강도 혜산시 구리광산 채굴권(25년)까지 획득했다. 나아가 중국은 황해 서한만 유전 탐사에도 끼어들었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른 북한 지하자원 투자는 가속도를 더하고, 북한 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는 사실상 중국의 독무대이다.중국의 대북 투자는 이러한 지하자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단둥에서 가까운, 여의도 크기의 3배인 황금평과 위화도는 이미 중국에 개방돼 버렸다. 중국 기업이 자본을 대고 북한 노동자가 고용되는 행태의 경제 특구 개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중국의 단둥, 도문, 훈춘 등지에는 북한 노동자 4만여 명이 봉제업에 고용된 실정이다. 중국 장춘에서 도문, 훈춘까지 개통된 고속도로는 멀지 않아 동해의 라진 항까지 연결될 전망이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 청진항에 이어 단천 항까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결국 중국은 내륙지역인 동북3성에서 생산된 제품의 안정적인 수출항을 북한에서 확보하게 셈이다. 더구나 북한의 여러 개의 종합 시장에는 중국의 값싼 생필품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남북관계 악화로 폐쇄된 금강산 관광은 중국 여행객으로 채워진다는 소식까지 들린다.중국의 이러한 대북 지원과 투자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결론적으로 북한의 전반적인 중국 의존 현상은 북한의 대중 종속관계로 진전될 전망이다. 중국의 대북 투자는 장래의 한반도의 통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중국의 전통적인 순망치한의 외교적 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즉, G2국인 중국의 동북 공정은 동북 3성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일부 국내학자들이 중국의 동북 공정은 유사시 북한 성을 포함한 `동북 4성론`의 획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혈맹관계`는 변함이 없으며, 단둥과 신의주 간의 제2압록강 대교 건설이 이를 상징한다.우리는 중국의 대북지원이나 투자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장·단기적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북한 붕괴 등 한반도의 질서의 재편때 중국은 반드시 북한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대미외교를 바탕으로 대중국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단절된 남북관계부터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 독점이라는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개선이후 북한의 개혁 개방을 도우면서 우리의 대북 투자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인 통일의 토대 마련이기 때문이다.

2012-07-16

`탈북자`는 없고 `공화국 배신자`만 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2년 전 7월 나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지의 재외 동포 대상 남북 합동 강연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자리에는 재독 동포 200여명과 소수의 독일인, 강연에 초청된 남북의 학자들이 참석했다. 나는 순서에 따라 `통일을 위한 재외 동포들의 역할`에 관한 연설을 했고, 특히 재외 동포들이 남북 화해의 중개자 역할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에서 온 정모 교수는 예상한대로 북한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고, 그들이 떠받드는 `우리 끼리` 정신으로 통일 과업을 앞당기자고 열변을 토했다.그 강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의 질문시간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독일까지 찾아온 고국의 남북 학자들을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남북의 통일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독일인 학생이 북한 학자들에게 `탈북자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심각하게 질문했다. 북한 학자가 통역을 통한 질문 요지를 듣고, 당황하던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탈북자는 없고 공화국을 배신한 자는 소수 있다`는 궁색한 답변만 했다.몇 해 전 중국 연변 대학에서는 남북학자들의 학술 대회가 있었다. 나는 한민족(조선)의 전통과 언어 역사 등에 관한 학술 토론회에 초청됐다. 남북 학자 30여명과 조선족 학자가 참석한 학술대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되고, 저녁에는 참석자를 위한 만찬이 열렸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북한의 저명한(?) 주체 철학 연구 소장이라는 교수에게 탈북한 황장엽 선생을 잘 아시는지 물어봤다. 그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변하더니 `그 간나 새끼는 묻지도 말아요` `조국을 배반한 그놈은 천추에…`하면서 지면에 소개하기 힘든 욕설을 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어 대화를 부드러운 쪽으로 돌려 썰렁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했다.이처럼 북한 당국이나 북한 측 인사 들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탈북자는 없고 조국의 배반자`만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남한에는 북한에서 탈출해 입국한 탈북자가 현재 2만4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것도 중국이나 몽골 등 제 3국에 떠도는 탈북자 수만 명을 제외한 숫자다. 북한은 탈북자 정보를 주민들에게는 비밀에 붙이게 하고, 그들에 대한 감시 통제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지방 공안이나 행정책임자들에게는 문책이 따르기 때문 중앙에 정확히 보고되지 않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탈북자도 자신이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중`이라고 보고돼 있다고 했다. 특히 1990년 중반 이후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엄격한 주민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 더욱 그러하다.탈북자 증가는 이미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북한 당국만 이 사실을 부인하고, 통제된 북한의 주민들만 이를 모를 뿐이다. 세상에는 비밀이 오래갈 수 없고, 더욱 생존을 위해 계속되는 탈북자 문제를 북한이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이번 박인숙씨의 기자 회견은 탈북자의 존재를 북한이 중앙 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남쪽의 탈북자가 고생하여 번 돈을 북의 가족을 위해 송금하는 일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이 같은 사실이 북의 주민들 사이에도 암암리 퍼져간다는 탈북자 증언까지 있다. 미국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 법` 덕분에 이미 탈북자 135명이 미국에 안착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이 소식은 더욱 퍼질 수밖에 없다.우리는 생존을 위해 우리의 이웃이 된 탈북자의 순조로운 정착을 정성껏 도와야 한다. 우리 사회 일부 극단적 좌우익의 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하루 빨리 불식해야 한다. 이들의 평화로운 정착은 민족 통일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2012-07-09

`20-50 클럽`에 진입한 대한민국호의 순항조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나라가 지난 6월23일 오후 6시36분 공식적으로 인구 5천만 명을 넘어 대망의 `20-50클럽`에 진입했다. 일부 진보적인 언론매체에서는`20-50 클럽`은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에서 만든 신조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클럽은 정관도 없고 조직도 없는데 이명박 정부의 업적 평가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인당 소득 2만달러를 이미 넘어섰고 인구 5천만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7번째로 이 이 조건을 갖춘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며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그것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둘째 국가가 됐음은 자긍심을 가질 만 한 일이다. 레이 클라인(R. Cline)은 일찍이 그 나라의 국력 측정의 수단을 여러 함수관계를 통하여 밝힌바 있다. 국력의 기본 변수는 그 나라의 인구와 영토의 규모,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그 나라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들의 발전 의지 등 정신 전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다소 복잡한 국력의 함수 관계를 제시했지만 인구와 영토, 경제력을 국력 지표의 기본변수로 제시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20-50 클럽의 진입은 국력의 기초 체력을 갖췄음을 의미하며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거나 평가할 필요는 더욱 없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영토 면에서는 이들 클럽 중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이다. 우리가 선조들이 살았던 넓은 만주 땅은 차치하고라도 북녘 땅까지 잃어버린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의 영토는 극도로 축소돼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일인당 국민 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30여 개 국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북유럽과 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이다. 세계에서 인구 5천만명을 넘는 나라는 24개국이나 되지만 그중 국민 소득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7개 국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5천만 번째 신생아가 서울에서 탄생함으로써 인구와 국민 소득 면에서 이 클럽의 최소한의 필요조건만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이나 인도의 발전 잠재력을 우리는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우리의 20-50클럽 진입의 참된 의미는 우리도 이제 국력 성장에 관한 자긍심을 갖게 된 상징성 때문이다. 우리는 한말의 국력의 쇄락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당한 것도 억울한 일인데 식민통치의 유산으로 `조센징은 안 된다`는 열등감까지 상속받았다. 해방 후 우리는 압축 성장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벨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라는 순풍도 이 같은 국력 성장의 결과이다. 더구나 20-50 클럽 진입 국가는 곧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나아갈 수 있다는 선진국의 경험은 우리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20-50클럽의 진입을 계기로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는 장비를 정비하고 여건을 보완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병행하는 정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나아가 우리는 민족의 통일을 위한 에너지를 적립해야 한다. 우리가 훗날 통일이 되어 북한의 2천500만 동포를 합친다면 인구 7천500만으로 국력 성장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결국 우리는 레이 클라인이 지적한대로 국력 성장을 위해 국가 발전의지를 모으고 시민의식을 성숙시켜야 한다. 우리의 국력 성장에는 인구와 경제력이라는 하드 웨어뿐 아니라 소프트 웨어인 정신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출생율 저하와 자살율 증가, 교통사고율의 증가 등은 우리의 정신 전력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의 인권 지표마저 세계 30위권으로 밀려나고 양극화의 심화, 아직도 권력형 비리 등 정치적 부패구조가 증폭되는 곳에서 국가의 지속적 발전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호의 순항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은 것 같다.

2012-07-02

종북주의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나라는 선거 때 마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의 정치권의 종북주의 논쟁도 지난 총선의 후유증이지만 여전히 과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12월 대선에서도 종북 논쟁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미국이나 서구에서 이미 사라진 좌우익의 색깔 논쟁이 우리의 선거 정국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 기인한 것일까. 그러나 지금의 종북 논쟁은 과거 냉전하의 안보관련 색깔 논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오늘의 종북 논쟁이 과열된 계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통합당 비례 대표의 부정 경선과 국회의원 `자진 사퇴` 문제가 종북 논쟁의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진보통합당내의 현 당권파(PD)와 구 당권파(NL)의 당권 경쟁과 임수경 의원의 발언 파문은 종북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야당의 대표는 이러한 여당주도의 색깔 논쟁을 야당을 죽이기 위한 `신매카시즘적 수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당은 아직도 일부 친북 인사들의 종북적 태도는 반드시 척결되고 심판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 측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들어 `종북주의 원조`라고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느닷없이 남한 여야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그들의 과거 방북 시의 종북적 태도를 완전히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우리 사회에는 언제 부터인지 반북(反北)에서 부터 용북(容北), 친북(親北), 종북(從北)이라는 용어가 수시로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종북이란 북한을 민족 재통일의 동반자로 보고 화해와 교류 협력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북의 소행은 밉지만 북을 이해하고 용서하여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용북적인 입장과도 분명히 다르다. 종북은 북한 당국의 교조적 노선이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따르는 입장이며 친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대북 이데올로기이다. 물론 여기에는 합리성 보다는 맹목성과 광신성까지 내포돼 있지만 그들의 입장은 공개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우리는 여기에서 종북주의의 핵심적 쟁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제기되는 종북의 기준은 서너 가지로 압축된다. 북한의 권력 세습,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그것이다. 종북주의는 북한의 왕조적인 3대 권력 세습이 민주주의의 보편적 원칙에 완전히 이탈됐음에도 그것을 용인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종북주의자들은 북한 정치의 특수성과 자주성이라는 입장에서 소위 내재적 접근을 통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북주의자들의 행태는 보편적 민주주의 숭고한 가치에 배치되고 이 땅의 시민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북의 왕조적인 권력 세습은 친북적인 중국의 마르크스 연구소의 사회과학자들 까지 백안시 하고 있다. 그것을 정당화하는 `수령 절대 옹위론`은 독단적 주체이념의 파행적인 결과이며, 이를 동조하고 옹호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시대에 뒤진 보수 이념임이 분명하다.사실 북의 권력 세습이나 북한 인권 문제, 북핵 문제가 모두 별개의 사안이 아닌 `강성 대국 건설`을 위한 북한 당국의 조작되고 조급한 통치 이념임은 우리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에 동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대에 뒤진 북의 종말론적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꼴이 된다. 남북의 화해와 민족의 재통일을 위한 화해 포용의 가치와 구분되는 종북노선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며, 이에 대한 맹신은 한국판 강경 급진 세력의 수치가 아닐까.우리 사회는 이미 정당간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정착됐다. 6월23일이 우리나라가 20~50이라는 선진클럽에 진입하는 날이다. 상대를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는 과거의 매카시즘적 수법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미 시민들의 의식이나 여론도 맹목적인 매카시즘은 용인하지 않는 풍토가 됐기 때문이다. 상대 정적을 매도하기 위한 매카시즘과 오늘의 종북 논쟁은 본질적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2-06-25

재외 국민 투표의 12월 대선에 미치는 영향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재외국민 투표가 12월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어떻게 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외 국민 투표는 우리나라의 공직 선거법에 의한 해외 거주 우리 국민대상의 투표를 말한다. 전 세계의 우리의 재외 동포는 남북한 인구의 약 10%인 700만명이 170여국에 거주하고 있다. 재외 동포의 개념에는 그 나라의 시민권을 얻은 자도 있고, 영주권만 얻어 거주하는 자, 취업과 유학, 현지 주재원 등 장단기 체류자가 모두 포함된다. 물론 투표권은 19세 이상의 재외 영주권자와 장단기 체류자에게만 부여되며, 전체 해외 동포의 약 32%인 230여만명이 이에 해당된다. 중국의 국적 취득자인 조선족이나 러시아의 까레이츠키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는 12월 대선에서의 재외 국민투표는 선거 판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난 총선과 같이 재외 국민 투표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상당한 영향력이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12월 대선에서 재외 국민들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근거는 재외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 비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선거에는 보다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여러 차례 대선에서 100만 표 이하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었기 때문 재외 국민 투표가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는 선거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이번 대선도 51:49라는 박빙의 결과를 예측하는 전문가도 상당수 있다. 이 경우 재외 국민의 투표율의 증감은 대통령의 당락의 중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여야 정치권이 재외 국민 선거 전략을 내밀하게 세우고, 일부 정당 인사들의 해외 현지 방문이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12월 대선에서의 재외 국민투표는 중요하며 재외 국민들의 참정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재외 국민선거에는 우려되는 부문도 상당히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철저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 하나는 공식 선거 관리비용만 293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선거에서 해외 국민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이다. 국내 선거와 달리 해외 공관에서 치러지는 부재자 투표는 투자비용 대비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투표권자가 비교적 많은 미국의 경우는 11개의 영사관에서 현장 투표가 실시되지만 워낙 원거리에 분산 거주해 이를 위해 하루나 이틀이 소요되는 지역도 많다. 이는 먹고 살기 바쁜 해외 동포들에게는 애초에 투표가 불가능한 일이다. 국회는 하루 빨리 개원하여 7월 중순 부재자 등록이 시작되기 전 부재자 신고 방식의 간소화와 투표소의 분산, 우편 투표 등 재외 국민 투표에 관한 선거법 개정을 서둘려야 한다. 나아가 선거의 부정 시비 등 후유증이 따르지 않도록 철저한 선거 관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다른 하나는 12월 대선으로 인해 재외 동포 조직의 갈등과 분열이 조장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지에 가보면 재외 동포 조직은 어디에서나 사분오열돼 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한인이 많이 사는 미국의 동포 조직은 여러 곳에서 갈등의 역사가 오래다.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선거전의 비방과 중상, 흑색선전, 종북 논쟁이 해외 동포 사회에서도 확대 재생산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미 해외 각지의 한인회 등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놓고 벌써 부터 줄 대기, 힘겨루기, 세 불리기 따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포사회가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분열될 경우 해외 동포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희석돼 버린다. 이번 대선이 재외 동포들의 현지에서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고, 세계 속의 한류라는 이미지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2012-06-18

금강산과 북한 여성 안내원에 대한 추억

▲ 배한동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남북 대화와 교류가 원활하던 시기 나는 북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다. 북한 땅과 중국 때로는 멀리 독일에서 까지 남·북 학술 교류 협력이라는 목적으로 이들과의 만남은 계속됐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교류와 협력이 거의 단절된 상태이다. 내가 만났던 북한 땅의 사람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북한의 학자, 당 관료, 안내원등 그들과의 만남의 추억은 아직 까지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북한에 관해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직접적인 연구대상인 그들과의 첫 만남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책과 논문을 통해 나름대로 북한 주민들을 이해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들과의 직접적 대면을 귀중한 연구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주민 접촉이 엄격히 금지된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사회과학적 연구 대상인 북측사람에 대한 만남을 앞두고 나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기대와 환상이 교체됐다. 여러 차례 그들과의 공식적 비공식적 만남과 대화, 만찬시의 동행, 술자리 등은 그들의 사고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사실 그들과의 여러 차례의 접촉은 나의 북한에 대한 환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고 소위 나의 `질적 연구`에도 많은 보탬이 됐다.나의 첫 번째 북한 주민과의 접촉은 10여 년 전 5월의 금강산 회합에서 이뤄졌다. 나는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회 대표자격으로 60여명의 교수들과 함께 금강산 회합에 참여했다. 다음날 금강산 관광길에 나섰던 나는 그 때 나를 안내한 금강산 관광 안내원과의 대화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원산의 어느 중학교 여교사 출신 안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관광 중 쓰레기 버리다 적발되면 100불 벌금, 김일성 부자 모독에 대해서는 억류되던 시절이라 우리는 무척 조심하면서 그의 안내를 받았다. 그녀는 인상이 무척 부드러운 30대 초반의 미인형의 안내원으로 기억된다. 그는 남한에는 몇 개 대학이 있는지, 남한의 제주도를 가 보았는지 등 일상적인 질문까지 하면서 의외로 친절하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금강산 초입을 지나 조용한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그는 느닷없이 남한의 박모 정치인이 왜 구속됐는지를 물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특사 자격으로 대통령을 수행하여 평양을 다녀왔으며 현재도 고위직 국회의원이다. 그가 대북 송금 등 남한의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고 알려 줬더니 `통일 사업`을 그토록 열심히 한 사람을 구속하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단순한 관광 안내원이기 보다는 교사출신의 당의 핵심 일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금강산 만물상으로 접어드는 경관이 좋은 널찍한 바위에는 어느 곳이나 붉은 페인트로 수령의 위대성을 소개하는 글귀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김일성이 금강산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서슴지 않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1990년에 손수 이곳을 찾으시고 한 번 더 이곳을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만 서거하셨다”고 목소리까지 약간 떨렸다. 그는 이어서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이곳 산천도 슬퍼서 저곳 `감로수` 약수탕의 물까지 말라 버렸는데 애도기간이 끝나고 물이 다시 나왔다”는 이상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의 왼쪽 가슴에 달린 붉은 바탕의 김일성 배지가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금강산 안내원의 이러한 표현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완전히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 후 북한의 학자, 관료, 예술인 등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거의 비슷한 말을 하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 사후 북한 주민들의 울부짖는 모습은 `수령절대 옹위` 정신을 모르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양식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북한 체제의 변화 즉 개혁과 개방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 없이는 북한 체제의 급속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도 주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탈북자의 행렬이 생존을 위한 그들의 의식의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2012-06-04

오바마는 왜 동성결혼까지 합법화 하려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몇 해 전 샌프란시스코 방문길이었다. 도로변 아파트 창틀에 무지개 모양의 깃발이 여기저기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어느 회사 선전물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동성 결혼자의 아파트 표시란다. 더욱 놀란 것은 당시 이곳 시장도 동성연애자라고 해 어안이 벙벙했다. 그날 오후 그 도시 중앙 광장에서는 이들의 집회가 요란하게 전개돼 잠시 구경한 적이 있다. 독일 여행 중 독일 본의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입구가 매우 시끌벅적했다. 호텔 지하의 가장 큰 홀에서 동성애자의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란다. 파티장의 출입은 미리 예약해야 할뿐 아니라 파트너 없이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이 분야 연구(?) 교수라는 핑계로 들어가 이 행사를 멀리서 나마 볼 수 있었다.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는 동성 결혼을 공식 지지한 미국의 첫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의 이번 선언으로 미국의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여러 개 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오바마의 이 같은 선언이 기상천외한 일로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동성결혼(same-sex marrige)이 합법화된 나라가 상당수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캐나다, 남아공 6개국은 이미 합법화됐고, 스웨덴, 덴마크, 아르헨티나는 사실혼관계가 입증되면 동성혼을 인정하는 경향이다. 동성혼의 합법화는 혼인의 당사가 법의 보호를 받음으로서 사실상 인정하거나 묵인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대체로 선진화된 서구 복지국가에서 합법화되는 경향이 강하다.오바마가 이번 동성혼의 합법화를 지지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여론을 중시하는 미국사회에서 11월 대선에서의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에서 동성애자는 성인인구의 1.7%인 약 400만명이 넘고, 동성 커플은 이미 약 65만쌍인 130만명에 이른다. 워싱턴 포스트의 2012년 5월의 여론 조사는 동성혼에 대해 52%의 찬성과 43%의 반대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의 무당파 지지자의 57%, 특히 18~29세 청년 유권자 71%가 동성혼을 지지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동성애자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 백인 엘리트들이고 연봉도 8만불을 상회하는 고소득층이 많다. 이들의 시장 구매력이 2조달러로 추산되고, 이들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정치권의 로비도 만만치 않다. 즉 이들은 상당한 정치 후원금을 마련하여 동성혼의 합법화와 동성애자들의 보호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과 오바마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소위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는 물론 젊은 층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이러한 선언을 과감히 한 것이다.그러나 오바마의 이번 동성혼 선언이 11월 대선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여론은 동성혼에 대하여 반드시 우호적인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국 30개주가 동성 결혼을 반대하고, 13개주가 사실상 인정 등 논의 중이며, 7개주만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여론과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도 동성혼을 반대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바마 지지층인 흑인 중에도 동성혼을 반대해 공화당 지지로 돌아 서고 있어 오바마는 얻는 것 이상으로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특히 미국의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크리스천들도 가족제도와 윤리관의 파괴문제로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결혼은 개인의 자유이므로 이를 국가가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의 침해라고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동성결혼은 근본적으로 인륜이나 결혼 윤리에 반하는 개념이다. 동성결혼은 혼인의 순결과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결혼의 보편적 도덕 율에 크게 이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자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활동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서구 문물을 좋아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서구의 이상한 `돌출 문화`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을까 두렵다. 미국의 11월 대선의 승리를 위해 결혼에 대한 기본 윤리마저 방기하려는 `미국식 민주정치`를 보면서 서글퍼지는 아침이다.

2012-05-21

진보정당은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포기할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통합 진보당이 비례대표 후보의 경선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선거 초반의 이정희 대표의 지역구 후보 경선과정의 부정은 본인의 사퇴로 가까스로 수습됐다. 그러나 이번 비례 대표 경선 과정의 부정은 현재로서는 대단히 수습되기 어려운 국면이 돼 버렸다. 흔히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보수가 전통을 중시하고 체제 유지에 초점을 두다 보니 현실영합에 따른 부패로 갈 가능성이 높고, 진보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입장이지만 세력 간의 선명성 논쟁으로 분열로 치닫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통합 진보당의 내부 갈등은 경선 절차상의 부정부패와 계파 분열이라는 모순된 현상이 동시에 노출되고 있다. 당권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치졸한 변명과 독선, 이를 시정하겠다는 비 당권파의 폭로와 대립은 양식 있는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경선 과정상의 부정과 비리는 백일하에 드러나고, 진보 정당의 도덕성과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게 됐다.사실 우리나라의 진보 정당의 의회진출은 분단의 모순과 레드 콤플렉스의 풍토위에서 상당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 오늘의 통합 진보당이 19대 총선에서 10%이상의 지지를 얻어 13석의 의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진보정당의 주역들은 87년 민중 항쟁을 전후해 이 나라의 수구 보수 세력에 저항해 사회 민주화에 일정 부문 기여했음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진보 개혁적인 인사들이 체포 구금되고 통제와 감시로 인해 희생과 고통이 따랐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통합진보당의 경선 과정의 부정에 따른 내부 갈등과 그 대응 방식은 실망스러운 점이 너무나 많다. 과거의 그들의 업적과 공로마저도 희석시키고, 나아가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9대 총선 통합 진보당의 비례 대표 선출과정은 묵인할 수 없는 부정으로 판명됐다. 당에서 전면 위임한 진상조사 위원장도 이번 비례 대표 선정 과정은 묵과할 수 없는 부정 선거가 자행됐음을 솔직히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한데도 당 지도부의 이전투구 양상은 개혁과 선명성을 담보로 하는 진보정당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진보 정당 당권파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방기한 독선적 태도는 급기야 그들의 토대인 민주노총과 진보적 시민 단체들로부터도 불신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진보 정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여론조사에서도 10% 대의 정당 지지율이 5%대로 추락했다.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의미한 것과 같이 진보정당이 부패나 비리, 관행과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할 때 그들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진보세력의 부패는 보수 못지않다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나라 진보 정당이 그동안 열악한 노동자와 빈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었던 것도 오직 자기희생적인 도덕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진보정당 지도부의 아집과 독선을 보면서 언뜻 라인홀드 니버의 주장이 머리를 스쳐 간다. 그는 `현대의 개인은 도덕적으로 선량하지만 조직의 일원이 되면 선량하지 못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를 원용하면 한국의 진보의 엘리트들이 기층 민중들의 아픔을 같이해 개인적으로는 도덕성이 선량하지만, 정당 조직의 일원이 됐을 때는 배타적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의 틀에 갇혀 개인의 도덕성까지 마비됐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진보정당은 이번의 내홍과 갈등을 계기로 자신들의 잘못된 신조와 조직문화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경선과정의 부정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부정이 아니라 부실`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진보당의 일부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치 노선은 항상 진리며 이 노선을 비판하는 세력을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독단과 독선에 불과하다. 자기스스로를 정치적 진리의 주체로 확신하고 우월감과 소명의식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적으로 여기거나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교조주의이다. 이번 경선 과정의 의혹제기와 진상 조사 결과를 분파주의나 `부르주아적 민주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더욱 시민 사회의 불신을 자초한다. 진보 통합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절차적 민주주의에 더욱 충실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2-05-14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 그 근절책은 없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현 정권의 권력 실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박영준 전 국무 차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의 임기 말을 전후해 권력형 비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아무도 없다. 군 출신 대통령인 전·노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권이나 여야의 실질적인 정권 교체에 의한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파렴치하게도 당사자들이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직접 수령해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으며, 아직도 추징금까지 미납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영삼 정권은 한보사건과 아들의 비리로, 김대중 대통령 역시 여러 게이트로 인해 당사자의 명예가 크게 손상됐다. 민변 출신 노무현 대통령마저 박연차 게이트와 형 봉화 대군의 수뢰사건으로 참여정부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케 했다. 300억원의 재산까지 기부한 이명박 대통령 역시 최근 실세들의 금전 수수 의혹으로 정권의 도덕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이러한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는 역대 대통령이 힘들게 쌓아온 치적을 하루아침에 허물고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한다. 대통령으로서 취임 시 국민을 향한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 선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CEO출신으로서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재산이 많았으며, 그 역시 권력형 비리의 척결을 굳게 다짐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임기 초의 대통령의 처형, 처남의 비리는 또다시 국민적인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한 임기 말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부정 연루설, 멘토 최시중 위원장의 구속, 최측근 박영준 전차관의 검찰 조사 등은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검찰이나 사정 기관도 권력의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권력의 추가 서산에 넘어갈 즈음 사정의 칼날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다시 정치권력의 무상함을 보는 듯하다.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올 가을에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폭로는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정권의 말기에 불거지는 권력형 비리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이 나라 정치권력의 뿌리 깊은 연고주의적 권력 속성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학연과 지연, 혈연을 앞세운 측근 비리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사건도 집권의 최대 공로자인 최 측근들이 지연을 중심으로 권력을 농단하고 그것이 비리의 온상이 됐으니 말이다.나아가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의 발단이라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되다. 집권으로 인한 수많은 인사권과 무소불위의 권력이 사람과 재물을 모아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정치사찰시의 권력 남용, 파이 시티 인허가와 관련된 로비와 금전 수수 등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이는 결코 대통령의 청렴의지만으로 해소 될 수 없는 구조적 베일이 깊게 처져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금년 12월에는 또다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지금 대선전에 뛰어든 대통령 후보들은 내심으로 당선만 되면 MB 정권의 우(愚)를 자신은 밟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그러나 최고 권력은 자정 능력에 한계가 있다. 권력의 속성은 자기 합리하와 오만으로 치닫기 쉽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외로운 자리`는 조석을 같이했던 소수의 측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이점부터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지금도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고장 나고 작동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장치가 확실히 가동해야 한다. 미국의 유능한 대통령 닉슨은 상대 당사 도청에 대한 위증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이것이 미국 언론의 힘이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선봉에 설수 있는 이유이다. 새로 출범하는 19대 의회는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의 꼬리를 자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각오와 실천적 공약을 기대해 본다.

2012-05-07

19대 총선에서 얻은 것은 없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한 치 앞도 예측키 어려웠던 총선이 새누리당의 반판 승리로 끝났다. 선거 기간 중 여야는 상호 비방과 폭로, 흑색선전 등 혼탁한 선거로 일관했다. 양식 있는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번 선거는 또다시 투표율의 저하로 표출됐다. `정치적 동업자`인 후보들이 선거판에서는 `철저한 적대자`가 돼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 그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 사범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이 무려 1천79건이나 됐음은 이를 잘 반증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보결선거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이번 총선은 정책이나 인물 대결보다는 폭로와 혼탁으로 얼룩져 이 나라 정치 발전에 역행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사실 선거 당일 까지 `정치 사찰`과 `막말 파문`이 선거판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유권자들의 표심과 양식이 과열이나 혼탁을 제압하고 어느 일방의 승리가 아닌 152대 148의 균형추를 이뤄 줬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지난 총선 결과를 찬찬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지럽고 시끄러워 공약마저 사라진 이상한 선거였지만 그 결과는 아래와 같이 얻은 것도 상당히 많다.먼저 정당 후보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겨우 3명만이 당선됐다는 점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이는 이제 선거의 승리가 정당 공천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것이 정당 정치의 토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급조된 정당까지 합쳐 20개의 정당이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정당 지지율 2%를 얻지 못한 정당은 해체될 운명에 처해 있다. 현행 정당 법제하에서 4개의 정당만이 생존하고 신생 철새 정당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둘째,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은 요란한 선동 선전보다는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신뢰성을 저울질하며 투표한 점이다. 이번 총선은 12월 대선과 연계돼 처음부터 여야 공히 비방과 폭로로 과열됐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에 다소 흔들린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정당에 대한 신뢰, 후보의 공약 이행의 가능성을 보고 투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양식 있는 중도 부동표가 막판 선거 결과를 좌우한 점은 이 나라 정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셋째, 이번 총선과정에서는 서구 선진 정치에서 볼 수 있는 정당간의 선거연합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줬다. 민주 통합당과 통합 진보당의 선거 연합의 결과는 140석의 의석 확보로 검증됐다. 더구나 정착이 힘든 좌파 통합 진보정당이 13석을 확보해 제3당의 지위에 오른 것도 선거 연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보수 우파인 자유 선진당도 새누리당과 선거 연합을 했더라면 그토록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야당의 선거 연합이 정책 연합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거의 새로운 순기능적 모델이 됐음은 특기할 일이다.넷째, 이번 총선 결과가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고질병인 지역 정당 구도를 해체 가능성을 보여 줬다. 우리가 관심을 끄는 호남 민주당, 영남 새누리 정당이라는 누적된 구도하에서 여야는 상호 적진에서 상당한 지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25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 통합당이 여러 명의 당선자를 배출하고 정당 지지율 35%를 획득했음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대구 경북에서도 민주 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40%이상의 지지를 획득하고, 새누리당 불모지 광주에서 이정현 후보가 비슷한 득표를 하였음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지역 패권 구도에 대한 태풍은 되지 못하였지만 조용한 역풍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다섯째, 이번 총선에서 북풍이라는 외부 변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 점이다. 이 나라 선거에서 여러 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북한 변수는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북한 당국의 대남 선전 포고, 미사일 발사 등의 악재는 선거에 미친 영향은 감지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 정치가 이제 안보나 북풍이라는 변수가 선거에 크게 작동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총선 결과는 이 나라의 민주 정치 발전이 결국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성숙한 손에 달려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다.

2012-04-30

이자스민과 조명철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19대 총선 결과 전국구 비례대표 54명의 당선자가 발표됐다. 지역구 당선자에 가려 전국구 의원들에 대한 관심이 희석됐지만, 특별히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명의 비례대표 당선자이다. 멀리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자스민(35) 의원과 김일성대학 교수신분으로써 탈북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된 조명철(53)이다. 이들의 의원 당선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며, 글로벌 시대 우리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자스민은 필리핀 대학에 재학 중 한국인 선원과 결혼해 1998년에 한국에 귀화한 사람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고로 남편까지 잃고 시부모, 시동생 가족 등 9명을 이끌고 살아가는 억척 주부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다. 이주 여성을 위한 봉사 단체를 만들어 사무총장,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로 이주민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다문화 가정 문제를 다룬 영화 `완득이`에도 출연할 정도로 미모도 갖췄다. 한편 조 명철은 북한의 외교관 자제로서 김일성대학 졸업 후 교수 생활을 하다 1993년 탈북해 한국의 고위 공무원인 통일교육원 원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황장엽 비서에 이은 고위급 지식인으로서 북한의 경력을 토대로 오랫동안 해외 경제 연구원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여름 나는 통일 관련 행사 관계로 그와 장시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대화는 솔직 담백했으며 유머 감각이 뛰어나 친화력까지 돋보였다.우선 지면을 통해서나마 두 분의 의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새누리당이 선거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다수당이 된 배경에는 이주민 등 파격적인 공천도 한몫했을 것이다. 집권 여당에서 일반을 상식을 뒤엎고 당선권이 보장된 앞자리에 그들을 공천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참신한 느낌마저 줬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상에는 잠시나마 이자스민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과 비난 등 악의적인 글들도 있었다. 또한 조명철에 대한 학력 문제도 일시 제기됐지만 본인이 소명함으로서 충분이 해소됐다. 전반적인 여론 동향은 이들의 의회 진출을 환영하고, 미래를 향한 신선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이들의 의회진출은 단순한 이주민 개인의 성공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그 정치 사회적 함의도 상당히 크다. 한국사회는 이미 이주민 140만명, 남한 인구의 2.8%로 인구 통계학적으로 다문화 사회에 들어서 있다. 현재 이자스민과 같이 국제결혼 이주민이 21만여명, 그들의 자녀가 15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결코 적지 않는 숫자다. 이자스민 의원이 이제 이들 이민자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도록 기회를 준 것은 정당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조명철 의원 역시 북한에서 공부한 최고 엘리트로서 통일과 대북 문제 전문가로서의 의정 활동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는 2012년 현재 탈북자 2만3천여명이 대부분 정착과정의 진통을 겪고 있다. 그의 의회 진출은 탈북자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며, 북한의 김정은 족벌 체제에는 경종을 울려 줄 만 하다. 3대 세습이 이어지는 북한의 특권 정치 현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휴전선 이남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이러한대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남북 공히 단일 민족, 백의민족, 배달겨레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사회에는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 이자스민에 대한 비난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을 혐오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지극히 후진적인 사고이며, 일종의 편견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탈북자에 대한 사시안적 태도도 하루 빨리 제거해야 한다. 대구·경북에도 천여명이 넘는 탈북 이주민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동토의 땅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들의 정착을 돕는 것이 통일의 초석이기 때문이다.국민 소득 2만불 시대,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사고와 의식부터 다문화 시대의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두 분의 의회 진출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하루 빨리 다문화적 가치를 수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들 두 분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들의 의정 활동을 기대해 보자.

2012-04-23

재미 동포 김용의 성공 신화를 보면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한민족의 이민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러나 구한말 1903년 극도의 가난을 피하기 위해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시작한 미주 이민사는 눈물로 점철된 민족의 수난사이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미국에 정착해 성공한 코리언의 성공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재미 동포 김용(53)은 미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후보로 지명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세계은행은 지난 1968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미국인이 계속 총재를 맡아왔기 때문 더욱 그러하다. 김용은 2009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의 하나인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17대 총장이 됐다. 부모 손에 이끌려 5살 때 아이오와 주로 건너간 그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1991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빈민국의 결핵 퇴치와 의료구호활동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그는 이미 2006년 미국 타임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우리나라의 남북한의 인구를 7천500만으로 볼 때 해외 거주 동포는 약 750만 명이다. 여기에는 거주국의 시민권자, 영주권자, 장기 혹은 일시 체류자가 모두 포함된다. 한반도 인구의 약 10%가 5대양 6대주 173여 개국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으며 한민족의 짧은 이민사에 비하면 우리는 수적으로 많은 해외 동포를 가진 편이다.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동포들은 세계적인 강대국에 집중 분포돼 살아가고 있다. 중국에 약 270만, 미국 220만, 일본 90만, 구소련 50만, 캐나다에 23만, 호주 13 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우리의 훌륭한 민족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우리의 해외 동포들은 자발적 이민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숙명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가 많다. 우리는 그 동안 근대화 과정에서 이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힘들게 살아 왔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아시아의 신흥 경제 강국으로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재외 동포의 중요성을 인식할 시점이 됐다. 더욱이 우리 동포들이 미국 등 세계적 강대국에 집중되어 살아가는 현실은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다. 재외 동포는 우리의 상품뿐 아니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류의 전파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해외 현지의 우리나라의 훌륭한 `민간외교관`의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시기에 재미 동포 김용의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은 개인의 명예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일대 경사이다. 미국의 오바마가 한국 출신의 그를 지명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외교적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리로서는 재미 동포의 100년사의 새로운 성공신화라고 기록할 수 있다. 물론 미국에는 이들 외에도 성공한 코리언들이 상당히 많다. 지방도시의 시장, 주 의회의 상하의원 의원, 대학교수, 변호사 등 각 분야에서 수많은 교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코리언 중에는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다. 그러나 재미 교포 이민 세대의 김용의 발탁은 미국 하원에 최초로 당선된 김창준에 이은 동포 사회의 새로운 신화이며 민족적 경사이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도 코리언들의 성공 신화의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직접적으로 한국인들의 성공 원인을 묻기도 했다. 사실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 1세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에서 시작하여 가발 장수, 가방 장수, 세탁소,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돈을 모았다. 그로 인해 당대에 블루칼라에서 화이트 칼라로 성공한 사람도 더러 있다.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재미 동포의 성공신화 뒤에는 이민 1세들의 피와 눈물이 배여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의 부모들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 농사` 잘 짓기 위한 교육이라는 고삐는 가장 큰 배경이 됐다. 미국의 성공한 유태인처럼 코리언 부모들의 자식을 통한 강한 성취 욕구는 왕성한 교육열로 이어졌던 것이다. 750만 전지구촌의 재외 동포 사회에서 제 2, 제3의 김용의 성공 신화가 또다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2012-04-16

이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과열된 선거전이 이제 종반전으로 들어서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전은 정당 간의 상호비방과 폭로로 치닫고 있다. 정책 선거는 뒷전이고 민간인 불법 사찰이 종반의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선거판이 서로 상대방을 `말 바꾸기` `꼼수 정치` `적반하장` `사퇴 요구` `저질 발언` `물 타기` 등으로 비방하고 심지어 흑색선전까지 동원되고 있다. 또다시 우리 선거 문화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이다. 이번 4·11 총선의 결과는 12월 대선과도 연계돼, 선거판은 더욱 혼란스럽고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열되고 혼탁한 선거과정은 유권자의 선택마저 흐리게 한다. 선거 초반의 여야 간의 다양한 복지 경쟁,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 문제,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정책적 논쟁은 어느새 증발해버렸다. 여당의 `복지·일자리·경제 민주화론`도 야당의 `1%의 재벌과 99%의 서민 중산층 대결, 정권 심판 론`은 정책적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고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느낌이다. 선거운동이 후반으로 올수록 정책대결이나 인물의 검증보다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실망스럽다. 우리의 선거도 이제 상호 비방이 아니라 공약을 검증하고 후보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품격 있는 선거가 돼야 하는데 아직도 거리가 멀다.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해야 할 순간은 이제 코앞에 와 있다. 우리는 어떠한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안철수 교수는 지난번 순회강연에서 나름대로 후보의 선택 기준을 제시했다. 진영과 당파를 초월하는 후보, 과거 회귀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후보, 공약을 지킬 진정성이 보이는 후보를 강조했다. 지당한 말이지만 그가 평소 주장하는 `정파의 구도를 초월한 정치`의 구상을 또 한 번 확인하는데 그쳤다. 어느 중진 언론인은 `투표장에 가기 전 정리해야 할 것`이라는 제하의 유권자의 선택기준을 제시했다. 12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기회주의·부패·패거리 정치를 청산하는 투표, 후보자의 인물보다는 `안보와 이념적인 좌표`를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의 평소 보수적 지론에 불과할 뿐 혼란스럽기는 마찬 가지다.그나저나 내일 모레는 선거일이다. 후보 선택은 최종적으로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유권자들은 과열된 선거 분위기에 편승치 않고 정책과 인물, 정당이라는 3가지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가정으로 배달된 후보 검증 자료를 통해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선거 공보에는 후보의 이력과 나름대로 정책적 약속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 미국 유권자 연맹은 `잘못된 공약은 기아나 핵폭탄보다 무섭다`고 까지 했다. 선심성 공약이 없는지, 뻥튀기 공약은 없는지 적실성 있는 공약인지 최종적으로 예산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는 후보자의 인물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살아오고 어떤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유권자는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지킬 실천의지가 확고한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비례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스스로 판단해 자신을 대신해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이번 선거에는 정당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구 선거로 인해 가려져 있는 전국구 비례 대표 후보를 정당 공약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주지하는 것처럼 이번 선거는 지역구 246명과 54명의 비례 대표 전국구 의원을 뽑는 선거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역 후보에만 관심이 있어 비례 대표 후보 선출에는 관심이 적다. 이들 비례 대표후보 개개인의 검증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공천한 정당의 선택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나라 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당 투표에 유권자들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귀중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에 의한 투표권의 포기는 우리 정치를 더욱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투표권 행사는 시민의 고귀한 권리이며, 동시에 의무라는 자각이 선행될 때 이 나라의 정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2-04-09

총선 현장의 정당의 옷 색깔 변화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4·11 총선을 위한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박근혜 위원장과 노란색의 한명숙 대표의 옷 색깔이다. 각 당의 지도부와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원색의 옷을 입고 유권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빨강색의 새누리당, 노란색 민주 통합당, 푸른색의 자유선진당, 보라색의 통합진보당.특이한 것은 집권 보수 여당 새누리당이 당명개정과 함께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도로에 내건 플래카드, 후보와 운동원들의 복장이 하늘색에서 온통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빨간색이라면 빨갱이 등 좌파의 상징으로 보는 우리의 풍토에서 보면 보수당의 의외의 변신이다. 수십 년을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게 우리 역사인데, 보수 여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이 되었다는 것은 격세지감마저 든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세상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일체의 말이 없다는 점이다.새누리당이 파랑에서 빨강으로 상징색을 바꾼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 정치에서 전통적으로 빨강은 좌파나 진보를 상징하였는데, 새누리당이 과감히 붉은색을 차용한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러한 변색은 이명박 정부의 한나라당과 차별화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에서 비롯된 듯하다. 붉은색은 원래 사랑과 정열 때로는 혁명을 상징한다. 좋게 보면 한나라당이 빨강색을 선택한 것은 보수성의 구각을 벗고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미래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당의 상징인 빨강색은 젊음, 미래, 개혁이라는 가치와 조화를 이룰 때 의미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 색깔의 변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야당인 통합 민주당은 여러 갈래의 세력이 모였지만 모두 과거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상징인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다. 노란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시절 1987년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처음 사용한 색깔이다. 당시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반독재 투쟁 과정이나 중앙아시아의 오렌지 혁명에서 보듯이 노란색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그 후 노무현의 열린 우리당은 탄핵위기에서 벗어나 노란색으로 총선에서 승리하였다. 사실 `노란 손수건`으로 상징되는 노란색은 기다림과 희망의 상징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노무현의 노란색을 통해 심판하여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선거 연대를 이룬 통합진보당도 당색을 보라색으로 변경하였다. 노란색의 민주 통합당과 진보의 가치를 담은 보라색의 통합 진보당이 선거 연대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이처럼 보수를 자처하는 집권 여당이 색깔 상으로는 진보로 나아가고, 진보를 상징하는 야당이 색깔만큼은 과거의 노란색으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정당의 상징 색깔의 변화에 아직도 불만을 가진 사람도 다소 있겠지만 그것 자체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색깔은 정당 정치의 본색을 상징하고,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명하게 하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색깔에 의한 정당의 구분은 각 사회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보수적인 공화당이 빨강이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은 파랑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다. 러시아 정치에서도 붉은색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이념갈등에 의해 색깔에 대한 이념적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온 것이다.이번 총선 과정에서의 여야의 당 상징색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만 해도 선거 풍토의 변화이며, 우리 정치의 작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당의 옷의 색깔 변화만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좌우의 이념적 색깔 논쟁이 종식되어야 한다.

2012-04-02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어떻게 볼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북한은 일찍부터 2012년을 `강성 대국의 문을 여는 해` 라고 선언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의 탄생 100주년 기념해, 오는 4월15일 `태양절`을 전후해 대대적인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전 세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광명성 3호를 4월14~16일 사이에 발사하려는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 당국은 지난 3월16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광명성 3호가 발사되면 1단 로켓은 변산반도 서쪽 140㎞, 2단 로켓은 필리핀 동쪽 190㎞에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그들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이번의 광명성 3호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반응은 부정적이고 차갑다.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는다고 해도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2·29 북·미 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북한이 광명성 3호의 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를 유엔안보리로 가져가 추가제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까지도 주중북한 대사를 불러 진상을 파악하고, 남한 대사를 불러 과잉 반응을 자제토록 중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번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874호에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any launch using ballistic missile technology)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가 미사일이 아니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이라고 우기지만 위의 조항에 위반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미사일 발사 계획이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에 의해 계획된 유훈의 실천인지 김정은을 에워 싼 신군부의 제안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국제적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서두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김정은에로의 권력 세습이후 북한은 김정일 정권이 이룩한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에 선포할 긴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정일의 가장 중요 업적으로 `핵보유의 무력강국`의 성취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나아가 북한은 현재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 앞에서도 군사강국의 이미지를 부각해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령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당국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아직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미사일 발사의 또 하나의 배경은 김정은에로의 권력 승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내부 통치용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 권력의 중심이 장성택과 신군부에 모아져 있다. 아직도 권력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는 듯하다. 가끔 보도되는 것처럼 북한 내부의 비공개적이고 은밀한 권력 숙청 과정에는 불안과 위험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이번의 광명성 3호의 발사 사업은 주민들의 충성심 유도뿐 아니라 권력 내부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을 선포하며 새 시대를 여는 데 광명성 3호라는 축포가 필수적이고, 이로 인해 발생할 국제적 대치관계는 과거와 같이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돌발적인 미사일 발사 계획은 북미 관계뿐 아니라 6자 회담,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달 북미간의 2·29 합의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과 남북 관계의 단절의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리용호 북한 외교부 부부장의 미국 세미나 참석, 남한의 정명훈의 방북과 은하수 관현악단의 파리 공연 등은 오랜만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의 발사계획은 2·29 합의상의 북한 식량 24만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고, 유엔 등 국제적 대북 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북한은 사상과 군사를 우선하는 강성대국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경제 우선의 정책으로 선회하여야 한다. 북한은 위기 때 마다 사용하는 벼랑 끝 외교 전술이 이제는 통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언제쯤 북한이 국제사회로 부터 신뢰를 회복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아침이다.

2012-03-26

상의회장 선거로 분열해선 안된다

▲ 이경우 편집국장포항 바닥이 시끄럽다.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다툼이 찻잔 속 같은 포항 지역을 자칫 갈갈이 찢어놓을 기세다. 세계적 철강 도시,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까뭉개는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뜻있는 어른들은 지역 사회의 분열을 걱정한다.며칠 전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인사를 헐뜯는 괴문서가 포항지역 언론사 대표들에게 배달됐다. 편지는 그의 재산형성 과정과 가정사에서부터 개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신공격에다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생으로 들어 있었다. 자칭 사회정의 실천을 위한 시민이라는 익명의 발신인이 보낸 편지였다.그러자 어제는 상대 후보가 자신의 짓이 절대 아니라며, 자신이 관련됐다면 어떠한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편지를 상의 회원과 상공의원들에게 실명으로 내보냈다. 특정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괴편지가 나돌면서 각종 오해가 난무해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이런 편지를 받은 지역 인사들은 자괴감과 낭패감에 빠져 있다. “이러고도 포항이 발전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은 어디에 갔는가?”. 이들은 “이런 괴문서가 횡행한다면 문서의 사실 여부는 제쳐놓더라도 이 사회에서 누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걱정했다.인터넷 악성 댓글이 유명 인사들을 자살에 이르게 만든 사건들이 잇달았던 한국 사회의 또다른 버전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인격을 침해하는 온갖 악플들이 한 사람을 매장시켜 온 사례들을 보아왔다. 마찬가지로 사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생활이나 과거사를 지역사회에 퍼뜨리는 행위는 지역을 분열시키고 인심을 갉아먹는다.가뜩이나 4.11 총선을 앞두고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판이다.누가 상의 회장이 되든 그것은 다음 문제다. 회장 자리를 놓고 비방이 벌어지고 편지 내용이 사실이니, 누가 관여했느니 이러는 동안 지역 사회는 서로 패가 갈리고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들어차게 된다. 진정 지역을 걱정한다면 자제해야 할 일이다.포항에 온 지 100여 일. 처음 포항에 왔을 때 지역 여론 주도층이나 지역 내 갈등을 조정할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포항이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 신흥 공업도시여서 전통 보다는 신흥 세력들의 발호로 전통이나 관습보다는 현실적인 규범과 실질적 논리가 힘이라는 이야기였다. 작금의 사태는 이런 어른 없는 포항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 사건이다.예부터 공직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지역으로 고소 고발이 많은 동네를 든다. 우리에게는 송사를 즐기는 사람을 가까이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보면 패를 지어 상대를 헐뜯는 행태는 시비곡직을 따지는 사리의 분별심과도 다르다. 마치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작은 티끌을 지적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작은 허물은 서로 덮어주고 비록 큰 잘못이라 할지라도 개전의 정이 보일 때는 용서했으며 전체의 화합을 위해 과감히 포용해 온 것이 우리의 풍속이요 가진 자의 아량이었다. 상대에 대한 예의나 표현에서의 금도는 윗자리 사람이 갖추어야 할 중요 덕목이기도 하다.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서로 힘을 모아 포항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어느 지역보다 활기차고 박진감 넘치는 포항시가 괴문서 한 장으로 가라앉고 나눠져서는 안 된다.우리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들먹인다. 당연하고도 필요하다. 이와함께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은 풍요를 무임승차한 오늘날 우리들 모두의 부채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나뉘어진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결코 포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상공의원들의 현명한 처신만이 포항사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

2012-03-23

승부조작의 사회 심리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현대인들은 누구나 스포츠를 즐기고 운동 경기를 좋아한다. 스포츠는 이제 국민들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 오늘의 스포츠 스타들은 대중의 우상이 된지 오래다. 수억에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승부가 지배하는 현대 조직 사회에서 대중들이 일상을 통해 승리의 쾌감을 맛보기는 무척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각박한 사회구조는 대중들로 하여금 승패가 분명한 운동경기를 더욱 선호케 하고 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는 것이다. 며칠 전 대구 지검은 그 간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16명을 포함하여 31명을 기소했다. 여기에는 선수뿐 아니라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관련자도 포함돼 있다. 작년 프로 축구에서 불거진 승부 조작은 배구, 야구, 농구 등 4대 인기 스포츠 경기로 확대됐다. 일차적 책임은 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프로 선수에 있다. 이미 세계 축구 연맹(FIFA)은 해당 선수를 영구 제명하고, 해외 프로 팀의 진출까지 봉쇄했다. 그러므로 우리도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선수는 차제에 일벌백계해야 한다. 동시에 사법 당국은 승부조작을 초래한 도박 사이트 개설자, 프로 게이머, 전주 등 고질적인 연쇄 고리를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 행정 지도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운동 경기에서의 승부조작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정정 당당하게 힘을 겨루어 경기에서 승패를 가리는 것이 스포츠맨십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승부를 조작한 관련자들은 자신의 부당이득을 위해 수많은 관중까지 우롱한 것이다. 더욱이 도박 사이트와 연계되고 중간브로커에 의하여 특정 선수를 금전으로 매수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다. 운동 경기에서의 승부조작은 스포츠에 대한 불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원칙과 규범까지 붕괴시키는 무서운 죄악이기 때문이다. 이번 승부조작은 사회적 지탄뿐 아니라 법적인 책임이 따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어쩌다 우리 프로 스포츠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우리는 이러한 반칙행위가 가능한 것은 스포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내부의 원칙의 붕괴 현상과 연관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실 이러한 돈과 관련된 비리는 우리 사회의 정치판은 말할 것도 없고 깨끗해야할 공직사회, 의료사회, 예술사회, 학교 사회에 까지 번지고 있다. 그 같은 황금만능의 풍조가 급기야 공정성이 생명인 프로 스포츠계에 까지 오염시킨 결과이다. 결국 한국인들의 목적과 수단을 혼돈한 조급한 물질 우선의 가치관이 이러한 일을 가능케 했다. 우리는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방기한 스포츠 문화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부터라도 우리 선수들에 대한 스포츠맨십 교육부터 철저히 시작해야 한다. 오직 운동 하나만을 위하여 모든 학교교육을 포기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운동선수이기 전에 인격을 연마하는 인성교육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경제적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총생산(GDP) 세계 12위 국가, 월드컵의 공동 개최국, 올림픽까지 치른 스포츠 강국이다. 한국의 박지성,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들은 세계적 무대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곧 평창에서는 동계 올림픽까지 개최된다고 모두가 자부심을 가직고 있다. 이러한 한국을 보기위하여 수백만 명의 세계인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승부조작이라는 아직도 후진적인 탈선과 범죄가 진행 중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사회에서 당연시하는 문화도 선진 사회의 기준에 비춰 보면 부끄러운 일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화려한 외형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정직과 공정성`이라는 규범 문화부터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의 정신적 가치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여야 우리의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한다. 이 나라의 각 분야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2012-03-19

중국 현지에서 본 탈북자의 눈물

▲ 배한동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지난주 가냘픈 여성의원의 탈북자 북송 반대 단식 농성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생명이 천성산 도롱뇽 보다 못하단 말이냐”고 항변하는 탈북자 이애란 교수의 절규는 중국 탈북자 북송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단식 농성 현장을 찾은 일도 잘한 일이고, 여고생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의 북송 반대 소리도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여야 구분 없이 156명의 국회의원이 오랜만에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함께 가결했다. 이대통령의 양제츠 중국외교 부장에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모두가 늦으나마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나는 10여 년 동안 재외 동포 연구관계로 중국 땅을 수십 차례 왕래했다. 특히 탈북자의 중국 은신처가 많은 동북 삼성의 연길, 도문, 단둥, 심양, 장춘 일대는 나의 단골 방문지이다. 나는 탈북의 현장을 보기 위해 북한의 함경도와 양강도 지역이 잘 보이는 중국의 국경선 마을도 찾아봤다. 누구나 현장에 가보면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가 이곳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압록강 두만강의 상류와 중류는 생각보다 강폭이 좁아 탈북자들이 `강 타기`가 좋은 곳이고, 여름에는 북한과 조선족, 한족 아이들이 이쪽저쪽에서 목욕하는 강이기도 하다. 빙판의 계절이 되면 양쪽 땅이 연결돼 탈북이 용이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연변지역은 같은 피가 흐르고 우리말이 통하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고, 북한 사람들에게는 긴급 식량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이 탈북자들의 기회의 땅이 된지는 역사가 길고 오래다.지금도 중국 전역에 숨어 사는 탈북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공안이 엄격히 단속하는 현실에서는 이들의 정확한 인원은 파악하기도 어렵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지난해 여러 명의 탈북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탈북자들의 중국에서의 은신 생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회령에서 탈출했다는 30대 여성은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다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산의 집단 농장에서 일하다 부모님을 남겨두고 탈출한 20대 청년은 북한으로 되돌아 갈수도 없고 앞날이 막막하다고 했다. 남자 아이들인 `꽃제비`들의 구걸 생활, 한족 농촌에 인신매매 된 탈북 여성, 한족 청년의 보호를 받다 임신한 탈북 처녀, 남쪽 선교 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 그 사연도 수없이 많았다. 이러한 이야기도 중국의 단속이 엉성할 때의 이야기들이다. 미확인 보도지만 오늘 아침에는 중국의 탈북자 수십 명이 북송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송된 그들이 끌려가 고문을 받고, 교화소나 정치범 수용소에 평생 감금된다니 가슴이 메일 뿐이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외무까지 중국의 처사에 유감을 표시하고 유엔 인권위원회는 또다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중국의 처사를 비난하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는 `난민`이 아닌 `월경자`라고 규정하여 체포해 북송하는 등 북한 당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북·중의 `혈맹의 관계`는 우리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보다 훨씬 우선되기 때문일까. 나는 전 세계인들이 요구하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아직도 인권 야만국으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탈북자의 인권 문제는 정부와 민간, 보수 진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우리는 한목소리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 까지 생존을 위한 `고난의 행군`을 하다가 한국행은 엄두도 못 내고 억울하게 체포된 탈북자 문제는 우리로서는 같은 동포의 아픔이고, 인도주의의 핵심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보다 적극화해야 한다. 중국의 조선족들도 이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시민 단체도 탈북자의 북송만큼은 인의 장막을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중국의 탈북자들이 하루 빨리 구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2012-03-12

국회의원 후보들께 드리는 공개서한

▲ 배한동 경북대학교 교수입춘이 지난 날씨인데도 아직도 겨울의 찬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국리민복을 위해 봉사하려 결심한 후보자들에게 우선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동시에 밤낮 없이 발로 뛰면서 지지를 호소하시는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도 올린다. 이 나라 정치에 대해 불신은 대단하지만 아직도 금배지의 인기는 대단한 가 보다. 이번에도 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총선에 여야에 2천여명 이상이 공천 신청을 했고, 최종 입후보 등록 시에는 본선 경쟁률이 평균 5:1을 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의회 민주주의하의 국회의원의 권위는 법으로 보호해주기 때문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핵심인 의원들의 권위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의원들에게는 국민의 혈세로 연봉 1억2천만원과 해외 출장비까지 부담하고 6명의 보좌관을 둘 수 있으며, 매년 수억원의 정치 후원금까지 모금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회기 중의 불 체포 특권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품위 유지비를 월 120만원까지 평생예우를 받고 있다. 시중의 우스갯소리로 의원에 당선되면 특권이 200개나 되고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후보자 개개인은 선거를 앞둔 지금 심정으로는 당선만 되면 정말 깨끗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상당수 의원들이 초심과는 달리 이런 저런 사유로 여의도를 떠나는 불명예스런 장면을 목도했다. 이번 18대 의회만 보더라도 임기 중 낙마한 의원이 상당히 많다.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사당 폭력 행사,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발언, 심지어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돼 식물 의원이 돼버린 분들도 상당히 많다. 어느 유권자가 이런 국회의원을 존경할까.나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도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각오로 후보 결심을 한 후보들에게 지나간 의원들의 비행과 얼룩진 이야기를 하는 충정을 잘 이해하길 바란다. 사실 의원들은 공인이기 때문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엄수해야할 규범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제가 드리는 9개의 최소한의 준칙은 반드시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여러분들을 보호하고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한 고언이라고 생각하고 오해 없길 바란다.첫째, 나는 당선 시 선거 공약은 반드시 지킬 것이며, 설혹 못 지킨 공약이 있더라도 절대 변명하지는 않겠다.둘째, 나는 낙선되는 한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가족과 선거 운동원들도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셋째, 나는 의원 당선 시 당리당략이나 지역이기주의적 의정 활동을 하지 않고, 일신상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은 하지 않겠다.넷째, 국회의사당 내에서의 여야 간의 몸싸움에는 절대 가담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다섯째, 여야 간의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 당 방침에 어긋나더라도 거시적 국익차원에서 소신투표나 크로스보팅도 불사하겠다.여섯째, 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내 지역만 위해 일하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고 나라 전체의 거시적 이익을 위해 활동을 펼치겠다.일곱째, 나는 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발언이나 행위는 일체하지 않으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나 속임수는 쓰지 않겠다.여덟째, 나는 어떤 비리에도 관여하지 않고 금권의 유혹을 물리치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의원으로써의 품격을 엄격히 유지하겠다.아홉째, 나는 권위주의 의식을 버리고 민생의 현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동네 버스도 타고 동네 목욕탕도 찾아가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절한 벗이 되겠다.제가 외람되게 제시한 9개의 준칙 중 최소한 7개 이상은 준수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하고 실천의지가 선행될 때 정식후보로 등록하길 바란다. 이번 선거에 당선돼면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이 나라 민초들을 위하여 헌신하길 간절히 바란다. 환절기에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