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은 2009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의 하나인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17대 총장이 됐다. 부모 손에 이끌려 5살 때 아이오와 주로 건너간 그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1991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빈민국의 결핵 퇴치와 의료구호활동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그는 이미 2006년 미국 타임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남북한의 인구를 7천500만으로 볼 때 해외 거주 동포는 약 750만 명이다. 여기에는 거주국의 시민권자, 영주권자, 장기 혹은 일시 체류자가 모두 포함된다. 한반도 인구의 약 10%가 5대양 6대주 173여 개국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으며 한민족의 짧은 이민사에 비하면 우리는 수적으로 많은 해외 동포를 가진 편이다.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동포들은 세계적인 강대국에 집중 분포돼 살아가고 있다. 중국에 약 270만, 미국 220만, 일본 90만, 구소련 50만, 캐나다에 23만, 호주 13 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우리의 훌륭한 민족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해외 동포들은 자발적 이민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숙명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가 많다. 우리는 그 동안 근대화 과정에서 이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힘들게 살아 왔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아시아의 신흥 경제 강국으로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재외 동포의 중요성을 인식할 시점이 됐다. 더욱이 우리 동포들이 미국 등 세계적 강대국에 집중되어 살아가는 현실은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다. 재외 동포는 우리의 상품뿐 아니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류의 전파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해외 현지의 우리나라의 훌륭한 `민간외교관`의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기에 재미 동포 김용의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은 개인의 명예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일대 경사이다. 미국의 오바마가 한국 출신의 그를 지명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외교적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리로서는 재미 동포의 100년사의 새로운 성공신화라고 기록할 수 있다. 물론 미국에는 이들 외에도 성공한 코리언들이 상당히 많다. 지방도시의 시장, 주 의회의 상하의원 의원, 대학교수, 변호사 등 각 분야에서 수많은 교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코리언 중에는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다. 그러나 재미 교포 이민 세대의 김용의 발탁은 미국 하원에 최초로 당선된 김창준에 이은 동포 사회의 새로운 신화이며 민족적 경사이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도 코리언들의 성공 신화의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직접적으로 한국인들의 성공 원인을 묻기도 했다. 사실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 1세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에서 시작하여 가발 장수, 가방 장수, 세탁소,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돈을 모았다. 그로 인해 당대에 블루칼라에서 화이트 칼라로 성공한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재미 동포의 성공신화 뒤에는 이민 1세들의 피와 눈물이 배여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의 부모들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 농사` 잘 짓기 위한 교육이라는 고삐는 가장 큰 배경이 됐다. 미국의 성공한 유태인처럼 코리언 부모들의 자식을 통한 강한 성취 욕구는 왕성한 교육열로 이어졌던 것이다. 750만 전지구촌의 재외 동포 사회에서 제 2, 제3의 김용의 성공 신화가 또다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