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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주의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12-06-25 20:55 게재일 2012-06-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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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는 선거 때 마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의 정치권의 종북주의 논쟁도 지난 총선의 후유증이지만 여전히 과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12월 대선에서도 종북 논쟁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미국이나 서구에서 이미 사라진 좌우익의 색깔 논쟁이 우리의 선거 정국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 기인한 것일까. 그러나 지금의 종북 논쟁은 과거 냉전하의 안보관련 색깔 논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오늘의 종북 논쟁이 과열된 계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통합당 비례 대표의 부정 경선과 국회의원 `자진 사퇴` 문제가 종북 논쟁의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진보통합당내의 현 당권파(PD)와 구 당권파(NL)의 당권 경쟁과 임수경 의원의 발언 파문은 종북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야당의 대표는 이러한 여당주도의 색깔 논쟁을 야당을 죽이기 위한 `신매카시즘적 수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당은 아직도 일부 친북 인사들의 종북적 태도는 반드시 척결되고 심판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 측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들어 `종북주의 원조`라고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느닷없이 남한 여야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그들의 과거 방북 시의 종북적 태도를 완전히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 부터인지 반북(反北)에서 부터 용북(容北), 친북(親北), 종북(從北)이라는 용어가 수시로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종북이란 북한을 민족 재통일의 동반자로 보고 화해와 교류 협력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북의 소행은 밉지만 북을 이해하고 용서하여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용북적인 입장과도 분명히 다르다. 종북은 북한 당국의 교조적 노선이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따르는 입장이며 친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대북 이데올로기이다. 물론 여기에는 합리성 보다는 맹목성과 광신성까지 내포돼 있지만 그들의 입장은 공개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종북주의의 핵심적 쟁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제기되는 종북의 기준은 서너 가지로 압축된다. 북한의 권력 세습,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그것이다. 종북주의는 북한의 왕조적인 3대 권력 세습이 민주주의의 보편적 원칙에 완전히 이탈됐음에도 그것을 용인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종북주의자들은 북한 정치의 특수성과 자주성이라는 입장에서 소위 내재적 접근을 통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북주의자들의 행태는 보편적 민주주의 숭고한 가치에 배치되고 이 땅의 시민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북의 왕조적인 권력 세습은 친북적인 중국의 마르크스 연구소의 사회과학자들 까지 백안시 하고 있다. 그것을 정당화하는 `수령 절대 옹위론`은 독단적 주체이념의 파행적인 결과이며, 이를 동조하고 옹호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시대에 뒤진 보수 이념임이 분명하다.

사실 북의 권력 세습이나 북한 인권 문제, 북핵 문제가 모두 별개의 사안이 아닌 `강성 대국 건설`을 위한 북한 당국의 조작되고 조급한 통치 이념임은 우리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에 동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대에 뒤진 북의 종말론적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꼴이 된다. 남북의 화해와 민족의 재통일을 위한 화해 포용의 가치와 구분되는 종북노선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며, 이에 대한 맹신은 한국판 강경 급진 세력의 수치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이미 정당간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정착됐다. 6월23일이 우리나라가 20~50이라는 선진클럽에 진입하는 날이다. 상대를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는 과거의 매카시즘적 수법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미 시민들의 의식이나 여론도 맹목적인 매카시즘은 용인하지 않는 풍토가 됐기 때문이다. 상대 정적을 매도하기 위한 매카시즘과 오늘의 종북 논쟁은 본질적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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