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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길에 마주친 문화적 패권주의

등록일 2012-07-23 20:32 게재일 2012-07-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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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상해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중국 내륙이나 동북 3성을 여행하던 사람들이 상해와 절강성 일대를 둘러보면 중국의 확 달라진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외형적인 중국의 거대 발전에 지나치게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 내륙은 해안 개방지역과 판이하게 아직도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개방도시의 외형은 번듯하지만 그들의 후진적인 추한 모습은 곳곳에 감추어져 있다. 아직도 신호체계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행렬, 덥다고 웃옷을 벗어 던지고 활보하는 사람들, 뒷골목의 어지러운 풍경, 더러운 전통 화장실 문화, 부패의 만연, 빈부의 격차는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형 문화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G2 국가인 중국은 경제 성장을 토대로 한 정치적·군사적 패권주의를 시험하고 있다. 그동안 감춰 두었던 중국의 대국주의가 인접국에 대한 영토 패권주의로 노출돼 영토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한 내부용 결속 이론이 중국의 문화헤게모니 전략이다. 과거 중국의 중화사상이 문화적 우월주의라는 탈을 쓰고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의도적으로 인민들에게 교육하고 조장했다. 그 결과가 중국 관광 안내원들의 중국 소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문화 패권주의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항주의 송성(宋城)에서 있었던 `천고정(千古情)`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이 매년 300만 관객을 유치하고 `세계 3대 유명 공연` 중 하나라고 자랑하는 이 집체극은 의외로 단순하고, 예술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막에서는 잃어버린 송대의 영광을, 2막에서는 송궁(宋宮)의 화려한 연무, 3막은 송대의 전쟁과 무용담, 4막은 서호의 전설과 아름다운 항주 소개로 끝을 맺었다. 송대 중국인들의 강인성, 화려함, 근면성을 주제로 중국인들의 위대함을 집단 율동을 통해 부각하고 있다.

우리 한국의 관광객이 눈여겨보아야 할 장면은 제2막의 `궁중 연무`다. 한복과 족두리로 단장한 조선 여인들이 장고에 맞춰 중국의 황제 앞에서 펼친 부채춤은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한국 관광객들은 부채춤에 감동받아 박수를 치고 중국의 배려에 감사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극속에서 중국 황제의 명령에 의해 베풀어지는 연회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날 우리 전통 부채춤 공연에 불쾌감을 느꼈다. 옆 자리의 이 분야 전문 학자도 나의 비판에 동조하면서 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질타했다. 그들은 부채춤을 통해 실상은 송대의 영광과 권위를 나타내고자 했다. 중국 송대에 조공을 바치던 전통을 부채춤으로 재현했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중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는 여행 중 곳곳에서 접하게 된다. 중국 관광 안내원들은 기회 있는 대로 중국의 넓은 영토와 세계 1등의 인구를 자랑한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조선족 관광 안내원들까지 열을 올린다. 또 그들은 중국인들의 `4대 불가능`을 예로 들며 중국의 저력을 자랑한다. 중국의 요리, 여행, 한자, 사투리는 하도 많아 평생 다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상해에 이르자 어느 안내원은 “상해는 30층 이상 빌딩이 5천개, 50층 이상 빌딩이 3천개가 있다”고 자랑했다. 모두가 중국식 우월주의와 문화적 패권주의를 설파하려는 의도다.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인들의 중국 관광이 해마다 늘어나고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연 200만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 대상 기업인들과 무역업자, 관광객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들은 겉과 달리 결코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만만디` 정신도 실리를 추구하려는 문화적 패권주의의 일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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