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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현장의 정당의 옷 색깔 변화

등록일 2012-04-02 21:57 게재일 2012-04-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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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4·11 총선을 위한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박근혜 위원장과 노란색의 한명숙 대표의 옷 색깔이다. 각 당의 지도부와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원색의 옷을 입고 유권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빨강색의 새누리당, 노란색 민주 통합당, 푸른색의 자유선진당, 보라색의 통합진보당.

특이한 것은 집권 보수 여당 새누리당이 당명개정과 함께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도로에 내건 플래카드, 후보와 운동원들의 복장이 하늘색에서 온통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빨간색이라면 빨갱이 등 좌파의 상징으로 보는 우리의 풍토에서 보면 보수당의 의외의 변신이다. 수십 년을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게 우리 역사인데, 보수 여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이 되었다는 것은 격세지감마저 든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세상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일체의 말이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파랑에서 빨강으로 상징색을 바꾼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 정치에서 전통적으로 빨강은 좌파나 진보를 상징하였는데, 새누리당이 과감히 붉은색을 차용한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러한 변색은 이명박 정부의 한나라당과 차별화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에서 비롯된 듯하다. 붉은색은 원래 사랑과 정열 때로는 혁명을 상징한다. 좋게 보면 한나라당이 빨강색을 선택한 것은 보수성의 구각을 벗고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미래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당의 상징인 빨강색은 젊음, 미래, 개혁이라는 가치와 조화를 이룰 때 의미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 색깔의 변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야당인 통합 민주당은 여러 갈래의 세력이 모였지만 모두 과거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상징인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다. 노란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시절 1987년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처음 사용한 색깔이다. 당시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반독재 투쟁 과정이나 중앙아시아의 오렌지 혁명에서 보듯이 노란색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그 후 노무현의 열린 우리당은 탄핵위기에서 벗어나 노란색으로 총선에서 승리하였다. 사실 `노란 손수건`으로 상징되는 노란색은 기다림과 희망의 상징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노무현의 노란색을 통해 심판하여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선거 연대를 이룬 통합진보당도 당색을 보라색으로 변경하였다. 노란색의 민주 통합당과 진보의 가치를 담은 보라색의 통합 진보당이 선거 연대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보수를 자처하는 집권 여당이 색깔 상으로는 진보로 나아가고, 진보를 상징하는 야당이 색깔만큼은 과거의 노란색으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정당의 상징 색깔의 변화에 아직도 불만을 가진 사람도 다소 있겠지만 그것 자체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색깔은 정당 정치의 본색을 상징하고,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명하게 하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색깔에 의한 정당의 구분은 각 사회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보수적인 공화당이 빨강이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은 파랑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다. 러시아 정치에서도 붉은색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이념갈등에 의해 색깔에 대한 이념적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온 것이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의 여야의 당 상징색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만 해도 선거 풍토의 변화이며, 우리 정치의 작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당의 옷의 색깔 변화만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좌우의 이념적 색깔 논쟁이 종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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