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권력 실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박영준 전 국무 차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의 임기 말을 전후해 권력형 비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아무도 없다. 군 출신 대통령인 전·노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권이나 여야의 실질적인 정권 교체에 의한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파렴치하게도 당사자들이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직접 수령해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으며, 아직도 추징금까지 미납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영삼 정권은 한보사건과 아들의 비리로, 김대중 대통령 역시 여러 게이트로 인해 당사자의 명예가 크게 손상됐다. 민변 출신 노무현 대통령마저 박연차 게이트와 형 봉화 대군의 수뢰사건으로 참여정부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케 했다. 300억원의 재산까지 기부한 이명박 대통령 역시 최근 실세들의 금전 수수 의혹으로 정권의 도덕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는 역대 대통령이 힘들게 쌓아온 치적을 하루아침에 허물고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한다. 대통령으로서 취임 시 국민을 향한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 선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CEO출신으로서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재산이 많았으며, 그 역시 권력형 비리의 척결을 굳게 다짐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임기 초의 대통령의 처형, 처남의 비리는 또다시 국민적인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한 임기 말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부정 연루설, 멘토 최시중 위원장의 구속, 최측근 박영준 전차관의 검찰 조사 등은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나 사정 기관도 권력의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권력의 추가 서산에 넘어갈 즈음 사정의 칼날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다시 정치권력의 무상함을 보는 듯하다.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올 가을에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폭로는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정권의 말기에 불거지는 권력형 비리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이 나라 정치권력의 뿌리 깊은 연고주의적 권력 속성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학연과 지연, 혈연을 앞세운 측근 비리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사건도 집권의 최대 공로자인 최 측근들이 지연을 중심으로 권력을 농단하고 그것이 비리의 온상이 됐으니 말이다.
나아가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의 발단이라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되다. 집권으로 인한 수많은 인사권과 무소불위의 권력이 사람과 재물을 모아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정치사찰시의 권력 남용, 파이 시티 인허가와 관련된 로비와 금전 수수 등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이는 결코 대통령의 청렴의지만으로 해소 될 수 없는 구조적 베일이 깊게 처져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금년 12월에는 또다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지금 대선전에 뛰어든 대통령 후보들은 내심으로 당선만 되면 MB 정권의 우(愚)를 자신은 밟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그러나 최고 권력은 자정 능력에 한계가 있다. 권력의 속성은 자기 합리하와 오만으로 치닫기 쉽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외로운 자리`는 조석을 같이했던 소수의 측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이점부터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고장 나고 작동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장치가 확실히 가동해야 한다. 미국의 유능한 대통령 닉슨은 상대 당사 도청에 대한 위증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이것이 미국 언론의 힘이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선봉에 설수 있는 이유이다. 새로 출범하는 19대 의회는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의 꼬리를 자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각오와 실천적 공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