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바닥이 시끄럽다.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다툼이 찻잔 속 같은 포항 지역을 자칫 갈갈이 찢어놓을 기세다. 세계적 철강 도시,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까뭉개는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뜻있는 어른들은 지역 사회의 분열을 걱정한다.
며칠 전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인사를 헐뜯는 괴문서가 포항지역 언론사 대표들에게 배달됐다. 편지는 그의 재산형성 과정과 가정사에서부터 개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신공격에다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생으로 들어 있었다. 자칭 사회정의 실천을 위한 시민이라는 익명의 발신인이 보낸 편지였다.
그러자 어제는 상대 후보가 자신의 짓이 절대 아니라며, 자신이 관련됐다면 어떠한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편지를 상의 회원과 상공의원들에게 실명으로 내보냈다. 특정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괴편지가 나돌면서 각종 오해가 난무해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이런 편지를 받은 지역 인사들은 자괴감과 낭패감에 빠져 있다. “이러고도 포항이 발전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은 어디에 갔는가?”. 이들은 “이런 괴문서가 횡행한다면 문서의 사실 여부는 제쳐놓더라도 이 사회에서 누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걱정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이 유명 인사들을 자살에 이르게 만든 사건들이 잇달았던 한국 사회의 또다른 버전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인격을 침해하는 온갖 악플들이 한 사람을 매장시켜 온 사례들을 보아왔다. 마찬가지로 사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생활이나 과거사를 지역사회에 퍼뜨리는 행위는 지역을 분열시키고 인심을 갉아먹는다.
가뜩이나 4.11 총선을 앞두고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판이다.
누가 상의 회장이 되든 그것은 다음 문제다. 회장 자리를 놓고 비방이 벌어지고 편지 내용이 사실이니, 누가 관여했느니 이러는 동안 지역 사회는 서로 패가 갈리고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들어차게 된다. 진정 지역을 걱정한다면 자제해야 할 일이다.
포항에 온 지 100여 일. 처음 포항에 왔을 때 지역 여론 주도층이나 지역 내 갈등을 조정할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포항이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 신흥 공업도시여서 전통 보다는 신흥 세력들의 발호로 전통이나 관습보다는 현실적인 규범과 실질적 논리가 힘이라는 이야기였다. 작금의 사태는 이런 어른 없는 포항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 사건이다.
예부터 공직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지역으로 고소 고발이 많은 동네를 든다. 우리에게는 송사를 즐기는 사람을 가까이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보면 패를 지어 상대를 헐뜯는 행태는 시비곡직을 따지는 사리의 분별심과도 다르다. 마치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작은 티끌을 지적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작은 허물은 서로 덮어주고 비록 큰 잘못이라 할지라도 개전의 정이 보일 때는 용서했으며 전체의 화합을 위해 과감히 포용해 온 것이 우리의 풍속이요 가진 자의 아량이었다. 상대에 대한 예의나 표현에서의 금도는 윗자리 사람이 갖추어야 할 중요 덕목이기도 하다.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서로 힘을 모아 포항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어느 지역보다 활기차고 박진감 넘치는 포항시가 괴문서 한 장으로 가라앉고 나눠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들먹인다. 당연하고도 필요하다. 이와함께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은 풍요를 무임승차한 오늘날 우리들 모두의 부채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나뉘어진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결코 포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상공의원들의 현명한 처신만이 포항사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