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중국 현지에서 본 탈북자의 눈물

등록일 2012-03-12 21:51 게재일 2012-03-12 22면
스크랩버튼
▲ 배한동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주 가냘픈 여성의원의 탈북자 북송 반대 단식 농성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생명이 천성산 도롱뇽 보다 못하단 말이냐”고 항변하는 탈북자 이애란 교수의 절규는 중국 탈북자 북송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단식 농성 현장을 찾은 일도 잘한 일이고, 여고생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의 북송 반대 소리도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여야 구분 없이 156명의 국회의원이 오랜만에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함께 가결했다. 이대통령의 양제츠 중국외교 부장에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모두가 늦으나마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10여 년 동안 재외 동포 연구관계로 중국 땅을 수십 차례 왕래했다. 특히 탈북자의 중국 은신처가 많은 동북 삼성의 연길, 도문, 단둥, 심양, 장춘 일대는 나의 단골 방문지이다. 나는 탈북의 현장을 보기 위해 북한의 함경도와 양강도 지역이 잘 보이는 중국의 국경선 마을도 찾아봤다. 누구나 현장에 가보면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가 이곳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압록강 두만강의 상류와 중류는 생각보다 강폭이 좁아 탈북자들이 `강 타기`가 좋은 곳이고, 여름에는 북한과 조선족, 한족 아이들이 이쪽저쪽에서 목욕하는 강이기도 하다. 빙판의 계절이 되면 양쪽 땅이 연결돼 탈북이 용이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연변지역은 같은 피가 흐르고 우리말이 통하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고, 북한 사람들에게는 긴급 식량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이 탈북자들의 기회의 땅이 된지는 역사가 길고 오래다.

지금도 중국 전역에 숨어 사는 탈북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공안이 엄격히 단속하는 현실에서는 이들의 정확한 인원은 파악하기도 어렵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지난해 여러 명의 탈북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탈북자들의 중국에서의 은신 생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회령에서 탈출했다는 30대 여성은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다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산의 집단 농장에서 일하다 부모님을 남겨두고 탈출한 20대 청년은 북한으로 되돌아 갈수도 없고 앞날이 막막하다고 했다. 남자 아이들인 `꽃제비`들의 구걸 생활, 한족 농촌에 인신매매 된 탈북 여성, 한족 청년의 보호를 받다 임신한 탈북 처녀, 남쪽 선교 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 그 사연도 수없이 많았다. 이러한 이야기도 중국의 단속이 엉성할 때의 이야기들이다. 미확인 보도지만 오늘 아침에는 중국의 탈북자 수십 명이 북송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송된 그들이 끌려가 고문을 받고, 교화소나 정치범 수용소에 평생 감금된다니 가슴이 메일 뿐이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외무까지 중국의 처사에 유감을 표시하고 유엔 인권위원회는 또다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중국의 처사를 비난하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는 `난민`이 아닌 `월경자`라고 규정하여 체포해 북송하는 등 북한 당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북·중의 `혈맹의 관계`는 우리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보다 훨씬 우선되기 때문일까. 나는 전 세계인들이 요구하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아직도 인권 야만국으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탈북자의 인권 문제는 정부와 민간, 보수 진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우리는 한목소리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 까지 생존을 위한 `고난의 행군`을 하다가 한국행은 엄두도 못 내고 억울하게 체포된 탈북자 문제는 우리로서는 같은 동포의 아픔이고, 인도주의의 핵심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보다 적극화해야 한다. 중국의 조선족들도 이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시민 단체도 탈북자의 북송만큼은 인의 장막을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중국의 탈북자들이 하루 빨리 구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