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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늘 TV 토론은 정책 대결의 장 되어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제 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 왔다. 야권 단일화 과정의 지연으로 박-문 양 강 구도로 재편된 선거전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박빙의 선거전이전이라고 하지만 12월19일 자정 전까지는 18대 대통령의 당선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을 거쳐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로 이루어지지만 이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대통령이 탄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대선 역시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는 후보의 정책과 인물 검증을 가로 막는 요인이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동북아의 질서 재편과 경제적 위기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 갈 정책적 비전이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후보 상호간의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치닫고 있는 선거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급박하게 변하는 내외의 상황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대통령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지난번 정치 쇄신 방안이나 남북관계 등에 관한 1차 TV 토론에 관한 평가는 지지 후보에 따라 상반되고 있다. 중요한 정책적 이슈와 대안은 사라지고, 상대후보에 대한 공격과 비난만 기억되는 토론이 있는가 하면 상대에 관한 공격이 후련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의 돌출적인 발언과 박근혜 후보의 방어 논리만 기억되는 토론이었음은 분명하다. 결국 1% 이하의 지지를 받는 이정희 후보의 독특한 캐릭터만 기억에 남는 이상한 토론이 돼 버린 셈이다. 또한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대한 틀에 박힌 후보들의 준비된 답변, 후보 상호간의 재반론이 없는 토론 방식은 토론의 기능을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토론 전에 여야 합의에 의해 이것 하나 고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정치 현실이다.이제 남은 12월10일과 16일의 두 번의 TV 토론은 후보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이 토론을 통해 시청자들은 정책에 대한 실천 방법과 의지, 그 리더십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들의 토론의 기본자세와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상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상대방의 정책에 관한 냉정한 비판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책임성 없는 폭로성, 선동성 발언은 유권자의 흥미를 유발하지만 표와는 관계없고, 정치쇄신에는 분명히 역행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대선 후보가 아닌 보통 시민들의 기본 예의인데도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양식 있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것이 결국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적 불신이라는 냉소주의를 양산할 뿐이다.이에 더하여 정치 평론가들의 TV 토론후의 평론 자세와 태도도 바꿔야 한다. 특정 후보의 지지 성향과 편향적인 해설은 정책선거에 역행하고 선거판을 부정적으로 활성화시킨다. 특정 후보의 지지성향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평론가는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지지하는 선거 캠프에 합류하는 쪽이 낫겠다. 언론 매체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치 평론가의 활동을 재평가하는 평론장도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이번 10일의 TV 토론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책,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방안 등 중요한 민생 현안이 다뤄진다. 박 후보는 `준비 된 여성 대통령`의 준비된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인 정치`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그것이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적인 담보이며, 한국 정치를 한 발짝 나아가게 하는 길이다.

2012-12-10

네거티브 선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여야 대선 후보들의 유세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어지고 있다.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네거티브 전략은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비난받았던 흑색선전, 비방과 중상, 폭로 전술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한심하기만 하다. 박근혜 후보는 상대를 `스스로 폐족이라고 자인한 사람`,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실세` 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문재인 후보 역시 상대를 `유신 세력의 잔재``실패한 이 명박 정권의 공동책임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야 후보들이 상대방의 정책보다는 상대 인물에 대한 비난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빙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시간이 급박할수록 여야 후보들은 득표만을 의식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이라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판에서는 정책에 대한 검증은 사라지고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적 무관심은 증대될 수 밖에 없다.`안철수 현상`에 지지층이 많았던 것도 이같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주자들이 `100% 대한민국 건설`이나 `국민 대통합`을 외치면서 상호 비난과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선거판이 과열될수록 후유증은 오래가고, 우리 사회의 화합이나 통합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지난 달 미국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롬니가 TV 토론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상대방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파고들면서도 인신 공격성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아름답기까지 했다. 치열한 선거전은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지만 서로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축하하는 장면은 우리 정치가 배워야 할 숙제이다. 며칠 전 롬니가 부시와 오찬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 위기 극복책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신선하게까지 들린다. 이러한 상생 정치의 전제는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미국식 아름다운 선거를 하루아침에 기대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전략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여야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정책 선거, 쟁점선거를 시급히 복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네거티브는 자기 지지층의 결속은 가져오지만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이 된다. 또한 네거티브는 보통 유권자들이 듣기에도 민망할 뿐 아니라 청소년의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우리의 후진적인 선거 풍토에서 하루아침에 고도의 정치 윤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최소한의 정치 도의는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될 사람의 금도(襟度)이다. 상대후보에 대한 정상적인 정책 비판과 인신 공격적 비난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이번 대선이 나라의 미래를 향한 선거라면 `유신의 딸`이나 `실패한 정권의 실세`라는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네거티브 전략은 분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러므로 여야후보는 상대를 부정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상생의 정치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공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선거가 전국의 시장과 광장 등을 찾는 지방 선거 유세 경쟁으로 나아갈 때 네거티브 술책은 더욱 조장되기 쉽다. 지금이라도 TV 토론의 기회를 대폭 늘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정상적인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최소한의 정치 윤리임을 자각하길 바란다.

2012-12-03

대한민국의 검사님들 왜 이러십니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대한민국의 공권력의 상징인 검사들의 탈선행위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번 신임 검사는 자신이 조사하던 여성 피의자를 주말에 검사실로 불러 성적 접촉을 하고, 그 후 모텔에서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2010년에도 어느 부장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고소사건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뇌물로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년에는 어느 여검사가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벤츠 승용차를 받아 세상을 충격을 주었다. 지난 3월 말에는 서울의 모 부장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잇달아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 부터 10억 원 안팎의 뇌물을 받은 서울 고검 김 모 부장 검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이번 성추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더욱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대한민국의 검사는 각자 국가를 대표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독립행정관청이다.검사는 이 나라 법집행의 최후 보루이며, 공권력의 상징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에게는 상응하는 권한뿐 아니라 예우가 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검사들에게는 공직자로서 엄격한 노불리스 오브리제가 요구된다.연이어 터지고 있는 검사들의 후안무치한 탈선행위에 언론의 뭇매가 뒤따르고, 시민 사회가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밤낮 격무에 시달리는 검사들이 일부 탈선 검사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실에서 주말에 조사를 빌미로 여성 피의자를 소환해 성적 접촉을 했다는 것은 검사로서의 기본 윤리는 커녕 소시민의 사리분별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이명박 정권 말기에 검사들의 이러한 탈법·범법 행위의 증가는 일종의 국기 문란 행위이다. 검사들의 계속된 뇌물·성 추문은 검찰조직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필자의 대학생 대상의 의식 조사에서 `우리사회에서 권력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고도 잘 산다`는 주장에 대학생 95.2%가 동의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결과다.결국 검찰조직의 잦은 탈선과 불법 행위는 법질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이번 사건은 시민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이번 대선에서 검찰 개혁 등 정치에 관한 쇄신 요구가 폭발하는 것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란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결국 도덕적 허무주의로 연결돼 공동체 전체의 불안과 갈등요인이 된다.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지검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고, 검찰 총장이 대검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다짐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검찰 개혁에 대한 언론이나 시민 사회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차제에 검찰의 제도 개혁뿐 아니라 내부의 엄격한 위계질서인 검찰의 상명하복(上命下服) 조직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의 검사동일체라는 조직 문화 개혁 없이 검사들의 의식과 관행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그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집중에 대한 분산장치가 선행돼야 하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찰외부의`공직자 비리 수사처`가 즉시 신설돼야 한다.이를 위해 우선 검찰 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하고,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권 말기의 기강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2012-11-26

대선 후보의 공통적 정치 쇄신안은 우선 실천하자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벌써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정치, 외교, 경제, 복지, 사회 문화 전 분야의 공약을 수없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권자들의 흥미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공약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과거에 비해 후보들의 공약이 현실적이고,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다. 후보들의 공약 중 공통분모가 많은 것은 당면한 정치 현안에 관한 후보들의 인식이 같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정치 쇄신 위원회`와 문재인 캠프의`새 정치 위원회`는 그동안 많은 정치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것은 우리 정치에 관한 누적된 불만이 무소속 `안철수 출마`로 표출됐고, 이에 대한 자각과 반응이 여야 후보들의 정치 쇄신안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의 정치 개혁이나 쇄신 관련 공약은 경제나 복지 분야에 비해 공통점이 많이 발견된다. 안철수 후보의 의원 정수의 대폭 축소, 정당의 중앙당 폐지 등 파격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후보들의 입장은 비슷한 것이 많아 그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우선 후보들이 제시한 정치 쇄신안에 대한 공통점을 정리해 보자. 우리 정치에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의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세 후보의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장관의 산하 기관장의 인사권 보장은 우연히도 일치하고 있다. 국회의원 공천권문제도`국민 참여 경선제`에 세 후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선거 제도 개혁에서도`선거구 확정`은 국회에 맡기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데 여야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의 정당 공천 폐지에 관해서는 세 후보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나아가 정치 개혁의 핵심인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에 관해서도 후보들의 인식이 같다. 그동안 일하지 않고 세비만 축내는 식물국회,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에 대한 시민 사회의 불신과 불만은 이만저만 것이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의 국회의원 정원 대폭 축소 주장이 실현 가능성과 달리 여론의 공감을 얻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번 총선때 제기됐다 흐지부지하게 된 `의원 연금의 폐지`는 야야 후보가 동의하고, 변호사 등 의원들의 겸직의 금지는 모두 선호하고 있다.그러므로 대선 후보들의 공통적인 정치 쇄신안은 여야가 구체적 실천방안에 합의하면 실천가능하다. 며칠 전 새누리당 정치 쇄신 특별위원장이 후보들 간의`정치 쇄신 실천 협의`기구를 만들어 대선 후보의 공통적인 정치 쇄신안을 우선 합의해 실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후보들 간의 불신과 비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참신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즉각적인 수용은 모처럼 볼 수 있는 신선한 장면이었다.대선후보들은 정치 쇄신에 관한 공통분모를 재확인하고, 그 실천을 위한 입법조치를 서둘러 주길 바란다. 이는 허황하고 화려한 공약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그나마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걷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회기가 끝나기 전 정치 쇄신 관련법을 마련하길 바란다. 시간이 부족하면 임시회라도 소집해 대선전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이는 복지나 경제 공약처럼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산의 절감이 수반되기 때문에 더욱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제 갈등의 정치 보다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때 정치적 불신과 냉소주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2012-11-19

정치 평론가의 역할을 다시 평론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야권의 후보 단일화 선언 후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대선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각종 언론매체에 과거 어느 때 보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야구나 축구 경기에서 해설가들이 경기의 재미를 더해주듯이 정치 평론가들도 복잡한 대선 구도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통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식견을 높여주고 있다. 방송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인기 있는 정치 평론가들을 영입해 시청률을 높이고 일부 인기 평론가들은 겹치기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이러한 평론가들의 수적 증가와 역할증대는 참여민주주의의 소중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지식인들의 반정부적 발언은 공안당국의 감시 대상이 됐고, 당시 지식인들의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은 철저히 통제됐다. `침묵이 황금`이 됐던 그 시절에는 관제 언론과 관제 해설만이 난무했다. 로버트 달( R, Dahl)이 말하는 정치는 결국 `정치적 무관심층을 정치적 관심 층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며, 오늘의 정치 평론가들의 등장은 정치사의 당연한 귀결이다.대선 정국에서 이들 평론가들의 역할 증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정치적 동물`인 인간에게 정치에 관한 관심과 흥미를 촉발시키고,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해설·평가 할뿐 아니라 대선 판세를 전망하기 때문에 정치판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 해설이나 평론이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결국 이들은 정치 현안에 대한 무관심층과 정치적 냉소주의자들에게까지 정치에 관심과 참여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곳곳에는 이들의 역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인터넷에는 어느 정치 평론가의 친권력적인 행각이 화제가 되고, 그의 퇴출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의 주장이 평론의 생명인 객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에서 친박성향이나 친야권 성향의 평론가가 비판받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물론 평론가도 자기의 가치나 이념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에서 자신의 입장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평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치는 일이다. 어떤 평론가는 통계나 사실적 근거도 없이 선동적인 자기주장만 표출해 빈축을 산적도 있다. 정치 평론가들의 평론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나라에서 정치 평론이라는 영역은 아직도 역사가 일천하다. 우리가 미국의 저명한 찰리 쿡이나 레이첼 매도같은 정치 평론가를 하루아침에 기대할 수는 없다. 우선 이 나라의 정치 평론가들은 우선 자신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 평론가들은 평론이 전문적 정치 지식을 우리의 현실정치에 접목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힘든 작업임을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그러므로 정치 평론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앞세우기 보다는 자신의 선택이나 주장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치 평론가들의 사실(fact)에 따른 그들의 가치(value) 판단이 유권자의 정치적 혼동을 줄이고, 합리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길임을 동시에 알아야 한다. 선거에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은 해설자의 몫이 아닌 시청자나 독자의 몫이기 때문 더욱 그러하다. 정치 평론의 수준이 참여민주주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는 아침이다.

2012-11-12

Sub 3.0 시대를 대비한 경영의 단순화

▲ 조문제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최근 한국의 경제는 2008년 미국의 리먼사태 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다 최근에는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성장율 `Sub 3`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여건에서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단순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의 단순화(Simplicity)는 “디지털 환경에 따른 속도경쟁 심화, 장벽 없는 시장구조, 고객니즈(Needs) 다양화 등 복잡한 시장환경 속에서 기업 내부자원과 운영전략을 명료·간소화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단순화를 추구하는 목적은 급속한 경영환경의 변화속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화는 소비재 시장보다는 고객 접점과 제품 포트폴리오, 업무성과 관리, 그리고 의사결정 단계 등이 복잡한 산업재 시장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단순 경영에 성공한 기업은 일반기업 대비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제품품질 측면에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달성한다. 독일 제조업을 대상으로 성공 기업과 일반 기업간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 성공기업은 업무 단순화 과정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디지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속도경쟁이 심화될 수록 단순경영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의 필요성은 더욱 더 크다. 일부 미래학자들도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향후 10년의 변화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얼마나 신속히 대응하느냐가 새로운 핵심 경쟁우위 요소임을 재인식해야 한다.기업이 속도경쟁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제품·고객 단순화, 의사결정 단순화, 성과관리 단순화를 들 수 있다.먼저 제품 고객 단순화는 제품과 고객에 대한 부가가치를 `ABC`분석을 통해 80%의 수익률을 창출하는 20%의 제품과 고객에 내부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예를 들면, 생활용품 사업분야 세계 1위업체인 PG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다양한 제품군 관리에 따른 관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감소하자 제품 수익성 기준으로 `ABC`분석을 통해 매출 기여도가 낮은 C 제품군 60%를 과감하게 제거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제품 단순화로 제품 단위당 매출 공헌율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둘째, 의사결정 단순화는 조직 계층구조 단순화와 계층간 중복된 역할·기능을 제거해 속도경쟁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문제해결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럽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체인 ABB사는 세계 각국에 분산된 방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속도 경쟁에서 빠르게 대응한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마지막으로 6-Sigma와 BSC 통합을 통한 성과관리의 단순화는 전략목표의 조기달성을 위해 BSC(Balanced Score Card:성과평가시스템) 틀속에 6-Sigma 활동 성과지표를 포함해 통합·관리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6-Sigma는 단위업무 프로세스의 성과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전략목표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BSC와의 통합성과 연계성은 부족하다. 그러나 6-Sigma와 BSC의 통합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개선과 장기 전략목표 달성을 동시에 추구해 신속한 전략실행력 확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최근과 같이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경영의 단순화를 통해 관리비용을 줄이고, 한정된 자원을 생산적인 업무에 재배분하는 노력들을 해 나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2012-11-09

중도층의 표심이 대선을 좌우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2월19일 대선의 승패는 박빙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정치 평론가들은 10만 표에서 50만 표 이내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은 39만557표(1.5%), 16대 대선에서는 57만980표(2.3%)차로 승리했다. 이러한 선거 상황에서는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약 20%에 이르는 무당파나 중도파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선거 보다 고정 지지자가 미리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배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중도 층의 개념을 바라다트( L. Baradat)가 제시한 정치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정치 참여자의 이념 성향을 극좌와 극우의 사이에 보수와 진보, 그 중간에 온건한(moderate) 중도층을 설정하고 있다. 중도층은 좌우의 극단적 대립을 피하면서도 때로는 중도 좌나 중도우의 정책을 선호하고,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 선택을 유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흑백의 논리로 정치적 혼란을 겪는 한국적 상황에서 이들은 양비론적 입장 때문에 기회주의자나 회색이라고 비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나 진보의 좋은 점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오히려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우리 사회에서는 여야의 정치 갈등뿐 아니라 사적인 모임에서도 정치적 갈등 양상은 심각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지정당과 후보를 이미 결정한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불신한다. 평소 친한 사람끼리의 사적인 만남에서도 정치와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싸움으로 번져 뒤끝이 좋지 않다. 심지어 혈족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갈등을 합리적 담론구도로 재생산하는 장치이다. 어느 사회나 정치적 중도층이 늘어나 균형을 잡을 때 그 정치는 안정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중도 층의 합리적 가치 선택이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정치적 안정과 발전을 기약한다면 이들은 환영받아야 한다.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중도층의 표심 공략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원래 당의 이념성향보다 경제 민주화 등 친서민 민생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근혜 후보는 당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정당의 옷 색깔까지 바꾸고, 진보성향의 젊은 층에 접근하고 있다. 보수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청년들과의 알바 체험, 유모차 걷기 대회에도 나선다. 문재인 후보 역시 진보성향의 이미지를 탈색하려고 종북이라고 비판받는 세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천안함의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군복 차림으로 휴전선에서 안보를 강조하는 것도 보수 증도층을 의식한 행보다. 안철수 후보 역시 무당파 층을 등에 업고 출마한 후보이니 정책 공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후보들의 중도층 공략 성공 여부는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다.중도층은 유권자의 15~20%에 이르며, 정치적 식견이 높고, 40대의 수도권의 화이트칼라 계층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선 후보들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설득력 있는 정책뿐 아니라 실천적 의지까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우선 선동적이고 포퓰리즘적인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 좌우의 색안경을 끼지 않은 중도층들은 장밋빛 공약에 대한 분별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과거사의 심판도, 북풍이라는 공작정치도 이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중도 층의 표심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012-11-05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번 대선의 특징중 하나는 어느 때 보다 많은 교수들이 여야의 대선 캠프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11 총선에 직접 출마한 교수도 여야 합쳐 37명이나 됐다. 현 19대 국회의 직업별 구성에서도 대학교수가 24명(8%)이어서 변호사 20명(7%)보다 앞서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약 400여명의 교수가 여야의 각종 정책 포럼이나 위원회에 싱크 탱크나 멘토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각 대선 캠프의 조직이나 세력 확산에 비례하여 참여 교수들의 수는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냉소적 시각도 많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정당법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고등교육법은 총장·학장·교수·부교수·조교수인 교원은 정치 참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려면 90일 전에 공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이 부분에서도 예외이다. 또한 고려대와 성균관대등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면 대학도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은 사실상 자유롭게 정치권과 학계를 넘나들 수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대학 교수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교수들이 자기의 전공을 살려 연구와 학생 강의에 전념하지 않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은 선비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이 휴직도 사퇴도 하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교수들의 정치권 참여는 학생들의 교육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18대 국회에서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자동으로 교수직에서 사퇴하도록 하거나 선거기간 휴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학 교수의 현실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립한다.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시민 누구에게나 부여된 참정권의 일환이며, 분야별 전문적 식견을 제공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다. 사실 대학 교수들은 과거 4·19 민주화운동과 군부 권위주의 독재 청산 과정에서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일정한 역할을 했다. 더욱이 지성인 집단의 정치 참여는 신생국의 군부나 독점 재벌, 토호세력들의 권력 독점도 견제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사회에서는 교수가 정치 현실에 참여하고, 다시 강단에 서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대학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이 있다. 따라서 교수의 정치 참여는 부정적인 역기능을 축소하고, 순기능적인 측면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학자로서의 참여 동기를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 참여가 이기적인 권력욕인지 학자로서의 순수한 양심의 발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교수가 사회적 지탄이 되고 있는 폴리페서(polifessor)란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이왕 정치 현실에 발을 담근 교수들도 여야 구분 없이 한국의 혼탁한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데 학자적 양식을 통해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12월 대선후 요직에 기용될 교수도 자기 전공과 학문에 따른 학자적인 양심을 끝까지 지키길 간절히 바란다. 학자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는 본인뿐 아니라 이 나라 정치 발전에도 역행함을 알아야 한다. 천하의 악법인 유신 헌법의 기초도 당시 일부 어용학자들의 소산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자들의 정치 참여는 자칫 잘못하면 `범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관료 집단의 전술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이 나라의 정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간절히 바란다.

2012-10-29

한국의 노벨 학술상은 불가능한 일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금년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이웃 중국에서는 `붉은 수수 밭`의 작가 모옌이 노벨 문학상 수상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일본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만능 줄기 세포로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으로 축제 분위기이다. 아직까지 노벨 학술상 수상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차제에 우리도 이웃사촌이 논사면 배 아픈 심정이 아니라 노벨상 수상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노벨상은 세계인이 참여하는 학문과 지식 올림픽이다. 1901년 상이 제정된 이후 41개국에서 이미 830명의 개인과 23개 단체가 수상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6개 분야에서`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이 상이 주어졌다. 선진국도 아닌 인도나 이집트, 멕시코, 이란 등 세계 32개국에서 2개 이상의 노벨상을 수상하였는데,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제외하면 단 1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노벨상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국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GDP 규모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이다. 우리는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일본을 누르고, 세계 5위라는 위업을 남겼다. 케이 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최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연속 2위에 랭크되고 있지 않는가. 우리의 국력이나 문화적 콘텐츠를 볼 때 노벨상 한두 분야의 수상은 당연한데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우리는 차제에 노벨상 수상을 하지 못하는 원인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아시아 이웃 나라의 노벨상 소식에 배아파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교육·연구 풍토부터 찬찬히 점검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유별난 교육열은 유태인 못지않고,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지만 사실 우리 대학의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홍콩, 싱가포르에도 훨씬 뒤져 있다. 우리의 연구 풍토 역시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맞물려 장기적인 기초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교육·연구 풍토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노벨상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을 마련하고, 정부의 기초 과학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세계 최고인 3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은 전체 GDP의 50%를 기초과학에 투자했다. 일본도 이미 2001년 과학 분야에서 50년내 30명의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을 공포했다. 이번 일본의 야마나카 교수의 업적도 그 성과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전체 19명의 노벨상 중 11명의 수상이 2000년 이후 노벨 과학상에 집중된 것은 기초 과학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의 결과이다. 우리도 이를 위해 교육부에 통폐합된 과학기술부부터 독립부서로 승격시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일선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연구 풍토도 바꾸어야 한다. 대학의 연구 풍토는 국가의 정책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한 우물 파기 식 장기연구가 축적돼야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몇 해 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도 조급한 한국적인 연구 풍토가 빚어낸 비극이다. 신자유주의적 조급한 경쟁구도가 우리의 대학 연구실까지 파고들어 악순환적 연구 분위기가 조성될 때 노벨상은 더욱 멀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이 합치돼야만 비로소 대망의 노벨상이 가능할 것이다.

2012-10-22

`무소속 후보` 안철수 어디까지 갈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2월 대선일이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안철수의 무소속 출마 선언은 대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와 문재인 양자 간의 대결구도에서도 아직도 앞서고 있다. 그 동안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차례 안철수를 검증했으나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민주 통합당과 문재인 후보 측에서도 급기야`무소속 후보 불가론`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성공 할 것인가? 아직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안철수 출마선언은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여당 박근혜의 지지율 하락은 박 후보 주변의 비리나 실수에도 영향이 크지만,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정치 신인인 그의 등장과도 무관치 않다. 또한 그가 야권 후보임을 선언함으로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문재인의 버거운 경쟁자로 등장해 야당후보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등장은 여야 정치권에 정당 쇄신, 정치 개혁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성 정치의 전면적 개혁을 표방한 그에 대한 불안감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안철수 캠프나 그의 지지층은 한국정치나 정당정치의 고질병을 들어 제3의 무소속 후보 안철수의 등장은 `국민적인 요청`이며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에서는 그의 무소속 출마는 이상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설사 그가 대통령에 된다 하더라도 정당이나 의원들의 지지 없이는 그가 구상하는 개혁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무소속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이러한 상황 하에서 야권 단일화 문제를 보는 여론이 엇갈려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안철수의 적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는 `안철수의 생각`과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당락에 관계없이 끝까지 완주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수층의 승리를 위한 전술적 포석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야권 지지층에서는 민주 통합당과 정책적 비전이 비슷한 안철수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해 정권 교체의 대의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야권 승리를 위한 현실적 전술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안철수의 무소속 후보론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완전히 상반된다. 그러나 대체적인 시민 사회의 여론은 안철수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임할 것이란 입장이 우세하다.결국 안철수의 `무소속 후보론`은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3자의 대결구도에서 안철수의 패배는 명약관화하다는 현실을 안철수측과 야권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선 등록 시기를 전후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협상과정의 난항이 예상돼 협상의 파기로 3자 대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란 카드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정치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정책화 되려면 정당의 여과과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안철수 후보의 지난번의 7대 정책 공약은 정치 현실과 너무 먼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청와대 이전론, 지방의원 정당공천 배제론, 대통령 권한 대폭 축소론, 대통령 사면권의 국회 동의안 등이 참신한 정치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두 기성 정치권에서 몇 번 씩이나 검토했던 진부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나아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시민 사회의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밖의 `학자 안철수`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정치인 안철수`의 정책과 인물이 검증될수록 그를 떠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권자의 불안감으로 정당 후보보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안철수 후보의 독자 완주와 단일화 협상은 앞으로 지지율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2012-10-15

내가 만난 탈북자들의 슬픈 이야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이후에도 탈북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나 제 3국을 거쳐 이 땅에 입국한 탈북자가 현재 2만4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중 전 가족이 동반하여 탈북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북녘 땅에 가족을 두고 온 사람들이다. 지난 10여 년 간 북한을 탈출해 이 땅에 정착한 이들은 6·25 전후 남하한 실향민에 비하면 수적으로는 적지만 또 다른 실향민이 아닐 수 없다. 남편이나 아내, 부모 자식을 북에 두고 자유를 찾아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입국한 이들도 지난 추석은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사연으로 탈북자들과 인연을 맺어 온지 오래다. 함북 무산출신으로 부모를 북에 두고 단신 탈 북한 청년 J군, 회령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다 남으로 와서는 식당일을 하는 K여인도 있다. 그녀는 탈북과정에서 중국에서 얻은 한족 아이 때문에 직장 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힘겨워 하고 있다. 북한에서 대학 교수생활을 하다 탈북한 C씨는 박사 학위를 취득해 취업한,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 얼마 전 이들을 만나 생활이 어렵지 않느냐는 나의 위로에 그들은 `일 없습네다`라고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가에는 이 땅에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흔적이 남아있었다.10여년 전 일찍 탈북해 이 땅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있고, 국회의원이 된 조명철 의원처럼 명성을 얻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땅의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힘들고 지쳐 있다. 상당수 탈북자들은 일정한 직업없이 임대 아파트에서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취직한 경우도 130만원 내외의 단순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을 통해 북의 가족까지 돕고 있다. 북한의 명문 김책 종합 대학 출신의 어느 탈북자는 남한 사회에 적응이 안돼 미국으로 이민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최근 이들 탈북자에 대한 생활만족도 조사에서는 80%이상이 남한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통제사회인 북한의 집단주의적 가치가 아직도 그들의 몸에 남아있어 개인적인 불만을 외부로 토로하지 않는 습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하곤 한다. 아침 지하철 타기부터 경쟁으로 시작해 경쟁으로 끝나는 남한 사회, 동족임에도 동남아 이주민처럼 취급하는 비정한 남한 사회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 중엔 남한사람들의 냉대와 차별에 분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탈선과 범죄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이들의 이러한 불만족의 배경에는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탈북자 중에는 남쪽의 북쪽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심지어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를 위장 간첩이 아닌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영업용 택시에서 탈북 주민이라고 무심코 말했더니 바가지요금까지 쓴 적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 탈북자는 북한에 가족이 있다고 솔직히 고백했더니 북한의 가족에 대한 배신이 아니냐고 아픈 가슴을 찢어놓더라고도 했다.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은 통일 국가의 장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다.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결코 정부의 몫만은 아니다. 시민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북한이탈 주민들의 적응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2만 4천명의 탈북자들에게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2-10-08

`안철수의 생각`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19일 안철수 교수가 장고 끝에 드디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대선정국에 새로운 파문을 던지고 있다. 출마 선언 전까지 뒤처지던 그의 지지도가 반등해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안철수의 이번 대선 출마는 그가 평소 `구태의 정치`라고 비판하던 정치권에 직접 발을 담그는 일이라 정치인 안철수의 새로운 행보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출마 선언에서의 중요한 키워드는 한국 정치의 일대 개혁이다. 정치 개혁을 위한 안철수 후보의 `무당파 정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윤리적 정당성으로 가득 찬 `안철수의 생각`과 말은 한국정치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정치 실험`이 성공하리라 확신하는 사람이 드문 게 사실이다. 안철수가 장외의 전문가로 남아 한국정치에 청량제가 되길 기대했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안철수는 그의 기자 회견이나 정치 토크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기에 이번의 대선 출마 선언이 현실 정치 개혁에 대한 강한 입장의 표현인지, 자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정치적 가치를 구체화 하려는 것인지 아직도 모호하다.이뿐만 아니다. 그는 작년 9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확장성에 반대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한데도 `작년의 여당의 반대가 아직도 유효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애매한 이야기로 답변했다. 나아가 안철수 후보는 이번 출마선언에서 야당이 바라는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당에는 반대하고 협력하지 않겠다는 종래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인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중도 보수층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은 아닌가.그는 지난 3월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특정진영 논리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대로 수용한다면 무당파 정치를 표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이곳저곳에서 모으고 있다. 대선을 위한 정치 조직이라면 그것 역시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만일 무당파를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라면 신당으로 등록하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여러 번의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고, 그렇다고 대선전의 급조된 신당이 필패한다는 정주영, 문국현의 실험은 그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야권의 후보 단일화 문제만 해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단일화 문제를 묻자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묘하게 피해갔다. 시기가 되면 단일화를 하겠다는 뜻인지, 그가 주장하는 단일화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역시 아리송하다. 나아가 그는 단일화의 전제로 정치권의 일대 쇄신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납득할 만한 동의를 반복해서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정치의 개혁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동의`란 게 우익에게는 독재의 명분으로, 좌익에게는 포퓰리즘으로 악용되는 정치현실에서 `국민들의 납득할 만한 동의 수준`이란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그러면서 그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완주하겠다며 실패하더라도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해 지지자들의 박수까지 받았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랩의 나머지 주식 50%까지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이것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막판의 표를 의식한 재산 헌납 약속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대통령 후보 안철수는 이러한 아리송하고 모호한 의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의사, 벤처 사업가, 교수가 아닌 정치인 안철수 후보는 그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공약으로 구체화해 전달할 의무가 있다.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고, 국민을 위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2012-09-24

미워하면서 닮아버린 여야의 경선 과정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지난 달포 간 후보 경선과정을 치렀다. 새누리당의 경선에서는 이미 예측한 바와 같이 박근혜 후보가 86%의 절대적 지지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대부분의 지역 경선을 석권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여야의 경선은 여야 모두 국민적인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우리의 격언처럼 그 선출 과정이 매우 흡사한 닮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여야는 거의 닮은 모습을 연출했다.먼저 새누리당의 경선과정에서의 경선 규칙 문제로 당 지도부와 상대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모습은 민주 통합당에서도 그대로 답습됐다. 새누리당 일부 비박 후보들은 경선투표 참여 후 경선 보이콧까지 갔지만 박근혜 후보의 `경기 시작 후 룰 개정 불가`원칙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통합 민주당 역시 열세한 후보 3인이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성 시비를 제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비박후보들은 국민 경선의 시민 참여 확대를 주장했고, 민주 통합당의 비문 3인은 모바일 보다는 당원들의 반영비율을 확대하자는 주장만 다를 뿐이었다.둘째, 경선과정에서 승리가 예측되는 후보에 대한 비방과 함께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입장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열세인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집중 공격했던 모습은 민주 통합당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협공하는 모습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새누리당의 비박 3인은 박근혜 후보의 소통 부재와 독선적인 리더십을 비판했으며, 비문 3인은 당대표부의 편파적인 경선 관리와 친노 패권주의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모습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셋째, 이번 경선 과정의 여야 후보들이 상대 후보의 자질과 리더십을 문제 삼으면서도 후보로서의 국정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나 공약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의 `국민 행복` 정치나 `국민 대통합` 정치도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인 정치` `모두가 승리하는 정치`도 국민적인 공감대를 획득하지 못했다. 대신 경선 투표장에서는 상대측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상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인신 공격성 언사만 난무한 것이다.결론적으로 이번 경선과정은 여야 모두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 버렸다. 기대와 감동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데,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경선 판에 누가 모여들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여야 공히 1위 후보가 미리 예측된 상황에서 박진감 있는 경쟁은 예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선기간 중 장외의 `안철수 바람`은 세차게 불어 그것이 경선의 열기마저 식혀버렸다. 경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 바람의 잠재우기로, 민주 통합당에서는 안철수 바람의 이용 문제로 대립하는 구도에서 국민 경선은 아예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12월19일 18대 대선은 소리 없이 가까이 오고 있다. 안철수의 출마 선언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경선 과정에서 무관심하고 감동을 받지 못했던 유권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51대 49`라는 박빙의 승부가 예측돼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후보는 경선 과정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다시 제시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12월 선거가 이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2-09-17

안철수 대선 출마 4개의 시나리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오늘로서 12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안철수 측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 대선불출마 협박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박 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과 안철수측 금 변호사 간의 7분간의 아침 통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사자인 정 공보위원의 사퇴로 문제가 조용하게 끝날 것 같지 않고, 그 파장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는 선거판에서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에는 대선 출마에 관한 안철수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있다. 그가 은밀하게 사람을 만나고, 후보의 이미지 제고에는 노력하면서 최대의 관심사인 대선 출마 여부에는 교묘히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안철수에 대한 의혹제기와 사퇴 압력이 안철수에 대한 검증의 출발이고, 그의 출마선언을 촉진할 계기라고 예측하기도 한다.안철수가 언제 어떤 형태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 아무도 모르며, 안철수 자신까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출마포기`보다는 `출마선언`의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그동안의 그의 발언은 애매모호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회 발전의 역할을 생각 중이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 `정당정치, 정파 정치는 배격한다`는 그의 정치적 발언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기로에 서있다.여기에서 안철수의 대선 출마에 관련된 몇 개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무소속 무당파로 안철수가 독자적으로 대선에 완주하는 경우다. 그가 평소에 주장하는 부패한 기득권 정치, 정당정치를 배격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한다는 명분에 합치되고, 그를 지지하는 중도 무당파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상이다. 그러나 야당 후보와 단일화 하지 않고는 무소속 독자 후보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 것이다.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전례도 없거니와 야권의 지지를 업은 박원순 시장의 무소속 출마와 대선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두 번째 시나리오는 안철수가 제3의 신당을 만들어 독자 출마하거나 민주통합당과 합당이나 연합하는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평소 지론과 합치되지 않고, 무당파 세력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제3당 신당 창당과 후보 추대는 과거 정주영이나 문국현의 실패로 판명됐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연합은 선거 일정상 어렵다.세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단일화 협상에 임할 경우다. 최근 민주당 사무총장까지 안철수의 입당 없는 단일화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 측에서 은근히 바라는 시나리오지만 안철수 측으로서는 가장 명분 없는 시나리오여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히려 당에 입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나 과거 DJP 연합과 같은 공동 정부를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절차와 과정의 합의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네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한 뒤 후보를 포기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나리오다. 민주 통합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며, 새누리당으로서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안철수 자신의 출마 포기와 야권 단일 후보지지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안철수의 선택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고 순탄치 않다. 그러기에 그의 출마 선언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안철수의 생각`은 결코 정치 현실이 될 수 없다. 링 밖의 안철수와 링 안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그의 선택을 우리는 지켜볼 뿐이다.

2012-09-10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대통령 후보는 없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나라는 무디스의 국가 신용 평가에서 14년 8개월 만에 신용우량국 더블 A로 평가 받았다. 이처럼 한국의 국가 위상은 여러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국이 GDP 규모 면에서도 10위권에 진입해 있고 OECD 회원국이 된지는 오래다. 몇 달 전에는 우리 한국은 국민소득 2만불, 인구 5천만이 넘은 7번째 국가가 됐다는 낭보도 있었다. 지난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우리가 인구 1억2천이 넘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의 스포츠 강국이 되었음도 이러한 국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달라진 국가의 위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때때로 경제성장의 모범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 사회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모습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확대일로에 있는 양극화, 청년 실업, 반사회적 범죄의 증가, 왕따와 학교 폭력, 성폭력범의 폭발적인 증가, 자살율의 급상승, 여기에 더하여 세대 간의 이념 갈등과 정치적 혼란 구도는 선진국의 위상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불안정하고 난폭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이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그로인해 국민들의 불안감과 총체적 스트레스나 피로감은 증폭되고 있다.얼마 전 어느 교수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34개의 OECD 국가 중 32위라는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세계의 최상위국인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에스토니아와 칠레에 이어 꼴찌에서 3번째다. 12개의 행복 지표 중 한국은 국민의 건강 상태, 주거 환경, 가처분 소득, 살해율, 고용율, 투표 참가율 등은 최하위권이며, 치안상태만이 유일하게 5위권에 들었다. 이러한 통계로 미뤄 볼 때 우리는 외형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행복 후진국가일 뿐이다.그러므로 18대 대통령 선거는 허황하고, 과장된 선거가 아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족한 행복지표를 높이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은 해석이 분분한 `경제 민주화`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보다는 국민의 행복지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는 실질적인 정책과 공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의 `100% 대한민국 건설`, 안철수의 `탈정파의 정치`,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인 정치`도 아직 국민의 행복지수와는 거리가 멀다.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각론이 없는 공허한 정치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추상적인 구호와 선동이 아닌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정책 선거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고질적인 선거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선전이 최소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에서는 탈피해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인신 공격성 흑색선전이 시도되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박근혜의 `사생아 문제`, 안철수의 `룸살롱 출입문제`, 문재인의 `부도덕한 변론`까지 암암리에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거전이 과열될수록 황당하고 실체가 없는 흑색선전은 더욱 난무할 조짐이다. 이러한 선거 풍토에서는 후보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우리 유권자도 이제 공약 신뢰도와 실천의지를 검증할 정도의 눈은 가지고 있다. 박근혜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 문재인의 `역행하는 정치의 청산`, 안철수의 `비당파의 제3의 정치`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행복지수를 체감할 수 있는 공약으로 보다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국민적 자긍심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정책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2-09-03

북한 장성택의 행보를 주목 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체제의 등장 이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성택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김정은에로의 권력 세습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현재 북한 권력의 실질적인 2인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부터 그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와 접견하는 등 국빈급 대접을 받아 그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케 했다. 그러므로 그의 국내외 행보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앞날을 가늠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 모두가 관심을 두는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도 그의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체제변화와 관련, 북한 권력의 핵심인 장성택의 행보를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이 하부 인민들의 요구 수용이라기보다는 권력 최상층의 의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어느 국책기관의 책임연구원은 “장성택은 당과 공안, 그리고 군대 등 권력기구를 재편하고 측근을 핵심권력에 포진시켜 실질적 권력자로 등극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그가 북한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카 김정은을 설득해 함께 개혁·개방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그가 북한 권력의 최고 핵심이기 때문에 그가 개혁의지만 있다면 그 실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가능성은 장성택이 북한에서 누구보다도 서방세계의 문명에 눈을 뜬 사람이고,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술과 친교를 좋아하는 개방 성향이 강하고 약간의 반골성이 있어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과 합치하면 북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2002년 박남기를 단장으로 하는 18명의 남한 경제 시찰단의 일원으로 포철 등 산업 기지를 방문해 남한의 경제 사정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남한의 경이로운 발전모습에 놀라 연회석상에서는 한마디 언급도 않고 한숨만 쉬다가 술만 퍼마셨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 권력구도에서 과거의 남한 협상론자들이 대부분 제거된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러한 논거를 토대로 북한의 김정은-장성택 체제는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러 저런 예측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그것은 김정은의 세습 권력이 아직도 정권 초기여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당분간 체제 변화로 인한 불안보다는 결국 체제 단속과 결속을 위한 기존의 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북한은 현재의 선군 노선을 답습하면서도 식량문제 등 시급한 경제 문제에 관한 부분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와 같은 군부 중심의 폐쇄적인 정책으로는 경제가 회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미 6·28 경제 개선조치를 취하고, 중국에 10억불의 차관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결론적으로 북한 김정은-강성택 체제는 당분간 체제 유지와 체제 변화라는 이중적인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개혁·개방을 하지 않고는 경제적 위기가 더욱 가중되고, 개혁 개방을 서두르면 체제 붕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즉 인민들의 식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성은 지속될 수 없고, 성급한 변화는 소련식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우리는 남한의 발전상을 목격하고 북한 경제적 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장성택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중국이 요구하는 중국식 `부분 개혁`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시기와 방법만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2012-08-27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시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동북아의 작은 나라, 분단국인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지난 7월 처음으로 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지난달 중국 관광객이 32만명으로, 일본 관광객 30만명을 처음으로 앞섰고, 중국 관광객만 연인원 200만명이라는 보도도 있다. 중국인들의 제주도 관광이 줄을 잇고, 몇 해 전 학회에서 만난 어느 북한의 학자마저 평생의 소원이 제주도 관광이라고 털어 놓았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인구 13억의 중국 관광객은 더욱 증가될 것이고, 올해의 외국인 관광객은 1천100만명을 초과할 전망이다. 이같은 좁은 땅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상승에는 기본적으로 세계 GDP 규모 10위권이라는 국력이 뒷받침 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내부를 들여다 보면 아직도 정치적·사회적 먹구름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한국 관광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케이 팝 등 한류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국 젊은 가수들의 율동과 노래, 한국의 드라마, 심지어 한국의 김치까지 세계인들에게 전파된 결과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의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준 축구 등 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도 한국 관광의 매력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해외의 한국어 교육원에는 한국 회사 취업이나 한국을 알기위한 현지 외국인 수강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한국 관광의 수요 증가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 우선 한국의 관광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관광 수입은 주요 무역외 수입이 된다. 특히 오늘의 관광추세는 `보는 관광`만이 아이고 `사는 관광`시대이기 때문 더욱 그러하다. 한국 관광객의 증가는 한국의 이미지 제고와 상품 판매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밖에도 그들에게 우리의 분단 현실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통일외교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다. 해외의 170만 동포들에게도 조국의 발전상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증가는 환영할 일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세계인들의 `한류에 대한 환상`이 한국 현지 방문을 통해 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국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한류의 제 모습을 찾아야 할 텐데 우리들의 질서 의식이나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국인 중에는 외국인에 대해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경향이 강하다.정부가 한국 관광 공사 사장으로 귀화 외국인 이참씨를 기용한 것은 참신한 방안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체계적인 한국형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 관광이 크고 웅장한 유물·유적·볼거리 관광으로는 중국 등 외국과 겨룰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답고 조용한 산천을 간직한 자연 환경의 부국이다. 내가 안내한 어느 외국인은 “한국은 나라 전체가 국립공원”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외국인들이 이러한 자연에 쉽게 접근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기에 한국 고유의 전통, 민속 등 문화 상품을 첨가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한국의 자연미에 감탄하고, 또 다시 한국을 찾을 마음이 들 것이다.끝으로 이러한 관광정책이나 인프라에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손님을 맞는 따뜻한 마음가짐이다. 한국인들의 외국 관광객에 대한 마음의 표현인 친절한 미소는 대가없는 관광 자원이다. 나는 여러 해 전에 호주 해안에서 만난 친절한 노부부, 알프스 산록에서 만난 스위스의 청년, 독일 열차안의 어느 신부님의 따스한 미소를 잊을 수 없다. 기회가 닿으면 이들이 살고 있는 그곳으로 또다시 달려가고 싶다. 외국 관광객 1천만명 시대, 우리는 어떻게 외국관광객을 맞아야 할까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2012-08-20

한국 정치, 올림픽 축구팀에게 배워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열대야에 시달리면서도 올림픽 경기에 보내는 국민들의 성원과 열기가 후끈하다. 영국의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팀이 예상외의 많은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원래 금메달 10개로 세계 10위 진입이라는`10-10 전략`이 목표이지만 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한국 축구팀이 올림픽 4강 신화를 다시 이룩하고, 숙적 일본을 완전히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한 점이다. 한국 축구가 축구의 종주국 영국을 물리친 데 이어 기세등등한 일본에 완승한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살려 준 쾌거였다. 11일 새벽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올림픽의 역사 뿐 아니라 우리 축구 사에도 길이 남을 거대한 사건이었다.지난 토요일 새벽 대 일본전 승리를 보는 순간 나는 정말 감격적이었다. 이집 저집 불이 켜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새벽이 진동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나는 문득 한국의 굴절된 정치도 우리 축구팀처럼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정치가 선거라는 경쟁제도를 도입해 제도적 틀은 갖췄으나 아직도 낙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구의 주역인 선수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단결, 목표 달성을 위한 투지와 팀워크, 특히 홍명보라는 헌신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은 우리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 정치는 올림픽 축구팀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목적 달성에 이르는 리더십을 시급히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비본질적인 정쟁만 일삼는 우리의의 대선 정국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 정치가 한국 축구처럼 시원하게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우리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정도의 정치 대신 반칙과 음모라는 후진적인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반칙과 음모의 정치는 결코 승리할 수 없으며, 퇴출의 대상이다. 정치의 본질이 국리민복(國利民福)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우리 정치는 이러한 상식과 너무 거리가 멀다. 검찰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하는 정치인, 권력형 비리로 줄줄이 철창으로 들어간 거물 정치인,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저질 발언 정치인, 같은 당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상호 비난과 폭로를 일삼는 정치인,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선거 부정에 개입한 정치인, 우리 정치판에는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얼룩진 정치인이 많다. 축구로 치면 옐로우 카드를 여러 번 받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레드카드를 받아 퇴출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곳저곳에서 활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정치인이 버티고 있는 한 한국 정치는 결코 선진화 될 수 없다.이러한 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가 정쟁의 정치, 당파정치를 싫어해서 무당파인 안철수를 지지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될지 정치인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정치판을 강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도 스포츠 경기에서 요구되는 민주적인 리더십, 협력과 단결, 순종, 인내라는 덕목을 갖출 때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팀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따르는 홍명보 감독의 선수 개개인을 존중하는 리더십은 오늘의 모든 정치인이 배워야할 덕목이다. 그것이 선수들을 신명나게 뛸 수 있듯이 정치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 정치인들이나 대선주자들이 그러한 겸손과 섬기는 리더십을 하루 빨리 배워 국민적 감동과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대한민국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강국이다.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정치도 이제 우리의 스포츠 수준, 축구 수준에 버금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한국 축구처럼 국민을 위로하고 감동케 하는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는 12월 18대 대선이 조화와 감동의 정치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2012-08-13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김정일 사후 김정은은 그의 부친과 달리 준비 기간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노동당 제1비서라는 당권과 제1국방위원장이라는 군권을 모두 장악했다. 지난 7월 중순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국가 `원수` 승격이라는 특별 방송을 통해 그가 북의 최고의 지도자임을 재천명했다. 이는 북한과 같이 `수령 절대 옹위론`이 통하고 당·국가 독점체제에서만 가능한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언론과 학계에서는 그의 언행과 통치 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은 사실상 일당·일인 독점 체제 내에서 북한의 변화 등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우리 언론 매체에 공개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정일 사후 조문을 받는 모습이었다. 그는 금수산 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영결식장에서 현재는 실각한 군 총 참모장 리영호와 함께 운구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그 후 그는 공개 행사 참석을 기피하는 김정일과 달리 집단 군중 행사에 참여해 상당히 긴 연설까지 해 새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그의 인민복 차림의 전통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청년 시절의 김일성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 했다. 최근 젊은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평양 모란봉 관현악단의 연주회에 참석하는 모습은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행태이다. 최근 개관한 평양의 능라 인민 유원지를 방문해 70대 고령 당군 간부들과 고모 김경희와의 괘도 열차를 타는 모습은 파격적인 정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가 `인민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 조작적 성격이 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는 이러한 일상적인 통치 행태의 변화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은 `6·28 방침`에서 보듯이 협동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분조 관리제 개선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다 협동 농장 생산물의 초과분에 대해서는 농장원이 가지도록 인센티브제까지 도입했다. 심지어 서비스 및 무역 분야에서는 `개인의 투자를 합법화` 하는 새로운 제도까지 도입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와 문화 등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앞서 나갈 데 대한 방침`을 통해 세계적인 선진 문물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통치 행태와 당 방침 변화를 두고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는 북한의 개혁 개방의 청신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의 젊은 시절 스위스 유학경험과 20대 후반의 신세대의 가치관, 장성택의 후견 등으로 북한의 변화는 시간문제라는 성급한 분석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북한 당국의 경제 관련 조치를 취할 때 마다 `개혁 개방의 신호탄` 이며 `북한의 긍정적 변화 징표`라고 해석하는 입장과도 괘를 같이 한다. 이 연장선에서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전격 해임은 보수적인 군부 개혁뿐 아니라 권력 구조 개혁이라고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의 개혁·개방은 쉽지도 않고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것은 북한 권력 구조의 노후화라는 내재적 한계 때문이다. 북한이 본격적인 중국식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데에는 개혁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세력이 교체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연로한 이데올로기와 군부 핵심 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버티고 있다. 더구나 김정은의 집권 초기의 급작스런 개혁·개방은 권력 심층부의 내부 투쟁과 인민들의 봉기 위험이 동시에 잠재돼 있음을 알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조만간 어떤 형식이든 체제의 개방·개혁을 모색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 등 총체적 경제 위기가 도를 넘고 응급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민 내부의 불만의 `위험스러운 사태`를 사전에 막아야 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현재와 같이 핵을 개발하고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는 한 그것이 더욱 북한을 옥죄는 자충수임을 이제는 자각 한 듯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서라도 `선군`이 아닌 `선경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인식한 듯하다. 그러나 북 체제 개방과 붕괴라는 역설적인 딜레마가 북한의 정책 변화를 가로 막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장단기적 대응책을 충실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2-08-06

19대 국회, 또 다시 식물국회·방탄국회 반복하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9대 국회가 개원한 지 달포가 지났다. 지난 4·11 총선과정에서 여야 모두는 `새로운 국회`상을 약속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19대 국회가 실망을 주는 국회가 아닌 `희망의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18대 국회 말에는 스스로 국회 선진화 법(일명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켜 새로운 국회 운영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원한 19대 국회의 모습은 18대 국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우리 국회의 고질병은 무엇보다도 식물국회와 방탄 국회, 폭력국회 등이다. 식물 국회는 개원하고도 세비만 축내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국회를 풍자하는 말이고, 방탄 국회는 국회의원의 신분상의 면책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의회의 회기를 일부러 늘려 총알을 피해가는 국회를 말한다. 과거 여야 극한 대립때 국회의 문은 여러 달 동안 닫아 버린 식물국회가 됐다. 그러나 의원들의 세비뿐 아니라 의원 해외 출장비 등 국민의 혈세는 그대로 지출됐다. 나아가 망치로 출입문을 때려 부수고 의장석 주변의 몸싸움이 다반사가 되고, 최루탄을 터뜨려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이 용인됐던 것이 대한민국의 국회의 모습이다. 이 나라 국회의 폭력적인 모습은 해외 토픽이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이번 19대 국회도 원 구성 문제로 출발부터 법정 개원 일을 넘겨 한 달가까이 식물 국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개원 전 집권 여당은 국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개원 전 의원들의 수당까지 모두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흐지부지되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우여 곡절 끝에 개원한 국회는 대법관 추천 동의 절차를 지연함으로써 대법원의 기능까지 마비시키고, 여야의 극한 대립은 또다시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또 19대 의회는 개원 전 의원들에게 부여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이를 위한 방탄 국회는 열지 않겠다고 했다.국회의원의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독재 정권시기에 의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응급 장치이다. 헌법 제 44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스스로 면책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그러고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박지원 의원의 체포 동의안도 마찬 가지다. 야당이 8월 임시 국회를 소집하려는 것은 연말 대선전 까지 방탄 국회를 재연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이러한 19대 국회의 추한 모습에 뜻있는 유권자들은 또다시 실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불신과 냉소주의가 팽배한 원인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19대 국회는 지금 부터라도 먼저 심기일전해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유권자에게 공약한 면책 특권 등 `기득권 포기`라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의회에 대한 불신은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 더욱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영국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일 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방문한 영국의회의 진지한 모습이 갑자기 눈 앞에 떠오른다. 여야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 의정을 논하면서도 예의를 갖추고, 상대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영국의회의 모습은 부럽기 까지 했다.우리 의회도 선진 의회의 발전된 모습을 시급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 의회가 탈바꿈하지 않고는 한국의 정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국회 선진화 법까지 마련한 19대 의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의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