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등장 이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성택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김정은에로의 권력 세습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현재 북한 권력의 실질적인 2인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부터 그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와 접견하는 등 국빈급 대접을 받아 그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케 했다. 그러므로 그의 국내외 행보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앞날을 가늠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 모두가 관심을 두는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도 그의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체제변화와 관련, 북한 권력의 핵심인 장성택의 행보를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이 하부 인민들의 요구 수용이라기보다는 권력 최상층의 의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느 국책기관의 책임연구원은 “장성택은 당과 공안, 그리고 군대 등 권력기구를 재편하고 측근을 핵심권력에 포진시켜 실질적 권력자로 등극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그가 북한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카 김정은을 설득해 함께 개혁·개방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그가 북한 권력의 최고 핵심이기 때문에 그가 개혁의지만 있다면 그 실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장성택이 북한에서 누구보다도 서방세계의 문명에 눈을 뜬 사람이고,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술과 친교를 좋아하는 개방 성향이 강하고 약간의 반골성이 있어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과 합치하면 북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2002년 박남기를 단장으로 하는 18명의 남한 경제 시찰단의 일원으로 포철 등 산업 기지를 방문해 남한의 경제 사정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남한의 경이로운 발전모습에 놀라 연회석상에서는 한마디 언급도 않고 한숨만 쉬다가 술만 퍼마셨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 권력구도에서 과거의 남한 협상론자들이 대부분 제거된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논거를 토대로 북한의 김정은-장성택 체제는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러 저런 예측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그것은 김정은의 세습 권력이 아직도 정권 초기여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당분간 체제 변화로 인한 불안보다는 결국 체제 단속과 결속을 위한 기존의 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의 선군 노선을 답습하면서도 식량문제 등 시급한 경제 문제에 관한 부분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와 같은 군부 중심의 폐쇄적인 정책으로는 경제가 회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미 6·28 경제 개선조치를 취하고, 중국에 10억불의 차관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 김정은-강성택 체제는 당분간 체제 유지와 체제 변화라는 이중적인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는 경제적 위기가 더욱 가중되고, 개혁 개방을 서두르면 체제 붕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민들의 식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성은 지속될 수 없고, 성급한 변화는 소련식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한의 발전상을 목격하고 북한 경제적 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장성택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중국이 요구하는 중국식 `부분 개혁`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시기와 방법만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