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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의 정치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12-10-29 21:30 게재일 2012-10-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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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번 대선의 특징중 하나는 어느 때 보다 많은 교수들이 여야의 대선 캠프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11 총선에 직접 출마한 교수도 여야 합쳐 37명이나 됐다. 현 19대 국회의 직업별 구성에서도 대학교수가 24명(8%)이어서 변호사 20명(7%)보다 앞서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약 400여명의 교수가 여야의 각종 정책 포럼이나 위원회에 싱크 탱크나 멘토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각 대선 캠프의 조직이나 세력 확산에 비례하여 참여 교수들의 수는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냉소적 시각도 많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정당법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고등교육법은 총장·학장·교수·부교수·조교수인 교원은 정치 참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려면 90일 전에 공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이 부분에서도 예외이다. 또한 고려대와 성균관대등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면 대학도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은 사실상 자유롭게 정치권과 학계를 넘나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학 교수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교수들이 자기의 전공을 살려 연구와 학생 강의에 전념하지 않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은 선비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이 휴직도 사퇴도 하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교수들의 정치권 참여는 학생들의 교육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18대 국회에서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자동으로 교수직에서 사퇴하도록 하거나 선거기간 휴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학 교수의 현실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립한다.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시민 누구에게나 부여된 참정권의 일환이며, 분야별 전문적 식견을 제공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다. 사실 대학 교수들은 과거 4·19 민주화운동과 군부 권위주의 독재 청산 과정에서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일정한 역할을 했다. 더욱이 지성인 집단의 정치 참여는 신생국의 군부나 독점 재벌, 토호세력들의 권력 독점도 견제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사회에서는 교수가 정치 현실에 참여하고, 다시 강단에 서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대학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이 있다. 따라서 교수의 정치 참여는 부정적인 역기능을 축소하고, 순기능적인 측면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학자로서의 참여 동기를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 참여가 이기적인 권력욕인지 학자로서의 순수한 양심의 발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교수가 사회적 지탄이 되고 있는 폴리페서(polifessor)란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왕 정치 현실에 발을 담근 교수들도 여야 구분 없이 한국의 혼탁한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데 학자적 양식을 통해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12월 대선후 요직에 기용될 교수도 자기 전공과 학문에 따른 학자적인 양심을 끝까지 지키길 간절히 바란다. 학자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는 본인뿐 아니라 이 나라 정치 발전에도 역행함을 알아야 한다. 천하의 악법인 유신 헌법의 기초도 당시 일부 어용학자들의 소산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자들의 정치 참여는 자칫 잘못하면 `범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관료 집단의 전술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이 나라의 정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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