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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12-08-06 20:12 게재일 2012-08-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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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김정일 사후 김정은은 그의 부친과 달리 준비 기간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노동당 제1비서라는 당권과 제1국방위원장이라는 군권을 모두 장악했다. 지난 7월 중순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국가 `원수` 승격이라는 특별 방송을 통해 그가 북의 최고의 지도자임을 재천명했다. 이는 북한과 같이 `수령 절대 옹위론`이 통하고 당·국가 독점체제에서만 가능한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언론과 학계에서는 그의 언행과 통치 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은 사실상 일당·일인 독점 체제 내에서 북한의 변화 등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우리 언론 매체에 공개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정일 사후 조문을 받는 모습이었다. 그는 금수산 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영결식장에서 현재는 실각한 군 총 참모장 리영호와 함께 운구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그 후 그는 공개 행사 참석을 기피하는 김정일과 달리 집단 군중 행사에 참여해 상당히 긴 연설까지 해 새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그의 인민복 차림의 전통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청년 시절의 김일성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 했다. 최근 젊은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평양 모란봉 관현악단의 연주회에 참석하는 모습은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행태이다. 최근 개관한 평양의 능라 인민 유원지를 방문해 70대 고령 당군 간부들과 고모 김경희와의 괘도 열차를 타는 모습은 파격적인 정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가 `인민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 조작적 성격이 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는 이러한 일상적인 통치 행태의 변화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은 `6·28 방침`에서 보듯이 협동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분조 관리제 개선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다 협동 농장 생산물의 초과분에 대해서는 농장원이 가지도록 인센티브제까지 도입했다. 심지어 서비스 및 무역 분야에서는 `개인의 투자를 합법화` 하는 새로운 제도까지 도입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와 문화 등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앞서 나갈 데 대한 방침`을 통해 세계적인 선진 문물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통치 행태와 당 방침 변화를 두고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는 북한의 개혁 개방의 청신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의 젊은 시절 스위스 유학경험과 20대 후반의 신세대의 가치관, 장성택의 후견 등으로 북한의 변화는 시간문제라는 성급한 분석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북한 당국의 경제 관련 조치를 취할 때 마다 `개혁 개방의 신호탄` 이며 `북한의 긍정적 변화 징표`라고 해석하는 입장과도 괘를 같이 한다. 이 연장선에서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전격 해임은 보수적인 군부 개혁뿐 아니라 권력 구조 개혁이라고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의 개혁·개방은 쉽지도 않고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것은 북한 권력 구조의 노후화라는 내재적 한계 때문이다. 북한이 본격적인 중국식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데에는 개혁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세력이 교체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연로한 이데올로기와 군부 핵심 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버티고 있다. 더구나 김정은의 집권 초기의 급작스런 개혁·개방은 권력 심층부의 내부 투쟁과 인민들의 봉기 위험이 동시에 잠재돼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조만간 어떤 형식이든 체제의 개방·개혁을 모색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 등 총체적 경제 위기가 도를 넘고 응급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민 내부의 불만의 `위험스러운 사태`를 사전에 막아야 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현재와 같이 핵을 개발하고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는 한 그것이 더욱 북한을 옥죄는 자충수임을 이제는 자각 한 듯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서라도 `선군`이 아닌 `선경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인식한 듯하다. 그러나 북 체제 개방과 붕괴라는 역설적인 딜레마가 북한의 정책 변화를 가로 막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장단기적 대응책을 충실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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