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대선의 승패는 박빙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정치 평론가들은 10만 표에서 50만 표 이내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은 39만557표(1.5%), 16대 대선에서는 57만980표(2.3%)차로 승리했다. 이러한 선거 상황에서는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약 20%에 이르는 무당파나 중도파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선거 보다 고정 지지자가 미리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배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중도 층의 개념을 바라다트( L. Baradat)가 제시한 정치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정치 참여자의 이념 성향을 극좌와 극우의 사이에 보수와 진보, 그 중간에 온건한(moderate) 중도층을 설정하고 있다. 중도층은 좌우의 극단적 대립을 피하면서도 때로는 중도 좌나 중도우의 정책을 선호하고,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 선택을 유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흑백의 논리로 정치적 혼란을 겪는 한국적 상황에서 이들은 양비론적 입장 때문에 기회주의자나 회색이라고 비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나 진보의 좋은 점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오히려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야의 정치 갈등뿐 아니라 사적인 모임에서도 정치적 갈등 양상은 심각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지정당과 후보를 이미 결정한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불신한다. 평소 친한 사람끼리의 사적인 만남에서도 정치와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싸움으로 번져 뒤끝이 좋지 않다. 심지어 혈족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갈등을 합리적 담론구도로 재생산하는 장치이다. 어느 사회나 정치적 중도층이 늘어나 균형을 잡을 때 그 정치는 안정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중도 층의 합리적 가치 선택이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정치적 안정과 발전을 기약한다면 이들은 환영받아야 한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중도층의 표심 공략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원래 당의 이념성향보다 경제 민주화 등 친서민 민생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근혜 후보는 당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정당의 옷 색깔까지 바꾸고, 진보성향의 젊은 층에 접근하고 있다. 보수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청년들과의 알바 체험, 유모차 걷기 대회에도 나선다. 문재인 후보 역시 진보성향의 이미지를 탈색하려고 종북이라고 비판받는 세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천안함의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군복 차림으로 휴전선에서 안보를 강조하는 것도 보수 증도층을 의식한 행보다. 안철수 후보 역시 무당파 층을 등에 업고 출마한 후보이니 정책 공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후보들의 중도층 공략 성공 여부는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다.
중도층은 유권자의 15~20%에 이르며, 정치적 식견이 높고, 40대의 수도권의 화이트칼라 계층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선 후보들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설득력 있는 정책뿐 아니라 실천적 의지까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우선 선동적이고 포퓰리즘적인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 좌우의 색안경을 끼지 않은 중도층들은 장밋빛 공약에 대한 분별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과거사의 심판도, 북풍이라는 공작정치도 이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중도 층의 표심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