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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선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등록일 2012-12-03 21:48 게재일 2012-12-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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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대선 후보들의 유세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어지고 있다.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네거티브 전략은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비난받았던 흑색선전, 비방과 중상, 폭로 전술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한심하기만 하다. 박근혜 후보는 상대를 `스스로 폐족이라고 자인한 사람`,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실세` 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문재인 후보 역시 상대를 `유신 세력의 잔재``실패한 이 명박 정권의 공동책임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야 후보들이 상대방의 정책보다는 상대 인물에 대한 비난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빙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시간이 급박할수록 여야 후보들은 득표만을 의식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이라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판에서는 정책에 대한 검증은 사라지고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적 무관심은 증대될 수 밖에 없다.`안철수 현상`에 지지층이 많았던 것도 이같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주자들이 `100% 대한민국 건설`이나 `국민 대통합`을 외치면서 상호 비난과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선거판이 과열될수록 후유증은 오래가고, 우리 사회의 화합이나 통합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달 미국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롬니가 TV 토론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상대방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파고들면서도 인신 공격성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아름답기까지 했다. 치열한 선거전은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지만 서로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축하하는 장면은 우리 정치가 배워야 할 숙제이다. 며칠 전 롬니가 부시와 오찬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 위기 극복책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신선하게까지 들린다. 이러한 상생 정치의 전제는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미국식 아름다운 선거를 하루아침에 기대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전략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여야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정책 선거, 쟁점선거를 시급히 복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네거티브는 자기 지지층의 결속은 가져오지만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이 된다. 또한 네거티브는 보통 유권자들이 듣기에도 민망할 뿐 아니라 청소년의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후진적인 선거 풍토에서 하루아침에 고도의 정치 윤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최소한의 정치 도의는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될 사람의 금도(襟度)이다. 상대후보에 대한 정상적인 정책 비판과 인신 공격적 비난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이번 대선이 나라의 미래를 향한 선거라면 `유신의 딸`이나 `실패한 정권의 실세`라는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네거티브 전략은 분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러므로 여야후보는 상대를 부정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상생의 정치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공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선거가 전국의 시장과 광장 등을 찾는 지방 선거 유세 경쟁으로 나아갈 때 네거티브 술책은 더욱 조장되기 쉽다. 지금이라도 TV 토론의 기회를 대폭 늘려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정상적인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최소한의 정치 윤리임을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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