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12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안철수 측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 대선불출마 협박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박 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과 안철수측 금 변호사 간의 7분간의 아침 통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사자인 정 공보위원의 사퇴로 문제가 조용하게 끝날 것 같지 않고, 그 파장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는 선거판에서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에는 대선 출마에 관한 안철수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있다. 그가 은밀하게 사람을 만나고, 후보의 이미지 제고에는 노력하면서 최대의 관심사인 대선 출마 여부에는 교묘히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안철수에 대한 의혹제기와 사퇴 압력이 안철수에 대한 검증의 출발이고, 그의 출마선언을 촉진할 계기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안철수가 언제 어떤 형태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 아무도 모르며, 안철수 자신까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출마포기`보다는 `출마선언`의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그동안의 그의 발언은 애매모호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회 발전의 역할을 생각 중이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 `정당정치, 정파 정치는 배격한다`는 그의 정치적 발언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기로에 서있다.
여기에서 안철수의 대선 출마에 관련된 몇 개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무소속 무당파로 안철수가 독자적으로 대선에 완주하는 경우다. 그가 평소에 주장하는 부패한 기득권 정치, 정당정치를 배격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한다는 명분에 합치되고, 그를 지지하는 중도 무당파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상이다. 그러나 야당 후보와 단일화 하지 않고는 무소속 독자 후보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 것이다.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전례도 없거니와 야권의 지지를 업은 박원순 시장의 무소속 출마와 대선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안철수가 제3의 신당을 만들어 독자 출마하거나 민주통합당과 합당이나 연합하는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평소 지론과 합치되지 않고, 무당파 세력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제3당 신당 창당과 후보 추대는 과거 정주영이나 문국현의 실패로 판명됐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연합은 선거 일정상 어렵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단일화 협상에 임할 경우다. 최근 민주당 사무총장까지 안철수의 입당 없는 단일화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 측에서 은근히 바라는 시나리오지만 안철수 측으로서는 가장 명분 없는 시나리오여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히려 당에 입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나 과거 DJP 연합과 같은 공동 정부를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절차와 과정의 합의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한 뒤 후보를 포기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나리오다. 민주 통합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며, 새누리당으로서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안철수 자신의 출마 포기와 야권 단일 후보지지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안철수의 선택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고 순탄치 않다. 그러기에 그의 출마 선언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안철수의 생각`은 결코 정치 현실이 될 수 없다. 링 밖의 안철수와 링 안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그의 선택을 우리는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