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권력의 상징인 검사들의 탈선행위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번 신임 검사는 자신이 조사하던 여성 피의자를 주말에 검사실로 불러 성적 접촉을 하고, 그 후 모텔에서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2010년에도 어느 부장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고소사건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뇌물로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년에는 어느 여검사가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벤츠 승용차를 받아 세상을 충격을 주었다. 지난 3월 말에는 서울의 모 부장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잇달아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 부터 10억 원 안팎의 뇌물을 받은 서울 고검 김 모 부장 검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이번 성추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더욱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검사는 각자 국가를 대표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독립행정관청이다.
검사는 이 나라 법집행의 최후 보루이며, 공권력의 상징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에게는 상응하는 권한뿐 아니라 예우가 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검사들에게는 공직자로서 엄격한 노불리스 오브리제가 요구된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검사들의 후안무치한 탈선행위에 언론의 뭇매가 뒤따르고, 시민 사회가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밤낮 격무에 시달리는 검사들이 일부 탈선 검사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실에서 주말에 조사를 빌미로 여성 피의자를 소환해 성적 접촉을 했다는 것은 검사로서의 기본 윤리는 커녕 소시민의 사리분별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검사들의 이러한 탈법·범법 행위의 증가는 일종의 국기 문란 행위이다. 검사들의 계속된 뇌물·성 추문은 검찰조직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필자의 대학생 대상의 의식 조사에서 `우리사회에서 권력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고도 잘 산다`는 주장에 대학생 95.2%가 동의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결국 검찰조직의 잦은 탈선과 불법 행위는 법질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시민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검찰 개혁 등 정치에 관한 쇄신 요구가 폭발하는 것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란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결국 도덕적 허무주의로 연결돼 공동체 전체의 불안과 갈등요인이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지검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고, 검찰 총장이 대검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 개혁에 대한 언론이나 시민 사회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차제에 검찰의 제도 개혁뿐 아니라 내부의 엄격한 위계질서인 검찰의 상명하복(上命下服) 조직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의 검사동일체라는 조직 문화 개혁 없이 검사들의 의식과 관행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집중에 대한 분산장치가 선행돼야 하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찰외부의`공직자 비리 수사처`가 즉시 신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검찰 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하고,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권 말기의 기강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