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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올림픽 축구팀에게 배워라

등록일 2012-08-13 20:34 게재일 2012-08-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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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열대야에 시달리면서도 올림픽 경기에 보내는 국민들의 성원과 열기가 후끈하다. 영국의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팀이 예상외의 많은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원래 금메달 10개로 세계 10위 진입이라는`10-10 전략`이 목표이지만 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한국 축구팀이 올림픽 4강 신화를 다시 이룩하고, 숙적 일본을 완전히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한 점이다. 한국 축구가 축구의 종주국 영국을 물리친 데 이어 기세등등한 일본에 완승한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살려 준 쾌거였다. 11일 새벽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올림픽의 역사 뿐 아니라 우리 축구 사에도 길이 남을 거대한 사건이었다.

지난 토요일 새벽 대 일본전 승리를 보는 순간 나는 정말 감격적이었다. 이집 저집 불이 켜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새벽이 진동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나는 문득 한국의 굴절된 정치도 우리 축구팀처럼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정치가 선거라는 경쟁제도를 도입해 제도적 틀은 갖췄으나 아직도 낙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구의 주역인 선수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단결, 목표 달성을 위한 투지와 팀워크, 특히 홍명보라는 헌신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은 우리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 정치는 올림픽 축구팀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목적 달성에 이르는 리더십을 시급히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비본질적인 정쟁만 일삼는 우리의의 대선 정국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 정치가 한국 축구처럼 시원하게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정도의 정치 대신 반칙과 음모라는 후진적인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반칙과 음모의 정치는 결코 승리할 수 없으며, 퇴출의 대상이다. 정치의 본질이 국리민복(國利民福)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우리 정치는 이러한 상식과 너무 거리가 멀다. 검찰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하는 정치인, 권력형 비리로 줄줄이 철창으로 들어간 거물 정치인,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저질 발언 정치인, 같은 당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상호 비난과 폭로를 일삼는 정치인,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선거 부정에 개입한 정치인, 우리 정치판에는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얼룩진 정치인이 많다. 축구로 치면 옐로우 카드를 여러 번 받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레드카드를 받아 퇴출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곳저곳에서 활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정치인이 버티고 있는 한 한국 정치는 결코 선진화 될 수 없다.

이러한 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가 정쟁의 정치, 당파정치를 싫어해서 무당파인 안철수를 지지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될지 정치인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정치판을 강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도 스포츠 경기에서 요구되는 민주적인 리더십, 협력과 단결, 순종, 인내라는 덕목을 갖출 때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팀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따르는 홍명보 감독의 선수 개개인을 존중하는 리더십은 오늘의 모든 정치인이 배워야할 덕목이다. 그것이 선수들을 신명나게 뛸 수 있듯이 정치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 정치인들이나 대선주자들이 그러한 겸손과 섬기는 리더십을 하루 빨리 배워 국민적 감동과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강국이다.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정치도 이제 우리의 스포츠 수준, 축구 수준에 버금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한국 축구처럼 국민을 위로하고 감동케 하는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는 12월 18대 대선이 조화와 감동의 정치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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