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미워하면서 닮아버린 여야의 경선 과정

등록일 2012-09-17 20:07 게재일 2012-09-17 22면
스크랩버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지난 달포 간 후보 경선과정을 치렀다. 새누리당의 경선에서는 이미 예측한 바와 같이 박근혜 후보가 86%의 절대적 지지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대부분의 지역 경선을 석권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여야의 경선은 여야 모두 국민적인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우리의 격언처럼 그 선출 과정이 매우 흡사한 닮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여야는 거의 닮은 모습을 연출했다.

먼저 새누리당의 경선과정에서의 경선 규칙 문제로 당 지도부와 상대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모습은 민주 통합당에서도 그대로 답습됐다. 새누리당 일부 비박 후보들은 경선투표 참여 후 경선 보이콧까지 갔지만 박근혜 후보의 `경기 시작 후 룰 개정 불가`원칙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통합 민주당 역시 열세한 후보 3인이 모바일 투표의 불공정성 시비를 제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비박후보들은 국민 경선의 시민 참여 확대를 주장했고, 민주 통합당의 비문 3인은 모바일 보다는 당원들의 반영비율을 확대하자는 주장만 다를 뿐이었다.

둘째, 경선과정에서 승리가 예측되는 후보에 대한 비방과 함께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입장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열세인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집중 공격했던 모습은 민주 통합당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협공하는 모습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새누리당의 비박 3인은 박근혜 후보의 소통 부재와 독선적인 리더십을 비판했으며, 비문 3인은 당대표부의 편파적인 경선 관리와 친노 패권주의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모습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셋째, 이번 경선 과정의 여야 후보들이 상대 후보의 자질과 리더십을 문제 삼으면서도 후보로서의 국정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나 공약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의 `국민 행복` 정치나 `국민 대통합` 정치도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인 정치` `모두가 승리하는 정치`도 국민적인 공감대를 획득하지 못했다. 대신 경선 투표장에서는 상대측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상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인신 공격성 언사만 난무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경선과정은 여야 모두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 버렸다. 기대와 감동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데,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경선 판에 누가 모여들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여야 공히 1위 후보가 미리 예측된 상황에서 박진감 있는 경쟁은 예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선기간 중 장외의 `안철수 바람`은 세차게 불어 그것이 경선의 열기마저 식혀버렸다. 경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 바람의 잠재우기로, 민주 통합당에서는 안철수 바람의 이용 문제로 대립하는 구도에서 국민 경선은 아예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

12월19일 18대 대선은 소리 없이 가까이 오고 있다. 안철수의 출마 선언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경선 과정에서 무관심하고 감동을 받지 못했던 유권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51대 49`라는 박빙의 승부가 예측돼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후보는 경선 과정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다시 제시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12월 선거가 이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