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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배한동 기자
등록일 2012-09-24 20:28 게재일 2012-09-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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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19일 안철수 교수가 장고 끝에 드디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대선정국에 새로운 파문을 던지고 있다. 출마 선언 전까지 뒤처지던 그의 지지도가 반등해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안철수의 이번 대선 출마는 그가 평소 `구태의 정치`라고 비판하던 정치권에 직접 발을 담그는 일이라 정치인 안철수의 새로운 행보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출마 선언에서의 중요한 키워드는 한국 정치의 일대 개혁이다. 정치 개혁을 위한 안철수 후보의 `무당파 정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윤리적 정당성으로 가득 찬 `안철수의 생각`과 말은 한국정치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정치 실험`이 성공하리라 확신하는 사람이 드문 게 사실이다. 안철수가 장외의 전문가로 남아 한국정치에 청량제가 되길 기대했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안철수는 그의 기자 회견이나 정치 토크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기에 이번의 대선 출마 선언이 현실 정치 개혁에 대한 강한 입장의 표현인지, 자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정치적 가치를 구체화 하려는 것인지 아직도 모호하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작년 9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확장성에 반대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한데도 `작년의 여당의 반대가 아직도 유효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애매한 이야기로 답변했다. 나아가 안철수 후보는 이번 출마선언에서 야당이 바라는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당에는 반대하고 협력하지 않겠다는 종래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인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중도 보수층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은 아닌가.

그는 지난 3월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특정진영 논리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대로 수용한다면 무당파 정치를 표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이곳저곳에서 모으고 있다. 대선을 위한 정치 조직이라면 그것 역시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만일 무당파를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라면 신당으로 등록하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여러 번의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고, 그렇다고 대선전의 급조된 신당이 필패한다는 정주영, 문국현의 실험은 그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문제만 해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단일화 문제를 묻자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묘하게 피해갔다. 시기가 되면 단일화를 하겠다는 뜻인지, 그가 주장하는 단일화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역시 아리송하다. 나아가 그는 단일화의 전제로 정치권의 일대 쇄신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납득할 만한 동의를 반복해서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정치의 개혁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동의`란 게 우익에게는 독재의 명분으로, 좌익에게는 포퓰리즘으로 악용되는 정치현실에서 `국민들의 납득할 만한 동의 수준`이란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완주하겠다며 실패하더라도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해 지지자들의 박수까지 받았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랩의 나머지 주식 50%까지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다. 이것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막판의 표를 의식한 재산 헌납 약속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대통령 후보 안철수는 이러한 아리송하고 모호한 의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의사, 벤처 사업가, 교수가 아닌 정치인 안철수 후보는 그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공약으로 구체화해 전달할 의무가 있다.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고, 국민을 위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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