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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또 다시 식물국회·방탄국회 반복하나

등록일 2012-07-30 20:54 게재일 2012-07-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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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 달포가 지났다. 지난 4·11 총선과정에서 여야 모두는 `새로운 국회`상을 약속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19대 국회가 실망을 주는 국회가 아닌 `희망의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18대 국회 말에는 스스로 국회 선진화 법(일명 몸싸움 방지법)을 통과시켜 새로운 국회 운영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원한 19대 국회의 모습은 18대 국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국회의 고질병은 무엇보다도 식물국회와 방탄 국회, 폭력국회 등이다. 식물 국회는 개원하고도 세비만 축내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국회를 풍자하는 말이고, 방탄 국회는 국회의원의 신분상의 면책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의회의 회기를 일부러 늘려 총알을 피해가는 국회를 말한다. 과거 여야 극한 대립때 국회의 문은 여러 달 동안 닫아 버린 식물국회가 됐다. 그러나 의원들의 세비뿐 아니라 의원 해외 출장비 등 국민의 혈세는 그대로 지출됐다. 나아가 망치로 출입문을 때려 부수고 의장석 주변의 몸싸움이 다반사가 되고, 최루탄을 터뜨려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이 용인됐던 것이 대한민국의 국회의 모습이다. 이 나라 국회의 폭력적인 모습은 해외 토픽이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번 19대 국회도 원 구성 문제로 출발부터 법정 개원 일을 넘겨 한 달가까이 식물 국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개원 전 집권 여당은 국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개원 전 의원들의 수당까지 모두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흐지부지되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우여 곡절 끝에 개원한 국회는 대법관 추천 동의 절차를 지연함으로써 대법원의 기능까지 마비시키고, 여야의 극한 대립은 또다시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또 19대 의회는 개원 전 의원들에게 부여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이를 위한 방탄 국회는 열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은 독재 정권시기에 의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응급 장치이다. 헌법 제 44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스스로 면책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그러고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박지원 의원의 체포 동의안도 마찬 가지다. 야당이 8월 임시 국회를 소집하려는 것은 연말 대선전 까지 방탄 국회를 재연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러한 19대 국회의 추한 모습에 뜻있는 유권자들은 또다시 실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불신과 냉소주의가 팽배한 원인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19대 국회는 지금 부터라도 먼저 심기일전해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유권자에게 공약한 면책 특권 등 `기득권 포기`라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의회에 대한 불신은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 더욱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일 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방문한 영국의회의 진지한 모습이 갑자기 눈 앞에 떠오른다. 여야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 의정을 논하면서도 예의를 갖추고, 상대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영국의회의 모습은 부럽기 까지 했다.

우리 의회도 선진 의회의 발전된 모습을 시급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 의회가 탈바꿈하지 않고는 한국의 정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국회 선진화 법까지 마련한 19대 의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의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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