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정치, 외교, 경제, 복지, 사회 문화 전 분야의 공약을 수없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권자들의 흥미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공약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과거에 비해 후보들의 공약이 현실적이고,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다. 후보들의 공약 중 공통분모가 많은 것은 당면한 정치 현안에 관한 후보들의 인식이 같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정치 쇄신 위원회`와 문재인 캠프의`새 정치 위원회`는 그동안 많은 정치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것은 우리 정치에 관한 누적된 불만이 무소속 `안철수 출마`로 표출됐고, 이에 대한 자각과 반응이 여야 후보들의 정치 쇄신안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의 정치 개혁이나 쇄신 관련 공약은 경제나 복지 분야에 비해 공통점이 많이 발견된다. 안철수 후보의 의원 정수의 대폭 축소, 정당의 중앙당 폐지 등 파격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후보들의 입장은 비슷한 것이 많아 그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우선 후보들이 제시한 정치 쇄신안에 대한 공통점을 정리해 보자. 우리 정치에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의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세 후보의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장관의 산하 기관장의 인사권 보장은 우연히도 일치하고 있다. 국회의원 공천권문제도`국민 참여 경선제`에 세 후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선거 제도 개혁에서도`선거구 확정`은 국회에 맡기지 않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데 여야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의 정당 공천 폐지에 관해서는 세 후보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나아가 정치 개혁의 핵심인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에 관해서도 후보들의 인식이 같다. 그동안 일하지 않고 세비만 축내는 식물국회,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에 대한 시민 사회의 불신과 불만은 이만저만 것이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의 국회의원 정원 대폭 축소 주장이 실현 가능성과 달리 여론의 공감을 얻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번 총선때 제기됐다 흐지부지하게 된 `의원 연금의 폐지`는 야야 후보가 동의하고, 변호사 등 의원들의 겸직의 금지는 모두 선호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선 후보들의 공통적인 정치 쇄신안은 여야가 구체적 실천방안에 합의하면 실천가능하다. 며칠 전 새누리당 정치 쇄신 특별위원장이 후보들 간의`정치 쇄신 실천 협의`기구를 만들어 대선 후보의 공통적인 정치 쇄신안을 우선 합의해 실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후보들 간의 불신과 비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참신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즉각적인 수용은 모처럼 볼 수 있는 신선한 장면이었다.
대선후보들은 정치 쇄신에 관한 공통분모를 재확인하고, 그 실천을 위한 입법조치를 서둘러 주길 바란다. 이는 허황하고 화려한 공약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그나마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걷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회기가 끝나기 전 정치 쇄신 관련법을 마련하길 바란다. 시간이 부족하면 임시회라도 소집해 대선전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이는 복지나 경제 공약처럼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산의 절감이 수반되기 때문에 더욱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제 갈등의 정치 보다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때 정치적 불신과 냉소주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