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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12-03-26 21:46 게재일 2012-03-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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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북한은 일찍부터 2012년을 `강성 대국의 문을 여는 해` 라고 선언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의 탄생 100주년 기념해, 오는 4월15일 `태양절`을 전후해 대대적인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전 세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광명성 3호를 4월14~16일 사이에 발사하려는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 당국은 지난 3월16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광명성 3호가 발사되면 1단 로켓은 변산반도 서쪽 140㎞, 2단 로켓은 필리핀 동쪽 190㎞에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그들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이번의 광명성 3호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반응은 부정적이고 차갑다.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는다고 해도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2·29 북·미 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북한이 광명성 3호의 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를 유엔안보리로 가져가 추가제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까지도 주중북한 대사를 불러 진상을 파악하고, 남한 대사를 불러 과잉 반응을 자제토록 중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번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874호에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any launch using ballistic missile technology)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가 미사일이 아니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이라고 우기지만 위의 조항에 위반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미사일 발사 계획이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에 의해 계획된 유훈의 실천인지 김정은을 에워 싼 신군부의 제안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국제적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서두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김정은에로의 권력 세습이후 북한은 김정일 정권이 이룩한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에 선포할 긴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정일의 가장 중요 업적으로 `핵보유의 무력강국`의 성취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나아가 북한은 현재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 앞에서도 군사강국의 이미지를 부각해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령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당국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아직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의 또 하나의 배경은 김정은에로의 권력 승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내부 통치용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 권력의 중심이 장성택과 신군부에 모아져 있다. 아직도 권력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는 듯하다. 가끔 보도되는 것처럼 북한 내부의 비공개적이고 은밀한 권력 숙청 과정에는 불안과 위험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이번의 광명성 3호의 발사 사업은 주민들의 충성심 유도뿐 아니라 권력 내부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을 선포하며 새 시대를 여는 데 광명성 3호라는 축포가 필수적이고, 이로 인해 발생할 국제적 대치관계는 과거와 같이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돌발적인 미사일 발사 계획은 북미 관계뿐 아니라 6자 회담,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달 북미간의 2·29 합의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과 남북 관계의 단절의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리용호 북한 외교부 부부장의 미국 세미나 참석, 남한의 정명훈의 방북과 은하수 관현악단의 파리 공연 등은 오랜만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의 발사계획은 2·29 합의상의 북한 식량 24만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고, 유엔 등 국제적 대북 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사상과 군사를 우선하는 강성대국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경제 우선의 정책으로 선회하여야 한다. 북한은 위기 때 마다 사용하는 벼랑 끝 외교 전술이 이제는 통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언제쯤 북한이 국제사회로 부터 신뢰를 회복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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