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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후보들께 드리는 공개서한

등록일 2012-03-05 21:29 게재일 2012-03-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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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학교 교수

입춘이 지난 날씨인데도 아직도 겨울의 찬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국리민복을 위해 봉사하려 결심한 후보자들에게 우선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동시에 밤낮 없이 발로 뛰면서 지지를 호소하시는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도 올린다.

이 나라 정치에 대해 불신은 대단하지만 아직도 금배지의 인기는 대단한 가 보다. 이번에도 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총선에 여야에 2천여명 이상이 공천 신청을 했고, 최종 입후보 등록 시에는 본선 경쟁률이 평균 5:1을 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의회 민주주의하의 국회의원의 권위는 법으로 보호해주기 때문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핵심인 의원들의 권위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의원들에게는 국민의 혈세로 연봉 1억2천만원과 해외 출장비까지 부담하고 6명의 보좌관을 둘 수 있으며, 매년 수억원의 정치 후원금까지 모금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회기 중의 불 체포 특권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품위 유지비를 월 120만원까지 평생예우를 받고 있다. 시중의 우스갯소리로 의원에 당선되면 특권이 200개나 되고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자 개개인은 선거를 앞둔 지금 심정으로는 당선만 되면 정말 깨끗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상당수 의원들이 초심과는 달리 이런 저런 사유로 여의도를 떠나는 불명예스런 장면을 목도했다. 이번 18대 의회만 보더라도 임기 중 낙마한 의원이 상당히 많다.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사당 폭력 행사,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발언, 심지어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돼 식물 의원이 돼버린 분들도 상당히 많다. 어느 유권자가 이런 국회의원을 존경할까.

나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도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각오로 후보 결심을 한 후보들에게 지나간 의원들의 비행과 얼룩진 이야기를 하는 충정을 잘 이해하길 바란다. 사실 의원들은 공인이기 때문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엄수해야할 규범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제가 드리는 9개의 최소한의 준칙은 반드시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여러분들을 보호하고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한 고언이라고 생각하고 오해 없길 바란다.

첫째, 나는 당선 시 선거 공약은 반드시 지킬 것이며, 설혹 못 지킨 공약이 있더라도 절대 변명하지는 않겠다.

둘째, 나는 낙선되는 한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가족과 선거 운동원들도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

셋째, 나는 의원 당선 시 당리당략이나 지역이기주의적 의정 활동을 하지 않고, 일신상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은 하지 않겠다.

넷째, 국회의사당 내에서의 여야 간의 몸싸움에는 절대 가담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다섯째, 여야 간의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 당 방침에 어긋나더라도 거시적 국익차원에서 소신투표나 크로스보팅도 불사하겠다.

여섯째, 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내 지역만 위해 일하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고 나라 전체의 거시적 이익을 위해 활동을 펼치겠다.

일곱째, 나는 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발언이나 행위는 일체하지 않으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나 속임수는 쓰지 않겠다.

여덟째, 나는 어떤 비리에도 관여하지 않고 금권의 유혹을 물리치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의원으로써의 품격을 엄격히 유지하겠다.

아홉째, 나는 권위주의 의식을 버리고 민생의 현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동네 버스도 타고 동네 목욕탕도 찾아가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절한 벗이 되겠다.

제가 외람되게 제시한 9개의 준칙 중 최소한 7개 이상은 준수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하고 실천의지가 선행될 때 정식후보로 등록하길 바란다. 이번 선거에 당선돼면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이 나라 민초들을 위하여 헌신하길 간절히 바란다. 환절기에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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