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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대화를 거부하는 세 가지 이유

등록일 2013-04-29 00:25 게재일 2013-04-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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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돼 버렸다. 북한이 우리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강경 정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UN의 대북 제재 결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일 비이성적인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 부었다.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북침도발`로 규정하고, 국가 `최고 존엄 모독` 운운하면서 우리 측에게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5만3천명도 철수시켰으며, 우리는 공단의 파국을 막기 위한 실무회담까지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하고 말았다. 개성 공단에서 우리의 마지막 잔류인원 마저 오늘 철수하면 막혀버린 금강산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들은 이처럼 한미의 회담제의를 거부하면서 그들 특유의`충격외교`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화 국면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강경정책을 펴는 이유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북한 내부의 권력 불안 요인이다. 김정일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출범한 어린 김정은 정권은 아직도 권력 승계불안이 잠재화돼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3년 동안을 유훈 통치기간으로 선포해 사실상 권력의 기반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선친의 선군 정치 노선을 답습하면서, 군부 강경 세력을 안전판으로 강경정책을 당분간 고수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의 개혁 개방 성향의 실용적인 테크노크라트는 뒤로 밀려나고, 군부 강경 세력이 충성 경쟁을 벌이며 호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용주의적 대남 협상파는 입지가 과거 보다 약화돼 북한 언론 매체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김정은의 최측근 권력 실세인 고모부 장성택 마저 위상이 추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의 대남 담당 비서나 대남 창구역인 아태위원회도 문이 닫힌 지 오래다. 연일 발표되는 그들의 대외 성명이 국방위원회나 인민군 총사령부나 총정치국 대변인에 의해 발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위스 유학 2년을 제외하면 당 중앙 군사학교 졸업이라는 일천한 경력소유자인 그로서는 북한의 실용관료보다 군부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 나름의 위기 상황인식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한미 합동의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 가다피의 최후의 운명을 목도한 그들로서는 강도 높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 불안을 미국을 통해 보장받고자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그들은 평화체제 구축과 총체적 경제 위기돌파를 위해 대미 평화 협정체결을 갈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대남 협상이나 대화는 뒷전이고, 미사일과 핵실험 등 `맞받아치기`군사 모험주의를 구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은 때를 기다리는 `무관심 정책`이 유효할지도 모른다. 조급하게 공개적인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성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와 협상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우리나 미국이 회담에 목말라 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입지만 키워줄 뿐이다. 물론 무관심이나 불개입 정책은 정책의 목적이 아니고 대화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한반도 긴장과 대화 단절에 우리뿐 아니라 총제적 위기를 맞이한 북한이 더 답답하다는 정황이 감지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관련 부서의 책임자들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중 정부는 대미 공조체제를 더욱 긴밀히 할 뿐 아니라 대중국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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