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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의 성추행 의혹을 보는 균형적 시각

등록일 2013-05-20 00:10 게재일 2013-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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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언론은 며칠 째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 사건으로 도배질돼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 결과 분석으로 넘쳐나야 할 지면들이 온통 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얼룩져 있다. 여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 역시 대통령의 불통의 인사가 초래한 예고된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봐도 이번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일어난 그의 행각은 국격(國格)실추 행위이며, 질타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보수 논객 윤창중씨는 야당 대선후보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고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부 인사를`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에는 밀봉된 봉투를 공개적으로 뜯어 보이면서, 극도로 말을 아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러한 그의 여러 행적이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여러 사람의 비판에도 박 대통령은 그를 대변인으로 전격 임명했다.

그의 청와대 입성에는 당시 보수 논객들의 지원도 일조했다. 어느 유명 논객은 그의 대변인 임명은 당연한 귀결이며, 심지어`역사의 순리`라고 치켜세웠다. 굴곡 많았던 김지하 시인까지 그의 대변인 임명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과거 왕조 시대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자주 들었던 용비어천가는 당시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지난 대선전에서 여러 가지 악재로 고통 받았던 박 후보로서는 소신 있게 자신의 입장을 옹호한 언론인 윤창중씨가 고맙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은 인사가 모두가 우려하던 악재가 됐음은 이번 사태가 잘 입증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윤창중씨의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책임전가식 기자 회견이 사태를 오히려 확대시켜 여러 해석의 여진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그의 성추행 의혹 사태를 이념의 굴레로 해석해 종북주의자들의 음모론으로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이 사건을 폭로한 미주 한인 사이트`미시 USA`가 종북 성향 사이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보수논객인 변희재는 이번 사건은 `윤창중이 종북세력에 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심지어 윤 전대변인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사회적 광풍`으로 오도까지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번 사태를 박근혜 새 정부의 치부를 들어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침소봉대하는 해석도 문제가 있다. 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수 정권의 부패의 상징이나`보수의 알몸`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번 사태를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프리즘을 통해 보는 것도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모든 정치적 사태를 이념의 프리즘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과 가치는 엄격히 구분돼야 하고, 미국의 법치주의는 그에 대한 진실을 공정하게 밝혀줄 것이다. 물론 이번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을 성경의 간음한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종교적 관용과 용서로 둔갑시켜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우리의 냉철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이념의 잣대로 단죄되거나 호도돼서는 안되며,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더욱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분명히 몰지각한 고위공직자의 본분을 상실한 탈선행위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인사 뿐 아니라 이 나라 전 공직자의 기강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의 눈치만 본다는 청와대 조직과 운용 시스템만으로 공직기강이 바르게 확립될 수 없다. 차제에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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